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4화(6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4화
“회식이라…….”
모두의 시선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
50명의 각자 다른 기대를 품고 있는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의자에 앉아 관심 없다는 듯 자신의 창을 닦고 있는 주혁에게 어느새 회식파에 합류한 유라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 좀! 빨리 결정해!”
평소의 저녁 식사보다 한참 늦은 시간. 조리대에서 혹시 몰라 이미 요리를 시작한 지은의 모습을 고개를 들어 힐긋 확인한 주혁이 말했다.
“이상 현상이 발생했던 장소는 틀림없는 5층으로 가는 통로가 맞을 텐데.”
“…….”
“중요한 5층의 첫 진입을 앞두고 술이라니, 다들 너무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닙니까?”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지만, 이미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술병들을 직접 손에 쥐어 보았던 길드원들에겐 지금 저렇게 맞는 말만 하고 있는 주혁이 꼴 보기 싫어질 지경이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여.”
“진짜, 자기가 술 못 먹는다고…….”
“술을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좋아하는 겁니다.”
길드원 모두의 중얼거림을 무시하던 주혁이 유독 예민하게 술을 못한다는 말에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린 낸 성진이 씨익 웃으며 길드원들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고는 말했다.
“그렇지, 랭킹 1위의 길드장이 술을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래, 맞아. 술을 그냥 안 좋아할 뿐이지, 술을 못 먹는 건 아니니까.”
“근데 주혁아, 난 네가 술을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여기 누구 송주혁이랑 술 마셔 본 사람?’라고 덧붙이며 성진이 길드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청명 길드의 회식은 매우 잦은 편이었다.
사석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편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주혁의 길드 운영 방침답게 길드원들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길드원들끼리 파티를 구성해 던전에 들어가는 일이 매우 잦았으며, 심지어 자발적으로 토벌대를 구성해 승인을 받고 3층의 미개척 구역을 확보하는 일을 맡는다거나.
아니면 보스가 클리어된 던전의 영역을 확보하는 안정화 작업을 다녀온 뒤에 저녁만 되면 길드 앞 골목들에 있는 회식 명소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회식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회식 장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성진이나, 유라와는 다르게 주혁은 길드 법인 카드만을 내밀고는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회식에 참석하긴 해도 차를 끌고 왔다느니, 다음날 길드 연합 주최 회의가 있다느니 하는 온갖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기 일쑤였던 주혁을 보며 그동안 길드원들이 품은 의심.
‘사실…….’
‘길드장이 술을 진짜로 못 마시는 게 아닐까?‘
‘에이 설마.’
술을 못 마셔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도발에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끝내 술은 마시지 않는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 분명한데, 죽어도 술을 못 마신다는 건 인정하지 않는 주혁에게 어떻게든 술을 먹이고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길드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성진과 유라도 마찬가지였다.
성진과 유라는 성진의 여자 친구를 포함해 좋은 선후배이자, 술친구라 항상 자주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다니고 하는 퇴근 후 소울메이트였다.
그런데 같은 3인방 소속임에도 송주혁과 술자리에서 어울려 본 경험이 별로 없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지금 성진과 유라는 본격적으로 나서서 주혁을 살살 긁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술만 마시게 해 주면 내일 마나 포션을 10개를 마셔서라도 해독 마법 다 해 준다는데!”
“네! 정말입니다!”
시원한 얼음 맥주와 갓 튀겨 내 바삭바삭한 오징어튀김이라면 마나 포션의 끔찍한 맛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형준, 준형 형제.
“그리고, 여기서 저만큼 술 마신다고 취하는 사람 있나?”
기본적으로 다들 100위권 안에, 심지어 50위권 안에 드는 랭커들이다.
페어리 여왕의 현혹에도 당하지 않는 정신력 괴물들인 랭커들이 술에 취하려면 적어도 소주 한 짝은 먹어야 했다.
언뜻 봐도 지은이 준비한 술은 고작해야 아이스박스 5개 분량이 다였다.
저 정도의 양은 마음만 먹으면 성진과 유라 둘이서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는 양이었다.
다들 술에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닌, 지은이 준비하고 있는 안주와 함께 던전 안에서 술을 먹는 기분을 즐겨 보기 위해 지금 이렇게 필사적인 것이었다.
“하아…….”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던 주혁이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래, 역사적인 날을 앞두고 조금은 괜찮겠죠.”
“역시!”
“믿고 있었어!”
주혁의 허가가 떨어지자 모두가 손을 높이 들고 만세를 외치며 아이처럼 좋아하기 시작했다.
원하던 것을 조르고 졸라 결국 받아 낸 아이처럼, 그게 비록 어른의 현실 포션인 술이라는 게 조금 그렇지만.
길드원들이 다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은 허가가 떨어졌구나, 하고 눈치를 챈 지은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해물파전에 들어갈 쪽파를 끝을 조금 자르니 프라이팬에 알맞은 크기가 됐다. 거기에 부침 가루와 튀김 가루를 2:1로 섞은 통에 휘휘 풀어놓은 계란을 집어넣고, 소금을 조금 쳐서 파전이 될 반죽에 간을 맞췄다.
양념간장을 찍어 먹을 파전이라 반죽의 간을 약하게 해야 했다. 해물을 잔뜩 넣은 지은이 물을 붓자, 반죽을 저어 주기로 한 돌파조가 반죽 통을 받아들었다.
부침 가루와 튀김 가루가 옷에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탯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몇 번 저어 주자 반죽이 금세 적당한 찰기를 띈 채 완성되었다.
거기에 파전에 넣을 홍고추와 청양고추까지 모두 자르는 것을 완료하니 파전에 들어갈 재료 준비가 모두 끝났다.
찬물에 담가 놓은 새우와 길게 썰어 놓은 오징어의 물기를 조금 털어 내고 커다란 통에 담은 지은이 이내 철판에 기름을 넉넉하게 뿌리기 시작했다.
반죽이 바삭바삭해질 정도로 기름에 튀겨 내듯이 파전을 구우면 겉은 바삭바삭, 속은 부드러운 식감과 맛도 다 잡을 수 있는 파전이 된다.
해물파전을 부칠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난 뒤, 지은은 무적 수건을 들어 도마 위를 깔끔하게 닦아 내고는 손을 씻고 다음 안주를 준비하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재료를 꺼냈다.
해물파전이 막걸리 안주였다면, 이번에 만들 것은 맥주 안주가 될 오징어튀김과 새우튀김이었다.
새우튀김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파전에 들어가는 새우치고는 그 크기가 꽤 큰 탓에 길쭉한 새우튀김은 아니어도 동그란 새우튀김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해서 추가한 것이었다.
밀가루를 넓게 도마 위에 뿌려 놓고 잘 잘라 놓은 오징어와 새우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닦아 제거해 준 뒤 소금과 후추를 톡톡 뿌려 조물조물 밑간을 했다.
그리고 밀가루를 뿌린 접시 위에 새우와 오징어를 앞뒤로 뒤집으며 골고루 묻혀 주었다. 밀가루가 골고루 묻어야 튀김 반죽이 분리되지 않으니 꼼꼼하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튀김 가루에는 꼭 얼음물을 부어 줘야 했다. 온도가 낮은 물을 사용하면 튀김옷이 더욱 바삭바삭해졌다.
웍에 기름을 충분히 넣고 센 불에 올려 기름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갈 동안, 여러 개의 냄비를 탁탁 화구에 올린 지은이 냄비에 물을 붓고 해감한 홍합을 나누어 담았다.
“지은 씨, 어묵 다 꽂았는데요!”
딱 맞춰서 홍합탕과 함께 끓여 낼 꼬치어묵까지 모두 준비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지은이 수고한 배식조에게 박수를 짝짝 쳐 보였다. 시원한 홍합탕 국물에 입을 활짝 벌린 홍합을 쏙쏙 빼 먹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어묵까지 넣으면 완벽한 소주 안주가 된다.
기름이 끓어오르는 것과 함께 홍합이 들어간 냄비의 물도 이어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홍합탕의 칼칼한 맛을 내 줄 마늘을 듬뿍듬뿍 넣고, 푹 끓어오르는 거품기를 조금 걷어 낸 뒤 꼬치 어묵을 넣고 더 끓여 준다.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거기에 잘라 둔 대파와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마지막으로 후추를 조금 뿌려 주고 나면 금방 홍합탕이 완성되었다.
불을 줄여 기름의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해 둔 웍에 얼음물로 반죽한 튀김 가루를 손으로 집어 휘휘 뿌려 주니 작은 튀김 알갱이가 금세 기름 위로 몽글몽글 떠오르기 시작했다.
튀김 반죽에 밀가루를 충분히 입혀 놓은 새우와 오징어를 담그며 반죽 옷을 입힌 지은이 몽글몽글 떠오른 튀김 알갱이를 휘휘 모아 주고는 그 위로 오징어와 새우를 넣었다.
미리 튀겨진 작은 튀김 알갱이들이 새롭게 들어온 오징어와 새우에 달라붙으며 튀겨지기 시작했다. 흔히 호프집이나, 일식집의 튀김에서 나오는 바삭바삭한 눈꽃 모양의 튀김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거기에 익어 가기 시작하며 살짝 떠오른 오징어와 새우들 위로 튀김 반죽을 조금 더 위에 흩뿌려 주면 더욱더 바삭바삭하고 풍성한 튀김이 완성된다.
집게로 완성된 튀김을 미리 키친타월을 깔아 둔 소쿠리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하자 고소한 튀김 냄새와 함께 고추를 잔뜩 넣어 칼칼한 어묵 홍합탕 냄새가 금세 푸드 트럭 밖으로 퍼져 나갔다.
튀김을 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튀김을 비롯한 오늘 준비한 술안주들은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가 아니었다.
파전 반죽을 하는 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랭커들의 스탯을 이용하자 반죽은 너무나 쉽게 해결된 문제였고, 홍합을 씻고, 홍합의 수염을 자르는 일도 배식조와 함께하니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진짜로 직원을 뽑아야 하나?’
새삼 주방 보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지은이였다.
자율 판매를 하게 되면 진지하게 직원을 한 명 뽑아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토벌대에 합류한 일주일 만에 지은은 알아서 척척 손발을 맞춰 도와주는 길드원들 덕분에 너무나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와, 튀김 진짜 맛있겠다!”
하나만 먹어 봐도 되냐며 조리대 안쪽을 기웃기웃하는 길드원들에게 장갑을 낀 손으로 웃으며 하나씩 튀김을 건넸다. 갓 튀겨 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튀김을 저마다 하나씩 받아 든 길드원들이 입 안 가득 튀김을 밀어 넣고는 뜨거워하며 몸을 배배 꼬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하루에 아무리 못해도 100명분의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준비하고도 단 한 명에게도 음식을 팔지 못했던 한 달 전과는 달리, 지금은 지은의 요리를 지켜봐 주고, 메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고, 맛있게 먹어 주는 길드원들이 있었다.
“하, 뜨, 뜨거워!”
“근데 맛있어……!”
연신 뜨거운 튀김을 씹으면서도 너무 맛있다며 호들갑을 떠는 길드원들을 보며 튀김을 튀겨 내는 지은의 손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튀김 반죽을 뿌리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가며 튀김옷을 입히고, 알맞게 익은 튀김들을 빠르게 건져 낸다.
튀김은 자고로 시간이 지나서 튀김옷이 눅눅해지면 그만큼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일 만들기 쉬운 홍합 어묵탕과 함께 어느 정도 튀김을 넉넉하게 튀겨 낸 지은이 손을 모으고 말했다.
“소주하고 맥주 안주 완성됐어요!”
“퍼뜩 술상 피라!”
“회의 테이블 가져와!”
“아이스박스 3번, 4번, 5번이 맥주랑 소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