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4화(4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4화
3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아스라다 지구]의 산 정상에 있는 자그마한 신전 안으로 들어선 토벌대는 별다른 위협 없이 무사히 3층의 첫 던전 [버림받은 대지]에 입성했다.– [던전 3층 : 버림받은 대지]에 입장했습니다.
– 상태 이상 필드에 진입하셨습니다!
– 저주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층부터는 다 아는 던전이에요.”
그 중에서도 넓은 영역을 자랑하는 [버림받은 대지]는 지은도 익히 알고 있는 던전이었다.
[바퀴가 가는 대로]가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한 달간 3층과 4층에 계속해서 도착한 덕에, 3층과 4층의 미개척 던전은 물론이고 개척 던전도 많이 알고 있는 지은이었다.다만, 5층 미개척 던전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의 위치를 주혁에게 알려 준 뒤.
까망이에게 ‘<다시는 미개척 던전의 위치에 대해서 말하지 말아라냥!>’이라며 혼이 났기에, 지은은 이제 정말로 미개척 던전 위치를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했다.
3층 초입인 이곳 [버림받은 대지]는 지은이 정말 싫어하는 던전이었다.
행운 스탯이 0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 초입 던전에서 조차 손님을 한 명도 못 만났으니까.
맵 전체에 ‘상태 이상 : 저주’가 걸려 있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주에 중독될 위험이 높은 필드였기에 3층까지 들어오는 헌터들이 가장 기피하는 던전 중 하나였다.
다른 던전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곳만 쏙쏙 골라서 들어갔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까망이에게도, 주혁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지은이 머릿속으로 짐작하고 있는 사실 한 가지.
‘내가 3층과 4층의 미개척 던전을 전부 가 본 게 아닐까?’
3층과 4층만 무한으로 반복되던 중에 난데없이 나타났던 5층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와 2층 [절망의 계곡]에 가고 나서 지은이 가지게 된 의문이었다.
의문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확신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중복으로 3층과 4층을 한계치를 다 돌게 되어서 5층과 2층으로 갈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토벌에서 복귀하고 나서 스킬을 사용했을 때, 2층과 5층의 던전이 반복된다면 확신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땐 까망이에게 확실하게 물어봐야 해.’
까망이가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아니,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던전 안에서 오래 트럭을 소환해 있을 때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까망이었지만, 이동 중에는 불러도 절대 나오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봐도 ‘<힘들다냥.>’이라고 할 뿐이었지만, 까망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은 씨.”
[버림받은 대지] 던전에 와 봤다고 하는 지은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5층에 다녀오신 건 저만 아는 비밀로 하자는 거 잊지 않으셨죠?”
주혁에게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위치를 알려 준 뒤 토벌전이 결정되었지만, 주혁은 5층 던전에 대해서 지금까지 길드 내에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5층 토벌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지난번 다녀왔던 4층의 [아리아드네의 천칭]에서 찾았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가 화염 필드이고, 던전 보스가 불의 정령왕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정령 대상의 무기와 불속성 내성 방어구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긴 했다.하지만 어떤 던전이 나올지 모르는 것처럼 준비해야 했기에 그밖에도 5층의 던전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속성의 무기와 방어구를 준비도 함께했다.
“5층 던전에 대해서 길드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뭐예요?”
지은의 당연한 물음에 주혁이 즉각 대답했다.
“지은 씨도 말씀하시길 꺼려했던 정보인데, 그걸 저한테만 이야기해 주셨으니.”
그렇게 말하며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 지은을 마주 보며 웃은 주혁이 말을 끝맺었다.
“저도 지은 씨의 믿음에 보답해야죠.”
“…….”
5층 토벌을 앞두고 누구나 욕심이 날 만한 정보였는데, 자신과의 믿음을 위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니.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주혁의 뜻밖의 말에 내심 감동받은 지은이었다. 정말이지 청명 길드를 선택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지은이 말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당연히 지켜드려야 할 비밀인데요.”
그리고 그런 지은을 바라보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주혁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 * *
[저주받은 대지]의 필드 속성인 ‘상태 이상 : 저주’를 막아 주는 방어 마법을 길드원 전체에 부여한 마법사 형제 형준과 준형은 급격히 빠져나가는 마나 탓에 얼굴이 핼쑥해졌다.그런 두 형제가 마나 포션 대신에 품속에서 소중하게 꺼내 든 것은 오늘 아침 지은이 인당 2개씩 나눠 준 삼겸김치말이였다.
“너무 맛있겠다…….”
푸드 트럭에서 조리한 탓인지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그 형태는 물론이고 온기까지 고스란히 저장된 덕에 시간이 지났음에도 삼겹김치말이에선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입 크기로 썰어 이쑤시개를 콕콕 꽂아 놓은 삼겹김치말이는 육즙이 배어 나오는 기다란 삼겹살구이 안에 쭉쭉 늘어나는 자태를 자랑하는 치즈와 잘 구워진 김치가 어우러져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을 훌륭하게 잡아 주었다.
거기에 삼겹살 기름과 한데 어우러진 밥까지.
한 줄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게 차는 듯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에 시원한 콜라로 입가심까지 할 수 있으니 최고였다.
허했던 배가 차니 정신적 영향이 중요한 마나가 채워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끔찍한 맛을 내는 마나 포션을 굳이 먹지 않아도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런 마법사 형제들을 보며 도저히 못 참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길드원들은 한 손에는 삼겹김치말이를,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손에 들고 3층의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그렇게 먹으면서 쉼 없이 진출한 결과,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 때쯤 토벌대는 [버림받은 대지]의 거의 끝 영역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 * *
“오늘은 현 위치에서 숙영합니다.”
지도를 보며 현재 위치를 가늠해 본 주혁의 지시에 숙영지가 빠르게 모습을 갖춰 갔다.
지은도 스킬을 사용해 푸드 트럭 영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길드원들이 만장일치로 이름을 붙인 행복 데이가 실현되는 첫날이었다.
“호위 팀! 너네 뭐 먹고 싶다고 적었는데!”
3층에 진입하고부터 계속해서 호위 팀에게 오늘 저녁 메뉴를 알려 달라는 무수한 요청이 쏟아졌지만 호위 팀의 입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지은 씨, 제발 알려 주시면 안 되나요?”
“저녁 메뉴가 너무 궁금해서 손이 떨립니다…….”
“모두가 만족하실 거예요.”
호위 팀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지은을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길드원들이 많았지만, 유라와 눈을 맞추며 웃어 보이고는 끝까지 말해 주지 않은 지은이었다.
그리고 잔뜩 기대를 품은 채로 지은이 조리대에서 꺼내 놓는 오늘의 재료를 확인한 길드원들의 눈이 잔뜩 커졌다.
“라면? 라면이라고? 오, 세상에…….”
“짜장라면도 있어!!”
익숙한 빨간 봉지와 함께 등장한 다양한 라면 봉지들을 보며 길드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곧바로 호위 팀을 향한 찬사도 함께 쏟아졌다.
“라면이라니! 첫 행복 데이 시작이 너무 완벽한데?”
“지은 씨! 국물에 말아 먹을 밥도 있나요!”
“물론이죠! 맛있게 끓여 드릴게요!”
그냥 라면만 끓여 줄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은의 생각에 순수한 라면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요리는 해산물과 청경채를 넣은 짬뽕 스타일의 해물라면과, 양파와 돼지고기를 볶아 낸 간짜장 스타일의 짜장라면이었다.
각 50개씩의 라면 봉지가 수북하게 쌓였다. 오늘의 주방 보조를 자처한 사람은 놀랍게도 주혁이였다.
항상 저녁 식사 준비 동안 팀장들과 함께 차후 토벌전 진행 방향에 대한 회의를 하며 바쁘던 주혁이 오늘은 팔을 걷어붙이고 푸드 트럭 조리대 안으로 입성했다.
“면 정도는 저도 삶을 수 있죠.”
한 번에 다량의 라면을 끓여 내야 했는데 50개분의 라면을 한 번에 끓이면 면이 퉁퉁 불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지은은 번거롭더라도 해물라면의 육수와 면을 따로 요리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진짜로 라면이 아니라 짬뽕 스타일로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지은 씨, 여기 야채요!”
이제는 지은이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야채를 잘라서 가져와 주는 길드원들 덕분에 지은은 커다란 웍을 4개 꺼내서 화구에 올려놓았다.
먼저 사용할 4개의 웍은 해물라면 용이었다.
오징어는 깨끗이 씻어 너무 두껍지 않은 크기로 세로로 썰어 주고, 새우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너무 긴 수염 부분만 잘라 주었다.
청경채에서 너무 큰 잎을 떼어 낸 뒤, 파기름을 내기 위해 파가 가득 담긴 볼을 집어 들고 화구에 불을 켰다.
웍이 알맞게 달아오르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대파를 와르르 쏟아부었다. 파를 기름에 튀기듯 저어 주자 알싸한 파기름 냄새가 올라 왔다.
거기에 미리 썰어 둔 양파와 양배추를 부었다. 양파는 반쯤 투명해 질 때까지, 양배추는 숨이 죽을 때까지 볶은 뒤에 준비한 오징어와 새우를 듬뿍 담았다.
치이익!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며 파기름에 오징어와 새우가 볶아지는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지은이 다진 마늘을 큼직큼직하게 떠서 때려 넣었다.
거기에 고운 고춧가루를 듬뿍듬뿍 뿌리고 진간장 조금, 맛술 조금 넣어 잘 저어 주니 금세 매콤한 냄새가 훅 퍼져 나갔다.
불의 크기를 더 키워 웍을 흔들어 가며 오징어와 새우를 빠르게 볶은 지은이 코를 찌르는 알싸한 냄새에 코를 한번 찡긋하고는 이내 물을 웍에 가득 담았다.
그 옆에 있던 두 개의 웍에도 물을 올려 불을 키우자, 면을 삶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주혁이 열심히 뜯어 놓은 라면 봉지를 들며 말했다.
“면은 저에게 맡기시죠, 지은 씨.”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답니다.”
‘면을 삶는 정도는 하실 줄 아신다면서요?’ 하며 웃어 보인 지은은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개의 웍당 25개씩의 면을 계속해서 뒤집어 가며 골고루 익혀야 한다고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냥 면을 물에 넣고 끓이는 게 아니고, 위에 있는 면을 아래 있는 면과 계속 바꿔 줘야 해요!”
그사이에 알맞게 끓여진 해물라면 육수에 미리 그릇에 소분해 둔 건더기 수프를 아낌없이 다 쏟아부은 지은이 분말수프는 3분의 1 정도만 웍에 추가했다.
너무 많이 넣으면 국물이 너무 짤 수도 있었고 해물로 맛을 내는 시원한 맛을 원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팔팔팔 끓어오르기 시작한 짬뽕라면 국물이 연신 매콤한 냄새를 냈다.
거기에 잘 씻은 전복을 넣고 전복이 익을 때까지 약 1분간 더 끓인 지은이 청경채를 넣었다.
국물 안에서 청경채가 숨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지은이 기미 접시에 국물을 조금 떠서 주혁에게 건넸다.
열심히 긴 집게로 면을 번갈아 가며 익혀 주고 있던 주혁이 냉큼 손을 내미는 게 아니라 상체를 숙이고 입을 벌린 탓에 얼떨결에 주혁에게 국물을 먹여 주게 된 지은이 말했다
“어때요?”
“크…… 너무 얼큰하고 좋은데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주혁의 말에 화구의 불을 줄이고 배식조를 부른 지은이 배식조와 함께 50개의 라면 전용 양은 냄비를 꺼냈다.
“저도 도울…….”
“주혁 씨, 면 불어요! 불 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