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1화(5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1화
지은의 깜짝 선물과도 같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과 우동 사리까지 모두 배부르게 먹은 길드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정확히 51그릇의 국밥을 만들고 뼈까지 삶아 뽀얀 돼지 뼈 육수를 내는 동안 지은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다른 길드원들의 도움도 컸지만 오늘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고 난 뒤였기에 지은은 손목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저릿저릿한 손목을 돌리며 풀어 주고 있던 지은에게 어느새 다가온 주혁이 말했다.
“힘들지 않아요?”
“아…… 괜찮아요.”
“괜찮기는요.”
방금 전까지 손목을 돌리다 보면 돌릴 때마다 살짝씩 느껴지는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지은이였다.
그런데도 자신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어 보이는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혁이 지은의 손에 하얀 수건을 건넸다.
손에 들어온 수건은 뭔가가 들어 있는 것처럼 두툼했다. 시원한 느낌이 드는 수건을 풀어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 지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이스 팩이네요?”
“손목이 저릴 땐 꼭 냉찜질을 해 주는 게 좋아요. 너무 오래 하면 안 좋지만.”
이것 또한 특수한 아이템인지, 수건에 감싸진 아이스 팩을 손목에 대기만 했을 뿐인데 금방 시큰시큰하던 통증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아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 본 지은이 엄지를 척 세워 보이는 모습에 주혁이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없어요. 오늘 육수 통을 들다가 살짝 삐끗한 거 같아서요.”
“무거운 건 길드원들을 부려 먹으셔도 될 텐데. 혼자서 80인분을 준비하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충분한 시간을 거쳐 느긋하게 준비한다면 80인분은 지은의 입장에서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고,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토벌대의 스케줄에 맞춰 많은 양의 여러 가지 반찬을 곁들여 하려면 지은은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까망이의 능력으로 넓은 조리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계속해서 칼질을 하고, 허리를 숙이고, 큰 주걱이나 삽으로 재료를 볶고, 섞다 보면 분명히 어느 순간부터는 ‘아 힘들다.’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들을 못 하는 게 아쉬워요.”
“오늘은 그래도 육수까지 내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첫날부터 생각했던 걸 실험해 본 거예요. 보통 저녁에 트럭을 소환했을 때부터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7시쯤이면, 딱 12시간 정도를 영업시간으로 할 수 있잖아요?”
“그렇죠.”
“제 스킬 중에 메뉴를 정하면 식재료를 제공해 주는 스킬이 있는데, 이게 정말 좋으면서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좀 별로인 거 같아요.”
“어떤 점이 말입니까?”
“자정이 지나면 남은 재료가 다 사라져 버려요!”
속상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지은이 말을 이었다.
“육수도 오래 끓여야 하고, 양념에 재워 둬야 하는 요리들도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거든요.”
“지금 저희 길드원들은 지은 씨가 맨밥에 김치만 줘도 감사합니다, 하고 드실 거 같은데요?”
“음…….”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말을 하려던 지은은 자신이 즉석 밥을 꺼내기만 해도 반짝반짝 눈을 빛내던 길드원들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주혁의 말대로 ‘생쌀을 줘도 특식으로 알고 감사히 먹겠다.’라고 했던 길드원들이었다. 그리고 길드원들은 지금 지은이 어떤 요리를 하든지 항상 맛있게 먹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실험을 해 봤거든요. 오늘 육수를 낸 것도 아침에 뼈를 손질하고 물에 담가 두고 핏물을 빼 보면 어떨까? 해서 해 봤던 거고요.”
“결과가 좋았습니까?”
“육수 통에 가득 담은 등뼈를 화구 위에 올려놓고 폐점을 하고, 다시 개점을 하면 과연 그대로 남아 있을까 했는데,”
손님에게 판매한 음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첫 만남에 주혁이 사 갔던 샌드위치와 계란 초밥, 된장국으로 해결이 된 문제였다.
그리고 오늘 지은이 실험해 보려 한 것은 ‘[오늘의 추천 요리!]로 제공받은 식재료가 과연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에 관계없이 남아 있을 것인가?’였다.
하루만 지나지 않으면 스킬로 받은 재료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이미 그동안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12시가 되어서 재료가 사라지고 난 뒤 날짜가 바뀌는 00시 00분에 다시 [오늘의 추천 요리] 스킬로 재료를 받아 손질해 놓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실험.
지금 토벌대에서 숙영지의 역할도 해 주고 있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을 위해서 아침 7시까지 트럭을 소환해 둔 상태에서 미리 재료를 손질해 놓는다면?
“그래서 어제는 씻고 일찍 자고 12시에 일어나서 실험해 봤어요.”
불침번들에게 부탁해서 12시에 칼같이 기상한 지은은 재료가 다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스킬을 사용해 오늘의 아침 메뉴와 점심, 그리고 저녁 메뉴에 필요한 재료들을 다시 받았다.
“새벽에 불침번분들하고 같이 아침에 필요한 재료를 조금 손질해 놓고 냉장고에 둬 봤거든요. 근데 다행히 손질된 그대로 재료가 남아 있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렇게 바빴던 거였습니까?”
아침 식사는 하고 하라며 걱정하는 길드원들에게 고개를 저어 보이며 오늘 아침에 지은이 열심히 준비했던 저녁 재료.
인벤토리로 들어오는 재료를 꺼내서 손질하고 조리대 내부에 들어가 있기만 한다면 재료가 원상 복구되진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했던 실험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어요. 어찌 됐든 간에 트럭의 조리대 대부분은 제 스킬의 영향을 받는 공간이니, 미리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재료만 준비해 놓으면 어떤 형태든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폐점 시간이 되어 아침에 트럭이 사라지고 나서도 미리 준비해 둔 손질한 재료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저녁에 다시 개점 시간에 맞춰 트럭을 소환했을 때 조리대와 냉장고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좀 더 맛있는 밥을 해 드리고 싶고, 다양하게 음식도 하고 싶은데 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었거든요. 그래도 오늘 실험으로 조금 해결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쑤시는 무릎에 아이스 팩을 대고 주무르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주혁이 애써 미소 지었다.
“그래도 아침은 드셔야 합니다.”
“원래 제대로 아침을 먹지도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에는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안 먹었고, 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눈치 보지 않고 잤거든요.”
아침과 점심은 한 번에 해결하는 거죠. 하고 말하는 지은에게 뭐라 잔소리를 하려던 주혁의 등 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다니니 이렇게 비실비실하지.”
“네?”
지은을 포개서 3명쯤 쌓아 두면 부피가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성진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들어 저 높이 있는 성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은 앉아 있고, 성진은 서 있으니 가뜩이나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성진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크게 젖혀야 했던 지은이 목덜미에 손을 대는 모습에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굳이 왜 그렇게 목을 젖혀서 봐요.”
“그렇게 비실비실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성진 씨를 보니까 확실히 전 비실비실한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이 녀석 옆에 있으면 다들 약해 보일 겁니다.”
“저 지금 좀 억울해요. 각성하고 나서 스탯에 페널티를 받았다니까요? 오히려 더 체력이 떨어졌다고요.”
순간적으로 힘이 1 오르지 않았냐고 말을 할 뻔했던 주혁이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주혁을 보며 눈을 찡긋해 보인 지은이 계속 올려다보던 성진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성진이 그들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힘이 5라고?”
“레벨 1이라서 그래요. 거기에 저는 헌터도 아니고 비전투계열 각성자니까 더 그렇겠죠.”
“아니, 그래도 각성자가 일반인 수준의 스탯을 가지고 있는 건 조금 이상한데.”
“그쵸?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죠?”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야. 네 말대로 넌 비전투 계열 각성자니까.”
성진의 말에 이건 음모가 분명하다며 열심히 따지던 지은의 입이 합! 하고 다물렸다.
“꾸준히 운동을 해, 강한 근육은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
“옛말에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을 덜한다는 말도 있잖아?”
“그거 반대 아니에요?”
지은의 말에 한동안 지은을 세뇌라도 시키려는 듯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을 많이 기르면 좋은 점에 대해서 성진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앞뒤로 어떤 싸가지 없는 놈들이 차를 딱 붙여서 대 놨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앞차나 뒤차 주인분께 전화해서 차 좀 빼달라고 하면 되죠.”
“이러니까 머리가 고생한다는 거야. 시간도 마찬가지야, 시간은 금이거든.”
“그럼 몸이 좋으면 다른 해결 방법이 있어요?”
“차 앞부분을 살짝 들어서 빼야지. 앞차나 뒤차를 조금 밀면 간단하잖아.”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어, 그렇네?’ 하고 성진의 말에 납득하기 시작한 지은과, 그런 지은을 본격적인 헬스의 세계로 끌고 가기 위한 성진의 노력을 보며 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매일 길드 헬스장으로 출근해!”
“매일이요? 그건 좀…….”
* * *
4층의 초입 던전인 [타락한 신전]의 보스가 쓰러지고 나타난 제단.
비석에 알아볼 수 없는 글자와 함께 선명하게 빛나는 태양 그림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실제로 빛이 터져 나오듯 빛줄기가 새겨져 있는 비석을 유심히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뭘 상징하는 걸까요?”
“4층에 진입한 뒤 지금까지 알아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습니다.”
제단에 세워진 비석, 거기에 새겨진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내용의 그림과 글자.
평소라면 특이한 장소인가보다 하고 지나쳤을 비석에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시선이 가는 지은이였다.
‘<던전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라냥.>’
까망이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서일까. 지은의 시선이 자꾸만 비석에 맴도는 것을 확인한 주혁이 지은에게 말했다.
“신경 쓰이십니까?”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이상해서요.”
“신기하죠, 지금까지 4층 어디에도 이런 문자와 그림이 새겨진 비석은 없었습니다.”
“4층에서도 딱 이곳에만 있다고 하니까 더 이상하네요.“
“이 비석이 처음 발견됐을 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1층에 있는 비석과 크기도, 쓰여 있는 글자의 모양도 동일했거든요.”
“1층에도 이런 비석이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