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6화(4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6화
유라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혁은 ‘순진한 막냇동생을 어떻게든 꼬셔 보려는 파렴치한 놈.’ 그 자체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한 자리에선 꼬박꼬박 존대를 해 주며 랭킹 1위에 길드장이라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오만한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절대 불합리한 지시를 내리지 않고 설거지를 하거나 함께 무기를 손질하고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며 틀림없이 ‘아, 원래 친절한 사람이구나.’라고 주혁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은 지은을 보며 유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살벌한 눈길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지은을 향해 웃고 있던 주혁을 보며 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라가 일어나는 모습을 확인한 주혁이 지은의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으려던 찰나였다.
“어머나, 발이 미끄러졌네?”
분명히 말로는 발이 미끄러졌다고 했는데 스킬 [일점 타격]을 사용한 유라가 가차 없이 주혁이 끌어다 앉으려던 의자를 멀리 차서 날려 보냈다.
토벌대 내에서 유일하게 푸드 트럭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임명되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유라는 현 시점에서 안전 영역 안에선 가장 강한 헌터가 되었다.
신체 강화 계열 능력자인 유라의 거침없는 발길질에 하늘 높이 떠올라 날아간 의자가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철제 다리가 완전히 으스러진 채로 나무 꼭대기의 가지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너도 저렇게 되고 싶냐?’라고 묻는 거 같았지만 주혁은 애써 무시하고는 말했다.
“지은 씨, 편한 의자로 바꿔 드릴게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지은을 끌어들여 지은의 의자를 차지한 주혁이 인벤토리에서 소파나 다름없는 쿠션감을 자랑하는 의자를 꺼냈다.
차마 그것까지 발로 찰 수는 없는 노릇이라 유라가 혀를 찼다. 지은의 옆에 앉는 것을 성공한 주혁이 유라를 올려다보고는 마치 그녀를 도발하는 듯 한쪽 입가를 씨익 올려다보였다.
‘이 미친놈이?’
순간 목젖까지 치고 올라온 욕을 간신히 참아 낸 유라가 방향을 선회해 의자를 가져오고는 지은 쪽으로 몸을 기울인 주혁과 지은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언니?”
“입구 쪽을 내가 막고 앉아 있는 게 더 호위하기 편할 거 같아서.”
“제가 있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제가 다 막을 수 있는데요.”
“만약을 위해서요.”
지은에게 서로 힘을 바짝 주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채 팔에 [근력 강화] 스킬을 사용해 힘을 주어 앉아 있는 주혁을 밀어내려는 유라.
그런 유라를 적으로 간주하고 대상과 일대일로 싸우는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스탯과 스킬 위력이 대폭 상승하는 광전사 주혁의 팽팽한 대치가 이루어졌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팽팽하게 맞붙어 밀어 내려는 유라의 손과 어떻게든 버티려는 주혁의 다리.
그 팽팽한 힘의 균형을 깬 건 지은의 한마디였다.
“아, 저 씻고 올게요.”
매운 짬뽕라면을 끓이고 바로 이어서 짜장라면까지 끓이느라 땀을 흘린 지은이 씻고 오겠다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언제 힘겨루기를 했냐는 듯 유라와 주혁이 환한 미소로 지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알겠어! 씻고 와, 지은아.”
“바람이 찹니다. 꼭 따뜻한 물로 씻으세요.”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서 텐트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동도 없이 지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유라와 주혁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야, 송주혁.”
“왜, 한유라.”
“무슨 개수작이야?”
“개수작이라니.”
25살의 주혁과 24살의 유라.
거기에 성진까지 해서 길드의 창립 멤버기도 한 세 명은 각성 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한 살 차이의 선배이긴 하지만 길드 내에선 길드장과 부길드장인 주혁과 성진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쓰며 대우하던 유라가 어렸을 때처럼 주혁을 반말로 불렀다는 건 정말로 화났다는 뜻이었다.
“개수작 맞지. 뭐, 루체?”
“…….”
“그거 독맞이 꽃이잖아.”
“쳇.”
“뭐 희망의 찬란한 빛? 언제부터 희망의 꽃이 됐어, 그게?”
유라 입장에서 개수작도 이런 개수작이 없었다.
생전 여자에 관심도 없던 선배가 21살의 아기한테 수작을 부리는 모습에 기분 좋게 식사를 했는데 속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다.
“너, 지은이 좋아해?”
“……갑자기?”
“대답이나 똑바로 해 봐. 지은이 좋아하냐고.”
그래야 나도 앞으로 방침을 정할 거 아니야. 하고 팔짱을 낀 유라를 바라보던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어?”
“생각해 봐. 지금까지 토벌전에서 이렇게 편하게 쉬고, 배불리 먹은 적이 있었어?”
“뭐라고?”
“길드장으로서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 지금까지 이렇게 토벌대의 사기가 좋은 적이 없었어.”
“이거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네?”
거침없이 자신을 매도하는 유라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앉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주혁의 눈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라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와 미친…… 그게 길드장으로서 유능한 길드원을 대하는 자세야, 그게?”
“그냥 유능한 게 아니야. 지은 씨는 지금까지 나타난 각성자중 가장 대단한 각성자라고 생각해, 나는.”
“너 그럼…… 와, 잠깐만. 진짜라고?”
유라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울려대던 적색경보가 힘없이 푸스스 꺼져가고 있었다.
‘얘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지은이를 그냥 ‘길드원’으로서 좋아하는 거다…….’
사심 없는 정직한 100퍼센트의 진심이 담긴 말과는 달리 이 미친 랭킹 1위의 선배이자 길드장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자각도 없는 것 같았다.
던전에서 희귀한 꽃을 딱 하나 꺾어 와 ‘꽃을 보니 당신이 생각났습니다.’라고 말하며 웃는 게 정말로 길드장으로서 순수하게 새로 영입한 길드원을 아끼는 마음이라니.
‘미친놈인가? 개수작이 패시브 스킬 아냐?’
주혁에게 마음이 있는 여자였다면 진작 넘어가고도 남았을 엄청난 패시브 스킬이나 다름없는 플러팅.
생각해 보면 주혁은 언제나 이랬다. 그러니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겠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진 유라가 말했다.
“성진 오빠 여자 친구가 왜 오빠보다 성진 오빠가 백 번 낫다고 하는지 알겠네. 죄질이 나빠.”
“무슨 죄질이 나쁘다는 거야?”
“개수작이 패시브인 죄. 착각 유발죄. 당분간 지은이한테 접근도 하지 마. 괜히 순진한 애가 착각할라.”
뭐 이런 정신 나간 놈이 다 있어? 하고 중얼거린 유라가 주혁이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냅다 밀어 버렸다. 바닥에 넘어진 주혁이 황당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며 유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지은의 텐트로 걸어갔다.
“야, 한유라!”
남겨진 것은 자신이 왜 유라에게 욕을 먹고 바닥을 구르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혁뿐이였다.
* * *
주혁이 건넨 꽃이 희망의 빛이라는 뜻의 루체가 아닌 독맞이 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지은은 향긋한 향기가 나는 꽃을 들고 들어와 다시 코에 가까이 댔다.
누군가에게 꽃을 받아 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졸업식 때도,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자격증 취득 때도.
언제나 혼자였기에 지금까지 같은 교실의 친구들이 졸업식에서 부모님에게 꽃을 받고 웃는 모습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보기만 했었다.
꽃병에 물을 담아 주혁이 준 꽃을 꽂았다. 단 한 송이만으로도 뻣뻣한 분위기의 조화를 꽂아 둔 것보다 더욱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웬 꽃이냥?>
침대에 엎드려 그런 지은을 바라보던 까망이의 물음에 지은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루체라는 꽃이래. 희망의 빛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대. 예쁘지?”
<왜옹?>
지은의 설명을 들은 까망이가 난생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 꽃이 루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냥?>
“어, 루체. 정확히 들었어.”
<인간들이란 정말 모르겠다냥.>
지은이 확신을 가지고 루체라고 말하는 꽃이 독맞이 꽃이라는 사실을 까망이도 알고 있었지만, 인간들이 부르는 다른 이름이겠거니 하고 넘어가 준 덕에 주혁의 자각 없는 개수작은 지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 * *
어제 이후로 호위 팀이 대놓고 자신을 지은과 떨어트리기 위해 경계하고 있는 느낌을 팍팍 받으며 아침을 먹던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지은을 바라보았다.
지금뿐만이 아니었다.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은 지은이었고, 고개를 돌리는 곳 어디에도 시선 끝엔 지은이 보였다.
시선이 닿을 때마다 웃고 있거나, 입술을 꾹 다문 채 음식을 만들고 있거나, 설탕을 넣은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계속 보였다.
호위 팀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은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지금도 한참 박수까지 치며 웃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주혁의 시선에서 지은의 몸을 가린 유라가 입 모양으로 ‘멍청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주혁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돋아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은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하고 이유도 설명해 줬는데 욕을 얻어먹은 게 이해가 안 돼서 주혁은 잠도 조금 설친 상태였다.
어찌 되었든 오늘 계획대로라면 예상했던 10일보다 반절이 줄어든 5일 만에 4층에 진입할 수도 있었다.
물론 4층의 중심부인 [아리아드네의 천칭]에 진입하는 데만 또 하루가 걸릴 터였다.
3층까지는 과도한 긴장을 하지 않는 것이 몸을 움직이는 데 실수가 없다고 했겠지만, 4층은 아니었다.
걸음걸음마다 긴장을 하지 않으면 무엇이 튀어나와 일행을 덮칠지 몰랐다.
랭커들의 주 무대로, 30위대의 랭커들도 반드시 파티를 맺어서 공략하는 4층의 개척 던전들.
그만큼 나오는 몬스터들의 위험도가 큰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지능이 굉장히 높아 영악하기까지 했다.
4층에 진입하면 그때부터는 속도전이 아닌 정밀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진형을 유지하고 안전이 확보되었을 때만 전진해야 했다.
지금 이 토벌대에는 반드시 지켜 내야 할 사람이 있었다.
4층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강조하고 강조해서 지은을 보호하는 데 힘을 쓴다고 해도, 과연 그녀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마음 같아선 이곳 3층에 두고 가거나 호위 팀을 붙여 왔던 길로 되돌려 보내고 싶은 마음에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 봤지만, 지은은 단호했다.
“저도 길드원이라고 하셨잖아요.”
“…….”
“안전하게 지켜 준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그래도 지은 씨, 너무 위험합니다. 4층도 위험한데 5층은 더욱 위험할 거예요.”
“전 이번 한 번만 토벌전에 참가할 생각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이 며칠 동안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
“5층이 위험한 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잖아요. 다치는 건 싫어요. 그러니까 저도 같이 가서 모두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고 싶어요. 혹시나 위험할 때는 안전 영역으로 피신하면 되고요.”
“하지만…….”
“주혁 씨. 이건 제 선택이고, 제 책임이에요.”
지은이 꺾을 수 없는 단호한 눈으로 주혁을 바라보았다.
“같이 가요. 전 이 던전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