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4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7화(4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7화
거침없이 전진해 나간 토벌대는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버림받은 대지] 던전을 넘어 3층의 두 개의 던전을 가로지르는 지하 땅굴을 통해 전진해 나갔다.
[페어리의 비밀 통로]라는 이름의 이 땅굴은 우연히 일어난 던전 내의 지진으로 드러난 통로였다.3층의 초입인 [버림받은 대지] 던전을 지나 오른쪽 구역인 [황폐화된 페어리의 숲]에 진입하고 페어리 왕의 무덤에 새겨진 비석이 지진 때문에 쓰러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비밀 통로.
모종의 이유로 황폐화된 영역을 떠난 페어리들이 이동해 영역을 옮겼다는 증거였다.
“페어리면 요정인가요?”
“요정이라는 이름의 몬스터죠.”
“으악…….”
“역시 던전이네요, 페어리라고 하면 보통 요정 느낌인데 몬스터라니…….”
“요정이긴 요정이지만 사람이나 몬스터를 잡아먹고, 그 양분으로 알을 낳아 기르는 숲의 몬스터들입니다.”
아름다운 날개와 작고 귀여운 외관에 속으면 안 됐다.
3층의 주요 던전들에는 ‘정신적 상태 이상 : 혼란’을 거는 몬스터들이 많았다.
그런 페어리를 모두 몰아낸 ‘페어리 킬러’들의 주 무대가 된 무대인 [황폐화된 페어리의 숲]의 주요 몬스터는 다름 아닌 중형급 벌레 몬스터, ‘세줄무늬 모기’였다.
위이이잉.
거슬리는 모깃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고 크게 들렸다.
날갯소리조차 중형 몬스터답게 거의 프로펠러 소리처럼 컸다. 멀리서 몰려오는 모기들을 본 지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저…… 저게 뭐야.”
흔히 던전 밖에서 산속에서 자주 보이는, 일명 삼디다스 모기.
배에 흰색 줄무늬가 세 줄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강철 주둥이를 가져 등산복이고 토시고 잠깐만 방심하면 뚫어 버리고 피를 빨아 먹는 매우 성가신 모기다.
그런 모기가 하늘에서 수없이 날아다니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 던전 안의 삼디다스 모기인 세줄무늬 모기는 날개가 지은의 팔만한 길이에 몸체는 1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몬스터였다.
멀리서 침을 세우고 달려드는 세줄무늬 모기의 비주얼에 지은은 기절할 뻔했다.
모기를 때려잡을 땐 몰랐는데, 던전 안의 세줄무늬 모기의 침 부분이 만약 몸에 꽂힌다면?
즉사다.
하늘을 가득 메운 초대형 모기떼에 지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뒷걸음질 치는 지은을 보며 씨익 웃어 보인 주혁이 말했다.
“무서우신가요?”
“네…….”
“걱정 마세요. 저런 것쯤은 제가…….”
말을 이으려던 주혁은 어느새 튀어나온 호위 팀에게 치여서 뒤로 한참을 밀려나야 했다.
그리고 멋있게 모기떼를 처치하려던 주혁보다 먼저 유라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제일 앞에서 날아오던 모기를 발로 후려치는 것을 보고는 쳇, 하고 혀를 찼다.
퍼어어어억!
유라의 발차기에 걷어차인 초대형 모기가 뒤에서 날아오던 모기떼들과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산산조각 나서 터져 나간 모기들이 한 번에 몇십 마리씩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지은이 감탄하는 것도 잠시, 마법사 형제들의 본격적인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파이어 월!”
“파이어 스트라이크!”
불기둥이 치솟으며 거대한 불의 장벽이 생겨나 날아오던 모기들을 흔적도 없이 태워 버리는 것을 보며 지은이 짝짝 박수를 쳤다.
“와아, 대단해…….”
창을 잡고 있던 주혁은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나도 대단하다고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러다가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흠칫 놀라야 했다.
‘난 지은 씨에게 칭찬을 듣고 싶었던 건가?’
랭킹 1위가 된 이후 주혁에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랭킹 1위의 완전무결한 존재.’
자신을 완전무결한 존재로 떠받들며 같은 사람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닌 랭킹 1위로만 대우하는 사람들과.
‘랭킹 1위가 이것도 못 하나?’
랭킹 1위라는 책임감을 강요하며 사소한 실수나 발언에도 하나같이 꼬투리를 잡으며 날을 세우는 사람들.
하지만 지은은 누구보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혁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편한 친구처럼 친근하게 장난을 치며 투닥거릴 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이 잠시 멈췄다.
자신이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은에게 자신은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깔끔하게 정리됐네요. 그런데 비밀 통로까진 얼마나 남았어요?”
끔찍한 모습의 대형 모기들이 불에 휩쓸려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린 모습을 보며 지은이 주혁에게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주혁 씨?”
“아, 네.”
“얼마나 더 가야 해요? 비밀 통로요.”
“아…… 그게.”
“표정은 왜 그래요? 뭐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신기해하는 지은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얼굴을 찡그린 주혁의 표정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지은이 주혁의 표정을 따라 해 보이고는 말했다.
“지금 딱 이런 느낌이었어요. ‘으, 저게 뭐야. 완전 싫다~’ 이런 느낌?”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어도 저런 표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았지만 지은의 자신을 따라 하며 하는 말에 주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제가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나요?”
“발뺌하지 마요. 저 모기떼가 나타나자마자 주혁 씨 표정이 싸악~ 바뀌던데.”
놀릴 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인지 지은이 주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말했다.
평소보다 들뜬 듯한 느낌으로 웃어 보이던 지은이 주혁에게 가까이 붙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혁 씨, 혹시 벌레 무서워하세요?”
“네?”
“모기떼가 나타나니까 깜짝 놀란 표정에 싫은 티를 팍팍 냈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길드장의 체면이 있으니까 말하지 않을게요.’라고 덧붙인 지은이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랭킹 1위여도 무서워하는 것 하나쯤은 있는 게 인간미 있는 거죠.”
“……제가 몬스터를 무서워한다고요.”
“비밀로 해 드릴게요. 길드장 체면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지은을 빤히 바라보던 주혁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숨기고 싶었던 제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지은 씨도 비밀 하나 알려 주시죠.”
“엑, 그게 뭐예요? 전 제가 알아낸 건데.”
누가 그렇게 밑지는 장사를 하죠? 하고 되묻는 지은을 손을 들어 가리킨 주혁이 말했다.
“지은 씨 전문 아닌가요, 그거?”
“네?”
“던전 안에서 샌드위치를 6천 원에 팔던 분이시잖아요.”
“그게 왜요?”
자신의 말에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지은을 보며 주혁이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한 얼굴을 보며 주혁이 다시 말했다.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그래도 그때는 몰랐어요. 주혁 씨는 반드시 잡아야 할 제 튜토리얼 첫 손님이었고요.”
처음 지은을 보자마자 일부러 길드에 영입하기 위해 초석을 깔아 뒀던 주혁이였다.
그래서 일부러 랭커들조차 습득하면 개인이 처치하기 곤란한 게이트석을 건넸다.
오직 4층의 [시간의 흐름] 던전에서만 나오는 게이트석은 길드 단위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주로 토벌전, 미개척 던전 확장 등 공익에만 이용하는 아이템으로, 습득 시 개인이 아닌 길드에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길드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 필수적이었기에, 특히 최상위권 길드들이 눈에 불을 켜고 매입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저도 그래서 게이트석을 드린 겁니다.”
“제가 태백 길드나 아리아 길드에 갔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제 이름까지 알려 드렸는데, 첫 손님에 대한 의리를 지켜 주시겠거니 하고 생각한 거죠.”
“그래요. 게이트석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그대로 경매장에 올렸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예요.”
수많은 길드들의 타깃이 되었을 거다.
4층의 특수 던전에서만 극악의 확률로 습득 가능한 아이템을 비전투 계열 헌터인 지은이 판매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결국 지은은 안면이 있는 주혁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제가 찾아갔을 때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제가 뭐 때문에 청명 길드에 갔는지.”
“그것도 문제입니다.”
주혁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라는 듯 지은에게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전 분명 저를 찾아오시라는 의도로 게이트석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
“게이트석을 그냥 돌려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네?”
“게이트석 하나가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고 오셨던 거 아닌가요?”
주혁의 말대로였다.
게이트석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사실을, 특히 토벌전에 실패했던 태백 길드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는 사실을 게시판에서 확인했었던 지은이었다.
“그래도 제가 랭킹 1위를 상대로 거래를 할 순 없잖아요.”
“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 쓱싹, 당할지 모르는데.”
“저를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셨습니까?”
상심이 큽니다. 하고 덧붙이는 주혁이 짐짓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자 지은이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지금은 아닌데 그때는 워낙 무서운 사건들을 많이 게시판에서 봐서…… 그리고 솔직히 성진 씨가 처음에 무서웠거든요.”
“아, 성진이를 먼저 만나셨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혁의 앞에서 걸어가던 성진이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가리켰다.
“난 왜?”
“앞.”
“뭐?”
“앞에 봐. 무서우니까.”
그런 성진과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주혁을 보며 지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 다시 고개를 돌린 성진을 보며 주혁이 말했다.
“그래도 착한 녀석이라는 거 이젠 아시겠죠?”
“네, 엄청요.”
“지은 씨는 좀 더 자기 것을 챙기는 방법을 배우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은보다 더 어린 나이에 헌터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대한민국 3대 길드의 수장이 된 주혁.
처음부터 주혁이 랭킹 1위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주혁이 길드를 만들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랭킹 1위가 되어 길드를 키워 내는 동안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배웠을 것이었다.
“저도 뭐 길드장으로서 드릴 말씀은 아니긴 합니다만, 지은 씨를 놓치기 싫었거든요.”
“네?”
“솔직히 5년 단위 계약도 아쉽습니다. 종신 계약으로 묶어 두고 싶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예요.”
“5년 단위 계약은요?”
“그건 저를 던전 안에서도, 밖에서도 보호해 준다는 것과 자율 판매도 괜찮다고 하셔서 제가 마음에 들어서 정한 건데요?”
“음…….”
“저도 그때는 던전에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요?”
“가장 걸리는 것은 하나였어요. 12시가 되면 제가 가지고 있던 남은 재료나 판매하지 못한 음식은 사라지던데, 손님에게 판매한 음식은 어떻게 되는지를 몰라서…….”
“그래서 제가 잘 먹었다는 말에 그렇게 안도했던 표정을 지어 보이셨던 겁니까?”
“랭킹 1위한테 사기 친 거 같은 기분이 막 들어서요. 그런데 다행히 판매한 음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답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지은의 말에 주혁이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12시가 넘어서 판매한 음식까지 사라졌으면 많이 황당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조마조마했던 문제도 해결했고, 게이트석도 문제없이 넘겼고, 좋은 조건으로 저를 보호해 준다고 하니 길드에 들어왔던 거죠.”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셨던 거네요. 정정하겠습니다. 본인 것을 아주 잘 챙기고 있으십니다. 잘하고 있어요.”
“그럼요. 자, 그럼 이제 제 비밀을 알려드린 거예요.”
“이거 비밀이었습니까?”
“꼭 그런 건 아닌데, 주혁 씨가 저도 제 걸 챙길 필요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일단 우겨 보는 거죠.”
지은의 말에 주혁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주혁을 보며 지은도 마주 보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