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6화(6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6화
첫 술자리에서 단일 주종은 물론이고 소맥의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매력까지 알게 된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안주가 조금씩 바닥을 보일 때쯤이었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막걸리 이야기를 하다, 막걸리는 파전과 함께 먹어야 최고라는 임규한 헌터의 말에 한참을 술을 즐기던 지은이 그제야 파전을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몰래몰래 길드원들의 시선을 피해 자신에게 따라 준 술들을 바닥에 버리거나 수통에 옮겨 담는 것을 반복하던 주혁이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자마자 잘됐다는 듯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진짜로 괜찮으신 거 맞습니까?”
“저요?”
“네, 지은 씨. 정말로 괜찮아요?”
“저는 완전 제정신인데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은 정말로 누가 봐도 제정신이 맞았다.
꽤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음에도 얼굴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오히려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얘진 듯한 지은은 아무런 흔들림 없이 똑바로 걷고 있었다.
“빨리 파전 만들어서 막걸리도 마셔 봐야죠! 조금 있다가 술 게임도 알려 주신다고 했단 말이에요.”
술을 마시며 간단하게 즐기는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온 지은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준비가 끝났던 파전은 기름을 부어 놓은 철판이 달궈지자마자 지은의 손에 의해 빠르게 부쳐지기 시작했다.
반죽을 국자로 떠서 넓게 뿌린 뒤, 그 위에 씻어 놓은 쪽파를 가지런히 올리고 새우와 오징어를 손으로 듬뿍 집어 촘촘하게 뿌린다. 지은은 방금까지 앉은 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셨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기름 위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파전이 익어 가기 시작했다.
익숙하게 뒤집개를 사용해 파전을 뒤집은 지은이 소스 통에 옮겨 담은 식용유를 흩뿌리듯 방금 뒤집은 파전에 뿌려 주며 말했다.
“주혁 씨는 진짜 술 못 하시는 게 맞나 보네요?”
“음……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수통에 술 몰래 담는 거 봤거든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파전을 만드는지 확인한 주혁도 열심히 파전을 부치는 중이었다. 지은이 했던 순서 그대로 따라서 파전을 부치고 있던 주혁이 지은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하…… 언제 보셨습니까?”
“그냥 보이던데요? 유라 언니도 봤어요.”
“네?”
“성진 씨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데요?”
어떻게든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 유라와 성진의 반응을 들으니 그 둘은 이미 진작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거기에 지은까지 자신이 술을 버리거나, 수통에 옮겨 담는 모습을 봤다고 하니 금세 주혁의 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 부끄러워한다!”
소쿠리에 잘 익은 파전을 담고 이제는 한 번에 두 장씩 부치기 시작한 지은이 빨개진 주혁의 귀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술 못 마시는 게 뭐 어때서요.”
“뭐랄까, 괜한 남자의 자존심이죠.”
자신이 술에 진짜로 약하다는 사실이 길드 내에 퍼지면 얼마나 시달리게 될지 몰랐다. 어떻게든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술을 먹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권유하는 길드원들을 적당히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생각보다 길드장이 취한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사람이 꽤 많거든요, 저희 길드엔.”
“그렇게 말하니까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주혁 씨가 취한 모습은 상상이 안 되거든요.”
능숙하게 파전을 뒤집으면서 툭 내뱉은 지은의 말에 주혁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 한 번 취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와, 진짜요?”
“스무 살 때였나. 혼자서 태백 길드에서 용병으로 뛰었을 때인데, 그때 같이 함께한 용병들과 함께 회식을 했었어요.”
“스무 살이요?”
지금 자신의 나이보다 한 살이 어린 주혁이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 지은이였다. 그리고 그런 주혁의 스무 살 때 이야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은이 고개를 들어 주혁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재촉하듯 말했다.
“빨리 계속 말해 봐요.”
“성진이도, 유라도 없이 혼자서 용병대에 들어가 3층의 던전에 다녀오고 헤어지려는데, 그때 당시 같이 용병을 뛰었던 형들이 술이나 한잔하자며 끌고 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갔던 회식이었어요.”
“아, 맞아. 유라 언니한테 들었어요. 길드를 만들기 전에는 용병 생활을 하셨다고요.”
“네, 20살에 길드를 만들었으니까.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그래서 술 먹고 어떻게 됐어요?”
“그때 용병으로 같이 뛰었던 형들이 딱 한 잔만 마셔 보라고엄청 권유를 하더군요, 그래서 한 세 잔인가 마셨던가? 그 이후로 기억이 없어요.”
그렇게 말한 주혁이 지금 생각해 봐도 황당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나서 눈을 떴는데, 제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요?”
“음…… 설마 경찰서?”
“경찰서면 차라리 다행이었겠군요.”
“네에?”
“제가 눈을 뜬 곳은 1층의 던전 안이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싶어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던 지은은 술에 취한 주혁이 눈을 뜬 장소가 1층 던전 내부였다는 사실에 경악해야 했다.
“던전 안에서 주무신 거예요?”
“어떻게 던전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깜짝 놀랐던 경험이죠.”
지금이야 랭킹 1위에 정확한 레벨은 아무도 모르는 천상계 헌터라고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위급 헌터조차 아니었던 주혁이였다.
그저 남들과 똑같은 자신의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헌터 중 한 명이었던 주혁이 혼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곳이 던전이었다는 사실에 지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진짜 대책 없었네요. 크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랬으면 청명 길드는 없었겠죠.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은 안 나는데 한 손엔 창을, 한 손에는 검을 잡은 채로 자고 있는 걸 순찰을 돌던 다른 길드 사람들이 발견하고는 깨워 줘서 살았죠.”
그리고 그렇게 던전에서 눈을 떴을 땐, 손에 쥐고 있는 검과 창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건을 남김없이 탈탈 털린 상태였다고 했다.
지금이야 던전 안에서의 범죄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길드 연합이 창설되기 전, 범죄 길드가 버젓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던전에 혼자 남아 있는 헌터들이 좋은 표적이 되곤 했다.
“술에 취해서 다행이었을까요. 알아서 몬스터한테 죽겠지 했나 봐요. 정말 기본적인 방어구까지 싹 털렸더군요.”
“세상에…….”
손에 쥐고 있던 무기만 제외하고 기본적인 방어구와 신발까지 탈탈 털린 것도 모른 채 나무에 기대서 잠을 자던 걸 마침 순찰을 돌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에게 발견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때 하루 종일 저를 찾아다녔던 성진이하고, 유라한테 엄청 혼났죠.”
술에 취해서 던전에서 잔 것도 모자라서, 강도까지 만나 모든 아이템을 탈탈 털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화를 잔뜩 내는 유라와 성진에게 어떻게든 거짓말로 변명했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던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세 잔 이상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습니다.”
“진짜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술을 마시면 안 되죠.”
“이것도 지은 씨에게만 말씀드리는 비밀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두 번 실패하더니 이제는 제법 요령이 생긴 듯, 뒤집개로 파전을 뒤집는 게 한결 능숙해진 주혁이 만족스럽게 익은 파전을 지은을 따라 꾹꾹 누르며 웃어 보였다.
“우리, 서로 비밀을 알고 있는 게 많네요?”
“저도 지은 씨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제 비밀도 알려드리는 게 수지 타산이 맞죠.”
“그게 뭐예요, 제가 조금 손해 보는 거 같은데요?”
“방금 제가 말한 건 성진이도 유라도 모르는, 혼자서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던 비밀인데요.”
“주혁 씨, 헌터 게시판에서 인기 많은 거 알아요?”
“조금은 알죠.”
현 랭킹 1위이자 청명 길드의 길드장인 주혁이 고작 술 3잔에 취해서 던전 안에 들어가 잠을 자다가 강도들에게 아이템을 싹 털렸다는 과거가 알려지면 헌터 게시판은 마비될지도 몰랐다.
“헌터 게시판 인기 게시 글은 떼 놓은 당상일 텐데. 이거 제가 유포해도 되나요?”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대가라고 생각해야겠군요.”
“진짜 앞으로 술은 절대로 입에 대지 마세요! 알겠죠?”
지금이야 1층의 몬스터들이 아무리 공격을 한다고 한들 잠을 방해하는 모기 정도의 수준일 뿐인 주혁이지만, 이제는 체면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같이 술을 안 마실 좋은 친구가 생겼구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지은이 술을 그렇게 달릴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주혁이였다. 연거푸 술을 주는 대로 납죽납죽 잘 받아 마시는 지은은 놀랍게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아주 멀쩡해 보였다.
보통 술을 마시면 얼굴이 바로 붉어지는 사람부터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는 사람까지. 여러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봐 왔지만, 지은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들이켠 것처럼 오히려 술을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파전을 이제는 세 장까지 한 번에 부치고 있는 지은의 평온한 얼굴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실실 배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파전을 연신 뒤집으며 방금 전 간단하게 설명을 들었던 아이스크림 31게임의 리듬을 흥얼거리던 지은이 마지막으로 부쳐 낸 파전을 소쿠리에 잘 담는 것을 확인한 주혁이 소쿠리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술은 잘 못하지만 제가 게임은 좀 합니다.”
“엑. 술도 안 마시는데 게임은 잘하는 게 어디 있어요.”
슬슬 술 게임에 시동을 걸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술자리로 다시 합류하기 위해 걸어가며 주혁에게 술 게임의 종류에 대해 들은 지은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으로 편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열정적으로 팀을 나눠 술 게임에도 열심히 참가한 지은은 그날 아주 행복한 미소를 띠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술에 취하지 않고서도 숙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은은 아침에 한참을 늦게 일어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으웁…….”
처음 가진 술자리에서 소주에 맥주, 소맥과 막걸리까지.
가리는 술 없이 있는 대로 다 마셨던 지은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온 세상이 핑핑 도는 듯한 느낌을 강제로 느껴야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열정적으로 술 게임에 참여하고 신나게 놀은 후 멀쩡한 얼굴로 텐트에 들어가 잠을 자는 것까지 확인했건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신 헛구역질을 하는 지은의 등을 두드려 주며 유라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은아…… 너 얼굴이 너무 창백해졌어.”
“언니…… 저 죽을 거 같아요.”
처음으로 겪는 숙취는 도저히 지은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온 세상이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느낌과 함께 머릿속을 누군가 쥐어짜는 고통이 느껴졌다.
결국 지은은 어제 술을 마셨던 길드원들 중 유일하게 형준에게 해독 마법을 처방받았다. 한결 편해진 속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뻗어 버린 지은에게 모든 길드원들이 걱정스레 안부를 물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겪는 거한 숙취에 뻗어 버린 지은 덕분에 아침밥은 결국 길드원들 중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야 했다.
지은을 대신해서 콩나물해장국을 끓인 나운과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 준 수영 덕분에 다행히 길드원들이 아침밥을 못 먹는 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
“입 좀 벌려 봐, 지은아. 뭐라도 먹어야 좀 나아.”
“으에에에에…….”
뻗어 버린 지은의 입에 연신 콩나물국을 숟가락으로 떠 주며 유라가 걱정 섞인 한숨을 내뱉는 모습을 본 길드원들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