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59화(6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59화
보스급으로 성장한 네임드 몬스터의 공격을 힘겹게 받아 내며 바닥을 이리저리 구르는 나운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위태로워 보였다.
“이런 젠장!”
나운이 설정한 수호의 결계에서 뛰쳐나가며 형준과 준형이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했다.
몬스터들의 집중 공격에서 몸을 보호할 방법이 거의 없는 마법사가 안전한 후방을 버리고 전열에 뛰어들어야 할 만큼 지금 나운은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일반적인 네임드 몬스터의 두 배 크기에 육박하는 커다란 거미의 다리가 나운의 방패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방패가 네임드 몬스터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크게 흔들리며 그대로 나운에게 충격이 전해져 왔다.
순간적으로 크게 휘두른 다리를 간신히 방패를 들어 막아 냈지만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돌벽에 부딪힌 나운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하…… X발. 뭘 먹고 이렇게 큰 거야?”
이 정도면 이미 다른 던전의 보스를 집어삼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네임드 몬스터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 같은 크기의 붉은 다리 거미의 거미줄이 나운의 몸을 휘어 감았다.
몸을 휘감아 온 거미줄을 방패를 버리고 두 손으로 잡은 나운과 붉은 다리 거미 사이에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거기에 합류한 형준과 준형이 빠르게 주변으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마법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미쳤어? 다 같이 죽을 셈이야?”
마법사가 마법진 바깥으로 뛰어나와 이동하면서 캐스팅을 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운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다시 수호 결계 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마나를 감지하자마자 붉은 다리 거미의 수많은 눈의 안광이 형준과 준형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나운에게 쏟아졌던 대량의 거미줄이 그 순간 여러 갈래로 나뉘며 형준과 준형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급하게 불의 장벽을 캐스팅해 날아오는 거미줄을 불태웠지만 곧바로 네임드의 공격 명령을 들은 일반 거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뒤에는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여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장소도 없었다.
좁은 길목에 거미들이 계속해서 몸을 비집고 들어와 사방의 수많은 거미들과 대치한 상황.
네임드 몬스터만 아니었어도, 일반 거미들을 좁은 길목을 방패 삼아 막아 내는 데는 자신이 있었던 나운이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운은 높은 암벽 위로 붉은 다리 거미가 길게 이어 낸 거미줄을 따라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거미들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투명 마법이 걸린 채로 손에 검은 돌을 들고 무엇인가 중얼거리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보였다.
거미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건너편 하늘에는 점점 가까워지는 형형색색의 신호탄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불에 타 흐느적거리는 거미줄을 벗겨 내고 위급 상황을 알리는 붉은색 신호탄을 하늘에 쏘아 올렸다. 세 갈래로 공중에서 날아가는 신호탄을 따라 거미들의 시선이 잠시 옮겨간 틈을 타고 나운이 방패를 다시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뒤로 물러서.”
마법이 아닌 불빛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거미들이 일제히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스태프를 잡고 있는 형준과 준형의 앞으로 나서며 나운이 방패를 치켜올린 순간이었다.
탁, 데구루루.
지은이 있을 뒤편에서 뭔가가 날아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아야 하는 투명 마법을 몸을 움직여 풀어낸 지은이 집어 던진 것은 스테인리스 보온병이었다.
“다들 이동할 준비해요!!”
[게이트석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자가 최소 한 번 이상 방문한 장소를 지정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함께 이동할 인원을 지정 가능합니다. (최대 30명까지 지정이 가능합니다.)
“사용해!! 사용한다고! 대상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청명 길드원!”
[이동 장소 선정이 필요합니다.]“4층! 아리아드네의 천칭! 내가 처음으로 던전에 왔던 곳!”
[사용자의 던전 정보를 탐색 중…….] [아리아드네의 천칭 중심부로 이동하는 게이트가 열립니다.]“제발! 제발 빨리!!”
지은의 다급한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거미들이 다리를 뻗는 모든 장면들이 슬로우 모션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게이트석!”
지은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지은이 외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빠르게 파악한 형준과 준형이 다급하게 마법을 사용하자 달려오던 거미들의 발밑에 거대한 벽이 솟아올랐다.
페널티를 받아 마법의 캐스팅이 조금 늦은 탓에 이미 많은 거미들이 앞에 당도한 상황.
“됐다!!”
게이트석이 환하게 빛나고 이내 문 모양의 포탈이 나타났다.
다급하게 포탈의 문을 열어젖힌 형준이 바닥에 넘어진 지은의 손을 잡고 일으켜 포탈에 집어 던지다시피 지은을 밀어 넣었다.
‘……이젠 다들 괜찮을 거야.’
지은이 안심하며 뒤를 돌아본 순간.
“언니!!”
지은이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붉은 다리 거미의 다리에 나운의 커다란 방패가 뚫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붉은 피가 하늘에 흩뿌려지는 끔찍한 모습과 함께 어깨에 커다란 다리가 박힌 채 방패를 손에서 놓친 나운을 다급하게 뒤에서 끌어안고 몸을 돌리는 준형의 모습이 천천히 눈앞에 펼쳐졌다.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뻗은 순간.
시야가 밝게 점멸하고는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 *
“안 돼에에에!!”
형준이 다급하게 포탈 안으로 집어 던지듯 이동시킨 탓인지, 게이트석의 포탈을 타고 넘어온 지은은 바닥에 구르며 이동 장소로 선정한 [아리아드네의 천칭] 중심부에서 눈을 떴다.
주변을 살필 틈도 없이 아직 닫히지 않은 포탈의 문을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다.
곧바로 따라 들어올 것 같았던 나운과 형준, 그리고 준형의 모습은 아직 주위에 보이지 않았다.
“제발…… 제발! 형준 오빠, 준형 오빠! 나운 언니!”
게이트석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지은은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어디로 이동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쉽게 토벌대와 합류할 수 있을지를 긴박한 상황 속에서 눈을 감고 빠르게 생각하던 지은은 아침에 주혁과의 대화를 간신히 떠올렸다.
‘저랑 저번에 만났던 곳은 어디에요?’
‘한 이쯤 되겠군요.’
정확히 던전의 중심부를 짚어 주던 주혁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이상 현상이라곤 하지만 마치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를 기다렸다는 듯 높은 암벽 지대에서 떨어지던 거미들.
‘뭘 먹고 이렇게 큰 거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나운과 준형, 형준이 당황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몰려 있는 몬스터들의 숫자.
거기에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는 네임드 몬스터까지 있던 공간.
지은의 예상이 맞다면, 방금 전 그 장소 어딘가에 5층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내려올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했다.
통로의 영향을 받아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스킬 사용에 페널티를 입은 상황. 그러나 그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이상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설정한 장소였다.
지은이 떠올린 생각 중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 파티의 구성으로는 다른 던전도 위험했다.
1층이나 2층, 3층의 던전이라면 지금의 파티 구성으로도 별 무리가 없겠지만, 토벌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5층 공략을 눈앞에 두고 전력이 분산되어 버린다.
“곧, 곧 올 거야. 다들 무사할 거야…….”
고요한 던전에 들리는 것은 지은의 숨소리뿐이었다. 지은의 머릿속에 자꾸 좋지 않은 생각들이 끼어들었다. 이빨을 꽉 깨문 지은의 몸이 잘게 떨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지은은 지금 자신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곳이 던전의 중심부라는 사실도 잊은 채 멍하니 포탈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던 순간.
“으아아아!”
“얼른 비켜, 형!”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게이트석으로 열어 놓은 포탈을 타고 준형이 들어와 바닥을 구르고, 그 뒤를 이어 어깨를 관통당해 피를 철철 흘리는 나운을 끌어안은 채 형준이 뒤로 구르듯이 포탈에 들어왔다.
“빨리 응급조치를!”
제일 먼저 들어온 형준은 자신이 받고 있던 페널티가 사라진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일어나 주위에 보호 결계 마법진을 시전했다.
바닥에 퍼져 나가는 푸른빛의 마나가 영역이 되어 마법진이 완성되자 공간에 푸른빛의 보호 결계가 생성되었다.
“나운 언니!”
포탈에 던져지면서 목격한 끔찍한 광경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나운의 어깨를 덮고 있는 두꺼운 방어구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구멍을 따라 붉은 피가 계속해서 솟아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운이 누워 있는 바닥이 붉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황급히 회복 마법을 캐스팅한 준형이 나운에게 모든 마나를 다해 회복 마법을 퍼붓고 있었지만, 좀처럼 피는 그칠 줄 몰랐다.
그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바라보고 있던 지은이 인벤토리에 있는 엘릭서를 떠올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엘릭서가 있어요!”
게이트석과 마찬가지로, 주혁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반드시 가지고 있으라고 했던 엘릭서는 10개였다.
가진 엘릭서를 인벤토리에서 모두 꺼내 품에 가득 들고 나운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지은은 떨리는 손으로 엘릭서의 마개를 뽑으려 했지만 좀처럼 마개가 뽑히지 않아 당황했다.
“지은 씨, 진정해요!”
결계 마법을 모두 완료한 형준이 곧바로 손을 떨고 있는 지은에게서 엘릭서를 건네받았다. 침착하게 이빨로 엘릭서 마개를 뽑아낸 형준이 곧바로 나운의 커다란 상처 부위에 엘릭서를 모조리 붓기 시작했다.
“아윽…….”
단숨에 목숨을 잃을 정도의 치명상이 아닌 이상은 어떻게든 목숨을 붙여 놓을 수 있도록 상급 힐러의 [리저렉션] 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엘릭서가 닿자, 나운의 상처 부위가 아물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너덜너덜한 방어구를 벗겨 내고 관통당한 어깨에 두 번째 엘릭서가 부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상처가 아무는 고통을 참아 내는 나운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상처 부위가 빠르게 아물어 가자 피도 멈추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상의의 반절이 붉은 피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처음으로 겪는 상황에 지은의 손이 덜덜덜 떨려 오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붉은색의 피가 가득하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껏 던전의 4층까지 오면서도 제대로 된 몬스터의 습격은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었던 지은이였다. 지은은 몬스터에게 길드원이 이렇게 목숨을 위협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실감했다.
이전 네오 평야에서 있었던 일처럼 부상을 입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혁이 건네준 게이트석이 없었다면 정말로 모두가 몰살당했을 터였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금 전까지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게이트석 좌표를 어디로 설정했습니까? 지은 씨.”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 중심부…… 여기가 제가 처음 장사를 하러 들어왔던 장소에요.”
지은의 설명을 들은 형준이 안도감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비전투 계열 각성자 한 명에 마법사 둘, 부상당한 탱커 한 명의 조합은 3층의 던전에서도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페널티도 적용받지 않으며, 토벌대에 빠르게 합류도 가능한 곳이었다. 엘릭서와 회복 마법으로 나운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을 것이었다. 지금은 그 시간을 벌 수 있는 공간에 이동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곳이 중심부가 맞다면, 우측 영역까지 신호탄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괜찮아요.”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준형을 향해, 지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에 주혁 씨가 저희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을 남겨 두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