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0화(4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0화
거칠 것 없이 진행 경로를 뚫고 달려가는 지은의 푸드 트럭에 수많은 몬스터가 필사적으로 도망가다가 들이받혀 튕겨져 나갔다.
“으…… 으아…….”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과 별다를 것 없이, 마치 디스코 팡팡을 타듯 조수석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준형은 하도 비명을 질렀더니 목까지 쉬어 버렸다.
지은 본인은 준형이 걸어준 보호 마법으로 편안하게 운전했지만, 마나를 회복할 겸 조수석에 탔던 준형은 차라리 뛰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의 그 어떤 지형에서도 이렇게 장애물 없이 -비록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그저 스쳐 가는 방지 턱일 뿐이었다.- 질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빽빽한 서울에서 차를 끌고 나갔다가 한 신호에 두 번이나 걸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동감할 정도로 지금 지은의 기분은 최고였다.
결국 마나를 아끼려고 했던 준형은 본인에게도 충격 방지 마법을 걸고 편안해지고 나서는 질주하는 트럭과 한 몸이 되어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까지 흘러 들어와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흩날렸다.
이제는 액셀을 풀로 밟으면서도 한 손으로 핸들을 꺾어 드리프트까지 하는 경지에 이른 지은과, 두 손을 번쩍 들고 마치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편안해진 준형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마나는 좀 많이 썼지만, 이 정도 즐거움이라면 마나 회복 포션의 끔찍한 맛도 감당할 수 있을 듯했다.
강의 하류에 다다를 때쯤 시원하던 바람이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으로 바뀌었다.
아직 비가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었다.
“바로 도하합니다.”
6시간을 질주해 온 트럭의 [직접 운전 모드]를 해제하자 트럭이 다시 사라졌다.
물을 끔찍히 싫어하는 고양이답게 아쉽게도 수속성이 인챈트되지 않은 건 까망이도 마찬가지였는지 트럭에서 신나게 방방 뛰던 까망이도 트럭과 함께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도하라면…….”
“이제 강을 건너야죠.”
토벌을 준비하며 수많은 장비를 챙겨 온 팀장들의 인벤토리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모터보트였다.
모터보트 10대가 위풍당당하게 넓은 네오강의 하류에 두둥실 떠올랐다.
“이걸 어떻게 가져왔어요?”
보트를 타고 간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실물로 던전 안에서 모터보트가 강 위에 떠 있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말로 듣기만 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던전 안에서 트럭을 타고, 몬스터를 밀어 버리는 지은 씨가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요?”
“아, 그런가요?”
“던전에 맞춰서 우리도 대비하는 거죠.”
철저한 5년간의 답사와 준비, 어느 던전에서는 어느 속성의 방어구를 입고, 몬스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던전의 지형지물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철저히 몸으로 부딪히며 쌓아 온 소중한 데이터다.
던전 지도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렇게 수많은 길드가 합심해서 이뤄낸 쾌거였다.
던전 지도를 공개하기 전, 마지막 확인 과정인 최단 거리를 이용한 토벌이 성공한다면, 그동안 몇 달을 소비하던 던전 1층과 4층 중심부 왕복이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리고 그 쾌거는 대규모 5층 토벌로 이어질 첫 신호탄이 될 것이었다.
4층 보스가 청명 길드에게 토벌된 지도 2년이 넘었다.
그 2년이란 시간 동안 진척 없던 5층에 대한 단서가 나온 지금, 청명 길드는 그동안 수없이 준비하고 바라왔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푸다다다다!
엔진이 가동되어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 같은 모터보트에 방금 포션을 마셨는지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형준이 가속 마법을 인챈트했다.
호위 팀과 함께 모터보트에 지은이 올라탄 것을 마지막으로, 10대의 모터보트가 일제히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 왜 흩어지는 거예요?”
“네오강 하류엔 장마 기간에 나타나는 특수 몬스터가 있어.”
“어마어마한 놈이죠. 으으, 그래도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오늘은 안 나올 거 같은데…… 으읍!”
“입! 그 입 좀 제발!”
“야, 윤혜민! 그 입 안 닥쳐?”
“아…… 안 돼!”
전쟁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클리셰.
‘이 전쟁이 끝나면 고향의 그녀에게 청혼할 거야.’
만화에서 악당이 쓰러지고 진작 전력에서 이탈해 구경하던 조연이 하는 말.
‘해치웠나!’
의학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응급 환자가 없는 응급실에서 새로 들어온 신입의 대사.
‘오늘은 한가해서 좋네요!’
외국 공포 영화에서 시골 마을로 내려온 주인공 가족이 저주받았다는 흉가의 문을 열면서 하는 말.
‘헬로우?’
이 뻔한 클리셰의 공통점은, 해선 안 되는 말을 해서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반드시 일어나게 한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금기어를 내뱉었기 때문인지, 아니나 다를까 우중충하던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멀리 산개해!”
비는 순식간에 잔잔하던 넓은 강 위에 많은 수많은 파동을 일으켰다.
비가 쏟아지자마자 보트에 나눠 탄 길드원들에게 서로에게서 더 떨어지라는 지시를 내린 주혁이 어두운 강물 밑바닥을 응시했다.
“온다.”
검은 강물 표면이 심상치 않게 들썩인다.
마치 강바닥에서 뭔가가 몸을 일으키듯 보트가 심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검은 강물보다 더 짙은 검은색의 무언가가 강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지은은 그 새카만 물체의 크기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소리쳐야 했다.
“저게 뭐예요!!”
“네오가 올라옵니다!”
“다들 꽉 잡아! 날아오른다!”
당황한 지은을 유라가 품에 꽉 끌어안고 보트 바닥에 바짝 엎드리며 소리쳤다.
“바닥의 손잡이를 잡아!”
유라의 외침에 배수 장치의 손잡이를 지은이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순간이었다.
푸하아아악!
거대한 물기둥이 일어선다.
아니, 물기둥이 아니라 마치 강에서 산이 하나 우뚝 솟아오르듯 거대한 물체가 강 표면을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네오 출현! 현재 호위 팀이 아직 네오 위에 있다!”
속도를 최대한 올렸지만,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대한 물체와 함께 휩쓸려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 3개의 보트를 보며 일렁이는 거센 물살에 저 멀리 밀려난 다른 보트들이 급하게 머리를 돌렸다.
“꼬리를 조심해!”
그리고 하늘에서 그 광경을 모두 내려다보게 된 지은이 눈을 크게 떴다.
하늘을 부유하는 거대한 검은 고래.
강의 주인이자 2층 던전 [네오 평야]의 주인, 네오였다.
“네오에게서 떨어져야 해! 물줄기가 더 높아진다!”
우기에 맞춰 강바닥에 잠을 자던 네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많은 암석이 박히고 이끼가 가득 낀 하나의 섬처럼 보이는 네오의 등에서 함께 떠올랐던 강물이 빠르게 흘러내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트 밖으로 뛰쳐나간 호위 팀이 다시 강으로 이동하기 위해 보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스킬은 안 돼! 마나로 네오를 자극시키지 마!”
네오가 이미 하늘로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강 표면을 아찔하게 바라보며 지은은 보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다.
한 팔로는 그런 지은을 품에 꽉 끌어안고 오직 한 팔로 기울어지는 보트의 옆면을 붙잡은 유라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체 강화형 헌터인 유라였지만 지금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순수한 본인의 스탯과 근력만으로 거의 뒤집힌 보트에서 지은을 보호하며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언…… 언니!”
그리고 완전히 보트가 전복되기 직전까지 몰린 순간.
유라가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암석과도 같은 바위틈에 끼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보트가 뒤집어지며 바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호위 팀의 3명의 헌터가 보트를 몸으로 들이받아 멀리 밀어냈다.
콰아아앙!
비록 저마다의 스킬은 쓰지 않았지만 3명의 고위급 헌터의 필사적인 몸통 박치기에 보트가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며 낙하하기 시작했다.
아득한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보트 안에서 사색이 된 지은을 유라가 더욱 꽉 끌어안았다.
아직 까마득한 높이.
보트를 잡고 있던 팔에 힘을 풀은 유라가, 지은을 빠르게 안아 들고 튕겨나듯 몸을 일으켜 보트의 바닥을 발로 찼다.
발을 박차고 튀어 오른 반동으로 몸을 빙그르르 돌린 유라가 지은을 끌어안았다.
“지은아!”
“네? 네, 언니?”
“언니 믿지?”
그렇게 말한 유라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믿어요!’ 하며 소리치던 지은을 안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어? 언니?”
“미안, 지은아! 조금 아플 수도 있어!”
두 손으로 지은을 번쩍 들어 올린 유라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얼굴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지은을 하늘에서 강 표면을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언니이?!”
믿겠다고 말하자마자 자신을 집어 던진 유라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지은은 아득한 높이에서 강 표면에 떨어진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
끔찍한 고통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은의 몸이 떨어진 곳은 네오에 의해 휩쓸린 자리에 펼쳐진 에어쿠션 위였다.
바람을 가득 머금은 에어쿠션의 가운데가 푹 꺼지며 지은을 안전하게 받아 냈다. 미리 보트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혁이 쿠션 위로 빠르게 뛰어갔다.
“지은 씨!”
“네! 저 여기 있어요!”
떨어질 때의 충격을 모두 에어쿠션이 흡수해 준 덕에 다행히 다친 곳이 없는 지은을 확인한 주혁이 안도감에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유라 언니는요!”
지은이 서둘러 유라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 솟아오른 물기둥 때문에 에어쿠션이 모든 곳에 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유라가, 온 힘을 다해 쿠션이 있는 곳으로 지은을 집어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수면으로 낙하.
유라의 뒤를 이어 다른 조원들도 풍덩! 하는 소리가 아닌 퍼억! 하는 파열음과 함께 수면에 그대로 낙하했다.
그 소리가 너무나 크고 선명해 지은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언…… 언니?”
하늘에서 그대로 수면에 떨어진 호위팀원들을 집어삼킨 강물은 이내 그 떨림을 멈추고 고요해졌다.
“다, 당장 호위 팀분들을 구해야 해요! 빨리!”
사색이 된 지은이 강물로 뛰어들려는 것을 어깨를 조심히 잡아 저지한 주혁이 뭐라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푸하아아아!”
“어, 언니?”
그 높은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유라가 강 표면에 얼굴을 내밀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호위 팀들도 모두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자 지은은 다리에 힘이 풀려 모터보트 위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언니 믿으라 했지!”
마나를 사용하면 네오를 자극해 더 위험할 수 있었기에, 물기둥에 휩쓸려 하늘 높이 떠올랐던 호위 팀은 물론이고, 밑에 있던 토벌대도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에어쿠션 위로 안전하게 지은을 착지시키는 것을 성공한 유라가 물에 흠뻑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호위 팀, 임무 무사히 완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