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1화(6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1화
지은은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몰랐지만, 이미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나운과 형준, 준형에게는 지은이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진짜 죄송한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 하는 표정 같은데.’
‘두 번 물어봤다간 울겠는데?’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평생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는커녕 거짓말은 해 보지도 않고 살았던 지은이였다.
까망이가 5층에 대한 비밀은 숨겨야 한다고 했지만, 헌터들이 얼마나 힘들게 토벌전을 준비하고 왜 던전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지 주혁이 털어놓자 자신이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에 주혁에게 말을 꺼냈던 지은이였다.
거기에 지금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압박하고 있는 세 명은 방금 전까지 자신을 목숨을 걸고 지키려던 사람들이었다.
무려 자신을 구하려다가 부상까지 입은 나운의 붕대를 감은 어깨를 바라보는 지은의 눈이 잘게 떨려왔다.
처음 5층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순간 초점을 잃었던 지은의 눈동자는 아직도 좌우로 이리저리 굴러가고 있었다.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래, 그만하자.’
자신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저. 는. 처. 음. 듣. 는. 말. 이. 네. 요. 하. 하 .하.’ 하고 웃고 있는 지은의 고장 난 반응을 보며 자신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인 나운의 신호에 따라 형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와. 하. 하. 저. 희. 가. 괜. 한. 소. 리…… 읍!”
그리고 나운은 형준이 펼치는 엄청난 발 연기에 감동해 준형에게 형준을 가리키고는 목을 그어 보이는 신호를 다급하게 보냈다.
‘당장 끊어!’
“와, 형도 참. 마나를 너무 써서 머리가 이상해졌나. 5층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어요.”
급하게 수습하려다 초를 치게 생긴 형준의 입을 틀어막으며 바통 터치를 한 준형이 형준에게 ‘미친 거야, 형?’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잴 거 다 재고, 종종 용병도 뛰는 준형과는 달리 형준은 완전 마법 연구실에만 박혀서 책만 보는 지독한 글쟁이라는 사실을 깜빡했던 나운이었다.
거의 지은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기가 차는 발 연기였다. 저 정도면 아무리 지은이라도 자신들이 눈치를 챘다는 사실을 알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나운이 지은을 바라봤다.
“그렇죠! 말이 안 되죠.”
그리고 다행히도(?) 지은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순수한 아이였다.
눈은 전혀 웃지 않은 채 입만 웃고 있는 기괴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던 지은이 급하게 떨리는 손을 더듬어 수통 마개를 열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찌나 손이 떨리는지 물이 입으로 떨어지는 것만큼 턱으로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정신 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려고…….’라고 중얼거리고는 한숨을 내쉰 나운이 말했다.
“그렇지? 우리가 너무 기대를 했나 봐, 실없는 소리를 했네.”
“그렇죠. 이미 확보된 던전이면 몰라, 미확보된 던전에 들어가면 보스를 잡기 전까진 나오지 못하는데요.”
“그…… 그렇지! 보스를 잡거나, 죽어서 던전이 다시 닫히거나 하는 방법밖에…….”
“크흡!”
급해서 아무렇게나 둘러대던 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또 지은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지뢰를 밟아 버린 듯했다.
급기야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는지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 지은의 등을 곧바로 두드려 주며 나운은 속으로 엄청 놀라야 했다.
‘……진짜로?’
‘다른 층뿐만이 아니라 아직 확보되지 않은 다른 던전들도 들어갔다는 말인가……?’
찌르면 찌르는 대로 뭔가가 나온다. 거의 게임 이벤트에서 아이템을 잔뜩 들고 돌아다니는 황금 고블린 같은 존재였다.
이벤트 몬스터답게 스치기만 해도 아이템을 주르륵 뿌리고 도망 다니는 황금 고블린 같은 지은의 반응에 모두가 경악하는 걸 지은은 고개를 숙이고 기침을 하느라 보지 못했다.
“지은아.”
“켁켁…… 네, 언니?”
기침을 잔뜩 하느라 한껏 붉어진 얼굴로 지은이 나운을 바라보았다.
안쓰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운의 모습에도 지은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저 자신의 거짓말이 먹혔나 눈을 굴려 확인하는 지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 지은이…… 던전에서 나가면 인생 수업 좀 받아야겠다.”
“인생 수업이요?”
“응, 길드장한테 보고하고 반드시 실행해야겠어. 넌 지금 다른 것보다 이런 방향의 수업이 중요할 것 같아.”
속된말로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탈탈 벗겨 먹기에 이보다 좋은 사냥감이 없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지은은 이 사회가 얼마나 매정한지 조금은 배울 필요가 있어 보였다.
“지은이 너 아르바이트해 본 적도 없어?”
“아르바이트해 봤어요.”
“그럼 그 아르바이트에서 막 남들은 쉬고 있는데 혼자 일하고 그랬던 경험은 있어?”
“음…… 저는 쉬는 시간이라고 정해진 걸 받아 본 적이 없는데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돈 계산을 떠맡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스케줄을 다 짰다거나…… 뭐 계산을 더 많이 했다거나?”
“저 친구가 없어서…….”
“아…….”
‘제대로 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라며 멋쩍어하는 지은의 말에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은 나운이 다급하게 손을 들어 말했다.
“던전에서 나가면 언니들이랑 여러 군데 다녀야겠다.”
“어디를 다녀요?”
“있어.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일단 나운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만 나열해도 메모지 한 페이지를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혼자 온 사회 초년생들을 가장 만만하게 보는 핸드폰 가게부터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길드 내부망용 핸드폰을 -당연히 길드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 맞지만 지은에게 개인 구매를 해야 한다고 하면 한 치의 의심 없이 개인적으로 구매할 것이 뻔했다- 사야 된다는 핑계로 핸드폰 가게에 혼자 집어넣어 보고 헌터용 내부망이 깔린 핸드폰을 과연 얼마에 구매하고 나올지 봐야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비전투 계열인 지은에게 거의 5층 토벌의 선두에 서는 고위 헌터들에게나 권유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 회사에 데려가 볼 생각이었다.
온갖 청약과 10년, 20년, 30년 단위의 거액의 보험을 들이밀며 필요도 없는 세부 사항까지 끌어모아 강매당하고도 ‘저 이렇게나 많은 혜택이 있대요!’ 하면서 바가지를 쓴 보험 계약서를 보여 줄 지은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그밖에도 도를 믿냐며, 음양오행이 어떻고 사주가 어떻고 하는 점집에도 데려가 볼 생각이었다.
어느 곳을 가든 지은이 사기를 당하고 올 확률은 거의 120%였기 때문에 나운은 전담 팀을 구성해서 지은에게 사기를 친 사람들을 모두 잡아 와 하나하나 설명시킬 계획을 세웠다.
방금 전까지 네임드 몬스터의 덫에 걸려서 생사를 오가던 일행은 그때부터 하나씩 나운에게 인생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사람은 쉽게 믿어선 안 된다.’로 시작한 말이 ‘남들이 잘해 주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로 이어져서 ‘순수한 호의로 밥 사 주고, 돈 벌게 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로 끝나는지 모를 여러 인생 설교를 들으며, 지은은 그 와중에도 다행히 자신의 거짓말이 완벽히 통한 듯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인생 강좌가 열리고 있는 던전 중심부와는 달리,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의 거미집과 이상 현상이 발생했던 장소에 도착한 길드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몰려드는 몬스터를 정리 중이었다.
광전사 모드의 주혁이 달려드는 거미들을 큼직한 스킬을 사용해 사정없이 베어 넘기며 누구보다 초조해하고 있는 유라에게 물었다.
“마지막 신호탄으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30분 넘었어!”
“젠장…….”
처음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유라일 것이라 생각했던 주혁은 갈림길에서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호위 팀 전원을 보고는 심하게 동요했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탱커와 딜러, 그리고 올라운더인 유라까지 구성해 놓은 호위 팀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지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조장이 호위 팀의 붉은 신호탄을 썼다는 건…….”
“무조건 지은이랑 같이 있다는 뜻이잖아!”
그리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오던 도중에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붉은 신호탄을 확인했을 땐 정말로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항상 지휘부는 냉정해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감정이 앞서선 안 되고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조장급이 사용하는 신호탄이 사용됐다는 것은 그곳에 최소 조장급의 랭커가 있다는 뜻과도 같았다. 심각한 수준의 위험이 아닌 이상 개개인이 100위권 안에 드는 랭커로 구성된 토벌대원들이 고작 4층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무전이 닿기 시작하고 지금 합류하고 있는 조들의 명단을 들은 주혁은 생각을 바꿔야 했다.
“성진아.”
“응?”
“다른 조도 어차피 다 저쪽으로 모이고 있으니. 지휘를 부탁해.”
“무슨 소리야?”
“지금 저건 진짜로 위험하다는 뜻이야. 젠장! 파티 구성이 밸런스가 하나도 안 맞는다고!”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몬스터들의 흔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치 던전이 텅 비어 버린 것처럼 처음 토벌대가 던전 안에 떨어졌을 때 어디론가 이동하는 거미들을 잡은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상황.
무전이 닿은 다른 조장들과 그 조의 팀원들을 생각하면 지금 저 붉은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에 있는 건 나운과 형준, 준형.
그리고 지은이였다.
한때 방패조의 조장까지 했던 나운은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탱커 반열에 올라 있는 랭커다. 하지만 지금의 이 이상 현상과 함께 있는 파티원은 철저한 보호가 필요한 마법사 두 명과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지은이다.
거기에 나운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황이라면 그쪽의 상황이 뭔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언가 문제가 생겨 나운과 마법사 형제들만으론 몰려드는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할 수 없을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자신의 고유 스킬 ‘광전사’를 사용한 주혁이 곧바로 속도를 높여 전열의 앞으로 튀어나갔다.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주혁의 뒤를 전속력으로 유라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에게 내려진 집합 명령 신호탄의 신호를 뒤로한 채 주혁과 유라가 마주한 것은 하늘에 가득한 거미줄과 함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수많은 거미들이었다.
“키에에에엑!”
그리고 그 거미들의 가운데에 가장 큰 몸집을 하고 자신들을 기다렸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붉은 눈을 가진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