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2화(4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2화
“라면이요?”
굉장히 의외의 메뉴에 지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메뉴가 적힌 종이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김치가 너무 맛있던데요! 김치에 꼬들꼬들한 면발을 싸서 후루룩 먹는 상상만 해도…….”
“크, 거기에 국물 한 번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크으으으으, 소주만 있었어도 최고인데!”
꼬들꼬들한 면발과 함께 얼큰한 국물.
한창 배고플 늦은 밤.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라면을 끓여 국물까지 싹 비운 뒤, 텅 비어 버린 냄비를 보고 좌절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였다.
밖에 나와서 먹으면 그 어떤 요리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는 라면은 어떤 재료를 넣고 끓여도 항상 맛있다.
그렇긴 해도 저녁밥으로 라면을 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반응을 보며 유라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던전에서 먹는 라면이라니. 정말 근사하지 않아?”
“저희는 그냥 기본적인 라면이면 충분합니다.”
“그냥 라면만 끓이면 조금 심심하잖아요. 그러니까…….”
잠깐 고민하던 지은이 말을 덧붙였다.
“해산물이나 육류를 넣은 라면은 어떠세요?”
“해산물 라면이요?”
지은의 말에 시원한 국물을 상상한 호위 팀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제가 라면 종류는 잘 생각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지은 씨 덕분에 토벌합니다!”
호위 팀이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텐트로 돌아가자, 지은이 옆에 남은 유라를 보며 씩 웃었다.
“언니, 오늘 왜 이렇게 멋있어요?”
“어제의 실수를 좀 만회하고자?”
“실수요?”
“그런 게 있어. 우리 팀끼리 한 다짐이랄까.”
지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유라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왔지?”
고된 하루였다.
모두가 전력을 다해 도합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1층을 통과해 2층의 초입인 산맥을 지나 드넓은 평야까지 횡단하는 것을 성공했다.
그럼에도 길드원들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토벌대의 진행 속도에 다들 기분이 좋은 탓이었다.
타닥, 타닥.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스쳤다.
편안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컵에 설탕을 조금 넣어 데운 우유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여유를 즐기고 있는 지은의 옆으로 주혁이 슬쩍 의자를 붙이고 앉았다.
“자기 전에 우유를 드세요?”
“따뜻하게 데운 우유는 숙면에 좋아요.”
잠시 지은의 컵을 바라보던 주혁이 입을 열었다.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텐트 안이 저희 집보다 좋았던 걸요.”
“원하신다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은근슬쩍 텐트를 탐냈던 게 티가 났던 모양이었다. 아공간 텐트 안에 퀸 사이즈의 고급 침대. 거기에 푹신한 카펫과 좋은 향이 나는 향초까지.
들어가기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싹 녹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너무나 알맞은 공간이었다.
“음……. 주신다면 사양하진 않을게요.”
토벌이 끝나고 던전 안에서 오래 장사를 하게 될 때를 대비하면, 염치가 없긴 했지만 받으면 좋긴 할 터였다.
밖에서 캠핑을 할 때도 저보다 완벽한 텐트가 어디 있을까.
“처음이네요.”
“네?”
“뭘 드린다고 했을 때 받겠다고 하는 지은 씨는 처음이라서.”
“아…….”
“기꺼이 드려야죠. 사실 저거 제가 사비로 산 겁니다.”
“으엑. 그러면 안 주셔도 돼요.”
“하하하. 그래서 드릴 수 있는 거예요. 길드 공금으로 샀으면 공금 횡령이니까요.”
제가 나름 철저한 길드장이라서요.
그렇게 덧붙인 주혁의 말에 지은이 푸스스 웃음을 흘리고는 컵에 입을 대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가 고민하더니 주혁에게 컵을 건네며 말했다.
“한 번 마셔 보실래요?”
“네?”
“제가 설탕 넣은 따뜻한 우유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웬만하면 다른 사람한테 양보 안 하는데, 주혁 씨에겐 특별히 한 모금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던 주혁이 말없이 손을 들어 지은에게서 컵을 받아들었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선 아직도 모락모락 김이 났다.
방금까지 지은이 잡고 있었던 컵은 따뜻했다.
잠시 말없이 그 온기를 느끼고 있던 주혁이 이내 입가에 컵을 대고 한 모금을 머금었다.
“달군요.”
“그쵸, 맛있죠?”
“네.”
“에이, 반응이 그게 뭐예요? 별로 맛없었구나?”
“많이 달아서…… 좋네요.”
설탕을 조금 넣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지은이 말하는 조금은 일반적인 조금과는 조금 다른 듯했다.
본래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 주혁이였다.
지은이 건넨 우유는 따뜻하고 달았다. 평소 같으면 절대 맛있다고 느끼지 않을 맛이었지만.
“그렇게 달아요? 아닌데. 딱 좋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입 안에서 더 단맛이 맴도는 듯해 주혁이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주혁은 입 안 가득 채워진 단맛이 오래가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러고 보니 호위 팀이 행복 데이에 원하는 메뉴로 뭘 적었는지 알아요?”
“그거 말해 주셔도 되는 거였습니까? 저녁때까지 비밀이라고 합의했던 걸로 아는데요.”
“아, 맞다.”
“말하지 말 걸 그랬네요. 궁금한데.”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맞다, 비밀이었지.’ 하는 지은을 보며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주혁 씨는 뭘 드시고 싶었는데요? 지휘조도 열심히 싸웠잖아요.”
“사실 오늘 호위 팀의 활약만 아니었어도 1등은 지휘조가 확실했는데…….”
“정말 확실했던 거 맞아요? 주혁 씨만의 생각은 아니고요?”
“정확한 오더였습니다. 토벌대에서 지휘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에이~”
컵에 가득 따랐던 우유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그렇게 주혁과 지은은 모닥불 앞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 * *
4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부터 지은과 불침번 말번조가 함께 움직여 정감 가는 아침 밥상을 만들어 냈다.
“자취할 때 엄청 자주 먹었는데요, 이 햄.”
“대학생 때 명절에 집에 가면 선물 세트 중에 하나는 꼭 챙겨 왔죠.”
모두에게 익숙한 짠맛이 나는 노릇노릇 구워진 햄과 참치를 듬뿍 넣은 참치계란말이.
거기에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는 콩나물 김칫국과 바짝 구운 김과 볶음김치. 간편한 냉동 동그랑땡에 잘 뿌려진 케첩까지.
“캬. 던전에서 이런 아침 밥상이라니.”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간편하면서도 정감 가는 아침 밥상이었다.
햄 한 조각을 얹은 밥 한 숟가락을 입을 크게 벌려 먹고, 이어서 짠맛을 없애 주는 시원하고 칼칼한 콩나물 김칫국 한 숟가락.
“크으 시원하다!”
“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하는 기분인데요?”
연신 국물을 떠먹은 길드원들에게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개운하면서도 칼칼한, 그야말로 아침에 먹기 딱 좋은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국물맛이었다.
“포슬포슬하면서도 두툼해!”
“밥이랑 먹기 딱 좋네요!”
거기에 참치와 당근이 송송송 박혀 있는 계란말이는 너무 짜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완벽한 간을 자랑했다. 갓 지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새하얀 쌀밥에 계란말이를 올려먹는 길드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달달하게 볶아져 깨가 살살 뿌려진 볶음김치는 계속해서 손이 가는 밥도둑이었다. 거기에 바싹 구워 고소한 참기름을 바른 김까지.
케첩을 뿌린 동그랑땡까지해서 간단하게 차렸지만 밥과 함께 먹기 좋은 반찬들로 구성된 아침 식단은 호평일색이었다.
바쁘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움직여 식판을 비운 길드원들이 추가 배식을 위해 자리에서 하나둘 씩 일어나 줄을 서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식판을 비우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 때는 말이야, 통조림 햄을 돌돌 돌려서 깠는데…….”
옛날이 생각났는지 라떼 토크의 최강자 임규한 헌터가 자신이 자취했던 시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조원들이 말없이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 길드원들에게 초코맛 쭈쭈바를 나눠 주며 지은이 말했다.
“이런 아침도 어떨까 싶어서 넣어 봤는데 어땠어요? 귀찮지만 뭐라도 차려 먹고 싶어 하는 자취생의 아침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먹으니 더 맛있네요.”
“사실…… 제가 편하고 싶었어요.”
소곤소곤 목소리를 줄이고 말하는 지은을 보며 길드원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아침 차리기가 귀찮을 때가 가끔은 있잖아요.”
“그거 비밀인가요?”
“네, 그러니까…….”
“지은 씨가 오늘 아침 차리기가 귀찮으셨대!”
“귀찮다는 분이 아침부터 국도 하고 김치도 볶고 계란말이까지 해 주시나요?”
“전혀 간편하지 않은데요? 자취할 때 누가 국까지 끓여 먹어요.”
“계란말이는 어떻고요! 참치를 품은 계란말이라니!”
자칫 성의 없어 보일까 봐 걱정했던 지은은 엄치를 척척 치켜들며 배를 통통 두드리는 길드원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런데 지은 씨. 요리 진짜 잘하시네요.”
“맞아, 던전 밖에서보다 더 잘 먹은 것 같은데요?”
“토벌대에 참석했는데 살이 찌는 거 같아…… 오늘도 세 번이나 먹었어…….”
‘푸드 트럭 만세! 지은 씨 만세!’를 외치는 길드원들 덕분에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한 지은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소리쳤다.
“오늘 점심은 뭐게요!”
“첫날은 주먹밥, 어제는 김밥! 오늘은 뭔가요!”
“오늘 점심은 바로바로, 삼겹살 김치말이에요!”
얇은 대패삼겹살을 네 줄이나 두르고 그 안에 김치와 치즈, 김, 밥이 꽉꽉 들어간 영양 만점, 맛도 만점 삼겹살 김치말이.
푸드 트럭에서 영업할 요리로 지은이 선정했던 메뉴기도 했다.
오늘도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길드원들을 위해 준비한 열량도 높고 한 입 먹었을 때 입에 가득 차는 단짠의 향연이 느껴지는 삼겹살 김치말이.
실패할 수가 없는 삼겹살, 김치, 치즈, 밥의 조합을 떠올린 길드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한 줄만으론 아쉬우니 오늘도 개인당 두 줄 준비했습니다!”
거기에 지은의 추가 설명이 붙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크으 배우신 분!”
“야, 그만 먹어!”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뭐?”
“그만 먹는 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이제는 콩트까지 찍고 있는 길드원들의 재롱에 지은은 아침 내내 웃어야 했다.
* * *
[네오 평야]에서 이어지는 네오강이 다른 던전들의 강과 만나 거대한 호수로 이루어진 장소.호수가 아니라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넓은 2층의 중심 던전은 [아스라다 호수]였다.
그리고 그 호수의 가운데에 있는 하나의 섬이면서 동시에 3층으로 가는 입구인 [아스라다 지구] 던전을 돌파하는 게 오늘의 목표였다.
“호수 바람이 찹니다.”
벌써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아스라다 호수]에 도착하지 못했음에도 멀리 호수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그렇게 말하며 주혁이 인벤토리에서 보온 마법이 인챈트된 목도리를 지은의 허한 목에 둘러 주었다.
보온 마법의 효과 덕에 금방 목 주위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저곳만 넘으면 이제 정말로 3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