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4화(5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4화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미. 남. 선생님?”
“불리하니 수용해 주시는 겁니까?”
“이용할 건 이용해야죠. 지금은 제가 불리한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호칭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하고 물어 오는 지은의 말에 주혁이 푸스스 웃음 지었다.
말려들기엔 너무나 엄청난 비밀을 알아 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지은의 스킬이나 능력에 대해 파고들 마음이 없는 주혁이였다.
“지은 씨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어요. 그 인벤토리 안에 토벌대는 개인의 장비들을 모두 챙겨 오는 겁니다.”
“아…….”
“그러니 저런 재료 아이템을 주워서 담을 순 없죠.”
지금 토벌대가 이동하는 최단 경로는 이미 확인된 던전들이고, 그 던전에 비해 토벌대의 레벨은 높다.
하지만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각 각성 능력별로 상성이 맞지 않는 던전과 몬스터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토벌대는 공략할 던전의 필드와 주요 몬스터, 보스 몬스터를 예상하기 위해 철저한 토론을 거친다.
인접 던전의 형태와 그동안 각 층별 중심부로 향하며 얻어 왔던 데이터들을 종합해 가장 적합한 방어구와 액세서리, 무기를 챙기고.
아리아 길드를 통해 공식적인 힐러의 지원을 받아도 되었겠지만, 현재 아리아 길드엔 5층 토벌을 준비해 본 인재가 없었다.
거기에 랭커들로 구성된 청명 길드보다는 3층과 4층의 미개척 구역을 토벌하는 다른 길드에도 파견이 시급했다.
힐러와 마법사의 수는 매우 한정적이기에, 귀중한 자원이었다.
물론 힐러가 있다면 토벌대의 전력에 큰 보험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위험 부담이 큰 미지의 5층 토벌 중에 귀중한 힐러가 혹시라도 죽는다면?
힐러들의 길드인 아리아 길드가 공식 랭킹 2위에 등록되어 있는 것은 던전 토벌과 확장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길드이기 때문이다.
힐러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수없이 이뤄지는 토벌, 양성소에서의 교육, 확장된 던전의 안정화 작업까지.
힐러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스케줄이 매우 많아 그 누구보다 혹사당하는 게 힐러 클래스였다.
“그래서 지금 2대 아리아 길드장인 한그루 헌터가 만들어낸 게 바로 이 엘릭서입니다.”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 힐러들과 마법사들의 합작품.
주혁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엘릭서는 하얀색으로 빛나는 액체였다.
위급 상황 시 몸에 뿌리거나, 마시는 것으로 전문 힐러의 고위 회복 마법인 [리저렉션]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엘릭서의 개발은 던전 토벌을 더욱 가속화시켜 주었다.
“연금술사의 포션에 이어 3세대의 가장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하죠.”
언제나 부족한 힐러와 마법사들이 없어도, 단숨에 목숨을 잃을 정도의 치명상이 아닌 이상은 목숨은 붙여 놓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엘릭서의 개발.
“혹시 모르니 지은 씨에게도 몇 개 드리는 게 좋겠군요.”
주혁이 마침 잘되었다는 듯 엘릭서를 지은에게 계속 건넸다.엘릭서를 받고 인벤토리에 넣고 나면 다시 다른 엘릭서가 지은에게 내밀어졌다.
“이거…… 비싼 거 아닌가요?”
“전 돈이 많은 사람이라.”
벌써 10개째, 엘릭서를 주혁에게서 받아 들던 지은이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11번째 엘릭서를 건네려는 주혁의 손을 덥석 잡아챘다.
“그만!”
“…….”
“그만 주셔도 돼요.”
지은이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보던 주혁이 어색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꽤나 따뜻했다.
“저보다는 주혁 씨한테 필요한 아이템이잖아요.”
“……그래도 엘릭서는 많이 들고 있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호위 팀이 지켜 주시는데요.”
“호위 팀은 고작 4명입니다. 4층의 중심부만 가도 지금보다 더욱 진행이 느려질 거예요.”
“그래도……!”
“4층의 초입 던전인데도 헌터 파티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토벌대에게 몬스터가 집중될 거란 소리예요.”
“그럼 그땐 주혁 씨도 저를 지켜 주시면 되잖아요.”
“그렇다면 엘릭서는 그만하면 됐다 치고, 이거라도 받으시죠.”
주혁이 건넨 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본 지은이 놀라 소리쳤다.
“이건 게이트석이잖아요!”
“네, 게이트석입니다.”
“이렇게 귀한 걸 왜 다시 저한테 주세요?”
[미지의 게이트석]– 던전 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돌.
– 최대 30명까지 지정해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 한 번 이상 가 본 장소에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게이트석을 얼떨결에 받아 든 지은은 시스템창에 뜨는 게이트석의 정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길드 차원에서 쓰셔야 할 물건이에요. 예를 들면 이번 토벌에서 5층을 토벌하고 다음 던전을 개척할 때 쓰거나…….”
“그런 용도도 있지만, 게이트석은 비상 탈출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네?”
“만약 5층에서 큰 위협이 닥치면, 그땐 이걸 사용해서 던전에서 빠져나가요.”
“그게 무슨!”
현재 토벌대의 인원은 지은을 포함해 51명.
30명밖에 이동할 수 없는 이 게이트석을 사용하게 되면 21명이 던전 안에 남아야 했다.
“이제 와서 그러는 게 어딨어요!”
주혁의 뜻을 알아챈 지은이 손을 더욱 꽉 잡아 왔다. 그런 지은의 얼굴을 보며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떠오른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지은이 좋아해?’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목소리가 왜 유라의 황당하다는 목소리인지, 이런 내용인지.
그때 자신은 뭐라고 대답했더라.
‘좋아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유능한 길드원이다.
20년의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욕구이자 권리를 던전 안에서 베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리고 남을 생각하며 욕심 한 점 없이 맑고 순수하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혁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지은이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살짝 주어 손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어! 왜 말이 없어졌어요!”
“…….”
“모든 역량을 다해서 지켜 주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랬죠.”
“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종신 계약까지 요구해 놓고. 이젠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여차하면 도망치라고 하고.”
“어딜 가든 길드의 아래에서 보호받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제시했던 것뿐이에요. 세부 사항은 당연히 지은 씨에게 맞출 생각이었고요. 그리고…….”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 5층에 대한 실마리.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아리아드네의 천칭] 영역 확보는 진척이 느려 답답한 마음에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다녀왔던 던전이었다.
오래 머무를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던 던전에서 복귀하기 직전에 기적과도 같이 만난 푸드 트럭.
그리고 그 푸드 트럭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얼굴을 빼꼼 내밀고 활짝 웃어 보이던 지은.
그 어떤 던전에서 겪었던 사건보다 신기한 경험이었고, 구매한 샌드위치의 맛은 완벽했다.
답답했던 마음을 마치 샌드위치 안에 꽉 들어찬 다양한 재료가 채워 주는 느낌.
처음 이름을 밝히고 샌드위치값으로 게이트석을 건넨 건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갈 길이 바쁘니 더 머물 생각은 없었지만,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푸드 트럭으로 걸음을 옮겼었다.
‘육천오백 원……?’
‘육천 원! 더는 안 돼요!’
그렇게 말하며 정말로 재료값도 남지 않는다며 -알고 보니 스킬로 재료를 무상으로 제공받으면서- 양보 못 한다고 했던 그 얼굴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5층의 문을 열고 복귀할 때까지, 모든 걸 걸고 지켜드릴 겁니다. 그러니 그 게이트석도 가지고 계세요.”
지은의 손을 휘감아 오는 커다란 주혁의 손.
두 손으로 잡고 있음에도 맞잡은 주혁의 손에 자신의 한 손이 그대로 쏘옥 잠길 정도로 차이 나는 손의 크기.
거기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와 주혁의 말에 담긴 진심을 느낀 지은이 은은하게 웃어 보였다.
그냥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 준다고,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아 준 것이 처음이라.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은은 아주 오랜만에 생각했다.
* * *
“오늘의 저녁 메뉴는 뭘까요!”
“정답! 소갈비찜!”
“거기에?”
“참치김치찌개요!”
강행군이라고 해도 좋을 빡빡한 일정 속에 어느덧 4층의 중간까지 온 토벌대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다.
“토벌대 생활 10년 만에 이렇게 편한 토벌대 경험은 처음이라니까!”
“인벤토리에 식단표는 무조건 넣고 왔죠! 쉴 때마다 이거 보고 힐링한다니까요?”
“오늘 메뉴는 뭘까…… 오늘은 무슨 맛일까? 하고 하도 기대해서 그런가?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기분이에요.”
조리대에 서서 호응을 유도하는 지은에게 몰려든 길드원들이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호응하자 기분이 잔뜩 좋아진 지은이었다.
“후식은 씨앗호떡에 요플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에요!”
“후식 들어갈 자리는 남겨 놓고 먹어야겠는데?”
후식이 들어갈 자리를 걱정하는 지후에게 방패조 조장인 새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알게 된 4년 동안 너에게 이렇게 실망한 건 처음이야.”
“왜…… 왜요?”
“사람은 두 개의 위를 가지고 있어, 식사용, 후식용.”
“…….”
“그래서 안 먹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먹어야죠!”
지후의 정신 개조를 완벽히 마친 새봄이 ‘그래야 청명 길드원답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모두가 왁자지껄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의 배식조는 무려 지휘조였다.
성진이 앞치마와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모습을 보며 지은이 크게 웃은 걸 시작으로 ‘진짜 안 어울린다.’, ‘국자도 쇠 파이프로 보인다.’ 등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하던 길드원들에게 성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국자로 맞으면 안 아플 거 같아?”
“…….”
한 마디로 제압 완료.
그런 성진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은 재료를 다듬을 도마를 닦기 위해 무적 수건을 찾는 중이었다.
“이거 찾는 거죠?”
주혁의 손에 들린 새하얀 무적 수건을 본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네, 주세요.”
“제가 오늘 주방 보조라서,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닦겠습니다.”
주방일은 레벨 1이니까요. 하며 지은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팔까지 걷고 도마와 양념이 튄 화구를 열심히 닦기 시작한 주혁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요?”
“누가 주혁 씨를 보고 랭킹 1위의 길드장이라고 할까요.”
“주방에선 지은 씨가 저희 길드 랭킹 1위입니다.”
주방장이잖아요! 라며 덧붙인 주혁의 말 덕에 지은은 편안하게 뒷정리를 신경 쓰지 않고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소갈비찜부터 먼저…….”
아침에 들어온 싱싱한 소갈비는 표면의 지방층을 걷어 내고 찬물에 담가 놓아 충분히 핏물을 빼 준 상태였다. 영롱한 한우 갈비의 자태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감자와 당근은 한입 크기로 숭덩숭덩 자르고 거기에 대파를 잘게 다져 하얀 부분과 잎 부분까지 가득 담겨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이제 좋은 한우 갈비찜을 완성할 양념장을 만들 차례였다.
커다란 소스 통에 진간장을 콸콸 담고 거기에 설탕도 포장을 뜯어 아낌없이 부어 주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항상 양념장에 들어갈 재료들도 많이 써야 했다. 거기에 너무 한 번에 많이 만들면 넣은 재료가 잘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도 두 개의 통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기로 했다.
맛술을 둘러서 넣어 준 뒤, 물을 조금 담아 간장과 설탕, 맛술이 고루 섞이도록 저어 줬다.
그다음은 마늘과 생강이었다. 배식조들이 워낙 열심히 마늘과 생강 껍질을 까서 다져 놓은 덕분에, 믹서기 뚜껑을 열고 잘 갈린 마늘과 생강을 투하했다. 이어 잘게 썰린 대파를 나눠서 넣어 준 지음이 다음으로 꺼내 든 것은 후추와 참기름이었다.
후추 통의 뚜껑을 돌리자 차칵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가는 후춧가루가 양념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커다란 소스 통에 참기름을 넓게 뿌려 주자 주혁이 기다렸다는 듯 양념장을 잘 섞기 시작했다.
지은이 씩 웃으며 말했다.
“업무 분담이 환상적인데요?”
“시켜만 주시죠, 셰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