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0화(6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0화
지은이 게이트석을 사용해 이동한 곳은 처음으로 스킬을 써서 던전에 입장했던 그 장소였다. 여러 던전에 랜덤으로 입장했지만 이 장소만은 지은의 기억에 특별하게 남아 있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깨기 위해 왔던 이곳에서 주혁을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청명 길드에 들어왔다.
보온병을 인벤토리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였다.
처음으로 만난 손님인 주혁이, 그저 스쳐 지나갈 한순간의 인연인 줄 알았던 그 짧은 만남이 계속해서 이어졌듯, 앞으로의 생활에 행복을 가져다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혁 씨라면 무조건 알아챌 거예요.”
간신히 거미들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게이트석도 주혁의 안배였다.
비상 탈출용으로도 쓰이며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이트석을 선뜻 넘겨주었던 주혁이니,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분명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지은아…… 괜찮아?”
“언니!”
“언니는 괜찮아…….”
거기에 온몸으로 자신을 지켜 주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떨고 있는 자신을 보며 온몸에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음에도 자신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다고 웃어 주는 나운.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지켜 드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자신만을 안전하게 지켜 주기 위해 투명 마법도 걸어 주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미끼가 되려던 형준과 준형.
지은이 아니었다면 자신들의 몸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빼낼 수 있는 랭커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던전에서 짐이 될 뿐인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주고 챙겨 주기 바빴다.
“저 정말, 이 길드에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
“정말…… 감사해요.”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믿기지 않아서.
그리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 것에 너무 감사해서.
지은은 자신의 손을 토닥이는 나운의 손을 잡고 한참을 있었다.
* * *
“으음…….”
준형의 마나가 아슬아슬하게 바닥을 보일 때쯤 되어서야 나운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고위 마법사의 회복 마법과 함께 엘릭서까지 5개를 써야 했던 치명적인 관통상이었다.
거기에 일반적인 네임드 몬스터보다 격이 너무나 높아진 붉은 다리 거미의 다리엔 독까지 묻어 있었던 듯, 간신히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왼쪽 어깨에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나 느렸다.
“지독한 독이네.”
다행히 지은의 바람대로, 이상 현상이 발생한 지점은 그 장소에 국한된 듯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니 자신들을 압박하던 지독한 페널티가 사라진 것을 느낀 건 나운과 형준, 준형뿐만이 아니라 지은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모든 스킬이 사용 가능한 상태입니다.]– 잠겨있던 스킬 [바퀴가 가는 대로(Lv.1)], [강화된 1종 대형 면허(Lv.2)]가 사용 가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지은은 트럭을 소환해 놓은 상태였다.
지휘조를 비롯해 뿔뿔이 흩어졌던 다른 조들이 구조를 위해서 달려오고 있었다곤 해도, 신호탄은 거리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피어올랐었다.
“지은이 네 말대로, 길드장이 네가 남긴 신호를 알아챈다 해도 여기까지 오려면, 5시간은 있어야 할걸?”
던전의 우측 끝부분에서 중심부까지 이동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이상 현상이 발생해 네임드 몬스터는 물론이고 던전의 모든 몬스터가 몰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미들이 바글바글했던 장소이니, 그 징그러운 거미들을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주변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내 실수야.”
길목이 좁았긴 했지만, 몰려드는 일반 거미들에게 맞서 싸우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머리 위가 네임드가 거미줄을 쳐 놓은 거미집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보스가 사라진 던전의 네임드들은 대규모의 토벌대나, 강한 파티가 들어와 있으면 토벌되지 않기 위해서 몸을 사리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지은이 네 말대로, 거기 어딘가에 다른 던전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 게 분명해.”
“그건 맞습니다. 그 네임드의 크기는 최소 보스급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거미 놈들이 다른 던전의 몬스터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거지.”
4층에 남아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네임드는 붉은 다리 거미 한 마리.
모든 던전의 구역을 확보하고, 거기에 유일하게 던전 내에서 경쟁하던 다른 네임드까지 주혁의 손에 토벌되었으니, 4층의 다른 던전은 물론이고 어쩌면 열렸을지도 모르는 5층의 몬스터도 잡아먹을 수 있었을 터였다.
“우리가 아닌 다른 조도 따로따로 떨어졌으면 분명히 고전했을 거야.”
파티 구성이 일반적이었다고 해도, 고작 4명에서 5명으로 보스급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붕대를 잔뜩 감은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던 나운이 아직도 의기소침해 있는 지은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언니가 다친 건, 지은이 너를 보호하려다 다친 게 아니란 말씀이지.”
“스킬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던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은걸.”
이상 현상이 왜 이상 현상인데. 하며 피식 웃어 보인 나운이 익숙한 붉은 선으로 되어 있는 트럭의 안전 영역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그런데 지은아.”
“네?”
“사실 예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나운의 말에 마나를 급격하게 소모해 울며 겨자 먹기로 끔찍한 맛의 마나 포션을 마시고 의자에 퍼져 있던 형준과 준형도 몸을 일으켜 지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물어보고 싶었던 거요?”
“응.”
“어떤 거요? 언니 질문이면 뭐든 대답해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지은에게 나운이 ‘안 된다고 하기 없기다?’라고 운을 띄우는 것에 지은은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지은이 너, 5층에도 다녀온 적 있는 거니?”
뭐든지 대답해 주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이 무색하게도 대답할 수 없는 주제가 바로 튀어나와 버린 것에 지은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네? 네? 5층이요?”
“사실 이번 토벌전은 아직 논의 단계에 있었을 뿐이야. 태백 길드가 토벌전을 실패하고 복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었고.”
“그리고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역을 확보했던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에선 다른 던전으로 가는 통로조차 나오지 않고 있었어서.”
“그래서 [아리아드네의 천칭]이 4층 중앙부의 마지막 던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요.”
나운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 듯 지독한 포션의 후유증에 아무말도 하고 있지 않던 형준과 준형까지 어느새 의자를 지은의 옆자리에 바짝 붙인 상태였다.
“어…….”
“길드장은 사실 개별 탐사를 다녀오고 나서도 5층 토벌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었거든?”
“그저 4층의 중심부인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의 모든 구역이 확보되었다는 말만 했었죠.”
“그래서 당연히 이번 토벌은 추가 던전 확보가 중점인 토벌이 될 줄 알았어요.”
확실한 발표를 하기 곤란한 5층 공략이 아닌, 새로운 4층의 영역을 확보하는 토벌이 될 줄 알았던 길드원들의 예상을 깨고 주혁은 당당하게 5층 토벌을 선언했다.
“물론 5층으로 가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아는 송주혁 길드장은 절대 자신이 확신하지 않는 이상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길드장이 5층 토벌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건 정확히 지은 씨가 길드에 왔다 간 날이었어요.”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랭커들이란 눈치도 빠르다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나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지은이 주혁을 무작정 찾아왔던 그날, 청명 길드 1층 로비에서 지은을 목격한 길드원들은 많았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다들 1층에 있는 식당을 가려다가, 혹은 밖에서 점심을 사 먹으려 많은 길드원들이 1층에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갑자기 치킨 봉지를 들고 나타나 길드장실을 찾고, 부길드장인 성진 때문에 기절한 뒤 길드장실에 실려 간 여자.
그리고 지은이 꽤나 길드장실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는 걸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알고 있었다. 길드장인 주혁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는 것도 비서의 증언으로 알음알음 퍼져 있는 사실이었다.
지은이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매우 놀랐지만, 그만큼 놀랐던 것은 주혁의 5층 토벌 선언이었다.
“5층 공략 같은 엄청난 이야기를 꺼낸 지 한 달도 안 돼서 정말 공략을 진행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태백 길드가 수많은 랭커들과 함께 외부에서 용병까지 써서 10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토벌대 인원으로 호기롭게 시작했던 지난 5층 토벌의 결과는 결국 실패였다.
“100명이나 참전했던 토벌전에서 4층의 던전의 영역 확보도 다 이루지 못하고 내부 갈등이 일어나 복귀한 뒤로 여론은 더 안 좋아졌죠.”
“내부 갈등이요?”
“네, 외부에는 토벌대의 컨디션 저조와 포션 중독으로 인한 토벌 중단으로 발표했었지만…….”
“애초에 4층의 중심부인 이곳엔 5층으로 가는 통로가 없을 것이라는 용병들의 말을 듣지 않고 중심부만 뚫려 있는 이 던전을 고집한 게 이태백 헌터에요.”
랭킹 2위이자 국내 1위 길드인 길드장 이태백 헌터의 고집으로 새로운 영역 확보가 아닌 이미 보스가 토벌된 던전에 들어오는 것에 길드원이 아닌 다른 랭커들은 불만이 많았다.
“이미 우리 길드에서 단물을 쏙 빼 먹은 거나 다름없는 던전이니까요. 용병을 뛰는 헌터들의 목적은 개인의 명예를 올리고 실적을 올리는 거라.”
“그래도 5층을 진짜로 발견했으면 더 많은 명예가…….”
“처음 5층으로 진입하는 것은 작게는 파티가, 크게는 모든 길드가 바라고 바라는 가장 큰 명예에요.”
지금은 길드 연합에 얌전히 속해 있지만, 사실 기존의 길드들은 태백 길드나 아리아 길드는 그렇다 쳐도 만들어진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청명 길드가 랭킹 3위 길드라는 사실을 굉장히 언짢아한다고 했다.
랭킹 1위인 주혁이 처음부터 랭킹 1위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건 5위인 성진도, 30위인 유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처음 각성했을 때에는 3인 파티로 많은 용병 생활을했다.
그리고 용병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대다수가 지금의 길드원들이었다.
한마디로 본래 다들 다른 길드에 있던 지금의 길드원들이 청명 길드의 초기 멤버들과 뜻을 같이하기로 하고 대다수가 기존의 길드에서 탈퇴하자 자신들의 전력을 청명 길드가 빼갔다고 생각하는 길드들이 많았다.
“길드도 기업이나 다름없어. 수많은 길드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토벌만큼은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씁쓸하게 현재의 길드들의 보이지 않는, 아니 어느 면에선 대놓고 탑3 길드를 압박하는 지금의 상황에 불만이 많은 듯 나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상황이라 청명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길드와 공동 작업이나, 용병을 고용한 적이 없어.”
“순수한 길드 내부의 힘으로만 준비한 토벌이에요. 그리고 이 토벌에 우리는 길드의 전력을 다할 만큼의 확신이 필요했고요.”
그 확신이 바로 주혁이 영입한 자신을 두고 말하는 것임을 눈치챈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5층에 다녀온 적이 없어요.”
“…….”
“아직 4층도, 3층도 전부 다녀온 게 아니에요.”
그리고 지은은 이 눈치 빠른 길드의 랭커들의 압박 속에서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난생처음으로 뻔뻔한 거짓말을 해야 했다.
‘비밀은 말하게 된 순간부터 비밀이 아니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