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3화(6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3화
유라의 무전을 들은 뒤 성진은 곧바로 합류한 토벌대 전원을 데리고 던전의 중심부로 향했다.
이상 현상이 벌어진 장소에서 주혁과 유라가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고, 새로운 통로를 확보했다는 무전을 들은 뒤로는 더욱 속도를 높여 중심부에 달려온 토벌대는 익숙한 푸드 트럭을 발견하고 나서야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지은 씨!!”
“나운 언니!!”
호위 팀은 물론이고, 모든 토벌대원들이 지은과 나운, 그리고 형준과 준형이 무사한 모습을 보고는 달려가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상 현상이 발생해 뿔뿔이 흩어지고, 몬스터 웨이브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공간에서 밸런스가 무너져 있는 파티원 전원이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고, 얼굴이 창백하긴 했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나운을 비롯해 핼쑥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 쓰러져 있는 마법사 형제들의 등을 팡팡 두드리는 길드원들의 표정에서 숨길 수 없는 안도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지은이가 게이트석을 써서 살았어.”
“다행이야, 정말.”
“좋은 판단이었죠.”
지은이 게이트석을 사용할 장소로 선택한 이곳은 토벌대원들이 빠르게 합류할 수 있는 같은 던전 내부였고, 다행스럽게도 페널티의 영향도 받지 않는 장소였다.
이상 현상으로 던전 안의 모든 몬스터가 한 장소로 이동한 상황이라 지금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 마리의 몬스터와도 조우하지 않은 토벌대였다.
거기에 페널티가 사라지니 지은의 스킬로 안전 영역 안에서 나운도 편안하게 회복 마법과 엘릭서를 이용해 부상을 치료할 수 있었다.
“5층에 가기도 전에 부상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나이가 들긴 했나 봐?”
몬스터 웨이브에서 나운이 버텨 낸 시간은 무려 한 시간이 넘었다.
몰려드는 거미들에게서 마법사 두 명과 지은까지 지켜 냈음에도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는 나운에게 마나를 모두 써서 죽어 가던 준형이 말했다.
“혼자서 한 시간을 넘게 버텨 내신 탱커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흰 다 은퇴해야겠네요.”
“방패조로 다시 복귀해야겠어요, 언니.”
나운의 뒤를 이어 방패조 조장이 된 새봄이 엄지를 척 치켜올리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모두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혼인데 차출해서 미안하다고 뒤로 빼놓은 거니까 다음 토벌에선 다시 방패조 조장 맡으실 겁니다.”
“야! 다음엔 좀 빼 줘! 나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갔어!”
“부길드장 권한으로 휴가 승인 안 내줄 겁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어 보이는 성진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며 나운이 ‘길드 복지가 왜 이래?’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지은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오직 주혁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물건인 보온병을 남겨 둔 지은이였다. 분명히 주혁이 그 보온병을 발견하고 토벌대원을 이쪽으로 먼저 보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합류한 토벌대원들의 사이에서 까치발을 들어 주혁과 유라의 모습을 찾고 있던 지은은 두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하며 말했다.
“주혁 씨랑 유라 언니는요?”
“경험치가 미친 듯이 오르는 걸 보니까, 한참 몬스터 사냥 중인 거 같은데요?”
“오는 길에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했다는 알림도 떴지.”
유라가 속해 있는 파티인 호위 팀과, 주혁이 속해 있는 파티인 지휘조의 길드원들은 지금도 시스템창에 미친 듯이 올라가는 몬스터 처치 보상을 자동으로 수령 중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경험치도 벌고, 명성치도 벌고 있네요.”
“두 명이서 지금 그 많은 몬스터를 잡고 있는 거예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지은이였지만 지금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남겨 두고 온 두 명을 걱정하는 듯한 얼굴이 아니었다.
“랭킹 1위가 괜히 1위가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하지만, 저희랑은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이라 길드장은 아무 걱정이 안 돼요.”
“유라도 뭐, 랭킹만 30위일 뿐이지 사실상 경험은 우리들 중 누구보다 많으니까.”
현시점에서 가장 강한 랭커인 주혁과, 그런 주혁과 처음부터 함께 용병 생활을 하며 수많은 경험을 쌓았던 유라에 대한 길드원들의 신뢰는 대단했다.
새삼 주혁과 유라의 대단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실감한 지은이였다.
“다들 배고프지 않으세요?”
지은의 말이 기폭제라도 된 듯, 모든 길드원들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사실 이미 저녁 시간대가 훌쩍 지난 지 오래인 시간이었다. 지난번까지의 토벌전이라면 식사를 챙겨 먹을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겠지만.
이번 토벌대는 일주일간의 여정에서 이미 정확한 식사 시간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계속해서 해 온 탓에 거의 지은에게 길들여져 있는 상태였다.
“배고픕니다!”
“오늘 메뉴는 뭐였지!”
그런 그들을 보며 오늘 지은은 생각만 하고 있었지, 차마 건의하지는 못했던 메뉴를 털어놓았다.
“그…… 혹시요.”
“네?”
“던전 안에서 술을 마시면 아무래도 좀 그렇겠죠?”
“네에??”
토벌대에 합류하기 전 혹시나 해서 여러 번 실험해 봤던 메뉴 중엔 술도 있었다.
음식에 들어가는 술도 메뉴를 지정하기만 하면 인벤토리에 들어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오늘 아침엔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오늘 예정대로 5층에 진입하는 통로를 찾게 되면 건의하고 싶어 미리 준비해 놓은 다양한 술이 지금 지은의 인벤토리에 가득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역시나 지은은 자신의 생각대로 ‘아무리 든든한 안전 영역이라고 해도 그렇지 던전 안에서 술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길드원들을 보며 손을 내저었다.
“술이라니…….”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 그래도 던전 안인데 긴장을 늦출 수는 없잖아요.”
“정말 술을 마실 수 있나요!”
“네에?”
“아니, 술도 마실 수 있는 겁니까? 진짜로요?”
이어지는 길드원들의 열렬한 반응.
“술! 술이래!”
“누가 술 얘기를 하냐! 안 그래도 꾹 참고 있고만! 죽고 싶어?”
“지은 씨가 꺼냈는데?”
“죽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다는 소리라는 말이었지!”
폭주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길드원들을 보며 괜한 소리를 꺼냈나 싶어 지은이 부길드장인 성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성진조차 주먹을 꽉 쥐고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지은은 ‘정말로 괜찮은 건가?’라는 마음으로 인벤토리에서 초록색 병을 꺼내 들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술은…… 혹시 몰라서 아침에 준비하긴 했는데요…….”
“으아아아아아!”
“소주! 소주다!!”
“아니, 저 영롱한 빛깔 좀 봐! 어쩜 저렇게 잘 빠졌대?”
“던전 안에서 보니까 완전 에메랄드 빛깔이 선명하네 그려!”
그 어떤 메뉴를 해 준다고 해도 이보다 더 많은 환호성을 받을 것 같진 않았다.
자신의 손에 들린 단 한 개의 초록색 병을 보며 열렬한 환호성을 보내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던 지은이, 병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이내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 있던 아이스박스들을 주섬주섬 계속해서 꺼내기 시작했다.
“설마…….”
“열어 보세요!”
5개나 되는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인벤토리에서 소환해 바닥에 내놓은 지은이 손을 펼쳐 보였다. 홀린 듯 다가온 길드원들이 떨리는 손으로 마치 던전 안에서 획득한 보물 상자를 여는 듯한 신중한 표정으로 아이스박스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북이 담겨 있는 얼음들 틈새로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술병들과 캔 맥주를 확인한 길드원들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아침 이슬!”
“초면처럼!”
“헉가든도 있어!”
“막걸리도 있는데!”
당연히 안 된다고 만류할 줄 알았던 성진이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아이스박스 안에 담긴 초록 병을 하나 꺼내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술 좋아하세요?”
“우리 막 알코올 중독 이런 거 아닙니다!”
“누가 술을 좋아해서 먹나요! 술자리가 좋아서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 다들 너무 진심이신데요?”
“일단…… 부길드장 권한으로 길드장한테 건의를…… 아니, 그냥 부길드장 권한으로 무조건 회식하는 걸로!”
“아따, 오늘 샤따 내리고 마시는 날인가!”
“적당한 알코올은 마나 리젠에 아주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마법 학회의 보고도 있습니다.”
“거 적당히 먹고! 좀 많이 먹었다 싶음 회복 마법 찐하게 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미 주혁의 무전으로 통로 하나가 확보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성진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급발진을 했다.
거기에 회복 마법을 계속 퍼부어서 나운을 치료하느라 지쳐 쓰러져 있던 형준과 준형까지 비척비척 걸어와 맥주 캔을 하나씩 들고 감격한 얼굴을 하는 것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다들…… 그동안은 어떻게 참으셨어요?”
어쩐지 음식에 들어가는 청주나, 소주를 꺼내기만 해도 눈을 번뜩이며 한참을 바라보는 게 심상치 않더라니.
청명 길드원들은 밥에 진심인 만큼 술에도 진심인 게 분명했다.
“흠흠…… 원래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는 술은 언제나 옳은 법이지!”
“던전 안에서 회식하는 건 우리 길드가 최초 아닙니까!”
“처음으로 회식도 하고! 처음으로 5층도 개척하고! 마, 처음은 다 우리 꺼 아니겠심까!”
그러던 도중 잔뜩 흥분해 있는 길드원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새봄이 이내 활짝 열려 있는 아이스박스의 뚜껑을 사정없이 쾅쾅 닫고는 말했다.
“정신들 차려 이 아저씨들아! 무슨 술만 보면 이렇게들 환장하고 있어 진짜!”
“아니, 왜 그려!”
“다들 술에 정신 팔려서 중요한 걸 잊은 모양인데…….”
자신들을 째려보는 새봄의 말에 그제야 5층 토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길드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아이스박스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시선은 계속해서 아쉽다는 듯 아이스박스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에 새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내 지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은아! 술을 이렇게 꺼내 놓으면 어떡해. 여기가 어디라고!”
“아…… 죄송해요. 전 다들 좋아하실까 봐…….”
새봄의 말에 아까까지만 해도 목숨이 위험했던 던전의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해도 여기는 던전이고,토벌대가 5층을 토벌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정말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
“안주는 뭔데!”
“네?”
“다들 술만 보고 정신이 나가가지고! 그래서 오늘 안주는 안 궁금한 거야?”
새봄의 무슨 말을 하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한 지은이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언제 정색했냐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새봄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같이 안주빨 세우는 사람들한텐 가장 중요한 건데!”
“옳소! 술은 안주빨이지!”
“그러네! 오늘 지은이네 안주는 뭡니까!”
그제야 술만큼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길드원들이 다시 열렬하게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오늘 안주는 해물파전, 홍합탕! 그리고 오징어 튀김인데요.”
“세상에…….”
“아, 신이시여. 이렇게 행복해도 됩니까?”
“우리는 이제 던전에서도 복지가 보장된 시대에 접어든 게 아닐까?”
걸쭉한 막걸리엔 해물을 가득 넣어 바삭바삭하게 부칠 해물파전, 쌉싸름한 소주엔 입가심을 해 줄 홍합탕,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잘 어울리는 튀김.
그 환상적인 조합들을 상상하는 길드원들의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그리고 그런 길드원들의 뒤통수를 보고 마지막으로 합류해 아직 이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유라와 주혁이 안전 영역으로 발을 들이며 말했다.
“뭐야 다들?”
“무슨 상황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