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2화(6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2화
높은 던전의 하늘이 수많은 은색의 거미줄로 가득 덮여 있었다. 거대한 암벽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퇴로와 좁은 길목.
애초에 저 거미들은 저렇게 높은 곳에 거미줄을 치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거대한 몸집과 기다란 다리를 가진 만큼 저 거미들은 땅을 짚고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활동성이 높은 몬스터들이지, 저렇게 일반 거미처럼 행동하는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페널티?”
던전의 모든 거미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놀랐던 유라가 시스템창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시스템 오류 : 이상 현상이 발생한 던전입니다.]–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던전으로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한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몬스터의 영역에 들어와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 스킬의 위력이 30% 반감됩니다!
“이게 무슨…….”
시스템조차 지금까지 한 번도 감지하지 못한 던전의 이상 현상.
거대한 붉은 다리 거미가 배에서 거미줄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거대한 앞다리를 들어 주혁과 자신을 가리키는 모습에 소름이 쫘악 돋아 오른 유라였다.
“설마…….”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했다. 아무리 몬스터가 많다고 해도, 나운은 물론이고 형준과 준형도 각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마법사들이었다. 고작 4층 던전에서 몬스터들에게 당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거미줄을 타고 일제히 내려오는 거대 거미들은 마주한 것만으로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거미줄 안쪽의 넓은 공간에선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신호탄이 제일 처음 터져 나온 공간이 이곳인 것은 분명했다. 길게 꼬리를 남기고 날아오르는 신호탄은 현재 있는 위치를 알리기 위한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응당 들려와야 할 싸우는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
정적만이 감돌고 있는 암벽 지대에서 돌벽을 타고 수많은 거미들이 서서히 기어 오기 시작했다.
하늘에 매달려 있는 거미들도, 그리고 안쪽에 보이는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던 검은 것들이 모두 거미라는 사실에 유라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미친…….”
자신만이 페널티를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 분명 저 안에 있었을 나운과 형준, 준형도 페널티를 받았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아무리 몬스터의 숫자가 많다고 한들…….
거기까지 생각하던 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는 사실에 자신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화끈거리는 뺨이 얼얼해져 오는 기분과 함께 생각을 다잡은 유라가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하는 거미들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징이 촘촘히 박힌 가죽 장갑을 끼며 말했다.
“이 X발 거미 새끼들, 다 죽여 버릴 거야.”
“…….”
그리고 유라는 지금 주혁도 평정심을 잃은 상태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광전사 모드를 사용해 몬스터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전투를 오래 하면 할수록 폭발적으로 스탯이 상승하는 주혁의 스킬은 페널티조차 무효화할 수 있었다.
창을 쥔 주혁이 유라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앞으로 튀어 나가 창대로 바닥을 크게 내리쳤다.
단 일격.
모든 스탯을 단숨에 끌어 올려 내리친 바닥이 갈라지며 단숨에 좁은 암벽의 길목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암벽을 따라 거대 거미들이 휩쓸려 바닥으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을 주혁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무너지는 암벽들 위로 뛰어올라 계속해서 올라가며 앞을 가로막는 거미줄을 모두 베어 내고 거미들을 일격에 꿰뚫는 주혁의 창이 파르르 떨리며 공명했다.
화려하게 쏟아지는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베어 버리기 시작한 주혁을 바라보던 유라도 곧바로 가세했다.
엄청난 페널티를 받은 상태지만 강화한 육체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연계기를 통한 일대 다수의 싸움에 능숙한 올라운더 헌터인 유라의 발과 주먹에 몰려들던 거미들이 사정없이 날아가 암벽에 처박혀 쓰러져 갔다.
거미줄을 쏘아 대며 매달려 있는 거미들을 짓밟으며 창을 휘두르던 주혁의 눈에 일렁이는 장막이 발견된 것은 그때였다.
“통로!”
던전의 통로가 어디에 형성되는지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영역을 확보했지만 결국 통로를 찾지 못한 던전들도 수없이 많았다.
해당 층의 마지막 던전이 아닌 이상 다음 던전으로 가는 통로는 반드시 열리기 마련이지만, 그 통로를 찾는 것까지가 탐사의 마지막 여정이었기에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저렇게 높은 곳에 있었다니…….”
그리고 그 통로를 지키고 있는 것은 보스급 몬스터로 성장한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였다.
수많은 시뻘건 눈을 빛내며 주혁과 유라를 주시하고 있던 몬스터가 움직였다.
그와 함께 지금껏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군락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거미들이 거미줄을 쏘아 대며 일제히 낙하했다.
던전의 모든 거미들이 모여 있는 듯한 공간. 수많은 거미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주혁과 유라는 서로 등을 맞대고 차분하게 거미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던 도중 무언가를 발견한 유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나운 언니의 방패야!”
공터의 중심부에 홀로 남아 바닥에 꽂혀 있는 나운의 방패였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방패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굳어 검붉은 색으로 변한 흙바닥은 이곳에서 이뤄진 치열한 전투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마법의 여파도 조금 남아 있고,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어!”
미력하게나마 아직 마법을 사용하고 난 뒤의 마나의 잔재가 조금씩 남아 있는 공간.
하지만 지금 이곳엔 방패의 주인인 나운도, 마나의 주인인 형준과 준형도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지켜 내려 노력했을 지은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주혁의 눈에 이질적인 물건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잠깐.”
거미들을 사정없이 베어 넘기던 주혁이 스킬의 불빛을 반사하며 바닥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다급하게 몸을 움직여 가로막는 거미들을 크게 창으로 베어 넘기고 바닥에서 빛을 내는 물건을 집어 든 주혁이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보온병?”
주혁의 손에 들린 것은 중간 크기의 평범한 보온병이었다. 던전 안에 있을 물건이라곤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보온병이 주혁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확인한 유라도 무언가를 눈치챈 듯 이내 크게 소리쳤다.
“지은이가 남긴 물건이야!”
토벌대의 헌터들이 보온병을 가져왔을 리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던전 안에서 저런 물건을 가지고 있을 사람은 토벌대에서 오직 지은뿐이었다.
“그래, 맞아. 그리고 예상이 맞다면 다들 잘 빠져나간 모양이야.”
보온병을 인벤토리에 소중하게 넣으며 주혁이 씩 웃어 보였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지금 지은을 포함한 다른 길드원들은 무사히 탈출했을 것이 분명했다.
“게이트석을 써서 이동한 것 같다.”
“게이트석? 그게 지은이한테 있었어?”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한 거야. 우린 아니라도 지은 씨라도 빠져나갈 수 있게.”
“그럼 어디로 이동한지는 알아? 찾으러 가야지!”
“머리를 잘 썼어. 다행히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야.”
바닥에 떨어진 보온병을 보자마자 지은의 의도를 알아차린 주혁이 창을 다시 바로 잡으며 웃어 보였다.
다급한 상황에 놀랍게도 던전에서 몬스터와 부딪힌 경험이 전혀 없었을 지은이 모든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은 지금 토벌대의 상황에 가장 알맞은 선택이 분명했다.
다른 던전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운의 것이 분명한 방패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과, 바닥에 가득한 혈흔.
정상적이지 않은 파티 구성과 혈흔의 범위를 보았을 때 꽤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파티원이 최소 한 명 이상.
그런 상황에서 다른 던전으로 이동했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지나왔던 던전을 모두 다시 돌아봐야 했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방패의 주인인 나운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근접전에 취약한 마법사인 형준과 준형만이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부상자인 나운과 비전투 계열인 지은을 지키면서 버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릴 수조차 없는 상황. 그러나 반드시 주혁이 알아볼 것이라 예상한 듯 남겨 둔 보온병 덕에 주혁은 지금 일행들의 위치를 확신할 수 있었다.
“무전을 보내.”
“뭐?”
“던전 중심부. 4층의 계층 보스가 있던 곳.”
청명 길드의 토벌대에 의해 4층의 계층 보스가 토벌된 곳이자 자신이 지은을 처음으로 만났던 그 장소.
“엘릭서도 있으니 지금쯤 부상도 다 치료했을 거고, 아마 페널티도 사라졌을 테니 안전 영역을 소환하고 버티고 있는 중일 거야.”
이상 현상이 발생한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그 정도 되는 거리라면 충분히 페널티도 없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다 그쪽으로 보내라고? 여기 이렇게 몬스터가 많은데?”
페널티를 받은 상황에서 평소라면 스킬 한 방에 우후죽순 터져 나갔을 거미들이 끈질기게 버티며 몰려드는 모습을 보며 답답했는지 유라가 주혁의 말에 버럭 소리를 쳤다.
“우리도 갈 거야.”
그리고 그런 유라의 말에 주혁이 싱긋 웃어 보이고는 한 손으로 창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페널티는 나한테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시퍼렇게 날이 선 창끝에서 푸른색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창끝이 겨누고 있는 건 오직 하나.
눈을 번뜩이며 바닥에 내려와 달려드는 보스급 네임드 몬스터, 붉은 다리 거미의 머리였다.
모든 것을 꿰뚫는 신의 성창 브류나크.
이상 현상으로 인한 페널티는 주혁의 패시브 스킬인 [광전사]에 의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
거기에 지금 이렇게 몬스터가 많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적으로 간주한 절대다수와의 싸움에서 절대 밀려 본 적이 없는 주혁의 팔에 힘줄이 불끈 돋아났다.
주혁이 들어 올린 창끝을 바라보던 붉은 다리 거미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황급하게 다른 몬스터들을 앞장세우고 몬스터들 사이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던져진 주혁의 창은 목표를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을 꿰뚫고 날아가 정확히 네임드의 머리를 꿰뚫었다.
퍼어억!
“키에에에에에엑!”
몸집을 사정없이 키워 놓은 네임드의 거대한 머리가 꿰뚫리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커다란 몬스터의 비명 소리가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진짜 X나 사기캐다.”
네임드 몬스터가 창에 꿰뚫리며 남긴 절규와도 같은 기다란 비명 소리에 통제를 따르던 일반 거미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보스가 사라진 후 새로운 보스가 되어 몬스터들을 통제하던 네임드의 죽음.
통제력을 순간적으로 상실한 거미들이 움찔거리며 자신들의 보스를 너무나 간단하게 죽여 버린 주혁에게서 주춤대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헌터들을 보면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이상 반응.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몬스터들조차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게 만든 주혁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내고 이내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빠르게 정리하고 우리도 합류해야지. 배고프지 않아?”
주혁의 말에 ‘뭐 저런 사기 캐가 다 있냐?’라는 얼굴로 주혁을 바라보던 유라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도 뛰어왔더니 배가 고프긴 하네.”
“그럼 빨리 여기 정리하자. 밥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