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3화(5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3화
까망이가 사라진 뒤 주혁이 말했던 비석에 대한 정보를 당장 알아보고 싶었지만, 지은은 일단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에서 비석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야말로 까망이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협박할 예정이었다.
‘갑자기 상의도 없이 각성자로 만들어 놓고, 먹여 주고 키워 줬는데!’
지은 본인도 까망이가 절대 말하지 말라던 정보를 알려 줘서 길드에 들어오고, 토벌대에도 참가하게 됐지만 까망이에게 조금 남아 있던 죄책감은 이미 지은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중에 첫 번째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
……? 이 새끼가?
지금이 딱 지은에게 그런 상황이었다.
던전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마치 말해 주면 안 된다는 듯 쏙 숨어 버린 까망이는 아무리 불러도 나오질 않았다.
지은이 주인이라면서 정작 주인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그야말로 고양이 그 자체인 성격까지.
본인은 고양이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지금 이렇게 주인 알기를 때가 되면 밥 내놓지, 안아 주지, 어깨 빌려주지, 그야말로 집사로 알고 있는 게 아무리 부정해도 까망이는 고양이가 맞았다.
* * *
어느덧 던전에서의 다섯 번째 밤이자, 바깥세상에서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던전 안에서 낮밤이 뒤바뀌어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생체 리듬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시차 적응도 없이 밤에 잠을 자던 사람이 던전 안에 들어왔다고 아침에 잠을 잘 순 없는 노릇.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돼요.”
그러다 보니 바깥세상 기준으로는 지금이 해가 떠 있는 점심이라고 해도, 던전 안은 캄캄한 자정이었다.
5일 동안 같은 패턴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해 왔지만, 주위가 어두운 데 아직 점심이라는 것이 도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던전에서 이렇게 어두울 때 이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던전 안에서도 헌터 게시판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은은 주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재미가 들린 참이었다. 쿡 찌르면 모르는 것들에 대한 정보가 줄줄줄 쏟아져 나온다.
“토벌대가 우선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엄연히 던전은 자유행동 구역입니다.”
“자유행동 구역이요?”
“기본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다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은 길드 연합이 제시한 규칙을 따르지만, 던전은 헌터들의 무대이지 길드 연합의 무대가 아니니까요.”
“아…….”
“던전에 해가 떠 있는 때는 헌터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입니다. 퀘스트를 깨거나,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들은 토벌대의 목적이 아니니까요.”
주혁의 말대로 토벌대는 몬스터를 찾아서 토벌하지 않았다.
토벌대의 진행 방향에 몰려드는 몬스터만 처리할 뿐이지 오히려 속도를 낼 때에는 무기도 없이, 방어구도 경량화해서 버프를 받고 길을 뚫기 위해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토벌대 방향으로 발생하는 몬스터 웨이브나, 이미 다른 헌터들에 의해 처리되었다가 다시 소환되어 가까이에 몰려드는 몬스터를 제외하고, 토벌대가 몬스터를 대대적으로 처치하고 가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였다.
“각 층의 중심부에 있는 던전일수록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몬스터의 레벨도, 지성도 높아지죠.”
“중심부 던전으로 향할수록 헌터들의 파티가 적은 게 그 이유였군요.”
“네, 보통 파티는 2인에서 5인을 기준으로 하니까요. 파티 구성이 5인을 넘어가면 나눠서 획득하는 경험치나, 재화가 현저히 떨어져서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아…… 그래서…….”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넓은 던전임에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던 헌터 파티들의 구성원 숫자를 떠올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이 몬스터를 잡고 던전을 왕복하는 이유는 재화와 퀘스트, 아이템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각 클래스별 개인의 벽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토벌대가 몬스터를 대대적으로 처치하는 경우는 하나입니다. 현재 던전 안에 들어와 있는 헌터들의 숫자 대비 몬스터가 너무 많아, 거대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확률이 높을 때.”
이번 토벌대는 특히 5층 토벌을 염두에 두고 길드의 정예들을 모두 끌어모은 청명 길드의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지나쳐 온 던전에 비해 그 수준이 매우 높은 경우였다.
개개인의 이름이 모두 네임드인 그런 헌터들이 토벌 목표도 아닌 이미 균열 던전이 생성될 위험도 없는 개척 던전에서 다른 헌터들의 레벨 업과 재화 습득을 방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말 그대로 고렙의 유저가 저렙 던전에서 학살을 하면, 저렙 던전을 이용하던 유저들은 다시 몬스터가 나타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들어온 던전에서 대기하거나, 다른 던전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었다.
“과거에 길드 연합이 생기기 전에는 범죄 길드도 많았습니다.“
“아! 그건 봤어요, 인기 많은 던전을 하나의 길드가 점령하고 던전에서 사냥을 하려는 헌터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냈다고…….”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성행하던 악습이죠.”
다행히 뜻을 함께한 거대 길드 태백과 아리아, 그리고 대형 길드의 횡포에 치를 떨었던 중소 길드들이 연합해 결성한 길드 연합은 그동안 떵떵거리며 던전을 점령했던 다른 대형 길드를 와해시켰다.
힘이 없어서 그동안 다른 헌터들이 참고 살아왔던 것이 아니었다.
랭킹이 높다고 한들, 헌터와 헌터가 서로 던전 안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비극이었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던 헌터들이 참아 왔던 것이었다.
4층의 계층 보스가 토벌되고도 4층의 영역은 절반 이상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늘어 가는 4층의 균열 던전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4층의 계층 보스가 토벌되었으니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5층에 대한 부담감.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긴장감은 헌터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다가왔다.
마침내 길드 연합에 의한 대대적인 청소 작업이 진행되었다.
아무리 기존의 대형 길드들이라 해도, 4층 토벌에 대한 의무감을 저버린 채 헌터들의 세계인 던전을 좀먹고 있던 대형 길드들은 길드 연합의 랭커들과 다른 중소 길드의 적극적인 협조로 하나하나 깃발이 꺾여 나갔다.
거기에 그동안 그들이 저질러 온 탈세, 불법 청부 살인, 헌터 마켓의 시세 조작 등의 범죄 사실까지 까발려지자 기존의 권력층이었던 1세대와 2세대 헌터들도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거기에 3세대 헌터임에도 가장 먼저 레벨 70대를 뚫은 주혁에게 반항하며 조직적으로 덤볐던 헌터들까지 제압되고 나니 그제야 던전에 헌터들의 법이 생겨날 발판이 마련되었다.
“헌터 게시판을 사용 못 하니까 주혁 씨한테 하나하나 배우는 기분이네요.”
“지은 씨도 비전투 계열 각성자지만, 이제는 엄연한 저희 길드원이시니 저는 길드원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제자 사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의무는 좀 딱딱해 보이잖아요.”
“미남 과외 선생님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자 정도로 하죠. 학교 선생님은 너무 나이가 많이 차이 나는 사이 같잖아요.”
“4살 차이면 많이 나는 거 아닌가요? 교생 선생님과 고등학생 그 정도의 차이인데?”
“그렇게…… 많이 차이 나지는…….”
지은의 말에 주혁은 손가락을 괜히 접어 보고는 말을 줄여야 했다.
“주혁 씨가 아침 이슬이나 초면처럼 마실 때 전 슬러시 마셨는데.”
“……말이 이상하게 튀었는데 아무튼, 토벌대는 다른 헌터들의 정상적인 레벨 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은의 호위 팀과 주혁과 성진이 속한 지휘조를 제외하고는 다른 토벌대의 각 조는 진행 방향에 다가오는 몬스터들만 처치했다.
저녁 식사 이후에 간단하게 다음 던전에서 사용할 무기와 방어구를 실험하기 위해 개인별로 30분 정도 실험을 하고 오는 것을 제외하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토벌대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리고 길드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잡은 몬스터들이 드랍하는 아이템도 안 챙기시네요?”
방금도 지휘조의 오른쪽에 다가왔던 검은빛으로 빛나는 유령 모습의 몬스터를 처치하자 검은색 포목이 떨어졌다.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지만 4층 던전에 있는 몬스터가 드랍한 아이템이니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할 터였다.
“인벤토리는 무한이 아니거든요.”
“네?”
“지금 토벌대원들의 인벤토리에 여유가 거의 없을 겁니다. 미리 들고 있던 아이템이 아닌 이상 새로운 인벤토리 칸을 차지해야 하니 줍지 않는 게 맞죠.”
“인벤토리에 제한이 있어요?”
“네, 아이템을 써서 인벤토리를 확장하거나, 특수한 재료로만 제작이 가능한 아공간 배낭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거기까지 말하던 주혁이 이상한 점을 느끼고 지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입을 손으로 막고 숨을 죽이고 있던 지은과 눈이 마주쳤을 때, 주혁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
“인벤토리의 제한이 없습니까?”
“하하…… 비밀인데.”
“…….”
“비밀은 말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는 지은의 표정을 본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밀은 물어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얼굴에서, 행동에서 티가 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지은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만큼 지은은 순수했고 구김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그래서 너무나 위험했다.
지은의 솔직한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지은의 인벤토리에는 헌터라면 당연한 무게 제한이나, 개수 제한도 없는 듯했다.
던전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고, 트럭을 운전하고, 안전 영역을 구현해 주며, 거기에 인벤토리에 제한도 없다.
지은이 만약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랭커를 제일 먼저 만났다면 지금도 이렇게 웃고 있을 수 있었을까.
4층에서 복귀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리아드네의 천칭]의 영역 확보가 조금만 늦어서 지은이 만약 길드로 자신을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더라면?
그녀가 한 달 동안 판매를 하면서 만난 건 손님 한 명뿐이라고 했다.
그 손님이 다른 허튼 마음을 품지 않아 정말로 다행이지, 지은은 길드의 입장에서 걸어 다니는 사기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밀…… 또 늘어 버렸네요.”
그렇게 말하며 힐끔힐끔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의 모습에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요. 이번에도 지은 씨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저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