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0화(5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0화
지은은 확신할 수 있었다.
던전으로 인해 부귀영화와 명예를 누리는 랭커들은 물론 다른 헌터들도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던전에 들어간다.
그 길이 과연 본인이 정말로 원해서 선택한 길일까?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던전에, 그저 헌터로 각성했다는 이유만으로 헌터들은 던전 공략에 대한 부담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던전에 더 진출하지 않고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대체로 그런 헌터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던전을 거부하고 자취를 감춘 헌터들은 뭐에 씐 것처럼 이성을 잃고 폭주하거나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 죽었다.
마치 지긋지긋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살’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모하게 던전을 배회하다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던전에 누워 잊혀진다.
결국 죽을 때까지 던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
던전 안에서 죽거나, 던전 밖에서 각성한 능력의 폭주로 다른 사람들을 휘말리게 해서 죽거나.
‘던전 귀속 증후군.’
던전에서 등을 돌린 헌터들을 다시 던전이 끌어들이는 듯한 이 현상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연구되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였다.
‘<그게 헌터들에게 힘이 주어진 대가인 것이다냥.>’
‘그렇다고 해도 이게 정말이라면…….’
그건 너무 절망적인 운명이라.
그 어느 누구도 헌터로 각성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렇게 지은은 단언할 수 있었다.
‘<주인! 정신 차려라냥!>’
‘던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까망이의 말에 놀란 지은은 예전의 기억까지 떠올라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기분이었다.
길드에 가입한 뒤,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가 균열 던전 때문이라는 주혁의 말에 이것저것 알아보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받았던 충격과 방금 까망이가 했던 말이 주는 충격이 부딪혀 지은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을 짜내 봐도, 던전이 필요한 이유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던전은 살아 있는 공간이다냥. 어떤 존재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낸 공간이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냥.>’
‘그게 무슨…….’
‘<이제 더는 못 말한다냥.>’
항상 까망이는 이런 식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치면 말을 멈추고 지금은 말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넘어갔지만 지은 입장에선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다.
대답해 주지 않으니까.
까망이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에 동시에 자신에게 무엇인가 원하는 것이 있는지, 이런 식으로 말을 조금씩 꺼내면서도 그 이상으로 깊게 파고드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던전이 필요해서 만들어졌다면, 던전에서 죽은 사람들도 필요해서 죽었다는 거야?’
‘<말이 이상하게 튀는데, 그게 아니란 건 주인도 알고 있지 않냥!>’
‘우리 부모님도……!’
부모님을 떠올린 지은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지금 자신을 호위하는 이 호위 팀을 포함한 길드의 모든 사람들이 과연 던전에서 소중한 친구, 동료, 가족을 잃은 경험이 없었을까.
‘어차피 물어본다고 해도 더 말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
‘그래도 던전은 필요한 존재 따윈 절대로 아니야.’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한 내 말실수다냥. 미안하다, 주인.>’
‘그 누구도 던전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
지은은 그렇게 단언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파랗게 질린 지은의 안색을 확인한 호위 팀 덕분에 한동안 토벌대에 난리가 났다.
페어리의 정신 공격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에 초점을 잃고 입술을 깨문 탓에 피가 흐르고 있는 지은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지은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정신 공격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아요. 페어리의 환각 특유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상을 느낀 길드원들이 서둘러 지은의 상태를 점검하는 동안에도 지은은 그저 가만히 바닥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발설하지 말라냥.>’
‘그럼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까망이, 네가 정말로 나에게 바라는 게 뭔데?’
‘<……그건 우리들의 사정일 뿐이다냥. 때가 되면 다 말해 주겠다냥.>’
그 말을 끝으로 까망이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직접 교감을 통해 불러 봐도 까망이는 괴로운 표정만 지을 뿐 더 입을 열지 않았다.
* * *
마침내 4층의 초입 던전 [타락한 신전]에 입장한 토벌대의 분위기는 우울했다.
“아무 말도 없이 걱정시켜서 죄송해요. 다들 놀라셨죠?”
몇 시간 만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지은이 머쓱하게 웃어 보이고는 푸드 트럭을 소환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길드원들은 웃을 수 없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두운 안색의 지은을 보는 일은 길드원들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지만 길드원들에게 지은이 보여 줬던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어두워진 길드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지은은 오늘 준비할 저녁이 매우 중요했다.
머릿고기와 각종 내장들을 푹 삶아 따로 뚝배기에 나눠서 담았다.
50인분의 뚝배기가 도마는 물론 싱크대와 주방의 선반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는 광경은 흡사 단체 손님을 받은 식당의 주방 같았다.
아침에 미리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 둔 돼지 뼈들이 가득 담긴 육수가 팔팔 끓고 있었다.
처음 육수를 20분 정도 끓여 내고 나오는 거품과 찌꺼기들을 뜰채로 하나하나 떠낸 뒤 첫물을 버려 내고 찬물로 깨끗하게 뼈를 헹궈 낸 지은이 다시 육수 통에 뼈를 담고 푹 끓여 낸 지도 벌써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육수 통의 뚜껑을 열어 보니 뜨거운 김이 팔팔 올라왔다.
충분히 끓여 낸 육수는 앞으로 30분 정도만 더 뚜껑을 열고 끓여 내면 뽀얀 빛깔을 띨 것이었다.
순대국밥에 들어갈 순대는 완제품으로 나온 찹쌀순대였다.
푸드 트럭 메뉴로 이미 찹쌀순대볶음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기에 순대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저녁 식사 메뉴였다.
찜통에 담아 찜기에 쪄 낸 순대를 하나 잘라먹어 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쫄깃쫄깃하고 특유의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는 잘 쪄진 순대를 숭덩숭덩 썰어 뚝배기에 담은 지은이 이제 순대국밥에 넣을 다대기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소스 통을 꺼내 들었다.
고춧가루와 함께 길드원들이 합심해 잘게 다진 양파와 마늘을 듬뿍 넣었다.
간장과 까나리액젓을 붓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뒤적거려 주며 잘 섞어 주니 걸쭉한 다대기 양념이 빠르게 완성되었다.
손가락으로 콕 찍어 다대기 양념 맛을 본 지은이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고는 이내 냉장고를 열어 새우젓을 꺼냈다.
새우젓까지 들어간 다대기 양념은 그 자체로 간이 좀 있었지만 어차피 순대국밥에 다대기 양념을 넣고 같이 팔팔 끓여 줄 생각이었던 지은이었다.
전라도 전주 출신이시던 할머니는 항상 기본 다대기 양념이 되어 나오는 빨간 순댓국을 끓여 주시곤 했다.
거기에 고추기름과 들깻가루를 팍팍 넣고 먹으면 속이 든든한 순댓국 한 그릇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팔팔 끓여 내 이제 뽀얀 돼지 뼈 육수 색깔이 나오는 육수 통에서 국자로 국물을 떠냈다.
귀찮은 과정이긴 했지만, 한 번 삶아 내고 찬물에 씻어 낸 덕분에 불순물은 나오지 않았다.
삶은 등뼈에서도 고기를 조금씩 발라내는 작업은 오늘의 배식조인 방패조가 맡았다.
비닐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내는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지은이 다대기 양념을 한 숟갈 반씩 넣은 뚝배기에 육수를 옮겨 담았다.
뚝배기용 집게로 화구 하나당 두 개의 뚝배기가 올라갔다. 큰 화구이다 보니 세 개까지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받침대를 두고 두 개씩 빠르게 끓일 생각이었다.
잘 삶아진 머릿고기와 내장, 그리고 순대까지 알차게 가득 들어간 순댓국이 팔팔팔 끓어오르며 구수한 냄새가 가득 퍼져 나갔다.
잘 씻어 놓은 부추도 잘라서 반찬 통에 가득 넣고, 거기에 살을 발라낸 등뼈 고기도 큰 접시에 가득 담았다.
순댓국에 넣어 먹어도 좋고, 그냥 소금에 찍어 먹어도 좋은 잘 삶아진 고기들이었다.
추가로 넉넉하게 삶아 썰어 둔 머릿고기와 간, 허파 등의 내장들도 반찬 통에 가득 담겼다.
팔팔 끓여지며 다대기 양념이 배어든 빨간 국물 위에 들깻가루를 뿌리고 뚝배기를 집게로 들어 받침대에 받치며 지은이 소리쳤다.
“순대국밥 1팀, 식사 나왔어요!”
기호에 따라 간을 도와줄 고추기름과 소금, 그리고 새우젓과 다대기까지 담아낸 순대국밥 한 그릇과 함께 지은이 준비한 또 하나의 히든카드는 굵은 우동 면발이었다.
육수를 끓였던 가장 큰 화구에 채 망에 담긴 굵은 우동 면발을 삶은 뒤 찬물에 좀 씻어 냈다.
“순대국밥에 우동을 넣어서 먹나요?”
“밥도 드시고 같이 넣어서 풀어서 드세요. 괜찮을 거예요.”
언제 우울해했었냐는 듯 활짝 웃어 보이며 설명하는 지은을 보며 안심한 길드원들이 이내 싱글벙글하며 뚝배기를 받아들었다.
오늘의 배식조인 방패조원들 중 각성하기 전 정말로 국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던 이재원 헌터가 다시 아르바이트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국밥을 끓여 내는 동안 지은은 계속해서 다대기 양념을 넣고 우동 면발을 삶아 냈다.
“옛날 생각나네요. 엄청 맛집이라 손님도 많고 힘들었거든요.”
“왜 그렇게 힘든 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익숙하게 다 끓여진 국밥 뚝배기를 받침대에 담아 전달하고 육수 통에서 육수를 지은이 알려 준 만큼 담아 또 바로 끓여 내는 3년 차 헌터 재원이 하핫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시급이 다른 데보다 엄청 좋았거든요. 저희 구에선 거의 최고일 정도로? 대신 엄청 바빴지만요.”
시간이 지났지만 몸이 기억하는 듯 프로 주방 아르바이트생의 느낌을 풀풀 풍기며 순댓국을 끓여 내는 재원 덕에 지은은 편하게 새로운 시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으아…….”
“으흐아…….”
여기저기서 자기의 기호대로 양념을 추가하거나 간을 맞춰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길드원들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주! 소주가 필요해!”
“토벌전 끝나면 다들 가서 머릿고기에 술 한 잔씩 하자구!”
던전 안에서 뚝배기에 제대로 끓여진 순댓국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떠먹는 맛은 특별함을 넘어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쌈장이나 초장에 기호대로 순대와 내장, 머릿고기를 찍어 먹기도 하고, 국에 밥을 반만 말아 먹거나 따뜻한 밥에 고기를 올려 부추와 함께 먹기도 하고.
거기에 지은이 야심차게 준비한 우동 면발을 휘휘 풀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면치기까지 하며 먹는 길드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순댓국을 먹으며 길드원들은 속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지은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진짜 대단하다, 지은아. 난 내가 식단표 잘못 본 줄 알았잖아.”
“뚝배기 순대국밥이라니, 푸드 트럭이 아니라 거의 식당이야.”
누구보다도 지은을 많이 걱정한 유라와 나운이 자신 몫의 국밥을 담아 온 지은을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우동 면발도 넣어 먹으니까 좋은데?”
“할머니가 해 주시던 방식이에요. 면도 먹고 밥도 먹고 해야 순대국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우리 지은이는 왜 또 이렇게 조금만 먹을까?”
잔소리에 시동이 걸리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귀를 막자 길드원들이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크게 웃어 보였다.
국밥만큼 따뜻한 저녁 식사 분위기 덕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 지은도 활짝 웃으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