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5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8화(5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8화
보스 토벌전에서 보스에게 토벌대의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을 하는 마법사 클래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반대로 가장 노려지기 쉬운 곳이 바로 후방이었다.
마법진을 그리고 마나 리젠을 끊임없이 하며 오직 마법 캐스팅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전방을 지원하는 마법사들은 마법을 캐스팅하는 순간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런 마법사들을 노리는 보스 몬스터의 광범위 공격에 맞서 후방을 지키는 거대한 방패.
전방의 방패조가 탱커와 딜러들을 보호하며 몬스터들의 육탄 공세를 ‘밀어내는 방패’의 역할을 한다면.
후방의 방패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수호하는 방패’다.
그리고 그 후방을 수호하는 거대한 방패가 선연한 녹색 빛을 뿌리며 나운의 손에 들어온 것과 동시에, 거대 거미들이 일제히 나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언니!”
나운에게 집중되는 보호 마법들.
거대한 거미들의 커다란 다리가 나운을 찍어 누르려는 듯 머리 위에서 일제히 내리꽂혔다.
“흐으읍!”
방패를 몸에 밀착하고 위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촉수와도 같은 다리를 온몸으로 받아 낸 나운이 오른발을 뒤로 뻗어 땅을 디디고 숨을 몰아쉬었다.
콰아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난다. 수십의 거대 거미 다리가 마치 거대한 송곳처럼 나운의 방패 위로 쏟아진다.
“수호의 영역.”
고유 스킬을 발동시킨 나운이 두 손으로 쥐었던 방패의 손잡이에서 한 손을 떼고 손바닥으로 방패의 안쪽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거대 거미들의 다리가 나운이 방패를 밀어내는 힘에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아, 새끼들. 근접 딜러만 한 명만 있었어도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균형을 잃은 거미들에게 타이밍 맞게 다양한 원소 마법들이 쏟아진다. 번쩍이는 마법들이 몰려드는 거미들의 머리와 배에 정확하게 떨어지며 순식간에 거미들을 갈가리 찢어 놓기 시작했다.
마법이 쏟아지는 타이밍에 맞춰 방패를 뒤로 물리고 쭉 물러난 나운이 이내 방패를 몸에 바짝 붙이고는 뒤로 넘어가려는 거대 거미들의 다른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 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독침들과 수많은 거미줄 다발들을 모두 방패로 쳐내면서도 절대 영역의 안으로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왼발의 연계에 페널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연계만으로 후방에 수호의 영역을 발동시킨 상태에서 절대로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번쩍이는 마법과 일렁이는 수호의 영역이 만들어 낸 녹색 오오라에 일대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캄캄하던 하늘을 올려다본 나운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저게 뭐야…….”
번쩍이는 빛의 틈새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거미줄로 가득한 거미들의 군락.
그리고 하늘을 빼곡하게 덮고 있는 거미줄 중 가장 굵고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미줄을 발견한 나운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붉은 거미줄…… 설마.”
“스킬…… 스킬이라도! 랜덤 이동이라도!”
혼자서 수십 마리의 거대 거미들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는 나운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다급하게 시스템창을 클릭했다.
[시스템 에러 : 현재 모든 스킬이 잠긴 상태입니다!]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을 사용하려 했던 바람과는 달리 연이어 뜨는 절망적인 시스템 알림.지은이 다급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왜 안 되는 거야! 왜!”
계속해서 하늘에 신호탄이 이쪽 방향으로 터지며 모여들고 있었지만 나운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라이트닝 필드!”
왼발에 페널티를 먹은 나운을 보조하기 위해 버프를 캐스팅하고 있던 형준과 달리 공격 마법을 캐스팅한 준형이 바닥을 구르고 있는 나운을 공격하려는 거미들에게 마법을 날려 보냈다.
수없이 내리치는 강렬한 번개에 나운의 수호의 영역을 깨트리기 위해 일제히 공격을 퍼붓던 거미들이 쓸려 나갔다.
그런데도 그 거대한 거미의 시체는 재로 변하지 않고 오히려 힘겹게 공격을 막아 내고 있던 나운의 몸 위로 쓰러졌다.
버프를 받았지만 페널티를 받은 상황이라 연계가 꼬여 바닥에 쓰러진 나운의 방패를 거대한 거미의 몸체가 덮쳤다.
“이런 씨X……!”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거대한 거미의 몸에 깔렸음에도 방패를 들어 막아 낸 나운의 짜증 섞인 욕설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쓰러질 듯하면서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수호의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은 영역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 낸다.
수호의 영역으로 빈틈없이 보호하고 있는 형준과 준형. 그리고 지은을 위해서라도 영역에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영역 밖으로 나온 나운이었다.
주춤하는 거미들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입안에 얼얼하게 감겨 오는 비릿한 피 맛을 느끼며 바닥에 침을 뱉은 나운이 손을 들어 입가를 훔쳤다.
모두를 수호하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하는 후방조의 탱커.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생성한 수호의 영역에서 나와 방패를 옆으로 비스듬하게 든 나운이 붉은빛으로 빛나는 거대 거미들의 눈을 째려보며 말했다.
“방패조는 은퇴한 지가 언제인데, 짜증 나게 하고 있어.”
자세를 바꾸고 순식간에 모든 스탯을 끌어 올린다.
수호의 방패에서 적의 진형을 파쇄하는 방패로 역할을 바꾼 나운이 이번에는 거침없이 거미들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몰려드는 거미들의 다리 밑으로 빙판이 생겨난다.
순식간에 바닥이 빙판으로 변하자 미끄러지는 거미들의 다리 사이사이를 나운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방패로 거미들의 다리를 하나하나 쳐 내기 시작했다.
순수한 방어 목적이던 방패가 무기로서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근력 강화와 방패술을 합쳐 검이나 창의 역할을 하게 된 방패는 높은 곳에서 오만하게 떠 있던 거미들을 바닥에 추하게 나뒹굴게 하기 충분했다.
여유롭게 나뒹구는 거미들의 머리를 방패로 쳐 내자 거미들이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배를 드러내고 움직임을 멈췄다.
죽어 가는 와중에도 독침을 크게 분사하거나 거미줄을 쏘아 대는 거미들의 틈에서 나운은 버프를 받으며 망설임 없이 거미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젠장…… 좀 버거운데.”
하지만 혼자서 상대하기엔 영역 싸움이 시작되어 총력전을 벌이고 있던 거미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 소란을 틈타 자신의 예상대로 거대 거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개체인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까지 등장하자 나운은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마법 멈춰! 네임드다!”
적절하게 나운을 보조하고 공격 마법까지 캐스팅하던 형준과 준형도 네임드를 발견하고는 공격을 멈췄다.
마나에 반응하는 네임드나 보스 몬스터들의 특성상 지금 마법을 사용하면 간신히 나운이 돌려놓은 몬스터들의 관심이 다시 지은을 향해 돌아갈 위험이 있었다.
정상적인 토벌대라면 그런 마법사들을 지켜 줄 팀원들이 모두 존재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페널티를 받아 왼쪽 다리를 절면서도 다른 거미들보다 세 배는 커다란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의 앞에 선 나운을 보며 지은은 화가 나서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스킬 설명엔 이런 제약 없었잖아! 왜!”
던전 안에 들어와 있으니 지금 지은은 개점 시간을 사용하면 이 장소에 푸드 트럭을 소환해 안전 영역을 설정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의 첫 번째 옵션인 랜덤 이동을 통해서라도 지금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운의 방어구가 온통 깨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형준과 준형의 마법도 현재 페널티를 받아 위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다른 길드원들이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더 이상 후방조만으로 버텨 내기엔 힘든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아,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진짜 개 같네.”
딜러도 없이 쓰러뜨린 거대 거미의 숫자가 50을 넘어간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몰려드는 거미의 숫자도 쓰러진 거미의 숫자보다 많다.
“왜 거미들이 다 이쪽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고 해도, 지금 이 정도의 숫자의 몬스터가 계속해서 몰려드는 건 매우 이상했다.
거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네임드 몬스터가 무려 집을 지어 군락을 이뤄 놓은 공간.
던전 안에 들어온 팀은 지금 지은의 조만 있는게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파티도 함께 들어왔는데, 이 정도 몬스터가 계속해서 몰려든다는 것은, 몬스터 웨이브의 좌표가 이곳이라는 소리였다.
다른 던전에서 넘어온 헌터들을 곧바로 죽음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몬스터 웨이브는 보통 던전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인 던전과 던전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설마…….”
이곳 [아리아드네의 천칭]의 영역 확보는 한 달 반 전 주혁의 솔로 탐사로 완료된 상황.
그리고 영역 확보가 끝난 던전 어딘가에는 반드시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열렸다.
그리고 통로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시작점이 되거나, 종착지가 된다.
“다음 던전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형준과 준형이 동시에 소리쳤다.
[아리아드네의 천칭] 확보가 끝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몬스터들 사이에 영역 싸움이 일어난 이유.몬스터가 이쪽으로 몰려드는 확실한 이유.
“여기 어딘가에 다음 던전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던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형화된 패턴을 보여 준 적이 없었다. 같은 층의 던전이라 할지라도 통로가 어디에서 열리고, 어떤 방식으로 열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영역 확보를 모두 완료한 던전을 하염없이 수색하다 보면 다음 던전으로 가는 통로가 나타났고, 그 통로가 열릴 땐 이상 현상이 반드시 일어났다.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절망의 계곡]이 3지대로 나뉘어 1층과 연결된 것이 그랬고,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아스라다 호수]에 일정한 시간대에만 길이 열리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3층에서 4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원래 한참을 돌아야 했던 길은, 페어리들이 터로 잡았던 던전을 버리고 이동했다는 이상 현상이 있었기에 [페어리들의 비밀 통로]를 열 수 있었다.
“그럼 뭐 해요!”
4층의 던전 중심부인 이곳에서 다른 던전이라고 해 봤자, 미발견된 4층의 다른 던전일 터였고, 지금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던전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 던전의 보스는 잡을 수 있냐고요!”
통로를 통해 새로운 던전에 입장한 순간, 던전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그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거나, 그 던전에 들어간 모두가 죽거나.
그리고 보스를 잡기 전까지 던전의 문은 절대 열리지 않기에 추가적인 증원도 불가능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던전 공략의 상식이었다.
물론 지은은 스킬을 사용해 자유롭게 던전을 드나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페널티를 받은상태였기에, 이 페널티가 다음던전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았다.
‘잠깐, 그래……!’
그리고 암울해진 지은의 머릿속에 번뜩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잠시 나운의 기세에 멈칫했던 거미들의 공격은 네임드 몬스터의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를 시작으로 다시 나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운 언니! 나갈 수 있어요!”
그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에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것은 무광으로 빛나는 검은 돌.
– 던전 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돌.
– 최대 30명까지 지정해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 한 번 이상 가 본 장소에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주혁에게서 다시 건네받았던 바로 그 게이트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