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1화(4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1화
주혁의 지휘조 보트에 옮겨 타고 강을 건너며, 하늘 높이 떠올라 구름들 사이로 모습을 감추는 초거대 몬스터 네오를 바라본 지은은 던전에선 어떤 위험이 갑자기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스킬도 사용하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려 지은을 안전하게 구해 낸 유라를 비롯한 호위 팀이었다.
아무런 방비 없이 스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그 높이에서 강에 떨어졌다면 지은은 분명 죽었거나 죽을 만큼 다쳤을 것이 틀림없었다.
호위 팀들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강에 그대로 떨어져서 온몸에 멍이 든 상태였다.
강을 다 도하하고 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비가 뚝 하고 멈췄다.
네오의 영향을 받는 네오강을 완전히 벗어나 다른 던전으로 진입했다는 말이었다.
차로 꼬박 6시간을 달려와야 할 정도로 넓은 던전.
그것도 직선거리로 달려와서 가능했다. 가로로 넓게 퍼진 평야 지대인 던전은 지은의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먼저 땅에 도착해 온몸에 푸르게 든 멍에 힐을 받고 있던 호위 팀이, 지은이 무사히 보트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지은아! 어디 다친 덴 없지? 미안해, 갑자기 집어 던져서.”
“언니…….”
“지은 씨,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호위 팀으로 보람이 있네요!”
“저희는 괜찮습니다!”
“호위 팀분들…….”
자신이 괜한 말을 꺼내서 일어난 일 같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혜민.
보트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지은에게 떨어지는 물과 돌, 휩쓸린 몬스터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던 이상현 헌터와 김규진 헌터도 다행이라며 활짝 웃고 있었다.
아직도 끔찍하게 아픈 몸을 움직여 지은을 향해 웃어 보이는 호위 팀을 말없이 바라보던 지은이 왈칵 눈물을 흘렸다.
“어어? 왜 울어요, 지은 씨!”
“우리 진짜 괜찮은데! 지은 씨, 울지 마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 있던 지은이 이내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자 호위 팀 헌터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를 달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더 크게 울음을 터트린 지은이었다.
“너무…… 너무 감사해요. 흐윽…….”
무사히 빠져나온 [네오 평야] 내부에 지은의 울음소리가 한참을 크게 울려 퍼졌다.
* * *
[네오 평야]를 넘어 벌써 던전에 들어온 지 3일째 저녁.너무 많이 운 탓에 재료를 다듬고 있는 지은의 눈가가 오늘의 메뉴에 필수인 양념장 색깔처럼 빨갛게 부어 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인 통통한 오징어와 삼겹살이 도마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을 본 길드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오삼불고기!”
양파와 대파를 손질하는 건 이미 다른 길드원이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나서서 썰어 온 덕에 지은은 빨간 눈을 하고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낸 오징어의 껍질을 최대한 제거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동그랗게 썬 다음 설탕을 솔솔솔 뿌리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버무려 주었다.
이어서 길드원들이 열심히 썰어 온 양파를 손으로 누르며 오징어와 버무려 주었다. 으깨진 양파에서 즙이 배어 나와 오징어에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거기에 비린내를 잡을 한국인의 소울 향신료, 마늘을 가득 때려 넣고 간장과 맛술까지 둘러 주었다. 이어서 감칠맛을 내기 위한 까나리액젓도 콸콸 넣었다.
매콤한 맛을 내는 굵은 고춧가루와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고운 고춧가루를 반반 비율로 섞어 함께 참기름을 조금 넣고 버무려 주니, 그릇 안에서 오징어가 빨간 자태를 뽐냈다.
오삼불고기에서 오징어는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는 삼겹살과 양념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삼겹살은 따로 양념을 할 것 없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기만 하면 되었다. 지은이 삼겹살을 세 줄씩 겹쳐 놓고 한 번에 잘라 내기 시작했다.
삼겹살 준비가 끝나자 커다란 웍 두 개가 화구로 턱턱 올라왔다.
달군 웍에 잘라 놓은 삼겹살을 와르르 쏟아붓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삼겹살이 하얗게 익어 가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한국인이라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삼겹살 익는 소리.
고소한 냄새에 숙영 준비를 모두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지은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와, 때깔 좋다…….”
“크으…… 냄새 죽인다!”
“어허!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거리 지켜요, 거리!”
어느새 유라가 홀린 듯 조리대에 달라붙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알맞게 익은 삼겹살에 양념에 재운 오징어를 듬뿍 넣어 커다란 주걱으로 휘휘 저어 주자, 금세 삼겹살이 빨간 양념 옷을 입었다.
국물기를 거의 뺀 매콤한 오삼불고기는 바짝 익혀야 했다. 대파와 고추까지 넣어 매콤함을 더욱 늘린 지은이 웍을 두 손으로 들썩이며 오삼불고기를 강불에 빠르게 볶아 내기 시작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오삼불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추와 깻잎, 여러 쌈 채소와 함께 우렁이가 가득 들어간 자박자박한 강된장과 새하얀 쌀밥.
거기에 오늘의 주방 보조인 나운이 뒤집개로 뒤집고 있는 들기름에 튀기듯 구운 부침 두부와 매콤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파김치까지.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쌈밥 정식 한 상이 차려졌다.
“식사 시간이다!!”
“와!!”
여느 때와 같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배식을 받는 길드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넘쳤다.
“어떻게 매 끼니마다 이렇게 좋아하는 메뉴만 나오지?”
“지은 씨가 우리 취향 맞춰 주려고 얼마나 열심히 조사하셨는데! 너도 선호 메뉴 적어서 냈었잖아!”
“정말 감사합니다, 지은 씨!”
꾸벅 고개를 숙인 길드원들이 이내 초롱초롱한 눈으로 식판을 바라보았다.
“역시 삼겹살엔 쌈이지!”
넓은 상추에 깻잎을 한 장 더 포개고 갓 지은 새하얀 쌀밥을 떠서 그 위에 올려놓는다.
여기에 마늘과 우렁 강된장을 넣고 매콤한 오징어와 삼겹살까지 올리고 크게 싸 먹으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한 쌈이 완성된다.
“마이써……!”
“거기 상추 남는 거 없냐?!”
“여기도 부족해!”
설레는 맘으로 큼지막한 쌈을 입 안 가득 집어넣는 길드원들의 모습을 지은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6시간 장거리 운전, 네오와의 조우, 거기에 대성통곡까지.
고된 일정 끝에서 길드원들이 펼치는 행복한 쌈 먹방을 보며 입맛을 다신 지은도 쌈을 맛있게 싸서 한입 크게 먹고는 입을 가리고 열심히 씹기 시작했다.
“와, 지은아. 너 볼 터질 거 같아!”
“…….”
“다 먹고 말해도 돼.”
“마이써요.”
“써? 쓰다고?”
“맛있다고 하시는 거 같은데?”
첫째 날엔 테이블을 펴 주긴 했지만 주혁이 아니면 밥을 같이 먹으러 의자를 끌고 와 주는 길드원들은 없었다.
둘째 날에는 다 같이 불 앞에 둘러앉아 바비큐도 하고 수건돌리기도 하면서 함께 밥을 먹었다.
그리고 셋째 날인 지금.
지은 전용의 테이블에 두런두런 모여든 길드원들이 지은이 크게 쌈을 싸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즐겁게 오늘 있었던 일들이나 예전의 추억을 말하며 웃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지은은 처음으로 밥을 먹는 시간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얼마 만에 이렇게 배부르게, 오랫동안 밥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식사 후에는 항상 더부룩함을 느꼈는데, 따뜻한 불 앞에 배부르게 앉아 있으면 이렇게 세상이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맞다. 오늘 행복 데이 투표해야지. 다들 조별 성과는 어떻게 됐어?”
“행복 데이요?”
“수색조 몬스터 처치 수 도합 300마리!”
“후방조는 기권이여~ 한 게 없잖여~ 오늘 어떤 분이 트럭 타고 직진만 해 가지고~”
“정찰조 함정 식별 10건, 몬스터 몰이 15건.”
“돌파조 몬스터 웨이브 파훼 2건!”
“방패조 기권이요~ 오늘은 진격의 방패였다.”
각 조별 팀장들이 오늘의 성과에 대해 다들 손을 들고 보고하기 시작했다. 행복 데이가 뭔지 모르는 건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지은뿐인 듯했다.
“지휘조, 정확한 오더 1건.”
“처음 것까지 쳐서 지휘조는 2건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성진과 주혁까지 손을 들고 나서는 모습에 진심으로 이게 무엇을 위한 성과 보고인지 몰라 지은이 의자에 앉은 채로 손을 들고 발언하는 각 팀장들을 휙휙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뭐예요? 왜 지금 저만 몰라요?”
“지은 씨 성과는 맛있는 소불고기 김밥, 쌈밥 정식!”
“아…… 지은 씨가 다 이겼는데요.”
“안 돼! 우리의 행복 데이…….”
“지은 씨가 요리를 해 주신 것도 성과로 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제 지은이 요리를 해 준 것까지 성과로 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다.’라며 지은은 논외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다…….”
“아니, 지은 씨는 논외로 해야지!”
왁자지껄한 길드원들 사이에서 지은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뭔데요! 저도 끼워 주세요!”
“아, 행복 데이가 뭐냐면요.”
후방조의 마법사 형제인 형준과 준형이 답답하다는 듯 손을 번쩍 든 지은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지은 씨가 저희가 원하는 메뉴를 해 주시는 날이요. 내일이니 오늘까지 의견 종합해서 달라고 하셨잖아요.”
“아!”
일주일에 한 번은 반영해 주기로 약속했던 날이었다.
지은이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분명 오늘 아침 배식 때 말을 했었다.
“그래서 오늘 다들 서로 자기 조가 제일 성과가 좋다고 겨루고 있는 중이죠.”
“후방조와 방패조는 진작 기권했지만요.”
형준과 준형의 설명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메뉴를 사수하겠다는 각 조별 팀장들의 치열한 설전과, 그런 팀장들의 뒤에 선 조원들이 열렬히 호응하는 떠들썩한 분위기.
<쟤네는 왜 싸우는 거냥?>
지은의 무릎 위를 차지하고 드러누운 까망이가 따뜻한 불 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역시 인간은 잘 모르겠다냥.>하며 중얼거린 말에 웃음을 터트린 지은이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 드시고 싶으셔서 그래요?”
“이건 조별 자존심 싸움이에요, 지은 씨!”
그런 각 조별 설전을 계속해서 듣고만 있던 유라가 이내 피식 웃으며 거만하게 다리를 딱 꼬아 보이고는 말했다.
“지은이 구출.”
딱 한 마디.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채로 딱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시끄럽게 서로의 성과가 더 좋다며 소리치던 조원들과 팀장들까지 입을 다물었다.
“우리보다 성과 좋은 팀 있어?”
“…….”
“자신 있으면 덤벼 봐.”
오늘은 거만한 컨셉으로 나가기로 했는지 손을 까딱까딱해 보이며 유라가 도발했다.
그리고 그런 유라의 뒤에 버티고 서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든 호위 팀까지.
“첫 행복 데이 메뉴는 우리 호위 팀이 정합니다, 신사답게. 불만 있습니까?”
“…….”
아무도 유라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일 저녁에 처음으로 시행될 행복 데이를 거머쥐는 데 성공한 호위 팀이 가장 먹고 싶은 메뉴를 들은 지은은 정말이냐며 눈을 크게 떠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