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3화(4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3화
– [던전 2층 : 아스라다 호수]에 입장했습니다.
2층에서 발견이 가장 늦은 던전인 동시에, 공략하는데 제한이 많았던 던전이었다는 아스라다 호수는 이름만 호수이지, 바다나 다름 없었다.
마치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배를 띄우거나 마법을 이용해서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넓은 호수에 등장하는 보스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고, 심지어 보스 아스라다는 레벨 30대의 보스치고는 매우 영악했다.
커다란 뱀의 형상을 하고 머리가 3개인 물뱀류의 몬스터인 아스라다는 토벌대를 물밑에서 습격했기에 탐지 마법에 걸린 순간 배를 공격하곤 했다.
게다가 토벌대의 전력이 강할 때는 며칠씩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공략하기 굉장히 힘든 몬스터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폭우 속, 흔들리는 배 위에서 물과 건량으로만 열흘을 버티고 나서야 아스라다는 태백 길드에게 소멸당했다고 했다.
“네오 평야의 보스는 토벌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던전이 확보된 거예요?”
아스라다와는 달리 지나온 네오 평야의 보스인 네오는 토벌되지 않았다.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긴 지은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성진이었다.
“네오는 공략이 불가능한 특수 몬스터였어. 보스를 잡는 것 자체가 시스템상으로 허락되지 않았지.”
“그러면 어떻게 던전을 클리어했어요?”
“평야 전부를 구석구석 다 직접 발로 밟았지.”
게임에서 어두운 맵을 밝히듯 드넓은 평야 전체를 걸어서 확보했다는 뜻이었다.
“그때만 해도 던전 안에서 사용 가능한 이동 수단을 개발하는 게 늦은 상태였거든.”
“와, 와아……세상에.”
10년 전의 토벌은 지금과 달리 매우 열악했다.
지금이야 대정장이 클래스 각성자들과 목수, 연금술사, 마법사들이 던전 토벌용으로 만든 배와 보트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때는 직접 대장장이, 목수 클래스의 각성자들과 마법사들을 던전에 데리고 들어와 배를 직접 건조했다고 했다.
“모터보트도 이번이 첫 실험이었어. 바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출력이 너무 약해서 네오를 피하지 못했던 거고.”
그 말대로라면 예전에는 토벌대가 승선한 배를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갔다는 뜻이었다.
10년전의 토벌을 상상한 지은은 다시 한 번 그 과정을 묵묵하게 견뎌왔을 지금의 헌터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안 되는 게 너무 많아, 이 빌어먹을 던전.”
“그럼 저희도 배를 타고 노를 저어야 하는 건가요?”
“어, 그게…….”
“아뇨, 보스 토벌을 하고 3층이 개방된 후에 던전이 변했어요.”
지은의 물음에 주혁이 끼어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는 것처럼 불쑥 튀어나와 성진의 말을 끊었다.
‘왜 말을 끊어 이것아?’라고 묻는 듯한 성진의 눈길을 무시하며 주혁이 지은에게 미소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자세한 건 던전에 도착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던전 공략에 자신이 직접 참가할 거란 생각을 해 보지 않았기에 랜덤하게 들어가는 던전이 몇 층인지만 생각했지, 어떤 몬스터가 나오고 공략을 어떻게 하는지는 깊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5층 토벌은 이제 시작된 거나 다름없었으니 5층의 던전이 확보되기 시작하면 경로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었다.
이번 토벌전이 끝이 아닐 것이다. 토벌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면 5층의 던전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토벌이 진행될 것이고, 그 토벌에서 앞장서는 것은 청명 길드가 될 것이 분명했다.
‘몬스터 공략에 대해서도 공부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한 지은이었다.
도착한 아스라다 호수에서 잠시 재정비를 가진 길드원들이 무거운 중갑이나 경갑 방어구를 벗고 이동 속도 증가가 인챈트된 가벼운 가죽 방어구로 탈의했다.
지은도 활동성을 극대화한 방어구로 갈아입었다.
곧바로 호수에 배를 띄울 거라 생각했던 지은의 생각과는 다르게 임시로 진을 친 토벌대는 호숫가의 모래사장에서 대기했다.
마치 넓은 해수욕장처럼 호수에 파도가 치는 모습은 무척이나 생경한 풍경이었다. 네오강의 검은 물과는 다른 푸른빛의 호수는 가까이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진짜 던전은 신기하네요.”
몬스터의 접근을 철저하게 탐지해 곳곳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길드원들과, 호위 팀이 상시 지은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지은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랭킹 1위의 호위까지 더해져 지금 지은은 마음 편하게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맑은 호수 물에 발을 살짝 담가 보며 웃는 지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던전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이상한데, 지금은 꼭 관광지에 여행을 온 기분이에요.”
“보스가 토벌되고 [아스라다 호수]는 아름답게 변했죠. 중급 이상의 헌터들이 3층에 가기 전 휴식하는 장소기도 하고요.”
실제로 지금 호수 주변에는 청명 길드의 토벌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3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만큼 다른 파티들도 곳곳에 임시로 진을 치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고운 모래사장의 모래를 맨발로 밟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지은은 정말로 처음으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전 바다에 놀러 가 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다른 친척들도 없거든요, 대학교도 안 갔고요.”
“…….”
“그래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처음이에요. 던전 안에서 이렇게 기분 좋게 머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바다는 아니고 호수였지만, 해수욕장과 별로 다르지 않은 풍경을 보며 지은은 지금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다.
“토벌전이 끝나면 다시 이곳에서 길드원들과 재밌게 놀다 가죠.”
“약속이에요.”
자신의 말에 활짝 웃으며 손을 건넨 지은의 새끼손가락을 내려다보던 주혁이 빙긋 웃으며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말했다.
“네, 약속하죠.”
* * *
시간을 확인하는 주혁의 앞에 길드원들이 정렬한 채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길이 곧 열립니다.”
[아스라다 호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던전, [아스라다 지구].드넓은 호수 중앙에 위치한 섬인 [아스라다 지구]의 산 정상에 위치한 신전.
그 신전의 중심부에 3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있었다.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아스라다 호수]를 건너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배를 건조해서 노를 저어 가든지, 헤엄쳐 가든지, 하루에 두 번 딱 한 시간만 열리는 ‘길’을 돌파하든지.
“호수에 길이 생겨요?”
“네, 하루에 두 번 일정한 시간에만 열립니다.”
이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지금까지 빠르게 달려왔던 토벌대였다. 다른 헌터들도 토벌대가 제일 먼저 진입할 수 있도록 양보한 상태였다.
“1시간밖에 길이 열리지 않기에,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최대한 무시하고 돌파하겠습니다.”
기동성에만 치중한 토벌대의 복장과 버프가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넓은 호수의 중앙까지 1시간 안에 달려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번엔 제가 지은 씨를 업고 뛸 겁니다.”
“…….”
“제한 시간도 있고, 지은 씨가 저희보다 느리시니 어쩔 수 없습니다.”
낭창낭창 휘어지는 창을 한 손에 든 주혁이 지은을 업고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모두 돌파하며 길을 뚫기로 했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주혁의 움직임에 행여나 등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었기에 지은은 자신의 몸과 주혁의 몸을 묶는 얇은 줄에 얌전히 감겨야 했다.
특수 마법이 인챈트된 밧줄은 아프지도 않았다. 주혁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멀리 점프를 해 봐도 방호 버프까지 건 지은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가방 안에 담겨 캥거루도 되어 보았는데 등에 업혀서 줄에 묶인 것 정도야 이제는 쿨하게 넘길 수 있었다.
주혁과 함께 길을 뚫을 5명의 돌파조 헌터들이 주혁의 옆에 나란히 섰다.
업혀 있는 지은을 보며 엄지를 척 들어 주는 돌파조원들을 보니 지은은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잔잔하던 호수의 표면에 파동이 일렁인다.
처음엔 천천히 퍼져 나가던 파동은 이내 더 크게, 더 많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호수의 물이 좌우로 갈라지며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마치 양옆에 거대한 벽이 생긴 것처럼 솟아오른 물기둥들 사이로 빛을 받아 빛나는 자갈이 깔린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합니다!”
길이 나타나자마자 주혁의 신호에 맞춰 약속된 대형을 갖춘 토벌대원들이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우와…….”
하늘로 치솟은 물기둥에서 생생하게 물소리가 쏴아아아 들려온다.
중앙에 난 길을 가로막은 몬스터들을 창으로 거침없이 베어 넘긴 주혁의 모습은 지금껏 지은이 보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이었다.
랭킹 1위인 주혁은 별다른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토벌대를 방해하기 위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순식간에 뚫고 길을 만들어 냈다.
“신속의 창, 섬멸의 화신이여.”
랭킹 1위 주혁의 다른 이명은 ‘광전사.’
쓰러트린 몬스터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스탯이 대폭 상승하고, 단일 대상을 상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스킬의 정확도와 위력이 늘어난다.
그야말로 대 몬스터 토벌전에 가장 알맞은 헌터라는 세간의 평가가 정확했다. 수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에도, 그리고 보스 레이드를 진행할 때에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혁의 능력치는 올라간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토벌전 특화의 헌터.
거침없이 창을 휘둘렀지만 등에 매달려 있는 지은에게는 어떤 불편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법과 방어구로 보호받고 있다곤 하지만 그만큼 주혁에게 불필요한 동작이 없었다는 뜻이었다.
지은은 새삼 다시금 자신이 업혀 있는 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의 등인지 실감했다.
주혁의 활약 덕분일까. 토벌대는 채 30분이 되기 전에 [아스라다 호수]를 통과하고 [아스라다 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작은 섬의 중앙에 우뚝 솟은 산에 있는 신전까지 가야 했기에 주혁의 등에는 계속 업혀 있기로 했다.
이 편이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은 지은이었지만 아직까지 조금 부끄러운 건 사실이었다.
“마음에 드네요.”
“네?”
“이젠 내려 달라 말하지 않고 잘 업혀 계신 게요.”
“그렇다고 부끄럽지 않다는 뜻은 아닌데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지은의 손길을 느끼며 피식 웃어 보인 주혁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젠 지은 씨가 저희를 완전히 믿어 주시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아…….”
“물론, 지은 씨가 제일 믿는 건 저였으면 하는 작은 욕심도 있고요.”
주혁의 말에 푸스스 웃어 보인 지은이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음…… 그건 아직 어려울 거 같은데요?”
“왜죠?”
“호위 팀분들이 지금은 제일 믿음직스러워서요.”
“아, 이런…… 그런 변수가. 확실히 강적들이군요.”
“이기기 힘드실 걸요?”
“그 호위 팀을 선정한 게 저인데, 정상 참작은 안 됩니까?”
길드장의 권한까지 들먹이는 주혁의 말에도 지은은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노력하세요.”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