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7화(6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7화
이상 현상이 발생했던 어제의 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지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해독 마법의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 숙취에서 벗어나고 나니, 술 때문에 자신의 역할인 식사 제공을 길드원들에게 완전히 떠넘겨 버렸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던 탓이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냐, 좋은 구경했지 뭐.”
“좋은 구경…… 하…….”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유라의 성화에 의자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구르고도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널브러진 지은 덕분에 아침부터 웃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워했던 길드원들이었다.
주혁이 발견한 통로로 이동하는 동안, 지금까지와는 달리 몬스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번엔 성진의 배낭에 들어가지 않고 다행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지난번 캥거루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며 지은이 한숨을 푹 내쉬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는 게 신기하네요.”
“그만큼 네가 있던 곳에 다 몰려들었다는 소리겠지. 듣자 하니 통로에 거미줄을 쳐 놓고 넘어오는 몬스터들을 엄청 먹었다고 하던데.”
주혁이 5층의 통로가 그 장소에 열렸다고 확신하게 된 것은, 거미줄에 걸려 있던 몬스터의 시체가 불의 하급 정령인 샐러맨더였기 때문이었다.
지은에게 들은 5층의 초입 던전은 새카만 불꽃이 일렁이는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거미줄에 걸렸던 하급 정령 샐러맨더 역시 [타락한]이라는 이름에 맞게 검은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샐러맨더의 불꽃 색깔을 확인한 유라도 그 장소 너머에 있는 던전이 5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의한 상태였다.
“드디어 [타락한 던전]의 세 번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겠어.”
길드 연합이 기를 쓰고 던전을 확보하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인 [타락한 던전]에 존재하는 비석들을 해석하는 일은 균열 던전을 막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던전에 대해서 아직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 속, 어떠한 메시지를 가지고 나타나는 것이 분명한 하나의 현상인 [타락한 던전]의 비석.
주혁의 말대로 첫 비석이 땅이고, 두 번째가 빛. 그리고 이번 5층 던전이 불의 정령왕이니 불을 뜻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땅의 정령, 빛의 정령, 그리고 불의 정령왕…….’
거미줄에 걸려 있던 몬스터들이 불의 하급정령인 셀러맨더였다고 하니 틀림없이 다음 던전은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일 것이었다.
1층에서 발견된 비석, 그리고 3층에서 발견된 또 다른 비석.
그리고 이번에 5층에서 또 하나의 비석이 발견된다면 홀수 층마다 비석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어느 정도 들어맞게 된다.
‘던전의 비석이 정말로 각 속성의 정령들을 뜻하는 게 맞다면?’
마법이 되었든, 정령이 되었든 비석이 뜻하는 것이 무언가에 의해 타락한 원소들이 맞다면 던전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했던 던전.
자신을 정령이라고 소개했던 까망이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때 이후로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까망이를 떠올리니 지은은 머리가 다시 아파 오는 느낌이 들었다.
“도착했네요.”
나운의 구멍 난 방패가 마치 이정표처럼 바닥에 우뚝 서 있는 공터.
하늘을 가득 덮고 있던 거미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무언가를 가리듯 덮여 있던 거미줄이 사라진 그 공간에서 모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문이었다.
“화염 내성 계열 장비를 장착해야 합니다.”
그 말에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것은 [휴대형 손풍기]였다.
비싼 돈을 주고 처음으로 헌터 마켓에서 구매했던 이 [휴대형 손풍기]는 빙결 내성은 물론이고 화염 내성까지 70이나 붙어 있는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었다.
[휴대형 손풍기를 장착했습니다.] [화염 내성이 70 증가합니다.]길게 늘어진 가죽끈을 목에 걸고 [화염 내성] 모드로 바꾸니 시스템창에 화염 내성이 70 증가했다는 알림이 올라왔다.
“일단 던전 진입 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은 씨는 처음 위치에서 트럭을 소환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떤 레벨의 몬스터가 나올지,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던전.
그렇기에 속도를 최대한 늦춰서 전진한다고 해도, 언제 어떤 위협이 토벌대를 덮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거기에 보스 몬스터도 토벌되지 않아 네임드 몬스터도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을 던전이다.
위협이 발생하면 아무리 몸을 던져 막아준다고 해도, 레벨 1에 불과한 지은은 고레벨의 몬스터의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위험이 있었다.
“지은 씨와 함께 남는 건, 수영 씨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운 씨는 다시 방패조로 복귀해 주시고, 후방조는 지휘조에 편입하겠습니다.”
“부상 입었던 사람을 알차게 써먹으려 하는구나.”
새봄보다 경험이 많은 나운이 다시 방패조로 복귀했다. 그리고 안전 영역을 소환하는 스킬이 있는 지은이지만, 만약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돌파조를 맡고 있던 딜러인 수영이 지은의 곁에 남아 호위를 하기로 했다.
“토벌대의 목표는 다들 아시다시피 두 가지입니다.”
성진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보스 몬스터를 찾는 것, 그리고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비석을 찾는 것.”
청명 길드의 토벌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미개척 던전에 투입되는 파티와 길드들의 목표였다.
“정찰조는 진입과 동시에 맵을 기록하시고.”
지형을 파악하고,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 던전의 맵을 밝히는 것은 정찰조의 일이었다.
“방패조는 대형의 전방만을 막습니다. 넓은 횡대 대형이 아니라 종대 대형을 갖춰서 이동하겠습니다.”
던전의 내부가 탁 트인 평지가 아닌 이상, 정찰조가 전방을 밝히고 나아가는 동안 나머지 조들은 종대 대형으로 기동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각 조별 조장들은 조원들의 책임 경계 구역을 확실히 정해 주세요.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동이 트는 대로 진입하겠습니다. 그 전까지 대형을 갖추고 기동 대형을 맞춰 보죠.”
바깥 시간으로 아침이라고 해도, 던전 안의 시간은 반대로 흐른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거기에 이동하는 동안에도 대형을 연습하고, 각 조별로 행동 지침을 다시 한번 정하는 등 대형 이동 속도도 최대한 늦춰서 여기까지 왔다.
던전 시간으로 동이 터올 때쯤 진입하기 위해서 조금 이르지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별도로 트럭을 따로 소환하지 않고, 아침에 지은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간단하게 만든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었기에 모두가 하늘에 있는 던전의 통로 앞에서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침에 본의 아닌 민폐를 끼친 탓에 지은이 서둘러서 김밥을 만들었던 탓에 재료가 일정한 굵기나, 크기가 아니고 말 그대로 복불복 김밥이었다.
“흐으…… 새삼 면목이 없네요.”
“육포 한두 점으로 연명하던 시절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김밥에는 단무지가 빠져 있었다. 김밥의 단면을 보란 듯 보여 주며 웃는 주혁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인 지은이 푸스스 따라 웃었다.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던전 안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끔 마법진을 이용한 마나로 작동하는 무전기는 토벌대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였다.
5층 던전에서 토벌대와 함께 이동하지 않고, 안전한 지역에 트럭을 소환해 있을 예정인 지은이었지만,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 연락은 반드시 유지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별개로 챙겨 온 무전기였다.
“채널 1번을 누르면 길드 내부망입니다. 무슨 무전이 오고 가는지 들을 수 있어요.”
“아하.”
“그리고 여기 옆쪽에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로 말을 해 보세요.”
붉은빛으로 깜빡이는 패널창에 채널 1번을 나타내는 글자가 떠오른 것을 확인한 지은이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 무전기에 입을 가까이하고 말했다.
“아, 아. 들려요?”
“잘 들립니다!”
같은 망에 들어와 있는 길드원들이 김밥을 먹다 말고 손을 들어 잘 들린다고 호응해왔다.
무전기에 대고 ‘잘 들린다, 오버.’라고 대답하는 수영의 목소리가 신기하게 들려왔다.
“와, 영화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요.”
“그렇죠. 이미 모든 세팅을 맞춰 놓았으니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하면 더 건드릴 필요 없이 마이크 버튼만 누르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떡하죠?”
“그럴 땐 여기 옆에 있는 확성기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이건가요?”
확성기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버튼을 가리키는 주혁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긴 지은이 무심코 버튼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사이렌 소리와 똑같은 커다란 소리가 길드원들이 들고 있는 무전기 전체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깜짝 놀란 지은을 향해 주혁이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지은 씨.”
“네? 네?”
“버튼에서 손을 떼면 됩니다.”
주혁의 웃음기 띤 얼굴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아직 한 손으로는 확성기 그림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아! 소리를 내뱉고는 버튼에서 손을 뗐다.
언제 시끄럽게 울렸냐는 듯 지은이 버튼에서 손을 떼자마자 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비상 상황을 알리는 경보 버튼입니다.”
“아하…….”
“몸을 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나, 말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이 버튼을 한 번만이라도 누르시면 됩니다.”
그 외에도 트럭의 안전 영역 밖으로 절대로 벗어나지 말 것을 당부하던 주혁은 이내 차라리 차에 계속해서 타 있을 것을 권하기까지 했다.
“트럭이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갑자기 땅이 갈라지거나,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꾸 무서운 말만 할 거예요?”
“포션은 몇 시간마다 먹어야 한다 했죠?”
“2시간이요.”
갑작스런 던전의 지형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거기에 5층의 네임드나 보스 몬스터가 안전 영역을 무시할 수도 있다, 레벨이 너무 낮아서 스킬의 사용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며 강조하던 주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했다.
“더 이상 추가 버프를 받지 못합니다. 차이가 심할 거예요.”
레벨 차이가 압도적으로 나는 던전에서 그동안 보호 마법과, 마법진으로 페널티를 없애 주던 마법의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분명히 4층의 던전에 처음 입장했을 때 지은은 시간당 기력과 마나가 무려 30%나 감소하는 페널티를 받았었다.
4층의 던전에서조차 버프나, 마법의 지원이 없다면 3시간 남짓 밖에 트럭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인데, 지은이 기억하기로 잠깐 들어갔다가 나왔던 5층 던전의 페널티는 무려 시간당 40%였다.
수색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몰랐고, 어떤 몬스터와 조우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전투가 이어질지도 몰랐다.
기본적인 버프와 보호 마법은 당연히 최대로 중첩해서 걸어 놓고 가겠지만, 버프를 걸었던 마법사의 마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 버프가 풀릴 위험도 분명 존재했다.
그래서 버프와 보호 마법이 풀리면 그때부터는 2시간 단위로 마나와 포션을 먹어 가며 버텨야 했다.
포션 중독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었지만, 고정 지수가 아닌 퍼센트 지수로 기력과 마나가 깎이는 엄청난 페널티를 고려하면 포션 중독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둬야 했다.
그래서 지은이 5층 던전에 진입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많은 설득이 있었다.
그래도 지은은 5층에선 아무리 불러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까망이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지은은 인벤토리 가득 포션을 챙긴 채로 5층에 들어가기로 했다.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빌겠습니다.”
“제 걱정은 말고 보스를 빨리 찾아서 클리어해 주세요. 보스가 잡히지 않으면 던전에서 못 나간다면서요.”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혁이 지은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전투는 자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