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6화(5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6화
좋은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에 배추 된장국과 삼치구이, 거기에 애호박볶음과 비엔나 케첩 볶음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만들어 준 지은 덕에 토벌대의 사기는 지금 매우 높았다.
“잠시 회의할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보된 최종 던전이자, 5층으로 가는 통로가 존재할 4층 중심부에 위치한 던전 [아리아드네의 천칭]에 입장하는 통로를 앞에 두고 긴급회의를 시작한 것은 주혁이였다.
토벌대 전체가 주혁이 펼쳐 든 [아리아드네의 천칭] 지도를 보고 있었다.
오직 [아리아드네의 천칭] 내부만 표시되어 있는 커다란 지도에 레이저 포인트를 꺼내 든 주혁이 설명을 시작했다.
“바로 지난 토벌에서 태백 길드가 확보한 [아리아드네의 천칭] 왼쪽.”
중앙을 뚫고 보스를 토벌했던 청명 길드와, [아리아드네의 천칭] 왼쪽 구역은 물론 오른쪽의 구역의 대부분을 확보했음에도 5층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보급 문제로 발걸음을 돌렸던 태백 길드.
왼쪽 구역의 수색을 이어 나가려 했지만, 태백 길드는 던전의 모든 구역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나오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고 했다.
주혁이 레이저 포인트로 지도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 부분이 제가 확보한 영역입니다. 이 부분의 수색을 마치고 난 뒤, [아리아드네의 천칭]의 모든 영역을 확보했다는 시스템창을 확인했습니다.”
약간의 기대조차 없었던 주혁의 개별 수색 결과는 놀라웠다.
열흘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니다 우연하게 지은을 만나 먹을 것을 얻고, 지독한 포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주혁이 확보한 영역.
그곳은 딱 한 조각 비어 있던 퍼즐처럼, 태백 길드가 미처 확보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던전 진입 전 갑자기 회의를 하자고 했던 이유는…….”
“이상 현상 때문이겠군.”
주혁의 말대로라면 모든 던전의 영역 확보가 끝났으니, 지금 [아리아드네의 천칭] 안에는 다른 던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분명히 생성되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이어 만약 이번 토벌의 목표인 5층으로 향하는 통로까지 열렸다면 높은 확률로 던전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 분명했다.
“이상 현상이 뭐예요?”
이런 세세한 던전의 정보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지은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주혁이 아닌 성진이었다.
“던전의 영역이 모두 확보되고 나면 다음 던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기지.”
그리고 성진이 잠시 할 말을 고르는 사이에 주혁이 바로 치고 나오며 성진의 말을 끊고는 대신 대답을 이었다.
“1층의 던전이던 [절망의 계곡]은 원래 지대가 나누어지지 않은 하나의 던전이었지만, 2층으로 가는 통로가 생긴 뒤 통로 안에 복사된 공간입니다.”
“뭐야? 왜 또 말을 끊어?”
“그래서 2층의 초입 던전이 1층의 마지막 던전이던 [절망의 계곡] 2지대와 3지대가 된 거고요.”
“아! 그럼 2층의 [아스라다 호수]의 보스가 토벌되고 나서 호수에 길이 생긴 것도 이상 현상이었던 거예요?”
보스가 토벌되기 전에는 배를 띄우거나 직접 헤엄쳐서 가는 방법밖에 없었던 호수에 일정한 시간대에 하루에 딱 두 번 생성되는 3층으로 연결되는 길이 생기는 것처럼.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던전에는 그런 식으로 지형이 바뀌거나,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했다.
“그럼 이번 던전에서 4층의 다른 던전으로 가는 통로는 무조건 확보된 거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사한 4층의 던전 크기와 3층까지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아리아드네의 천칭]에 5층으로 가는 통로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오른쪽 구역 어딘가에 5층 던전인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가 있다는 사실은 주혁과 지은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길드원들은 몰라야 했다.
애초에 지은이 랜덤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지금까지 확보한 던전에만 국한된다고 알려져야 했기 때문에 주혁이 일부러 설명을 한 것이었다.
진짜로 5층으로 가는 통로를 연다고 해도, 장소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면 누군가는 의심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과연 어떻게 알고 오른쪽 구역 수색을 집중적으로 했는가?’에 대한 의심이 한 번 시작된다면, 지은이 비전투 계열 각성자임에도 길드에 합류한 것도 모자라 토벌대에 합류한 경위도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지 몰랐다.
“한 개의 던전에 통로가 두 개 이상 열려 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으음…….”
주혁의 말을 들은 길드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다른 층으로 이어지는 영역이 모두 확보되고 나면 던전 안에는 반드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다음 층으로 가는 통로가 생성된 던전이라면, 같은 층의 다른 던전으로 이어지는 통로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각 층의 마지막 던전이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4층 던전을 탐사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던전의 보스를 쓰러트리고 모든 영역을 확보하기 전에 반드시 재정비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떤 이상 현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상 현상은 던전의 지형만 바뀌는 건가요?”
“지금까지는 지형이 바뀌거나, 던전이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소위 말하는 ‘통로’가 되는 식이었는데, 통로가 되어 버리면 문제가 큽니다.”
“문제요?”
“저희도 던전과 던전을 오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던전 안의 몬스터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세상에…….”
지은은 그 믿기지 않는 사실에 크게 놀라야 했다.
몬스터들이 층을 이동할 수 있다니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그럼 5층의 몬스터가 [아리아드네의 천칭]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요?”
“네, 그리고 그걸 ‘영역 싸움’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몬스터도 레벨 업을 한다는 거야.”
“몬스터가 레벨 업을 한다고요?”
보스가 토벌된 던전은 바로 다음 층의 보스 몬스터가 힘을 키우기에 매우 좋은 장소였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다시 생성되는 네임드 몬스터들과는 달리 보스 몬스터는 재생성되지 않는다.
보스가 없는 던전은 네임드 몬스터의 차지였고, 몬스터도 몬스터를 잡아먹으면 레벨 업을 한다. 그게 반복되면 네임드 몬스터가 보스급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레벨 업한 몬스터들은 던전을 두고 영역 싸움을 벌인다.
보스급으로 성장한 네임드 몬스터가 있다면, 다른 던전의 보스를 잡아먹고 그 던전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저번 태백 길드가 세 발 거미를, 제가 검은 땅거미를 잡았으니, 안에 남아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네임드 몬스터는 붉은 다리 거미 한 마리뿐입니다.”
보스 몬스터인 호랑거미와 함께 목을 쳤던 첫 번째 네임드 몬스터 깡총 거미. 거기에 세 발 거미와 검은 땅거미까지 처리된 상황.
보통 한 개의 던전에 존재하는보스 몬스터의 통제를 받는 네임드 몬스터는 4마리다.
총 3마리의 네임드 거미가 사라진 상황에서 보스의 통제도, 다른 네임드 거미의 영역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몬스터는 붉은 다리 거미 한 마리뿐이었다.
“어마어마하게 커져 있겠는데.”
“던전이 5층까지 열려 있다면, 이미 5층으로 영역을 확장했을 수도 있지.”
레벨이 높은 5층의 몬스터가 통로를 타고 [아리아드네의 천칭]으로 내려왔다면, 몸집을 가득 키운 붉은 다리 거미가 그들을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진짜 소름 끼치는 녀석들이야.”
“누가 검은 땅거미를 잡아서 그래. 괜히 혼자 던전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유라의 말에 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습을 감추고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네임드가 잠깐 수색한 영역에서 튀어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주혁이었다.
“그래서 회의를 소집한 겁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무전기와 신호탄을 각 조장들은 반드시 휴대하시길.”
특수 제작된 무전기와 신호탄들을 꺼내 점검한 각 조 조장들이 서로의 신호탄 색깔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휘조가 파란색, 호위 팀이 빨간색, 후방조가 초록색.”
“정찰조, 흰색. 이상 없습니다.”
“수색조, 노란색. 이상 없습니다.”
“방패조, 주황색. 이상 없어요.”
“돌파조, 분홍색. 이상 없습니다!”
모든 조의 신호탄 색깔 확인을 마치고, 길드원들은 잠깐의 토의 끝에 규칙을 정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신호탄은 조장이 직접 사용해야 하며, 조장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을 땐 다음 순번인 조원이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길드원들이 장비를 점검하는 사이, 지도를 다시 돌돌 말고 있던 주혁에게 다가간 지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랑 저번에 만난 곳은 어디예요?”
[아리아드네의 천칭] 전체의 지도를 보고 있자니 지은은 처음으로 주혁과 만났던 장소의 정확한 위치가 궁금해졌다.“한 이쯤 되겠군요.”
오른쪽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중앙에 가까운 위치였다.
그럼 주혁은 혼자서 중앙의 영역까지 들어왔다가 오른쪽의 남은 영역을 확보하고 다시 중앙을 거쳐 돌아왔다는 소리였다.
“세상에…….”
거리가 꽤 되어 보였지만, 주혁의 랭킹을 떠올리니 거리는 별로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네임드 몬스터 중 한 마리를 처치한 주혁이었다.
지은이 어떤 것에 놀랐는지 짐작한 주혁이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혼자서 버티기엔 한계가 있어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버프를 받지 못하고 포션으로만 버티면 포션 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까요.”
포션으로 기력과 마나를 회복한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배고픔은 잡지 못한다. 쟁쟁한 랭커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포션 중독이었다.
체내에 공급되는 영양분 없이 포션으로만 스탯을 유지하기엔 제한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데 우연히 지은 씨를 만나서 샌드위치에, 서비스까지 받아서 던전에 더 머무를 수 있었던 겁니다.”
“와…….”
자신이 판 샌드위치 10개와 서비스로 준 음식들 덕분에 던전의 모든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듯 말하는 주혁을 흘겨보며 지은이 말했다.
“그런 거 없었어도 혼자서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설마요. 진심입니다. 그때 정말로 힘들었거든요.”
좀처럼 풀리지 않는 5층에 대한 실마리라도 찾으려 그동안 태백 길드 토벌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단독으로 이동했던 주혁이었다.
공을 가로채려 한다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태백 길드가 쓸쓸히 발걸음을 돌린 던전에 다시 들어갔으니, 혼자서 던전 안에 한 달을 있었던 셈이었다.
“지은 씨의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던 덕이죠.”
“맛있었다는 칭찬만 받을게요.”
“그러니까, 그때 가격을 깎지 않았어도 전 분명 샀을 겁니다. 앞으로 자율 판매에서는 그 가격의 열 배를 받아도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그렇게 가격을 후려칠 생각은 없는걸요. 저한테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던전에 묶인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헌터들은.”
“…….”
“그러니까 그 운명을 함께 짊어지기로 결심했거든요.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서포트할 거예요.”
던전에 대해서 배워 가며, 헌터들이 왜 던전을 들어와 목숨을 거는지 알게 된 이후 지은이 세운 목표였다.
“저는 제 푸드 트럭이 던전 안에서 만나는 하나의 쉼터가 되었으면 하거든요.”
“휴식처라…….”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는 모르지만, 만나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행복한 기운을 주는 그런 쉼터요.”
“정말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목표군요.”
“멋있지 않아요? 던전 안의 행복 쉼터.”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지은을 바라보며 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멋진 일이 되겠네요. 그러니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는 지은 씨의 안전만을 생각하세요.”
지은이 걱정 말라는 듯 든든하게 웃어 보였다.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