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3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8화(3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8화
두툼한 두께의 3단 토스트와 상큼하면서 달콤한 생과일주스를 챙겨 들고, 식판에는 시리얼까지 가득 채운 길드원들이 넉넉한 아침 식사에 다들 기뻐했다.
“정말 맛있습니다!”
“오늘도 고마워요, 지은 씨! 몸은 좀 어떠세요?”
“푹 자고 일어났더니 완전 괜찮아졌어요!”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때마다 얼굴도장을 찍고 가는 길드원들의 안부 인사에, 한동안 토스트를 손에 들고만 있어야 할 정도로 많은 길드원들이 지은의 안부를 확인하러 왔다.
“적당히 혀~ 지은 양 밥도 못 먹고 있잖여~”
“아니, 지은 양한테는 뛰어가드만 말은 왜 그렇게 느려?”
“나~ 도 빠를 땐 빠른 사람이여~”
완벽한 컨디션을 뽐내는 길드원들이 한입 가득 토스트를 베어 물 때마다 너무 맛있다며 건네는 감사 인사에, 지은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한 듯 다들 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늘 점심은 소불고기 김밥이에요!”
“소불고기 김밥! 완전 사랑해!”
“아, 그리고 내일 저녁은 아시죠? 드시고 싶은 요리 잘 선정해서 꼭 오늘 저녁까지는 알려 주세요!”
“내일이 벌써 그날이여?”
“네, 그날이에요!”
“거 오늘 바짝 긴장들 해요! 몬스터 처치 제일 많이 한 조가 정한 메뉴 군말 없이 따라 먹는 겁니다!”
“야, 호위 팀은!!”
“호위 팀은…… 부전승으로 마지막에 가위바위보 하는 걸로 해, 그럼!”
지은이 준비한 또 하나의 선물에 숙영지 내부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호위 팀에게 너무 유리한 거 아니냐는 반발은 호위 팀의 더 큰 반발에 묵사발이 났다.
배식조가 뒷정리를 하는 동안 지은이 미리 만들어 뒀던 양념장에 재운 소불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황설탕과 물엿, 거기에 갈은 양파와 마늘을 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알맞게 섞여 단짠이 잘 어우러진 양념이 듬뿍 스며든 불고기가 촉촉하게 잘 재워져 있었다.
불고기와 함께 말아 줄 김밥 재료들이 예쁘게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오이는 가운데의 씨를 모두 긁어서 제거한 뒤 길쭉하게 자르고 소금과 식초를 탄 물에 담가 잠깐 절여 준다.
당근은 얇게 채칼을 이용해 썰어 소금 간을 살짝 치며 빠르게 볶아 주고 깻잎과 상추는 깨끗하게 씻어 자른 지은이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단무지를 꺼내 물기를 키친타월로 쭉쭉 짜 주기 시작했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계란 껍질을 반으로 나눠 노른자를 옮겨 담아 가며 분리해 주고 젓가락을 사용해 휘휘 저은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 따로 지단으로 부친 뒤, 끓는 물에 맛살을 살짝 담가 데치는 것 까지 완료한 지은이 김밥을 말 때 꼭 필요한 김발을 도마 위에 착착착 올려놓았다.
김발 위에 김밥용 김을 깔고 미리 식혀 두었다가 참기름과 소금을 이용해 밑간을 한 양념된 밥을 잘 떠서 얇게 펼쳐 주었다.
그 위에 상추와 깻잎, 큰 웍에 잘 익힌 소불고기를 듬뿍 올린 지은이 나머지 재료들도 차례대로 하나씩 쌓은 뒤 김밥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통통하면서도 다행히 옆구리는 터지지 않은 김밥이 완성되는 건 금방이었다.
재료들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 뿐이지 김밥을 마는 건 쉬웠다.
반복 작업으로 도마 위에 김밥이 한 줄씩 빠른 속도로 쌓여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김밥집에 대량 주문이 들어온 것처럼, 가득 쌓인 김밥이 100줄이 넘어가고 나서야 준비한 재료가 동이 났다.
김발을 이용해 김밥을 말 때 손목에 힘을 살짝 준 탓에 손목이 좀 아팠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고 몇 번 손목을 돌리고 있자 그 모습을 본 새봄이 조리대에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써는 거 도와줄게!”
“언니!”
새봄과 함께 어느새 합류한 지후까지, 칼질 좀 한다고 하는 헌터들이 모여 지은과 나란히 서서 넓은 도마 위에서 예쁘게 김밥을 썰어 나갔다.
“이거 다 의도하고 싼 거야? 완전 모양이 예쁜데?”
밥 안에 상추와 깻잎, 그리고 그 안에 불고기와 당근, 지단, 단무지와 맛살까지 조화롭게 들어 있는 영양 만점, 맛도 만점인 소불고기 김밥이었다.
김밥 포장까지 도와준 새봄과 지후 덕분에 김밥을 모두 완성하고 길드원들에게 나누어 준 뒤, 지은의 몫을 제외하자 단 20줄의 김밥이 남았다.
거기서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선택받은 20명만이 1줄씩을 더 챙길 수 있는 상황!
물러섬 없는 김밥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김밥 꼬투리는 양보 못 해!”
“아, 하나만 줘 하나만!”
“아니…… 개인당 두 줄씩은 충분히 다 돌아갔는데…….”
지은이 손을 들어 말려 봤지만 이미 김밥 한 줄을 더 받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가위바위보를 시작한 길드원들이 패배에 불복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야! 묵찌빠 몰라 묵찌빠?”
“어디서 개가 짖나. 가위바위보 하고 운을 띄웠으면 가위바위보 단판으로 끝내야지 구차하게 무슨 묵찌빠야!”
“아니, 내가 언제 가위바위보만 한다고 했어?”
“빠! 끝났어, 끝!”
“야! 말하고 있었잖아! 그리고 바로 빠! 하고 내는 게 어딨냐! 묵에 묵에 빠! 이런 거 몰라?”
“그건 또 어디 근본 없는 동네 묵찌빠야?”
“넌 지금 내 고향을 욕보였다!”
* * *
승리한 사람과 패배한 사람의 온도 차가 극명한 아침 출발 집합 시간. 자연스럽게 패배한 팀의 쪽에 서서 브리핑을 하는 주혁의 표정도 영 좋지 않았다.
“5부 능선을 타고 그대로 협곡을 가로질러 절망의 계곡 3지대를 빠져나가면 앞으로 6시간 남짓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브리핑하는 수색 팀장님은 김밥 3줄 받으셨나 봅니다. 표정이 좋으십니다.”
“가위바위보는 공정하니까요.”
부럽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수색 팀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주혁이 한숨을 내쉬고는 땅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지시봉으로 방금 브리핑한 절망의 계곡을 가로질렀다.
절망의 계곡 3지대의 끝이자 대망의 [네오 평야] 시작점인 곳에서 6시간을 더 내리 달리면 네오 강의 초입이 나온다.
거대한 강의 초입에서 숙영을 하는 것으로 브리핑을 마친 주혁이 지도를 다시 집어 들고는 말했다.
“이제 2층입니다! 생각보다 전진 속도도 빠르고, 현재까지 부상자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층부터는 지금까지보다 더 안전에 신경 써 주시길 바랍니다!”
“네!”
“선두 정찰조 출발합니다!”
3일 차, 던전에 어둠이 가득 내리기 시작한 시각. 청명 길드원들이 조별로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 2층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 회의했던 대로 가장 기본적인 가죽 방어구에 이동 속도 증가, 근력 강화, 충격 방지 버프를 받은 호위 팀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지은에게 유라가 다가와 말했다.
“지은아, 너 정말 저주 포션 마실 생각이 있는 거야?”
“그게 그렇게 맛이 없어요?”
“나도 소문으로만 들어 봐서 잘 모르는데, 나운 언니는 진짜로 그거 마셔 봤거든, 그것도 한 모금이나.”
순하디순한 큰언니 같던 나운에게서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욕을 하게 만들고 분을 이기지 못해 검까지 뽑게 했다던 모습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술만 마셨다 하면 꺼내는 안줏거리가 되었다고 했다.
‘이 XXX, 다 죽여 버릴 거야! XXX, 이거 술에 탄 XX XXX 누구야! 나와, XX 한 판 붙게!’
“나운 언니가 그런 욕을?”
“살아 있는 생불 같은 나운 언니도 욕으로 랩을 하게 했던 포션인데 진짜 괜찮겠어?”
유라의 말에 저주 포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실감하게 된 지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도 지은은 한 방울이라도 먹으면 저주가 적용된다고 하는 포션이니만큼 딱 한 번 눈 감고 마실 의향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차 타면 편하잖아요!”
“우리는 버프까지 받아서 아무렇지도 않아, 지은아…….”
“그리고 진짜 재밌었어요…… 몬스터를 트럭으로 들이받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잖아요?”
“그래…… 네 말도 맞지.”
가능하다면 지은에게 트럭을 빌려 직접 몰아 보고 싶긴 했다. 불도저처럼 커다란 철판으로 무장한 트럭으로 최고 속도를 밟아 가면서 몬스터를 뚫고 가면 무슨 기분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여러 번 호위 팀들의 등을 빌려 가며 이동한 지 5시간 만에 절망의 계곡 3지대를 벗어나 2층의 핵심 던전인 [네오 평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재정비하고 30분 뒤에 출발합니다.”
공격과 방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기동성만을 살린 호위 팀은 물론 다른 길드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버프까지 받은 채 달려온 끝에 1시간이나 도착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등 뒤로는 깎아지를 듯한 높은 산맥이, 눈앞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공존하는 곳.
던전 [네오 평야] 평야의 지평선에서 마침 커다란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던전 안에서 보는 완벽한 일출이었다.
평야에 깔려 있던 작은 한 줌의 어둠까지 모두 걷어 내고 이내 하늘을 밝히며 천천히 떠오르고 있는 태양을 보며, 지은은 점심으로 싸 온 김밥을 먹으려다 말고 굳게 다짐한 얼굴로 주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정말 몬스터가 돌아다닌다는 걸 빼면 꼭 차로 달리고 싶은 완벽한 평지네요.”
“네?”
“저주 포션 구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 산맥도 예상보다 1시간이나 일찍 통과했는데, 굳이 마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이었다. 오로지 달리는 것에만 집중한 길드원들의 체력은 버프를 추가로 보충해 넘칠 지경이었다. 다들 고위급 헌터다보니 이정도 달린 것으로는 이마에 땀도 나지 않을 수준이었다.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저주 포션 주세요.”
단호한 지은의 말에 모두가 지은과 주혁을 바라보고 숨을 죽였다.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듯 품속에서 보라색 액체가 기분 나쁘게 가득 출렁이고 있는 포션병을 꺼낸 주혁이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레벨 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만.”
“…….”
“딱 한 방울만 입니다.”
주혁이 스포이트로 찔끔 저주 포션을 떠올렸다. 짜내면 겨우 한 방울이 나올 것 같은 양이 남았을 때, 주혁이 지은에게 스포이트를 건넸다.
망설임 없이 입을 벌린 지은을 향해 한 방울의 보라색 액체가 떨어졌다. 유일하게 저주 포션을 마셔 본 나운만이 끔찍하다며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시스템 : 각성자가 심각한 위험 수준의 구토감을 느낍니다.]– 저주 포션에 중독되었습니다. 한 달간 퀘스트와 몬스터 사냥으로 들어오는 경험치가 사라집니다.
딱 한 방울을 먹자마다 시스템창에 저주 포션에 감염되었다는 경고창이 떴다.
곧바로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느낀 지은이 다다다 달려가 털썩 땅바닥에 엎드리고는 먹은 것을 모두 게워 내기 시작했다.
“우욱……!”
세상의 모든 쓰레기를 모아 갈아서 마시면 이런 맛이 날까? 하는 나운의 설명은 정말이지 정확했다.
“으악! 지은아!”
“지은 씨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마 먹지도 않은 아침밥을 모두 게워 내고도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는 지은이었다.
그리고 헛구역질을 하다 말고 인생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크게 내뱉은 분노 섞인 지은의 괴로워하는 목소리가 넓은 평야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아아악! 맛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