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5화(5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5화
조리대에 들어와 있는 건 오직 주혁뿐이었다.
당당하게 지은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앞치마를 두른 채 열심히 김치를 썰고 있는 주혁을 오늘의 배식조인 지휘조에 속해 있는 헌터, 전준일 헌터와 최기명 헌터가 이상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음식 준비가 제일 힘들 텐데, 왜 혼자 돕겠다고 하는 거지?”
“물론 배식이 중요하긴 한데…….”
오늘의 저녁 메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최고인 소갈비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길드원들의 기대도 매우 높은 상황이었고, 무려 부길드장인 성진이 직접 소갈비찜 배식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배식에 실패한 배식조는 용서받지 못한다.’
‘…….’
‘양성소 때를 생각해 봐라. 배식에 실패한 배식조가 어떻게 되었지?’
한 번에 헌터 300명 이상을 관리하는 양성소에서 배식에 실패하게 되어 주 반찬이나 밥을 못 받게 된 헌터들이 보내던 싸늘한 시선!
헌터라면 누구나 그 차갑기도 하면서 뜨겁기도 한 그 원망의 눈빛들을 느껴 본 경험이 있을 터였다.
힘든 양성소 기간 동안 항상 밥은 모자랐고, 배식은 어려웠다.
“길드장이 요리에 취미가 있었나?”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운 채 지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수건으로 박박 닦으며 웃고 있는 주혁을 보며 지휘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 주혁이 있든 말든 지은의 시선은 오직 넓은 냄비에 볶고 있는 김치에 집중되어 있었다.
참기름을 두르고 냄비 안에서 볶아지는 김치가 내는 맛있는 소리와 냄새에 시선을 집중하고, 눌어붙지 않게 주걱으로 살살 젓고 있는 지은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거기에 마늘도 넣고, 알맞게 배식조가 썰어 온 양파까지 넣고 냄비를 들썩이며 볶는 지은에게서 어떻게든 시선을 돌리기 위해 몸을 열심히 움직여 이곳저곳을 닦고 있는 주혁이 불쌍할 정도였다.
“쌀뜨물 좀 부어 주실 수 있어요?”
김치와 함께 볶은 양파가 투명해지자 쌀뜨물을 담은 큰 주전자를 주혁이 번쩍 들어 커다란 냄비에 가득 붓기 시작했다.
“힘, 1 올랐다면서요.”
“이렇게 알아서 해 주는 주방 보조가 있는데 부려 먹어야죠.”
“악덕 사장이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은을 보며 ‘더 넣어요?’라고 묻는 주혁을 보지도 않고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와 양파가 쌀뜨물에 충분히 잠기자 거기에 다진 마늘과 함께 고춧가루를 듬뿍 부은 지은은 이어서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국간장을 휘휘 둘러 간을 했다.
한입 크기로 잘 잘라 놓은 두부를 행여나 국물이 옷에 튀기지 않도록 칼과 손을 이용해 잘 그러모아 투하하고, 오늘의 김치찌개의 메인인 참치까지 아낌없이 듬뿍 넣었다.
팔팔팔 끓으며 참치 기름이 알맞게 국물에 풀어지고 난 뒤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으면 완성이었다.
“국물 한 번 간 좀 봐줄래요?”
국자로 국물을 조금 떠서 기미 접시에 담은 지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주혁에게 접시를 건네며 말했다.
한 손엔 소금 봉지를 들고 ‘빨리 국물 평가를 해 달라.’라는 느낌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접시를 건네는 지은의 얼굴을 빤히 보던 주혁이 허리를 숙여 그녀가 건넨 접시에 입을 가까이 대자 지은이 자연스럽게 접시를 기울여 주혁에게 국물을 먹여 주었다.
“음…….”
“어때요? 너무 싱겁진 않아요?”
“좋은데요? 조금만 더 간을 하고 끓이면 될 거 같아요.”
주혁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접시와 소금 봉지를 내려놓은 지은이 화구의 화력을 줄였다.
팔팔팔 끓어오르고 있던 국물이 불이 약해지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모양으로 바뀌었다.
소금을 탈탈 털어 넣은 지은이 국에 추가로 간을 했다.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간을 보려 했던 지은이였다.
지은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떠서 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자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선이 닿은 그곳에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몰랐을 정도로 조리대에 바짝 붙어 지금까지 지은과 주혁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던 유라, 나운과 눈이 마주쳤다.
“언니들?”
지은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려다 유라와 나운의 눈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유라와 나운 모두 처음 보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은아.”
“네, 네?”
처음 들어 보는 유라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지은은 저도 모르게 말을 조금 절어야 했다.
팔짱을 끼고 뭔가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짝다리를 짚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유라.
“우리 지은이…… 조금 있다가 우리랑 이야기 좀 할까?”
거기에 웃고 있었지만 전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나운까지.
지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한 것인지 짧은 순간 머리를 풀가동해 기억을 헤집어 봤지만, 도저히 길드원들에게 잘못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언니들……?”
“응, 지은아.”
“저, 뭐 잘못했어요?”
“응? 아니, 그런 건 아닌…….”
그 와중에도 국자를 손에 들고 추욱 처진 눈꼬리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지은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손을 내저으려던 나운의 말에 유라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언니, 중요한 일이에요.”
“아, 맞다.”
“그리고 물어볼 사람이 언니밖에 없단 말이에요.”
현재 토벌대의 길드원 중, 유일하게 결혼을 했으면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나운뿐이었다.
“응…… 알았어.”
뭘 알았다고 하는 건지 유라가 한 귓속말을 듣고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나운을 보며 지은은 고개를 갸웃해야 했다.
그리고 이야기 좀 하자던 말의 주제가 이런 것이었음을 지은은 주위에 몰려든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체감해야 했다.
“그래서, 지은아.”
“네.”
“우리 지은이…… 혹시 남자 친구 있니?”
평소엔 다른 길드원들도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지만, 지금 이 테이블엔 오직 새봄과 수영, 유라와 나운, 그리고 지은뿐이었다.
식판을 들고 다가오려는 길드원들을 지금도 새봄과 수영이 손을 내저으며 쫓아내고 있는 모습에 지은은 ‘오늘 뭔가 긴밀한 이야기가 있나?’ 하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요?”
“응, 성별이 남자인 친구 말고. 아니, 이것도 중요한 거 같은데.”
“일단 주위에 남자가 있는 게 위험해.”
“일단 남자 친구는 없는데요……?”
“남사친! 그럼 남사친은 있어?”
“원래 남사친이라고 하면서 옆에서 계속 맴도는 놈들이 더 위험한 거다, 지은아.”
“고백할 자신도 없으면서 계속해서 눈앞에만 맴도는 그런 남자 같지도 않은 놈들!”
그렇게 말하는 새봄과 수영의 말에 지은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특히 울분을 터트리는 수영의 말은 경험담처럼 생생하게 그 감정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의견이 아직 일치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운의 말 덕분에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솔로인 유라와 새봄, 수영과 조금 다른 입장인 듯한 유부녀인 나운은 말을 채 다 꺼내기도 전에 새봄과 수영에게 팔이 결박되어 뒤로 잠깐 물러나야 했다.
“얘들아, 잠깐 들어 봐. 일단 우리끼리 의견 합의가 아직 안 됐…….”
“언니! 일단 잠깐만요!”
“일단은 지은이 말 좀 들어 봐요!”
“아니, 저 나이에 남자 친구가 있으면 어떻고 없어도 어떻고 썸을 타든 안 타든 뭐 어때서?”
잠시 의견을 통일하기 위해 테이블에서 일어나 그들 사이에 짧은 토론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언니들이 왜 저러는 걸까?’라는 표정으로 가만히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입에 가져갔다.
“그래도 얘들아, 결혼하고 3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한두 달씩 떨어져 있으면 신혼 때 느낌도…….”
“언니,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는 건 충분히 알겠는데, 일단!”
마침내 나운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는지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앉은 사람들이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 보이더니 가만히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지은에게 말했다.
“지은아.”
“네.”
“지은이 너, 이상형은 뭐야?”
“이상형이요?”
평소 이런 주제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지은이었다. 애초에 TV도 관심이 없었고, 학교와 집을 반복하는 생활만 했다.
거기에 고등학생 때, 그 나이대의 친구들의 텐션을 따라가기엔 지은은 그다지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다.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하루에 말 한 마디 해 본 적이 없는 날도 있었을 정도로 지은은 조용하고 남들에게 주목을 받는 걸 굉장히 기피했다.
그런 지은이 유일하게 반 친구들의 관심을 받았던 건, 점심시간뿐이었다.
요리도 연습하고 식비도 아낄 겸 항상 아침에 일어나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싸 오던 지은에게 반의 친구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오늘도 맛있어 보인다! 좀 나눠 줘!’
방금 급식을 먹고 왔음에도 운동장 그네에 앉아 있는 지은을 꼭 찾아오던 친구들이 있었다. 항상 혼자였던 지은이 유일하게 친구들의 관심을 받은 건 그때가 전부였다.
그때부턴 항상 도시락을 많이 준비해서 왔다. 급식이 맛이 없다며 투덜대는 반 애들에게 싸 온 도시락을 건네고 음식의 맛에 감탄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자신의 요리를 좋아해 주던 반 애들이 사실은 자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지은은 요리를 하는 그 자체의 기쁨만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3년을 그렇게 꾸준히 요리를 해 왔다.
까망이를 만나고 각성하기 전까지 남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진 않아도 불편해했고, 친구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지금 이상형에 대한 질문은 지은에게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음…… 일단 잘 웃어 주는 사람이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잘 웃어 주는 사람.
“그런데 은근히 비웃는 게 아니고, 저랑 눈을 맞추면서 환하게. 진짜 환하게 웃어 주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요. 지금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요. 지은이 말을 덧붙였다.
그동안 오해했던 게 무색하게끔 정말 환한 웃음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인간관계의 이상형을 말하는 지은을 보며 모두가 깊은 침묵에 빠졌다.
‘이런 애한테 연애는 무슨…….’
‘내가 잘못했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지은은 티끌만큼의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마저 요리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지은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아냐…… 같이 밥이나 먹자, 지은아.”
“네, 좋아요!”
‘……혹시나 했는데 아니었네.’
오로지 유라만이 긴 한숨을 쉬며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주혁도 지은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영입한 최고의 인재를 챙겨 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은 유비처럼 하나하나 다 맞춰 주고 챙겨 주는 모습에 지은이 행여나 동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했지만, 당분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잠시만요. 조사할 게 있어서요.”
“조사?”
“길드원분들의 기호 조사요.”
집에서 해 먹으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닌 음식이 바로 갈비찜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그만큼 인기가 많은 메뉴인 갈비찜을 모두에게 제대로 맛보여 주기 위해 열악한 던전 안에서 시간을 쪼개 가며 준비했던 지은은, 자신 몫의 밥을 먹지도 않고 삼삼오오 모여 식사 중인 길드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갈비찜 맛이 어때요?”
“진짜 너무 맛있습니다!”
“양념이 너무 달거나 짜진 않고요?”
“딱 좋은 맛이에요! 밥이랑 비벼 먹어도 너무 맛있습니다, 지은 씨!”
엄지를 치켜드는 길드원들의 반응에 뭐가 그리 기쁜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지은을 바라보던 유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 명은 던전 공략에 진심이고, 한 명은 사람들 밥 먹이는 거에 진심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