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49화(5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49화
[페어리의 비밀 통로]는 3층의 던전 두 개를 가로질렀다.좁은 길이었지만 그동안 진행된 확장 공사로 인해 토벌대는 빠른 지름길로 던전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손잡아요.”
정처 없이 걸어온 지 세 시간 만에 페어리가 이주해 온 던전, [이주한 페어리들의 숲]에 도착했다. 던전 시간으로 낮이어서 환해야 할 던전 안이 어두운 것을 느끼며 주혁의 손을 잡고 지하 통로에서 나온 지은이 말했다.
“엄청 어둡네요.”
높은 나무들의 가지 사이로 분명 하늘에 해가 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던전 안은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들에 가려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서 재정비를 하고 가겠습니다.”
4층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주한 페어리들의 숲]은 정신 오염계 던전으로 유명했다.
작은 동물로 변하는 페어리들에게 현혹되어 페어리의 산란장으로 끌려간 헌터들은 그대로 알에서 태어날 페어리들의 영양분이 되어 버린다.
정신 오염 내성이 굉장히 높아야 했고, 3층임에도 거의 4층과 다름없는 난도의 페어리들을 공략하기엔 레벨 50 이상의 고위급 랭커들이 필요했다.
3층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헌터들의 레벨이 30 중반에서 40 후반대임을 감안했을 때, 처음 던전을 발견했을 당시 4층에 대한 걱정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던전이 열리고 닫히고를 얼마나 반복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3층의 계층 보스가 있던 던전인 [이주한 페어리들의 숲]의 보스, 페어리 여왕을 토벌한 것이 바로 현시점 길드 랭킹 1위인 태백 길드의 업적 중 하나였다.
그리고 쉽게 4층으로 가는 길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4층의 던전 초입은 이곳 3층의 최종 던전이라 할 수 있는 페어리의 숲을 직선거리로 통과해야 나오는 동굴에 있었다.
지은에게 정신 오염 내성이 인챈트된 방어구와 액세서리들이 집중되었다.
토벌대 랭커들의 레벨은 대부분 60~70 사이.
레벨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목숨을 담보로 한다면 적정 던전이라 함은 레벨 차이가 10 정도는 나는 게 좋았다.
이곳의 보스였던 페어리 여왕의 레벨이 60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의 던전 공략은 두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했던, 말 그대로 사생결단이었다.
“그렇게 레벨이 높은 페어리들인데 고작 40레벨의 모기들에게 쫓겨났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던전 정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지은이 회의를 위해 간단하게 설치한 테이블과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페어리들은 레벨이 높긴 하지만 각 개체의 전투력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성이 높은 대상일수록 페어리를 상대하기 어려워요. 페어리가 거는 현혹은 대상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여 주니까요.”
근본적인 사람의 욕망을 자극해 실현시켜 주는 페어리의 현혹은 환각의 꿈을 꾸게 한다고 했다. 그 환각에 사로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신 오염 면역이 있는 사제나 정신 오염에 강한 마법사들에게는 공략이 쉬운 곳이죠.”
“토벌대에 마법사는 두 분밖에 안 계시잖아요!”
마법사가 적은 현재 토벌대의 전력을 떠올린 지은의 말에 회의를 위해 모인 팀장들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 던전 때문에 토벌대의 인원을 최소화한 거예요. 다들 정신 오염에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겨우 발치에 치이는 작은 동물인 페어리한테 정신이 오염당할 정도라면 랭커 은퇴해야죠.”
하하하 웃어 보이는 길드원들이 이렇게 믿음직스러워 보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지금 이곳에서도 가장 취약한 건 결국 지은 혼자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 * *
모자에, 목걸이에 반지는 열 손가락에 다 끼워져 있고 팔찌에 발찌에, 상태 이상 저항 버프까지.
몸에 착용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두른 지은은 지금 액세서리와 방어구에서 번쩍이는 빛 덕분에 자체 발광 중이었다.
“금은보화에 파묻힌 기분이 이런 건가 봐요.”
페어리들이 거는 정신 오염에 당한 대상은 자신이 현혹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곧바로 무의식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몸은 자리에 있는데 영혼이 빨려 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무의식의 세계로 영혼이 빨려 들어간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꿈과 함께 잠들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는 곳.
그렇게 버려진 육체는 페어리들이 이주해 온 이 던전의 비옥한 양분이 되어 숲을 울창하게 만들었다.
“무겁진 않아, 지은아?”
유라가 액세서리를 가득 차고 있는 지은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지은의 정신력 스탯은 고작 20.
정신력 스탯이 높을수록 ‘상태 이상 : 현혹’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은은 온갖 액세서리와 아이템, 그리고 버프 효과를 받아 정신력 스탯을 200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 정도면 페어리 여왕이 아니라 여왕 할머니가 와서 현혹을 걸어도 다 튕겨 나갈 거 같은데요.“
몇 번이나 4층을 드나들었던 길드원들은 기본 스탯만으로도 페어리의 정신 오염에 당하지 않을 터였지만 지은은 달랐다.
처음 지은이 받은 정신력을 올려 주는 액세서리는 주혁이 건넨 반지 하나였다.
반지 하나만으로도 30의 스탯이 올라가는 유니크 등급의 액세서리였는데, 지은의 정신력 기본 스탯을 들은 길드원들이 기겁하며 자신들의 아이템을 주섬주섬 꺼내 착용시킨 탓이었다.
“200도 너무 낮은 거 아니야? 지은 씨는 페어리를 처음 보시는 거잖아.”
지금 토벌대에서 주혁을 제외하고는 아마 정신력 스탯이 가장 높을 지은이었지만, 길드원들의 눈에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인지 다들 지은만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걱정이 되는 건 주혁도 마찬가지인지 지은에게 당부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지은 씨, 고양이 좋아하시죠.”
“네? 네, 좋아하죠…… 왜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고양이가 바닥에 다쳐서 쓰러져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네에?”
“작고 귀여운 요정 같은 게 날아와서 저기로 가 보자고 해도 절대로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어요.”
“누가 사탕 사 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네, 명심…… 저기요, 송주혁 씨?”
페어리가 사탕을 사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주혁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다른 길드원들도 아무도 주혁의 말에 태클을 걸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암. 그렇고말고.”
“아무 이유 없이 사탕을 사 준다는 몬스터는 없습니다, 지은 씨.”
“좋은 요리 재료가 있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저기요?”
“배고픈 사람이 너무 많다고 와서 요리 좀 해 달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페어리가 사탕을 어떻게 사 줘요!”
길드원들의 말도 안 되는 예시들을 듣다못해 지은이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서 소리치고 나서야 쏟아지는 잔소리들이 줄어들었다.
* * *
길드원들의 철저한 조기 교육(?)과 각종 액세서리의 효과 덕에 정신력 괴물이 되어 버린 지은은 종종 다른 길드원들이 잠깐 환각에 걸려 멈칫하는 도중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던전을 통과할 수 있었다.
눈에는 직접 보이지 않는 페어리들이 환각을 걸려고 시도할 때에는 무의식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기 때문에 잠깐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토벌대의 전진 속도는 조금 더딘 상태였지만 정신력 괴물인 지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페어리가 환각을 걸 시도조차 못 하나 봐요.”
호위 팀 혜민의 옆에서 지은이 중얼거렸다.
지금 지은은 페어리들이 상대하기엔 너무나 벅찬 정신력 스탯을 보유 중이었다.
다른 길드원들도 페어리가 정신 공격을 해 오니 몸이 굳긴 했지만, 곧바로 무의식의 세계에서 공격을 한 페어리를 베어 버린 탓에 잠깐의 시간을 두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지금 자신의 어깨에 앉아 그루밍을 하고 있는 까망이일 터였다.
<맛있다냥.>
방금도 다른 사람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았겠지만 지은의 주변을 맴도는 페어리 사냥을 했는지 입맛을 다시고 있는 까망이었다.
<주인, 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냥.>
출발 전, 트럭을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지은의 머리 위에 나타난 까망이 때문에 가장 놀랐던 건 지은이었다.
“그런데 까망이 너, 던전 안에선 트럭을 소환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냥.>
“그럼 그동안은 왜 안 나왔어?”
영업시간에 트럭을 소환했을 때에도 까망이가 했던 행동은 밥만 맛있게 먹고 내내 계산대 위 방석에서 잠을 자거나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지은이나 유라의 무릎 위에 몸을 말고 누워 있는 것뿐이었다.
<그동안은 힘을 좀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냥.>
“내가 트럭을 개조해 달란 것 때문이야?”
<그런 건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다냥. 주인의 부탁은 다 들어줄 수 있다냥.>
웬일로 기특한 말을 하는 까망이의 이마를 쓰다듬자 까망이가 골골골 소리를 내며 지은의 손에 볼을 비벼 왔다.
“그럼 자주 나와 있어, 까망아. 네가 있으니까 엄청 안심된다.”
<처음으로 인간과 계약한 거라 힘이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서 그랬다냥. 그래도 이젠 주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갈 거다냥.>
“아구 이뻐~”
까망이와 지은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혜민이 웃으며 말했다.
“정령과 사이가 엄청 좋으시네요.”
“다른 정령사들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그런 하급 정령들과 나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냥.>
“까망이가 무슨 정령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정령사들은 정령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나 명령만 해요. 복종 관계이지 이렇게 친밀한 관계는 아니거든요.”
길드에도 정령사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는 없다.
중급 얼음 정령인 나이아스, 빛의 중급 정령인 플로레와 계약한 정령사가 현재 50위대의 랭커로 가장 높은 등급의 정령사였고, 그 외의 정령사들은 다들 중급 정도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까망이 너, 그러면 중급 정령들보다 등급이 높아?”
<내 밑으로 집합시키면 정령계가 마비가 되서 안 될 정도다냥.>
근거 없는 말을 하며 으스대는 까망이였지만 정령에 대해서 밝혀진 게 거의 없기도 했고, 그렇게 말하며 으스대는 까망이의 모습이 귀여워 지은은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4층부터는 주인도 긴장해야 한다냥.>
그래서 본인이 직접 만에 하나 있을 위기에서 지은을 지키러 나왔다고 말을 이은 까망이가 그녀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주인.>
“응?”
<던전은 위험한 곳이다냥.>
“위험한 건 당연하지!”
‘<그런 의미가 아니다냥.>’
그렇게 말한 까망이가 표정을 굳혔다. 까망이의 말이 귀에 들리는 게 아니라 마치 머릿속에 울리는 것처럼 생생해 지은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떠야 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면 된다냥.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해도 된다냥.>’
‘이게 뭐야? 깜짝 놀랐잖아!’
‘<정령사들도 쓸 수 있는 정령과의 ‘직접 교감’이다냥.>’
그리고 지은은 자신이 정령과의 직접 교감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보다, 이어진 까망이의 말에 더욱 놀라야 했다.
‘<던전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