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5화(4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5화
식판을 사용하는 배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지은은 몇 달간의 식단표를 작성하면서 식판에 먹기는 조금 아쉬운 메뉴들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통 크게 각종 식기들을 100개씩 사들였다.
까망이의 힘을 빌려 토벌 전용으로 변형한 트럭 아래쪽 선반에는 종류별로 식기들과 냄비류, 접시들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자칫 트럭이 움직이다 접시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까망이의 호언장담 덕분에 말끔히 해결되었다.
‘<트럭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모든 걸 이뤄 줄 거다냥!>’
그리고 2층에서 분노의 질주를 했음에도 멀쩡한 조리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럭 내부도, 외부도 방탄 트럭 그 자체였다.
라면 전문 가게에서 흔히 보이는 양은 냄비에 주혁이 삶은 면이 먼저 1인분씩 담겼다.
거기에 볶아 낸 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품은 얼큰한 국물이 부어졌다.
화룡점정으로 대파와 고추까지 고명으로 올려 주자 그럴싸한 해물라면이 완성되었다.
“라면 불어요! 빨리 오세요!”
김치와 단무지까지 반찬 통에 가득 담아 주었다. 라면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던 호위 팀이 제일 먼저 달려오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큰 목소리로 행복 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첫 행복 데이 메뉴는 호위 팀이 제안한 라면입니다!”
“와아!”
대한민국 사람치고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만들기 쉽고 간편하면서 수많은 방법으로 끓여 저마다의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 음식이었다.
그것은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채와 해물이 듬뿍 들어가 불 맛까지 나는 해물짬뽕 스타일의 라면을 받아드는 길드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진짜 어디 가게에서 끓여 준 비주얼이네요. 양은 냄비까지 완벽해요.”
마지막 50번째 냄비를 지은에게 직접 건네받은 주혁이 빙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해물짬뽕 라면은 딱 50개밖에 만들지 않아 지은의 몫이 없었다.
“지은 씨는요?”
“아…… 다들 매운 걸 좋아하시길래, 좀 많이 맵게 해서 저는 무리예요.”
원래 지은의 스타일대로가 아닌 매운 것을 좋아하는 길드원들의 취향대로 고춧가루를 팍팍 넣고 끓인 라면은 지은에게는 많이 매웠다.
주혁이 맛을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도 안 먹어 볼 순 없어서 조금 국물을 맛봤을 뿐인데 지은은 지금 입 안을 알싸하게 감싸는 매운맛에 신호가 온 상태였다.
큰 얼음을 두 조각 입에 넣어 혀로 굴리며 긴급 진화에 몰두하고 있는 지은의 볼이 다람쥐처럼 부풀어 있는 것을 본 주혁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 짜장라면 먹으면 돼요. 하아아…….”
4일째 저녁을 준비하면서 지은은 청명 길드원들이 진짜로 밥에 진심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50인분보다 많은 80인분 어치의 밥을 매 끼니 준비하고 있었지만 잔반이 거의 남지 않는 설거지거리들을 보며 짜장라면까지 만들기로 결심했다.
일반 짜장라면이 아닌 양파와 돼지고기를 볶아 낸 뒤 소스를 따로 부어 주는 간짜장 식으로 만들 예정이었던 지은이, 라면을 두 손에 소중하게 들고 있는 주혁에게 젓가락과 숟가락을 쥐여 주었다.
“일단 식사하고 와요. 라면 다 불겠네요.”
“금방 다시 올게요.”
지은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주혁도 황급히 조리대에서 내려가 정신없이 라면 국물을 떠먹으며 ‘맵다! 그래도 좋다!’ 하고 소리치고 있는 길드원들과 합류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지은이 무적 수건으로 웍을 모두 닦고 물로도 깔끔하게 헹궈 낸 뒤 다시 화구에 웍을 올렸다.
짜장라면으로 간짜장을 만드는 건 해물라면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주는 양파와 양배추는 잘게 썰어서 준비했다. 돼지고기는 어떤 부위를 써도 상관없었지만 지은은 목살을 사용하기로 했다.
달궈진 웍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잘게 썬 양파와 양배추, 목살을 나눠 넣었다. 거기에 짜장라면의 건더기 수프를 주걱으로 팍팍 뒤집어 가면서 볶은 지은이 양파가 투명해질 때쯤 소스 통에 담아 둔 짜장 가루를 부었다.
너무 한 곳에 부으면 가루가 떡이 지면서 볶아지면 타버릴 위험이 있었기에, 최대한 살살 소스를 웍 전체에 뿌린 후, 재료의 밑부분이 담길 정도로만 물을 넣었다.
어차피 양파와 양배추, 목살이 볶아지면서 나오는 육즙과 채수 덕분에 물을 조금만 넣었음에도 금세 재료의 3분의 1지점이 잠길 정도로 물기가 가득 배어 나왔다.
그 상태에서 다른 웍에서 끓고 있는 물에는 면을 나눠서 담아 삶아 내기 시작했다. 팔팔 끓는 물에 맞춰 짜장라면의 면이 금세 풀어지기 시작했다.
짜장 가루가 골고루 배어들도록 국자로 이리저리 저어 준 웍 안에 짜장소스가 번들번들하게 끓고 있었다.
양파와 양배추가 자박자박하게 짜장소스와 함께 끓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들고 맛을 보았다.
고기가 어느 정도 볶아져 잘 익은 것을 확인하고는 면을 삶아 내던 웍을 들어 올려 싱크대만큼 큰 채반에 익은 면을 분리하기 위해 쏟아부었다.
채반 위에 면이 수북하게 쌓였다. 물기가 다 떨어진 것을 확인한 지은이 타지 않게 약불로 바꿔 놓은 짜장소스가 담긴 웍에 면을 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중불로 불을 올리고 긴 집게를 이용해 면에 짜장소스가 잘 배어들도록 이리저리 뒤집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가 흐르는 짜장라면이 완성되었다.
거기에 트뤼프 오일을 뿌리자 향긋한 트뤼프 향기가 사방에 가득했다.
짜장라면이 보여 주는 윤기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 지은이 젓가락을 들어 접시에 면을 조금 덜었다.
후, 하고 부니 아직 뜨거운 면과 양파에서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왔다.
후루룩!
“……!”
가장 기대되는 첫 시식으로 후루룩하는 소리와 함께 짜장라면을 조금 맛본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소스를 부어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닌 면을 넣고 한 번 더 불에 볶아 낸 탓인지 윤기가 흐르는 면과 함께 감칠맛 나는 짜장소스.
거기에 아삭아삭한 식감의 양파와 쫄깃쫄깃한 목살이 한데 어우러지자 정말로 짜장라면으로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중에서 파는 짜장면과 같은 맛이 났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길드원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만족스러운 지은의 얼굴에서 짜장라면도 완벽한 성공이라는 것을 확인한 길드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매운 해물라면을 국물까지 이미 싹싹 긁어 먹은 길드원들이 지은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조리대에 들어와 웍 두 개분의 짜장라면을 다시 들고 배식대로 옮겼다.
이번에는 넓적한 포장용 종이 용기에 짜장면을 배식받은 길드원들이 향긋한 트뤼프 냄새와 양파와 양배추, 그리고 고기가 잘 볶아진 고소한 짜장라면을 저마다 받아 들고는 지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매운 짬뽕라면을 먹고 거기에 짜장라면까지. 역시 먹는 방법을 알아, 우리 지은 씨가!”
“지은 양은 해물라면 못 먹었잖아! 빨리 짜장라면 가져다드려!”
해물라면도 자신들의 취향에 맞추느라 너무 맵게 해서 먹지 못했다는 지은의 말을 전한 주혁 탓에 짜장라면이 넓은 포장용 종이 용기에 가득 담겨 오는 것을 보며 지은이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은데요!”
“우리가 볼 때엔 지은 씨는 너무 밥을 안 드시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도 이 정도 양은 너무 많은데요.”
지은의 말에 자신들이 퍼 온 지은의 몫을 진지한 얼굴로 확인해 보던 길드원들에게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겨우 라면 두 개가요?”
잠시 잊고 있었다.
길드원들은 철저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지은과는 다르게 숨만 쉬어도 칼로리가 빠져나가는 왕성한 신진대사를 가진 고위급 헌터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지은이었다.
정말로 억울하게도 같이 먹자며 찾아온 유라와 나운, 새봄과 수영도 이미 해물라면 하나를 밥까지 말아 국물까지 다 비우고 짜장라면을 한가득 퍼서 손에 들고 있는 상태였다.
워낙 몸을 많이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한 지은이었다.
‘어떻게 저렇게나 먹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어떻게 저거밖에 안 먹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그리고 그런 자신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지은을 길드원들이 똑같이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은 매 식사 때마다 일어났다.
“짜장소스가 너무 맛있는데, 밥 좀 더 먹을까?”
밥을 더 먹자는 나운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밥을 가득 퍼 온 행동력 넘치는 유라와 전투적으로 숟가락을 들이미는 새봄과 수영을 바라보며 지은은 또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했다.
“다들 진짜…… 잘 드시네요.”
“매번 식사 때마다 말하지만, 넌 좀 더 먹어야 해.”
토벌대에 합류한 4일 동안 지은이 들은 잔소리는 전부 식사 관련 문제였다.
다른 걸로는 ‘지은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며 너그러운 길드원들이었지만 유독 밥을 먹을 땐 지은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퍼부었다.
“라면 하나로 배가 차?”
“적어도 세 개는 먹어야지. 물론 밥 말아서.”
해물라면-밥-짜장라면–밥.
탄수화물의 즐거운 향연을 끝낸 헌터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묻고 있다는 걸 깨달은 지은은 결국 해탈한 채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호위 팀의 완벽한 메뉴 선정과 완벽한 메뉴를 완벽하게 요리해 준 지은 덕분에 배불리 배를 채운 길드원들은 먹었으니 움직여야 한다며 저마다 방어구를 정비하고 주변의 몬스터를 조금 토벌하고 오겠다며 조를 나눠 흩어졌다.
호위 팀도 유라를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모두 식후 운동을 하고 오겠다며 나간 상황. 제일 먼저 나갔던 주혁이 불을 쬐며 앉아 있는 지은에게 다가왔다.
주혁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걸어오는 것을 고개를 들어 확인한 지은이 주혁이 뭔가를 등 뒤에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네?”
“뒤에 숨기고 있는 거, 저 주려고 숨겨서 가져오신 거 아니에요?”
지은의 옆에 앉아 있는 유라를 잠시 쳐다보던 주혁은 자신을 왜 보냐며 눈썹을 찡그리는 유라와 잠시 눈싸움을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뒤에 숨겼던 것을 지은에게 내밀었다.
“와아…….”
주혁이 뒤에 숨겨 온 것은 다름 아닌 줄기는 검은색이지만 짙은 보라색으로 빛나는 꽃이었다.
“[저주받은 대지]에서 저주를 이기고 살아나는 유일한 꽃이에요. 아까 오다가 피어 있는 걸 봤어요. 꽃이 피었다는 건 저주 효과가 없다는 뜻이니 만져도 돼요.”
“이거, 저 주려고 꺾어 오신 거예요? 꽃 이름이 뭐예요?”
“루체(luce). 희망의 찬란한 빛이란 뜻이죠.”
저주받은 땅에서 마침내 찬란한 꽃망울을 피워 내는 꽃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검게 죽어 버린 것 같은 줄기에서 피어난 보라색 꽃이 불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저, 꽃 선물 처음 받아 봐요.”
향긋한 향기가 꽃에서 은은하게 피어났다.
지은이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자, 주혁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
그리고 그런 주혁에게 눈으로 심한 욕을 하고 있는 유라였다.
‘루체? 이 X친 놈이 개수작을 부리네?’
주혁이 건넨 꽃이 희망의 빛이라는 뜻의 루체가 아닌 독맞이 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지은은 꽃에 다시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긋한 향기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