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39화(4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39화
시원하게 욕을 쏟아 내고, 다른 것도 쏟아 낸 지은이 털썩 풀밭에 대자로 누웠다.
수통 하나를 다 써서 입을 헹궈 냈지만 그래도 혀끝에 닿았던 저주 포션의 상상을 초월하는 맛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지은 씨?”
“아뇨, 좋은 암살 시도였어요.”
충성스러운 스파이도 한 방울이면 비밀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자백할 거 같은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맛이었다.
고작 한 방울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오고 손발이 저릿저릿 떨리며 몸이 으슬으슬한 게 사람을 고장 나게 만드는 맛이었다.
‘나운 언니는 이걸 한 모금을 마셨는데 검을 빼기만 하고 휘두르질 않았다고?’
역시 살아 있는 생불의 자제력은 대단하구나, 하고 새삼 느끼며 풀밭에 누워 있던 지은이 급하게 오늘 후식으로 나누어 주었던 초콜릿을 꺼내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기 시작했다.
“저, 얼마나 오래 이 꼴로 있었어요?”
머리카락을 하도 부여잡고 뜯어 댔더니 하나로 묶었던 머리가 어느새 산발이 되어 있었다.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딱 원래 예상했던 시간대로 [절망의 계곡]을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1시간이나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엉금엉금 풀밭을 기다가 다리에 힘을 주고 벌떡 일어섰다.
“후, 후후후…….”
사악한 미소를 띠며 이내 주머니에서 트럭 차 키를 꺼내 든 지은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주혁 씨, 그거 아세요?”
“네?”
“제 트럭이 방탄 트럭이라는 사실요.”
이제 복수의 시간이에요. 중얼거리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혁이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지은에게서 물러났다.
레벨 1의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지은에게서 느껴지는 살기에 길드원들 모두가 흠칫 몸을 떨어야 했다.
– [던전 2층 : 네오 평야]에 입장했습니다!
완전히 계곡을 내려오고 탁 트인 평야에 발을 디디자마자 네오 평야에 입장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저, 지금 차 뽑아도 되죠?”
“진정해요, 지은 씨…….”
“지은아, 제발 진정해.”
“이제 차로 다 밀어 버려도 되는 거죠?”
“우리 지은이가 변했어! 변해 버렸다고!”
살짝 맛이 가 버린 듯한 지은의 눈빛을 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주혁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지은이 스킬을 사용했다.
– [강화된 1종 대형 면허(Lv.2)]를 사용합니다.
– [직접 운전 모드로 트럭을 소환합니다!]
불도저로 보일 정도의 위용을 뽐내는 푸드 트럭이 다시 등장했다.
“기분 탓인가? 왜 앞에 달린 철판이 더 커 보이지?”
“기분 탓 아닌 거 같은데? 어제보다 더 크고 두껍잖아.”
등장한 트럭의 위용을 보고 길드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는 것을 뒤로하고 차 키를 빼 든 지은이 말없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부아아아앙!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액셀에 힘을 주어 엔진을 급 가열시키는 지은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흘러나왔다.
“누가…… 옆에 타서 좀 제어를 해야겠는데.”
“제가 타겠습니다.”
주혁이 그렇게 말하고는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 같이 소리를 키우고 있는 트럭의 조수석 문을 벌컥 열고 올라탔다.
“지은 씨, 천천히 가요. 대형 몬스터는 피하기도 하면서…….”
“출발할까요, 우리?”
드넓은 네오 평야에 등장한 불도저 같은 위력을 자랑하는 푸드 트럭이 몬스터들을 있는 대로 밀어 버리며 재로 만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트윈 헤드 코뿔소(Lv.10)를 처치했습니다!]– 저주 포션의 영향으로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아이언 타이거(Lv.15)를 처치했습니다!]– 저주 포션의 영향으로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미쳐 버린 얼룩말(Lv.15)을 처치했습니다!] [시체 사냥꾼(Lv.18)을 처치했습니다!]– 저주 포션의 영향으로…….
양손으로 트럭의 손잡이를 잡고 주혁이 알려 주는 방향으로 오직 전진밖에 모른다는 듯이 달려 나가는 지은의 트럭에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이제는 몬스터들조차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은의 방탄 트럭을 차마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힌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맞이했다.
“와! 진짜 재밌다!”
“지은 씨, 제발 진정해요!”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트럭을 운전하며 점차 기분이 나아졌는지 이제는 해맑게 웃으며 핸들을 틀어 경로상에 있지도 않은 몬스터까지 들이받는 지은과, 그런 지은에게 진정하라며 만류하는 주혁.
폭주하는 지은의 푸드 트럭을 막을 수 있는 몬스터는 [네오 평야] 던전에는 없는 듯했다.
주변에서 덩치가 가장 큰 몬스터인 [붉은 코끼리(Lv.20)]도 지은의 트럭에 들이받혀 저 멀리 땅바닥을 사정없이 굴러야 했다.
운전한 지 1시간 만에 주혁이 탄 조수석 옆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까망이는 눈앞에서 여러 몬스터들이 트럭에 받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이게 무슨 일이다냥?>
“까망아! 오랜만이야! 나 지금 운전 중이니까 건들면 안 돼!”
<주인! 못 본 사이에 왜 눈이 무섭게 변했냥!>
“말하자면 깁니다…….”
“이 맛에 1종 대형 면허 따는 거지!”
던전 바깥에서도 이렇게 운전을 하고 다니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굳게 믿으며 주혁은 저주 포션의 부작용에 하나를 추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복용 시 성격이 180도 변할 수 있음.]* * *
지은의 폭주 덕에 오랜만에 제 속도를 낸 토벌대가 [네오 평야]를 가로지르는 네오강의 3차 숙영지에 도착한 건 고작 3시간 만의 일이었다.
3시간 동안 저주 포션을 먹은 부작용 때문인지 분노의 질주를 하며 속의 울분을 모두 털어 낸 지은이 처음 트럭을 탈 때와는 다르게 편안한 얼굴로 운전석에서 내렸다.
“지, 지은아?”
“네!”
“다행이야, 다시 우리가 알던 지은이로 돌아왔어!”
품에 까망이를 안은 채 운전석에서 내린 지은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나운과 유라가 지은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네?”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할 수 있어.”
“감,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지은 본인은 지금 이 두 헌터들이 왜 이러는지 깨닫지 못했지만, 다른 길드원들도 한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온 화이트 지은을 마음속으로 환영해야 했다.
흑화한 지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는 것을 저주 포션 한 방울로 깨닫게 된 길드원들이었다.
“다들 오랜만에 몸 좀 푼 거 같은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트럭을 따라 뛰어온 덕에 오랜만에 기분 좋게 땀방울을 흘린 길드원들의 표정이 밝았다.
“아, 이제 좀 운동도 되는 것 같고 살맛 나네요.”
“이래야 토벌대답지!”
“지은 씨, 운전 되게 잘하시네요!”
울퉁불퉁한 구릉과 둔덕이 많은 던전 내부에서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오직 액셀만 밟아 개척한 지은의 운전 실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스킬 보정을 많이 받긴 했지만, 눈이 회까닥 돌아 있었던 지은이 안전벨트를 했음에도 몸이 들썩이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덕이었다.
<난 멀미할 것 같다냥…….>
속도를 줄이지 않고 둔덕을 계속해서 넘는 것 같은 질주에 엉덩이가 시트에서 떠 있는 시간이 꽤 길었던 것 같다.
차가 들썩일 때마다 엎드려 버티려던 까망이가 결국 주혁의 품에 안겨야 할 정도로 극악의 오프로드를 달려왔음에도 트럭은 기스 하나 없이 멀쩡했다.
“사기적인 스킬이긴 하다…….”
“평지 한정 최고의 이동 수단인데?”
“옆자리에 타질 않았으면 그런 말씀하시지 마세요.”
감탄하는 길드원들에게 조용히 소곤소곤 행여나 지은에게 들릴세라 조용히 환상을 부셔 준 주혁이 지도를 꺼내 바닥에 펼치자 팀장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예상보다 3시간이나 일찍 3차 숙영지에 도착했는데,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2개입니다.”
“여기에 기존 계획대로 숙영지를 칠지, 아니면…….”
주혁의 옆에 있던 성진이 잠시 말을 멈추고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3시간을 더 달려 강의 하류로 이동해 숙영을 하고, 빠르게 다음 던전인 네오강으로 입성할지.”
그 시간, 지은은 행여나 기스가 나거나 돌에 부딪혀 찌그러진 곳은 없는지 트럭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모든 걸 밀어 버린 넓고 두꺼운 철판까지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도를 보기 위해 빼꼼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오강 하류로 입성을 하면 시간이 절약되니 좋겠지만…….”
“문제는 던전 날짜상 오늘이나 내일부터 네오강 하류에 장마가 시작될 시기라는 거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던전엔 큰 자연재해가 몰아쳤다.
2층의 네오강 하류에 약 일주일에서 열흘간 몰아치는 장마엔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수중 몬스터들이 광폭해지는 시기다.
“예정대로라면 늘 이용하는 모터보트를 타고 넘어가야 했는데, 장마 기간이 겹치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마로 인해 급속도로 불어나는 강물이 걱정되는 것이었다.
몬스터가 광폭화할 경우 평소보다 최대 10레벨까지 상승했지만, 그래 봤자 네오 강에서 가장 성가신 몬스터인 [굶주린 피라냐]는 20레벨이었다.
수중에서 단체로 몰려다닌다는 습성 때문에 저 레벨의 헌터들이 방심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 여기 있는 토벌대원들에겐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제가 길드장과 상의 끝에 여러분께 제시할 세 번째 안은.”
성진이 지시봉을 들어 강폭이 넓은 네오강의 하류에 지시봉을 가로로 그어 보이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3시간을 더 달려서 네오강의 하류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강을 횡단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3시간만 더 달리면 강의 하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장마가 시작되면 강물에 보트가 밀리니 전복될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넓은 강을 헤엄쳐서 건너야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상관없었지만 지은이 강을 헤엄쳐서 건너는 건 불가능했다.
“장마가 시작되면 더 강을 건너기 어려워질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전속력으로 달려서 강의 하류에 도착하고, 장마 시작 전에 강을 횡단하겠습니다.”
“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각 조원들에게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주혁의 지시를 받은 각 조 팀장들에게서 계획을 전해 들은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지은 씨, 방금처럼 또 달리실 수 있겠죠?”
“보셨잖아요. 저 운전 완전 잘하는 거.”
“네, 그 텐션 그대로 가는 겁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무조건 강을 건너야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지은의 안전이 걸린 문제였다.
“다시 출발!”
이번엔 조수석에 다른 사람들보단 체력이 떨어지는 마법사 이준형 헌터가 타기로 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기로 한 토벌대였기에 지은도 까망이를 품에 안고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안전벨트를 매는 준형의 손이 떨려 왔다.
그리고 준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요동치는 트럭의 내부에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는 심각한 멀미를 느껴야 했다.
“와! 더 밟을게요!”
“지, 지은 씨…… 저 죽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