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화(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화
까망이의 말에 크게 심호흡을 해 숨을 한껏 내뱉은 지은이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시간 설정.”
– 스킬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 발동됩니다.
– 시간을 설정해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을 정해 주세요.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 정해지면 스킬 : [바퀴가 가는 대로(Lv.1)]가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지은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발 안전하면서도 사람이 10명 정도 있는 곳으로!!’
현재 시간은 13시 45분.
처음엔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핑계로 14시로 개점 시간을 설정하려던 지은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고작 15분 뒤지만, 그래도 지금 바로 이동하지 않으면 영영 던전 안에 자신의 첫 가게를 오픈하지 못할 것 같았다.
숨을 들이켠 지은이 큰 소리로 외쳤다.
“개점 시간 13시 45분, 폐점 시간 17시!”
[스킬이 발동됩니다.]지은은 자신의 몸이 붕 뜨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한적한 한강 공원에서 커다란 푸드 트럭이 자취를 감춘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 * *
그리고 지금.
지은은 10분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던전에 3시간 15분이나 들어와 있자고 패기 넘치게 결심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는데요…….’
아니, 스킬 ‘바퀴가 가는 대로’가 발동된 이후 도착한 곳이 어딘지는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 [던전 4층 : 아리아드네의 천칭]에 입장했습니다.
– 각성자의 레벨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운에 기력과 마나가 시간당 30%씩 감소합니다.
시간당 기력과 마나 30% 감소라는 엄청난 페널티!
기력과 마나가 모두 소진되면 패시브 스킬도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까망이가 설명해 줘서 알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업시간을 4시간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불과 10분 전 과거의 자신은 다행히 그렇게 패기가 넘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기력과 마나가 감소하는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몸이 축축 처지고 기운이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흐으으…… 무서워!”
아무것도 없던 어둠 속에서 새빨간 안광들이 번뜩인다.
심지어 지은을 더욱 소름 끼치게 하는 것은, 그 안광들이 지은의 키보다 아득히 큰 높이에서 빛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거! 저것들 지금 여기로 모여드는 거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까망아!”
<진정해라냥! 이 트럭이 어떤 트럭인데!>
아무래도 계속해서 붉은 안광들이 모여드는 것이 너무나 불안했던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까망이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허공에서 짤짤짤 흔들어 댔다.
겁먹은 지은의 반응과는 다르게, 까망이는 대롱대롱 흔들리면서도 하품을 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평했다.
“너를 믿고 이 트럭을 믿으라며!”
<내가 그런 말을 했었냥?>
“뭐……?!”
믿었던 까망이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지은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더욱더 거세게 까망이를 짤짤짤짤 흔들기 시작했다.
“야! 까망이 너, 너무한 거 아니냐고오! 여기가 어디야? 던전 4층이면 엄청 깊숙이 들어온 거 아니야?? 나 여기서 죽어?! 안전하다며, 안전하다며어어어어어!”
<주인! 주인아!! 내가 먼저 어지러워서 죽는다!>
“몰라! 몰라! 몰라! 모른다고오오오!! 책임져, 으아아아악!!”
<패시브! 패시브 레벨이 낮아서 안전 영역을 설정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야아아!! 제발 그만 흔들어 달라냐아아아앙!!>
– 패시브 스킬 : [이거 방탄 트럭이야!]가 발동되었습니다!
까망이의 말대로 곧바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감았던 눈을 뜨고 내용을 확인한 지은이 까망이를 사정없이 흔들던 손을 멈췄다.
– 스킬이 기본 레벨입니다.
– 안전 영역 확보 완료! 트럭 주위 반경 5m에 몬스터들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 안전 영역은 붉은 선 모양으로 표시됩니다. 절대 영역을 벗어나지 마세요!
그와 함께 트럭을 중심으로 5m 반경 원형으로 붉은색 선이 생겨났다.
5m 내에 들어와 있던 몬스터가 갑작스럽게 설정된 안전 영역에 튕겨지듯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거 언제 저렇게 가까이 와 있었던…… 저거, 그리고 거미? 거미 맞지?”
<진정해라냥. 이제 진짜 안전하다.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는 게 처음이라 그렇지, 이제 다음부터는 소환과 동시에 발동될 거다냥.>
“까망이 너…….”
지은이 두 손을 꾹 쥔 채 까망이를 노려보았다.
<왜…… 왜 그러냥? 그냥 주인 반응이 너무 웃겨서 잠깐 장난을 쳐 본…….>
“장난을! 칠 게 따로 있지! 어떻게 그런 장난을 쳐!”
찰싹찰싹 사정없이,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에 힘을 뺀 지은의 거침없는 손길이 까망이의 등짝에 연거푸 달라붙었다.
점차 강도가 세지는 지은의 등짝 스매싱을 맞으면서도 까망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잘…… 잘못했다냥.>
“알았으면 됐어.”
사과까지 받고 나서도 지은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까망이를 흘겨보았다.
땀이 날 리가 없는데도 그런 지은의 눈길에 식은땀이 삐질 나는 것을 느낀 까망이가 지은이 손에서 힘을 빼자마자 조수석으로 도망치듯 점프하고는 말했다.
<던전 4층이라니. 그래도 너무 멀리 왔다냥.>
“바퀴가 가는 대로…… 이 스킬부터 레벨 업을 해야겠어…….”
<어차피 한 번 가 본 곳만 지정할 수 있는데, 최대한 많은 곳을 랜덤으로 가 보고 레벨 업하는 게 낫다냥.>
“……그러네.”
까망이의 설명대로였다. 푸드 트럭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곳을 랜덤으로 돌다 보면 나중에 스킬 레벨을 올린 뒤에는 장사를 시작할 곳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니 이참에 최대한 많이 돌아다녀야 했다.
<그리고 4층까지는 보스를 토벌한 곳이니 그렇게 걱정할 건 없다냥.>
“그럼 무슨 스킬을 제일 먼저 올려야 해?”
<레벨 업을 하면 자동으로 패시브 스킬 레벨이 오른다냥. 그것과는 별개로 퀘스트를 완료하면 경험치랑 스킬 포인트가 오르는데, 어떤 스킬이 지금 주인에게 중요한지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냥.>
까망이의 말대로라면 나중에 레벨이 오르면 패시브 스킬 또한 저절로 성장하니, 포인트 분배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까망이의 말에 자신의 스킬을 확인해 보던 지은은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져야 했다.
“패시브 스킬이 너무 많은데……?”
<패시브 스킬이 많은 건 좋은 거다냥. 어차피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킬이니까.>
물론 자신이 직접 쓸 일 없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이 더욱 좋은 건 지은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지은의 스킬창은 패시브 포화 상태였다.
[스킬 보유 목록 – 상세 분류 : 패시브] [바퀴가 가는 대로(Lv.1)] [이거 방탄 트럭이야!] [오늘의 추천 요리]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 [스킬 보유 목록 – 상세 분류 : 액티브] [강화된 1종 대형 면허(Lv.1)]레벨 1인 지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금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곳은 액티브가 맞았다. 어차피 퀘스트를 완료하면 경험치를 받는다고 했으니, 천천히 해도 패시브 스킬 레벨은 오를 것이다.
그에 따라, 지금 상황에서 스킬 포인트를 우선적으로 분배해 직접 레벨을 올려야 하는 스킬은 [강화된 1종 대형 면허(Lv.1)]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강화된 1종 대형 면허] 스킬은 레벨을 올리면 뭐가 좋아?”
<레벨이 올라갈수록 던전 안의 지형이 어떻든 자유롭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고, 트랩도 무시할 수 있다냥.>
“……이 무서운 곳에서 내가 운전을 하는 걸 택할까?”
<어차피 운전은 자동 운전 모드와, 직접 운전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냥. 그리고 몇 층에 들어오든 운전을 해서 움직이면 결국 다 가 본 곳이 되니까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을 레벨 업하기도 수월하지 않겠냥?>
“아…… 그렇네?”
<물론 스킬 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지형이 운전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냥. 또 그리고…….>
“응?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잡음이 낀 듯 까망이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얼굴을 찌푸린 까망이가 툴툴거리며 대꾸했다.
<영업 비밀이라 말해 줄 수 없다고 한다냥.>
“그런 게 어딨어!”
항의하는 지은의 말에도 까망이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까망이를 흘겨보던 지은이 벌컥 운전석 문을 열었다.
<나갈꺼냥?>
“일단 손님 맞을 준비는 해야지. 그리고 아까 만들어 둔 샌드위치도 안 먹었어.”
<무서워할 것 없다냥. 어차피 반경 5m는 던전 보스가 와도 들어오지 못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너도 나와.”
<주방엔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냥?>
“계산기 옆에 이거라도 놔 줄게. 그리고 샌드위치.”
조수석에 놓아둔 분홍색 쿠션을 손에 든 채로 지은이 운전석에서 내리며 말을 이었다.
“혼자 먹긴 싫거든, 나도.”
<…….>
“그러니까 앞으로 쭉 같이 먹어 줘.”
<흠흠……. 뭐 주인이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야. 맛있게 먹어 주겠다냥.>
“뭐래.”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폴짝폴짝 지은을 따라 내리는 까망이를 보며, 지은은 던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 * *
“근데, 까망아.”
<왜옹?>
“우리 첫 영업은 망한 거 아닐까?”
어느새 지은의 손에서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벌써 10개가 되어 가는 동안, 트럭 주위엔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3m를 훌쩍 넘는 커다란 거미들의 기분 나쁜 소리뿐인 공간.
까망이의 설명대로라면 지금 이곳은 4층에서도 꽤나 중심부에 있어 고위 헌터들이나 감당 가능한 던전이란 소리였다.
대대적인 던전 개척대를 꾸려서 오지 않는 이상 미쳤다고 소수의 인원이 여기까지 들어올 리는 없다는 말이었다.
잠깐 샌드위치 10개를 만들고, 스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확인하는 동안 벌써 시간은 훌쩍 지나 현재 시간은 15시 2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폐점 시간인 17시까지는 고작해야 1시간 40분 남짓.
<어차피 기간은 3일이나 있다옹. 3일 중에 한 번은 사람이 많은 1층이나 2층에 가지 않겠냥?>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를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방석에 털썩 앉아 양발로 들고 어린아이처럼 우물거리며 먹는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슨 고양이가 사람처럼 앉아서 손으로 밥을 먹니?”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나는 히든 정령이다냥. 내가 얼마나 높은 레벨의 정령인데, 진짜 고양이처럼 품위 없게 머리를 땅에 대고 밥을 먹겠냐옹.>
“그래그래, 그럼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할까…….”
테이크아웃 판매를 할 수 있게끔 네모난 종이 박스에 반절로 잘라 플라스틱 뚜껑을 덮어놓은 샌드위치 10개를 바라보며 지은이 한숨을 푸욱 내쉬던 순간이었다.
쿵-!
어디선가 거대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