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5화(6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5화
분주하게 움직이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바로 이어서 해물파전을 만들려 철판의 불을 켜려던 지은의 옆에 누군가 다가와 섰다.
“지은 씨도 같이 드셔야죠.“
반죽 통을 옮기느라 미처 보지 못했는데 언제 왔던 것인지 주혁이 냉장고에 기대서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는 이거 먼저 만들려고요.”
“회식 제안자가 빠져 있으면 되나요.”
지은의 손에서 파전 반죽이 가득 담긴 통을 뺏어 든 주혁이 반죽 통의 뚜껑을 덮고는 지은의 옷깃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같이 가서 드시죠, 일단.”
“저, 사실은 술은 한 번도 안 먹어 봐서…….”
술을 좋아하는 것 같은 길드원들에게 회식을 제안하긴 했지만, 지은은 애초에 회식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 종종 회식 참석 권유를 받긴 했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피곤에 절어 있는 상태였던 지은은 항상 혼자서 귀가하는 것을 택하곤 했다.
음식을 만들 때 술을 넣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곤 해도 사실 술 냄새도 지은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알코올 향이 가득한 술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마시는지 솔직히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 지은이 만든 안주들을 조심스레 옮기며 술병을 손에 들고 돌리고 있는 길드원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술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동하긴 했다.
그래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술을 던전 안에서 처음으로 마시기엔 조금 망설여졌던 지은이었기에 일단은 마저 안주를 더 만들려고 했던 터였다.
“지은아! 요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와!”
“지은 씨, 같이 먹어요!”
불을 피워 놓고 둥글게 둘러앉은 길드원들이 지은 전용의 편한 의자를 펴 놓고 망설이고 있는 지은에게 어서 오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주혁 씨도 술 좋아하세요?”
“사실 저도 술을 즐기진 않습니다.”
“의외네요.”
술병만 봐도 눈을 반짝이던 다른 길드원들과 다르게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주혁의 말에 지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가 의외죠?”
“길드장이고, 랭킹 1위이고 하니 여러 술자리에 참석해야 할 경우가 많았을 거 같은데.”
“그런 자리엔 참석하긴 하지만, 술을 즐기진 않아요.”
“알고 보면 술 못하시는 거 아니에요?”
“음…… 네. 사실 술은 완전 젬병이라.”
그렇게 말하며 비밀이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붙여 보인 주혁을 보며 지은이 눈을 흘겼다.
“에이~ 거짓말.”
“진짜입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만 사실 저는 술을 엄청 못해요.”
“진짜요? 근데 왜 저한테 이야기를 해 주신 거예요?”
“지은 씨도 술을 못 드실 것 같은 느낌이라 동맹 요청을 하는 셈이죠.”
정말로 술을 못하는 게 맞는지, 주혁이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지은의 옆에 붙으면 본인에게도 술 권유가 적게 오지 않겠냐며 덧붙이는 말에 지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와, 동맹이 아니라 저를 이용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그래서 동맹 제안을 받아 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주혁의 손길에 이끌려 조리대를 내려오던 지은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얄궂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짝! 치고는 말했다.
“사실 저는 술이 무슨 맛일지 궁금하긴 했거든요?”
“네?”
“그러니까 같이 오늘 한번 죽어 봐요, 우리!”
주혁이 지은의 돌발 발언에 뭐라 말을 하려던 것도 잠시, 자신의 손을 덥석 잡고 뛰어가기 시작하는 지은 탓에 당황한 주혁이 지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같이 죽는 건 피하고 싶은데요, 저는!”
지은의 손에 이끌려 결국 길드에서도 내로라하는 주당들의 옆에 앉게 된 주혁은 ‘이게 아닌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지은이 술에 대한 호기심이 클 거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주혁이였다.
그러고 보면 지은의 나이가 21살이다.
지금껏 성인이 되고서도 딱히 술에 관심이 없다가 마음이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처음으로 갖는 술자리에서 그동안 감춰 온 호기심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힐긋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이 술을 어떻게 따라 주고받는지 눈을 바쁘게 굴려 확인한 지은이 소주병을 들고 자신의 앞에 선 성진에게 두 손으로 잔을 내밀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까지?”
누가 봐도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티가 풀풀 풍기는 지은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지은아, 술이 처음이라고?”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아 지은의 오른쪽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건 유라였다.
타고난 주당인 유라와 성진이 껴 있는 자리.
술 좀 마신다 하는 다른 길드의 주당들까지 주변에 가득 몰려 있는 이곳이 바로 오늘의 가장 뜨거운 자리였다.
작은 종이컵 안에 반절이 조금 안 되게 담겨 있는 술을 내려다보던 지은이 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잔을 들어 술의 냄새를 맡았다.
“으으…… 소주는 너무 향이 독해요.”
“마시다 보면 향기롭다고 느낄걸?”
하루의 피곤을 푸는 데에는 좋은 안주와,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술이 최고라고 말하던 유라는 이내 모든 길드원들이 잔을 다 채운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아! 한마디 먼저 하겠습니다!”
“한유라! 한유라!”
“술은 언제나 자기 주량 것!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을 우리는 막지 않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어라!”
“그것이 바로 헌터의 삶이다!”
“던전 안에서 이렇게 회식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기쁘다!”
“행복하다!”
“오늘 시원하게 마시고! 내일 시원하게 5층 던전! 보스 목 따러 갑시다!”
유라의 선창과 함께 길드원들이 금세 흥이 올라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지은이, 옆에서 잔을 높게 들고 있는 성진을 보고는 이내 자신도 잔을 높게 들어 올렸다.
“첫 잔을 남기면 재수가 없는 거 다들 아시죠? 자! 청명 길드!”
“너무나 좋다!”
지은은 몰랐지만, 길드 회식에 언제나 빠지지 않는 건배 제의의 구호는 바로 선창은 ‘청명 길드!’ 후창은 ‘너무나 좋다!’였다.
잔을 들고 있긴 했지만 구호도 몰랐고, 첫 잔을 남기면 재수가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지은은 이내 모든 길드원들이 잔에 담긴 술을 남김없이 마시는 것을 보고는 눈을 떼굴 굴렸다.
‘알코올 향이 너무 센데…… 내가 과연 마실 수 있을까?’
지은이 고민하고 있자, 일반 종이컵에 한가득 따른 술을 단숨에 입에 털어 내고 크으~ 하고 올라오는 여운을 즐기고 있던 유라가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아, 원샷은 안 해도 돼.”
“첫 잔을 남기면 재수가 없다면서요?”
“어…… 그렇긴 한데.”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지은이 들고 있는 것은 흔히 사용되는 작은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지은이 이내 눈을 딱 감고는 잔을 입에 가져가더니 성진이 따라 준 술을 망설이지 않고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크으으으…….”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짜릿한 알코올의 맛에 지은이 눈썹을 찡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크으으’라는 감탄사를 내뱉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길드원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주당의 싹이 보이는데?”
“어때요! 지은 씨? 처음 먹는 소주는!”
그리고 지은은 정말 놀랍게도, 소주가 자신이 생각했던 만큼 쓴맛만 나는 것이 아닌 단맛이 난다는 것에 당황해 잔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한 번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은의 폭탄 발언.
“술이…….”
“술이?”
“달아요!”
“뭐? 와하하하하하!”
입맛을 쩝쩝 다시며 ‘왜 달죠?’라고 되묻고 있는 지은의 모습에 길드원들이 뒤집어졌다.
“술이 달대요!”
“우리 지은 씨가 술이 달다고 하십니다!”
“첫 잔에 술맛을 제대로 느꼈구만그려!”
왜 길드원들 전체가 자신의 말에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 턱이 없는 지은은 입 안에 감도는 소주의 향을 느낄 새도 없이 자신의 옆을 스치는 소주병을 확인하고는 잔을 들어 술을 받아 냈다.
“지, 지은 씨! 아니…… 그래도 조금 천천히…….”
따라 준 술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입에 털어 넣는 지은을 보며 모두가 웃었지만, 오직 주혁만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손에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새우튀김 한 점을 든 채로 기회를 엿보던 주혁이 마침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 지은의 입가에 튀김을 밀어 넣었다.
“아, 하세요.”
“아~”
연거푸 두 잔을 마시니 첫 잔 때 느꼈던 단맛보다는 훅 올라오는 쓴맛에 눈썹을 찌푸리고 있던 지은이 주혁의 말에 아무런 생각 없이 입을 벌렸다.
바삭한 튀김을 직접 입 안에 넣어 준 주혁이 지은에게 어서 안주를 씹으라며 손을 들어 재촉했다.
자연스럽게 입 안에 들어온 튀김을 입을 오물거리며 씹던 지은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박수를 치더니 말했다.
“아! 안주가 이래서 중요하구나!”
씁쓸한 기운이 맴돌던 입 안에 안주가 들어오니 금세 소주의 알코올 기운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지은의 말을 들었는지 성진이 살을 발라낸 홍합과 어묵꼬치를 가득 담아 온 그릇과 함께 숟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소주엔 원래 국물 있는 안주가 어울리지.”
튀김도 좋지만, 자고로 술마다 어울리는 안주가 따로 있는 법이었다. 지난번 행복 데이 때에 해물 짬뽕라면에 어째서 다들 소주 한잔을 그렇게 원했는지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후루룩 마신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원분들이 왜 국물만 마시면 소주를 찾는지 알겠네요.”
미지의 영역이던 술맛을 처음 느낀 지은은 그 뒤로 주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처음에는 지은을 배려해서 잔에 술을 반절도 따라 주지 않던 길드원들이 이내 망설임 없이 원샷을 하고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지은을 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처음 마시는 거 맞아?”
따라 주는 걸로도 모자라 알아서 잔에 술을 채우며 쭉쭉 들이켜는 지은을 보며 유라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홀짝홀짝 술을 비우는 지은은 어느새 7번째 잔을 마시고 있었음에도 얼굴이 붉어지기는커녕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네! 언니, 저 술 처음 마시는 거 맞아요.”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마시는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페이스 조절 없이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있는데도 지금 지은은 누가 보면 술을 처음 먹는 사람이 아니라 주당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저 어렸을 때, 항상 할머니가 밥이랑 술을 꼭 함께 드셨거든요.”
‘유전인가…….’
‘놀랍다. 유전의 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제는 소주잔이 아닌 맥주 한 캔을 손에 든 채로 신기하게 맥주 캔에 쓰여 있는 글씨들을 바라보던 지은이 맥주 캔을 망설임 없이 땄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올라왔다.
“어어!”
곧바로 망설이지 않고 넘쳐흐르는 맥주 거품에 입을 대는 지은을 바라보며 모두가 웃었지만, 주혁만이 웃지 못하고 그런 지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신…….’
틀림없이 자신의 동지가 될 줄 알았던 지은의 반전 주량에 배신감까지 들기 시작한 주혁이였다.
자신은 지금 첫 잔도 다 비우지 못한 상태였는데, 시원한 맥주를 거침없이 들이켜고 있는 지은은 벌써부터 맥주와 소주를 섞어 먹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와~ 맥주랑 소주를 섞어서도 마셔요?”
“소주는 소주의 매력, 맥주는 맥주의 매력이 있듯이, 둘을 섞으면 전혀 다른 매력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