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화(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화
“맛있겠다…….”
요리할 때의 즐거움도 매우 크지만, 직접 만든 요리를 맛볼 때의 행복함은 더 크다.
설레는 마음으로 샌드위치를 집어 든 지은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사삭.’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꽉꽉 채워진 나머지 재료가 입 안에 가득 들어와 어우러진다.
특히 좋아하는 계란과 베이컨을 아낌없이 넣고 거기에 양상추와 토마토까지 곁들여진 신선한 맛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치사하게 혼자만 먹는 거냐!>
“쿨럭…….”
각성 이후 처음으로 맞는 행복한 순간을 방해받은 지은이 소리가 나온 스피커를 찌릿 흘겨보았다. 방금 전까지 매우 기분이 좋았는데 그걸 방해하다니.
“혼자밖에 없으니까 그럼 혼자 먹지!”
<적어도 같이 먹자고 권유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한국인 맞아? 정이 없어, 정이!>
“저기요, 트럭 정령 씨?”
스피커에서 새어 나오는 황당한 소리에 기가 찬 지은이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을 이었다.
“권유하면 먹을 수는 있고?”
<어?>
“아니, 그렇잖아. 네가 사람도 아니고, 애초에 트럭이 어떻게 샌드위치를 먹어? 뭐 기름 넣는 곳에 넣어 주기라도 해야 해?”
<아, 맞다. 나 아직 현신 안 했구나. 깜빡했다.>
“으응? 현신?”
갑작스러운 말에 지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샌드위치를 올려 둔 테이블 위에서 환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환하게 반짝이던 빛이 점차 사그라들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작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고양이……?”
<현신할 땐 주인 취향을 타긴 하는데, 이렇게 작은 고양이라니…… 뭐. 귀엽긴 하겠다만.>
“세상에!”
작은 앞발로 그루밍을 하기 시작한 정령을 보며 지은은 그 앙증맞은 모습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감격하는 중이었다.
작고 검은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며 지은을 바라보았다. 검은 털처럼 눈동자까지 새카만 검은색이었다.
지은이 냉큼 손을 뻗자, 그녀에게 폴짝 뛰어오른 검은 고양이가 순순히 그녀의 품에 들어와 안겼다.
<초면에 바로 껴안다니, 내가 그렇게…….>
“응, 까망아. 여기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야.”
<……?>
자신을 ‘까망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자 충격받은 정령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나 지은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여기는 동물 출입 금지야.”
고양이를 안자마자 조리대 바깥으로 뛰다시피 나온 지은이 트럭 밖으로 벗어나 바닥에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그사이에 옷에 묻은 털을 털기 시작하는 지은을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던 정령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동물이라고 출입 금지시키는 거야?>
“당연하지. 어느 손님이 고양이 털이 날리는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 하겠어?”
<지금은 손님도 없는데?>
“쓰읍! 안 돼. 지금도 너 잠깐 안았는데 여기 털 묻은 거 봐. 주방 출입은 절. 대. 안 돼!”
<치사하다…….>
정말 고양이라도 된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말한 정령이, 앙증맞은 앞발을 들어 눈앞에 놓인 작은 돌멩이를 툭툭 건드렸다.
그 모습에 순간 마음이 흔들릴 뻔했지만 지은은 단호했다.
“주방 출입 금지!”
<그럼 난 어디에 있으라고! 기껏 현신까지 했는데!>
“현신하면 뭐 힘든 점이 있어?”
<그건 왜 물어보는데?>
“힘든 점이 있으면 그냥 스피커로만 대화해도 괜찮아. 물론 지금 네 모습이 더 마음에 들긴 하는데…….”
<나도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니 좋다.>
“그러면 저기 계산기 옆에 있을래? 나중에 거기에 자리도 만들어 줄게.”
지은의 입장에서 최대한 타협한 장소는 바로 포스기가 있는 계산대였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장소는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나 고양이 너무 키우고 싶었거든. 근데 내 여건이 안 되니까…….”
<……여건이 왜 안 됐는데?>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랑 지냈거든. 부모님은 내가 2살 때 돌아가셨대. 솔직히 부모님 얼굴도 기억이 안 나고…… 사진으로밖에 못 봤어.”
<…….>
“그리고 외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고, 그때부턴 쭉 혼자였어.”
<어…… 음. 뭐라고 말을…… 내가…….>
머뭇거리는 정령을 향해 지은이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외할머니랑 지낸 시간이 나한텐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거든. 그래서 혼자가 되었어도 별로 외롭지 않았어.”
<……좋으신 분이었나 보구나, 외할머니는.>
“응, 내가 제일 사랑해. 요리도 외할머니 덕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게 됐고. 그래도 야자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을 땐 조금 쓸쓸했지만.”
<반려동물이라도 길러 보지 그랬어?>
“……만약 내가 고양이를 길렀다면?”
지은의 목소리가 살짝 침울해졌다.
“나한테 오지 않았으면 마음껏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아침에 학교 가서 밤 10시에나 집에 오는 주인만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잖아. 그것도 혼자서.”
<…….>
“그건…… 너무 미안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목소리가 너무나 쓸쓸해 보였는지, 정령이 다가와 지은의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달라붙었다.
“그러고 보니 넌 이름이 뭐야?”
<……까망이.>
“응?”
<네가 그렇게 불렀잖아, 까망이라고.>
“아니, 진짜 이름이 뭐냐는 거였는데?”
<까망이로 해.>
야옹, 하고 우는 고양이를 내려다보던 지은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활짝 웃었다.
“그래, 까망이. 사실 검은 고양이를 기르면 이름은 꼭 까망이로 하고 싶었어.”
<주인이 좋다면 나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만 더 안아 봐도 돼?”
<언제든 주인 마음대로.>
허락이 떨어지자 스스럼없이 손을 뻗어 고양이-이제는 까망이가 된-를 품에 안은 지은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조심스러운 손길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눈을 감은 채 골골골 소리를 내기 시작한 까망이가 너무나 고마워서,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다 이내 끅끅대며 소리 죽여 울기 시작했다.
까망이는 그저 눈을 감은 채 꼬리를 살짝살짝 흔들어 지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얼마나 함께 서 있었을까. 지은은 마지막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짐짓 아무렇지 않게 닦아 내며 눈을 떴다.
시스템창의 퀘스트란이 반짝반짝 빛나며 새로운 알림이 있다고 알리고 있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나 보군.>
“그러네. 확인해 볼까?”
[퀘스트 : 영업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인 메뉴 선정과 재료 손질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 이제 손질한 재료들을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판매할 일만 남았습니다!
[튜토리얼 최종 퀘스트 : ‘첫 영업 개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업을 시작하고 첫 손님을 받아라!
오픈 빨을 톡톡히 받아 둬야 앞으로 영업이 순탄해집니다. 지금 돈을 많이 벌어 놔야 합니다!
– 신규 퀘스트 : 손님 10명에게 음식 판매하기 (0명/10명)
– 튜토리얼 완료 보상
클래스 전용 스킬/아이템 뽑기권 (1회)
“손님에게 음식을 판매하라고?”
<뭐가 문제냥? 네가 만든 음식은 엄청 맛있어 보였다.>
“냥이라니. 완전 고양이구나, 너?”
<헙…… 실수다냥.>
“아하하하. 실수 맞아? 본능 아니구?”
<놀리지 마라냥! 이 몸에서 말을 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렇다!>
점차 진짜 고양이처럼 되어 가는지, 말끝에 꼭 냥을 붙이는 까망이가 너무 귀여워 쿡쿡 웃은 지은이 까망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손님 10명만 받으면 되는구나! 그리고 이거 봐봐. 내 클래스 전용 스킬이나 아이템 뽑기권도 하나 준다는데?”
<하나밖에 안 주는 건 튜토리얼이라 너무 쉬운 난도라 그렇다냥.>
“어려운 퀘스트도 있어?”
<그건 나도 모른다냥. 그럼 지금 재료 준비도 완료된 김에 빠르게 손님을 맞으러 출발하자냥.>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트럭 조리대 지붕을 닫은 지은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시간이 애매하게 넘은 1시 30분.
이미 여의도의 직장인들은 다시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서 퇴근이라는 자유만을 갈망하는 중일 터였다.
“까망! 조수석에 타! 우리 드라이브나 갈까?”
<드라이브?>
“유동 인구가 좀 많은 지역으로 가야 손님을 받을 수 있어서, 좀 멀리 가야 할 거 같아. 같이 드라이브나…….”
<주인, 던전에서 이동 판매를 할 셈이야?>
“으응?”
<아무리 이 트럭이 방탄 트럭이고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던전 내부의 지형지물이나 트랩에서까지 안전하진 않다냥.>
“그게 무슨…… 아!”
까망이의 말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린 지은은, 그 정보가 진짜가 아니길 짧은 순간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아이템 : 던전 내 입점 허가서]– 오직 던전 내부에서만 장사가 가능합니다.
“…….”
– 오직 던전 내부에서만 장사가 가능합니다.
– 오직 던전 내부에서만 장사가 가능합니다.
“세상에…….”
오직 던전 내부에서만 장사가 가능하다는 소리는, 결국 이 트럭과 함께 그 무시무시한 던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루에도 적게는 한 자리에서 많게는 두 자릿수 이상의 사람들이 실종되는 던전.
실종된 사람들 중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거의 찾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직 끝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는 그 거대한 던전 안으로.
전투 계열 헌터 각성자도 아니라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는, 듣기만 해도 전투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자신이 앞으로 장사를 해야 할 곳.
거기까지 떠올린 지은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도 시스템은 허락하지 않았다.
곧바로 지은의 앞에 선명히 떠오르며 울려 퍼지는 시스템 창에 써져 있는 글귀는 분명한 독촉이었다.
[튜토리얼 최종 퀘스트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튜토리얼 완료까지 남은 시간 : 72시간] [남은 시간 내에 튜토리얼을 완료하지 못하면 강력한 제제가 이루어집니다. 빠르게 튜토리얼을 완료하세요!] [71시간 59분 59초] [71시간 59분 58초] [71시간 59분 57초]점차 줄어드는 제한 시간을 확인한 지은의 몸이 순식간에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아닌 척하려 애써 봤지만 몸이 떨리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너와 다른 세상을 동경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거라.’
‘할머니, 헌터가 왜요?’
‘그래야 네가 산다, 아가.’
‘응……?’
‘……아가, 그래야 네가 살아남는다. 알겠지? 알겠다고 대답하렴.’
‘……헤헤. 알겠어요, 할머니. 사실 전 이렇게 할머니랑 요리하는 게 좋아요 우리 같이 오래오래 살아요!’
‘그럼 그럼. 내가 우리 아가를 두고 어딜 가겠니.’
왜 지금 오래전 할머니와의 대화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쥔 지은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어떻…… 어떻게 해야……!”
<괜찮다냥.>
어느새 지은의 품 안으로 들어온 까망이가 자신의 앞발을 들어 천천히 지은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 부드럽고 작은 앞발이 차분하게 지은의 손등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나를 믿고, 이 트럭을 믿어라냥.>
“……정말?”
<앞으로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다냥.>
까망이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그 지독한 놈에게서 넌 이미 하나를 뺏어 온 거나 다름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