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화(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화
싱크대 밑 선반 문을 여니 문에 달린 칼 보관함에 크기별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식칼들이 지은을 반긴다.
익숙하게 칼을 집어 든 지은은 미리 준비한 도마 위에 토마토 몇 개를 올려놓았다.
토마토를 집어 들어 물로 헹궈서 세척을 한 뒤에 꼭지를 땄다. 이어서 도마에 가로로 눕힌 후 적당한 두께로 써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한 번 칼질할 때마다 토마토가 일정한 두께로 잘려 나갔다.
탁, 탁, 탁.
나무 도마 위에 식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온다.
4등분 된 토마토는 양 끝을 잘라 윗부분과 밑부분을 평평하게 만들면 식빵 반 개에 두 개씩 들어가기 좋은 크기가 된다.
미리 준비한 대용량 밀폐 용기 안에 잘라 놓은 토마토가 짓이겨지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서 담는 지은의 손길이 신중했다.
맛도 맛이지만 모양도 생명.
일부러 두께감이 있게 썰었기 때문에 옆구리가 터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칼질을 되게 잘하는구나.>
“토마토가 너무 물렁물렁하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게 좋아서 그래.”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재료를 잘라서 식빵에 층층이 쌓고 살짝 눌러 주면 끝.
자른 재료를 일일이 손으로 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른 요리들에 비해 굉장히 간단한 요리다.
게다가 샌드위치는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출근에 지친 직장인들이 아침이나 점심에 간단하게 식사용으로 우유나 커피와 곁들이기에 최적화된 메뉴였다.
그래서 원래는 여의도에서 첫 장사를 시작하려고 했다.
바쁜 직장인들의 니즈를 맞춰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 샌드위치는 사실상 푸드 트럭에서 할 수 있는 요리 중 가장 간단한 메뉴였다.
메뉴도 B.L.T 샌드위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점심까지 팔기 위한 세팅이 되어 있는 푸드 트럭이었다.
얼마 없는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저녁 장사를 해야 할 텐데 저녁 장사는 아무래도 ‘식사 대용’이 아닌 ‘포장하기 좋은 음식’이 되어야 했다.
간단하면서도 ‘아, 내가 식사를 했구나’라는 느낌이 오는 메뉴가 주가 되어야 했다. 또 퇴근길로 바쁜 저녁에 메뉴를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에 맞춰서 포장 용기도 매우 다채롭게 준비해 놓은 지은이였다.
‘음식 포장하기가 힘들어서 많이 연습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은의 손은 계속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보지도 않고 칼질을 계속하는 지은의 놀라운 속도에 산처럼 쌓여 있던 토마토가 금세 줄어들었다.
채 20분도 되지 않아 토마토를 모두 4등분하는 데 성공한 지은이, 4번째 밀폐 용기 뚜껑을 닫는 것으로 토마토 손질을 끝냈다.
쇼케이스 냉장고 채소 칸에 토마토가 가득 담긴 밀폐 용기 4개가 들어섰다.
– 토마토 손질 완료! (50개/50개)
시스템창을 바라보던 지은이 싱크대에서 칼을 설거지하며 다음으로 눈길을 준 것은 양상추였다.
꽤 큰 크기지만 파릇파릇하게 아주 싱싱한 양상추 한 통을 손에 든 지은이 꼭지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더니 이내 심지를 돌려서 빼냈다.
양상추 심지가 지은의 손에 쑥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싱크대에 물을 약하게 튼 지은이 심지가 빠진 부위를 위로 가게 잡은 양상추를 한 겹 한 겹 벗기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기고, 약한 물에 씻어 내고, 커다란 볼에 담고.
한 겹 한 겹 떼어지는 양상추는 샌드위치에 넣기 딱 좋은 크기였다. 벗겨 낸 양상추를 차가운 물에 담근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식초 한 통을 꺼내 들었다.
환한 빛과 함께 나타난 식초 뚜껑을 열고 찬물에 담가 놓은 양상추 위에 조금씩 뿌려 주었다. 식초를 탄 물에 담근 양상추가 살짝 부풀어 오르면서 더욱 윤기가 흘러넘쳤다.
소쿠리 형태로 된 채반에 물을 살짝 담아 손질한 양상추를 모두 올려 두자 시스템 알림창이 울렸다.
– 양상추 손질 완료! (20통/20통)
30분도 안 돼서 양상추 손질을 마무리한 지은이 손에 묻어 있는 물기를 주방용 수건으로 닦아 낸 뒤, 이내 까치발을 들고 가스레인지 위 선반 문을 열었다.
<키가 그렇게 작은데 무거운 냄비를 위에 올려놓나?>
“야! 작은 건 아니거든.”
정확히 160cm다. 절대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워낙 마른 탓에 지은은 실제 키보다 작아 보이긴 했다.
발끈하는 지은의 반응에 깔깔대던 정령이 뭐라고 말을 하자 갑자기 지은의 발밑으로 조리대 바닥이 쑥 올라와 까치발을 들지 않고도 냄비를 꺼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와, 뭐야?”
<난 정령이라고 했잖아. 주인이 필요하다면 마음대로 이 트럭을 변형해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신기하다……. 트럭이 살아 있는 거 같아. 너, 되게 좋은 트럭의 정령이구나?”
<트럭의 정령……?>
“응, 너 트럭의 정령이라며!”
<트럭의 정령이 아니라 히든 정령이다! 나처럼 높은 랭크 정령의 소환물이 고작 이런 푸드 트럭이라니!>
“고작이라니! 내 첫 가게인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군.>
“이제 와서?”
삐죽 입술을 내민 지은에게 미안했는지 갑자기 조리대 안에서 감미로운 클래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할 때 노래를 들으면 더 효율이 좋다던데.>
“선곡 센스하고는. 신나는 음악으로 좀 틀어 봐.”
잔잔한 클래식이라니, 칼질하다가 졸음이 쏟아지겠다는 푸념에 바뀐 노래는 무려 클럽 음악처럼 정신없는 신디곡이었다.
정신 사납다는 지은의 일갈에 음악 차트 1위부터 흘러나오는 자동 스트리밍으로 바뀐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커다란 냄비에 가득 담긴 물에 계란이 다 익을 시간이 되었다. 소금을 뿌린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거품기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지은이 알맞게 데워진 철판에 물을 살짝 뿌렸다.
치이익-!
철판의 온도가 높아지면 이제 뿌려 놓은 물이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그와 동시에 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븐을 열고 반절로 자른 호밀 바게트와 식빵을 꺼낸 지은이 베이킹 장갑을 벗고 빵의 겉면을 손으로 살짝 눌러 보았다.
바사삭.
알맞게 겉면만 살짝 구워진 빵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소스와 양상추가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눅눅해 지지만, 이렇게 겉면을 살짝 구워 주면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었다.
게다가 바삭한 겉면 덕분에 샌드위치의 식감이 훨씬 좋아지기까지.
온기가 감도는 빵을 식혀 두고 낑낑대며 냄비를 들어 올린 지은이 조심스럽게 싱크대로 이동했다.
간신히 싱크대에 냄비를 올리는 데 성공한 지은은 찬물을 틀고 이내 뜨거운 물을 모두 비워 냈다.
계란은 삶고 나서 바로 차가운 물에 담가 둬야 했다. 그래야 껍질이 바로바로 벗겨지니까. 삶을 때 소금을 조금 쳐놓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그렇지 않으면 껍질과 함께 흰자가 뭉텅이로 벗겨지기 쉬웠다.
생각보다 계란이 늦게 삶아져서 철판의 온도를 낮춘 지은이 이내 계란을 손으로 살짝 건드려 보고는 망설임 없이 계란을 까기 시작했다.
숭덩숭덩 계란 껍데기가 벗겨지고 뽀얗게 익은 흰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계란을 좋아하는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껍질을 깐 계란 하나를 입에 물었다.
“맛있다…….”
부드럽게 입 안에 감겨 오는 계란 흰자.
그리고 너무 푹 익혀지지도, 덜 익혀지지도 않은 완벽한 상태의 감동란이 된 노른자.
계란 하나를 오물오물 입에 넣은 채 부지런히 손을 놀려 계란을 모두 까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플라스틱 볼에 계란을 담아낸 지은은 이내 계란을 모두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흰자와 노른자가 작게 부서지며 다져진다. 너무 완전히 갈아내는 게 아닌 조그마한 덩어리가 남을 정도로.
그래야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이 느껴지면서 입 안에 넣었을 때 충만감이 클 테니까.
알맞게 다져진 계란에 마요네즈를 아낌없이 부었다.
계란과 마요네즈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환상의 조합.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맛이 나올 때까지 비닐장갑을 끼고 잘 섞어 주니 샌드위치에 들어갈 계란 속도 완성이 되었다.
거기에 치즈는 개별 포장이 아닌 한 뭉텅이였다. 말 그대로 네모난 통짜 치즈였기 때문에 적당한 두께와 크기로 잘라야 했다.
잘라 낸 치즈와 함께 계란 마요네즈 속을 집어넣고 나니, 철판이 알맞게 온도가 데워졌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치이이익!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였다.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물을 수건으로 쓱쓱 철판 겉면을 닦아 낸 지은이 다음으로 손에 든 것은 네모난 버터였다.
철판에 거침없이 버터를 비비며 알맞게 코팅하자 버터가 녹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내음이 퍼져 나온다. 진동하는 버터 향기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가장 중요한 재료인 베이컨의 차례가 다 되었다는 신호였다.
큰 식칼을 들어 베이컨 포장지를 주우욱 벗기자 베이컨이 영롱한 빛을 띠며 포장지 밖으로 빠져나왔다.
“고기는 아낌없이 넣어야지.”
가격을 조금 올려서라도 지은은 베이컨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 샌드위치는 한입에 모든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는 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은은 어려서부터 누군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윤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서 팔자는 게 지은의 목적이었다. 앞으로 재료비 걱정 없이 최상급 재료가 무상으로 제공되니 더 기분이 좋아진 지은이 이내 베이컨을 아낌없이 전부 철판 위에 쏟아부었다.
치이이이익!
버터가 코팅된 철판 위에 베이컨이 구워지는 소리가 황홀했다. 너무 노릇노릇하게 익히면 베이컨은 쉽게 딱딱해지기 때문에 적당히 잘 익히는 게 중요했다.
휙! 휙!
철판 위에서 지은의 손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철판용 뒤집개를 이용해 진지하게 베이컨을 뒤집는 지은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해 보였다.
잘 구워진 베이컨을 곧바로 여러 겹 펼쳐 놓은 키친타월 위에 올린 뒤, 기름기를 빼기 위해 키친타월로 베이컨을 살짝살짝 눌러 주었다.
적당한 굽기로 익은 베이컨 냄새는 환상적이었다.
베이컨을 굽는 것을 완료하자, 아직 15kg을 모두 굽지 않았음에도 시스템창이 떴다.
[퀘스트 : 영업 준비를 위한 재료 손질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어?”
당연히 15kg 어치의 베이컨을 다 구워 놓으면 말라비틀어져서 풍미가 한참 떨어질 텐데, 하고 걱정하던 지은의 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딱 샌드위치 2개 분량의 베이컨을 바라보던 지은은 그제야 자신이 이 모든 재료들의 손질을 마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지은이 대단하다는 듯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정령이 스피커를 통해 틀어 준 효과음이었다.
“하나만 만들어서 먹어 볼까?”
재료 손질도 끝났으니 수고한 자신에게 보상을 줄 시간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때였다.
겉면이 바삭바삭한 빵 안에 허니 머스터드와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살짝 발랐다. 그 위에 양상추와 베이컨과 토마토, 치즈를 올렸다.
치즈 위에 베이컨을 한 줄 더 넣고 계란 속과 양상추를 올린 지은이 마지막으로 빵으로 뚜껑을 덮었다.
그 상태에서 종이 포장지에 담자 포장지가 거의 찢어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손바닥으로 샌드위치를 살짝 눌러 주자 양상추와 토마토의 숨이 살짝 죽으면서 높이가 살짝 낮아졌다.
날을 잘 갈아 둔 칼로 정확히 포장지 절반을 썰고 두 손으로 포장지를 분리하자 완벽한 샌드위치의 단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 됐다!”
지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은 덕에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의 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