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8화(6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8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암벽을 타고 올라간 토벌대가 문을 열고 통로에 들어서자 시스템창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 던전의 5층에 처음으로 진입했습니다!]– 5층 던전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에 입장했습니다.
– 미개척 영역에 최초로 발을 들인 업적이 추가되었습니다.
– 명예가 상승합니다!
– 미개척 던전에 입장하여 자물쇠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보스를 처치하지 않으면 던전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모든 인원이 들어옴과 동시에 나타난 시스템창.
지은은 처음으로 본 시스템 창이었지만, 경험 많은 길드원들은 몇 번이고 마주쳤던 내용이었다.
동이 터오고 있는 푸른 하늘 아래 드러난 던전은 화염 필드였다.
붉은 불꽃이 아닌 검은색 불꽃이 갈라진 땅에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띠링! 띠링!
– [던전 5층 :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에 입장했습니다.
– 각성자의 레벨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운에 기력과 마나가 시간당 40%씩 감소합니다.
– 보호 마법 : 굳건한 믿음이 발동합니다.
– 보호 마법 : 수호의 아리아가 울려 퍼집니다.
– 보호 결계 : 신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 수호 아이템 [의지를 담은 십자가]의 특수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대상에게 걸린 보호 마법의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곧바로 적용되는 극심한 페널티의 내용과 함께 지은에게 중첩되어 걸린 마법들과 아이템의 효과가 시스템창에 계속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마주한 5층의 던전이 가져다주는 시간당 40%의 기력과 마나 감소 페널티를 최대한 완화해 보려 했지만, 레벨 차가 극심하다 보니 최고위 보호 마법과 아이템을 착용하고도 페널티는 20%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1시간당 20%의 기력과 마나가 감소한다는 알림과 함께 지은의 옆에 모래시계가 나타났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모두 떨어지면 자동으로 20%의 기력이 떨어지고 5시간이 지나면 기력이 0이 되어 죽게 되는 엄청난 페널티였다.
곧바로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 스킬을 사용해 트럭을 소환하자 안전 영역이 설정되었다.
지은이 받게 된 페널티의 퍼센트를 물어본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은에게 걱정 어린 말을 쏟아냈다.
“포션을 많이 먹으면 포션 중독에 걸릴 위험이 큽니다.”
“네, 설명해 주셔서 잘 알고 있어요.”
“포션은 꼭 2시간에 한 번씩만 드십시오, 기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회복량이 많이 감소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지은이 하루에 먹어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포션의 양은 3개였다. 회복 마법이나 보호 마법 같은 버프는 중독에 걸릴 걱정이 없지만, 포션은 이야기가 달랐다.
레벨이 낮을수록 포션 중독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되는데, 포션 중독에 걸리면 일정한 시간을 두고 회복되었던 기력과 마나가 다시 감소하는 치명적인 페널티가 있었다.
거기에 자체적으로 페널티까지 받고 있는 지은이 만약 포션중독에 걸리게 된다면 페널티가 두 배로 늘어나 금방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토벌대는 입장 한 번당 최대 던전 탐색 시간을 7시간으로 한정해 놓은 상태였다.
마냥 지은 때문만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긴장을 유지하고 탐색을 하면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 힘이 빠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도한 긴장은 토벌대에게 오히려 독으로 돌아온다.
“정 안되면 무전으로 연락 주세요. 제가 차를 끌고 갈게요.”
“그건 정말 최후의 수단입니다. 지은 씨가 운전을 한다고 해도 5층의 몬스터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2층의 던전에서는 불도저처럼 몬스터들을 밀고 다녔던 트럭이라고 해도 여기는 5층이다. 스킬 레벨이 낮은 트럭이 5층의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 멀쩡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호위 팀을 대신해 지은과 함께 남기로 한 탱커인 수영을 남겨 두고, 저마다의 신신당부를 지은에게 한마디씩 남긴 토벌대가 대형을 갖추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후…….”
[휴대용 손풍기]는 물론이고, 화염 내성을 높여주는 가죽 재킷과 신발을 착용한 지은이었지만 지금 던전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내부는 기본적으로 온도가 매우 높았다.마치 찜질방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숨을 쉬는 게 살짝 불편한 상태라는 것을 느끼며 지은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시원한 커피를 두 잔을 탔다.
차가운 잔 안에 담긴 얼음이 금방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새봄과 커피를 나눠 마시고, 안전 영역 바깥을 돌아다니는 검은 불꽃으로 뒤덮인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들을 바라보고 수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페널티를 받아 기력과 마나가 20% 감소합니다!]벌써 네 번째 페널티였다.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기력과 마나가 40%나 감소된 것을 확인한 지은이 기력 포션과 마나 포션의 뚜껑을 따고 망설임 없이 입에 가져갔다.
“으엑…….”
두 번째로 마시는 포션이라 조금 덜할 줄 알았지만, 여전히 지독하게도 끔찍한 맛이었다. 헌터 게시판에서 악명이 가득했던 것처럼 포션은 지독하게 맛이 없었다.
포션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맛이라는 저주 포션도 경험해 봤지만, 일반 포션들도 정말로 숨을 참지 않고는 먹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냄새와 함께 썩은 물맛이 났다.
애초에 적은 기력과 마나를 가지고 있는 지은은 딱 한 개씩만 포션을 먹어도 페널티로 인해 잃었던 기력과 마나를 다시 100%로 회복할 수 있었기에 한 번에 하나씩만 마셔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 삼을 점이었다.
포션을 마시고 연신 물로 입을 헹궈 내는 지은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수영이 말했다.
“5층에는 오지 않아도 됐는데, 왜 굳이 들어온 거야?”
“까망이한테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른 척하고 있네요.”
“까망이면…… 그 정령 말하는 거지?”
“네, 머리 아프게 어려운 말만 쏟아 내놓고 쏙 숨어 버렸거든요. 그 뒤로는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를 않아서요.”
“무슨 말을…… 잠깐.”
“흐읍!”
까망이에 대해서 더 물어보려던 수영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지은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험이 많은 수영조차 등골이 오싹하게 할 정도의 거대한 압박이 느껴지는 상황. 순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한 커다란 압박감을 느낀 지은은 몸을 웅크리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손을 들어 트럭의 조리대를 가리키는 수영의 모습에 지은이 몸을 숙이고 조리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전 영역이 표시되어 있던 붉은 선 위로 검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검은 불길이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을 향해서 계속해서 치솟아 오르는 모습에 수영은 무전기의 경보 버튼을 눌러야 했다.
“하아…… 하아…… 무슨 일이에요?”
“나도 모르겠어. 내 뒤에 있어! 절대 나오지 마.”
한 손에 든 무전기의 경보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면서 위급 상황임을 알렸다. 토벌대가 복귀하기까진 아직 3시간이 남았다.
토벌대가 어디까지 진출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경보음을 듣고 토벌대가 복귀하는 데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수영이 자신의 무기인 권총 두 자루를 꺼내 들고는 치솟고 있는 검은 불길을 응시했다.
스킬인 [기척 탐색]을 사용해 주변 몬스터의 기척을 살펴보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몬스터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안전 영역 바깥에 돌아다니던 타락한 샐러맨더들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수영이 권총을 잡은 손에 힘을 꽈악 쥐었다.
불길한 검은 불꽃. 저 불꽃과 함께 무슨 일이 지금 이곳에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순간.
파아아앙!
[이거 방탄 트럭이야!]를 유지하고 있던 보호 결계가 커다란 소리와 함께 깨져 나갔다.산산조각 나 떨어지는 결계 마법의 여파에 강한 충격이 트럭을 덮쳤다.
“지은아!”
조리대 안쪽에 들어와 있었음에도 그 강한 압력에 지은의 몸은 속절없이 뒤로 날아가 냉장고에 부딪혔다.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한 수영이 지은을 보호하기 위해 조리대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악!”
막 조리대 안쪽으로 뛰어넘어 가려던 수영의 발목을 낚아챈 것은 검은 불꽃이 일렁거리고 있는 사슬이었다.
길게 이어진 사슬에서 검은 불꽃이 순식간에 차올라 수영의 발목을 강하게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점프를 했던 자세 그대로 발목이 잡혀 공중에 붕 뜬 수영이 당황하지 않고 사슬에 총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타타타다당!
반동이 전혀 없이 정확하게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사슬 한 부위만 집중해서 총을 쏴 사슬을 풀어냈지만 이미 멀리 몸이 던져진 상태였던 수영은 땅에 그대로 처박혀야 했다.
발목을 타고 올라왔던 검은 불꽃이 순식간에 방어구를 녹여 살에 달라붙었지만, 지금은 그런 고통은 잠시 뒤로해야 했다.
튕겨지듯 일어난 수영이 사슬이 날아왔던 방향 쪽으로 총을 겨누고 연사를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사슬이 날아왔을 때 [기척 탐색]으로 몬스터의 기척을 파악했던 수영이었다.
“이럴 수가…….”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스킬을 사용해 감지했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차린 수영이 후! 하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찬연하게 빛나는 거대한 검은 화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에 왕관을 쓴 성인 남자의 모습으로 현신한 타락한 불의 정령왕이었다.
[새로운 그의 사도인가?]4층에서 토벌했던, 타락한 빛의 정령왕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파장보다 더욱 거대한 파장이 불의 정령왕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터져 나오듯 일렁인다.
“보스가…… 왜 여기에…….”
토벌대의 전력이 부딪혀도 승패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던전의 보스.
불의 정령왕이라는 이명에 맞게 머리에 쓴 왕관이 오만하게 빛나고 있는 던전의 주인.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등장했습니다!]– 대상이 현재 타락한 상태입니다.
– 대상의 레벨이 너무 높습니다!
– 현격한 격의 차이에 스킬 [이거 방탄 트럭이야!]가 잠금 상태가 됩니다!
– 기력과 마나가 50% 감소합니다!
[어디에 있는가, □□의 정령이여!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그 어떤 몬스터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았던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이 무참히 깨져 나간 충격에 지은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이곳 5층 던전의 보스인 타락한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라는 사실에 지은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숨을 죽이고 조리대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이그니스는 휘하의 네임드 몬스터들과 함께 등장하던 그동안의 보스 몬스터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심지어 타락했음에도 완벽한 지성을 갖추고 있는지 사람의 언어로 말을 하고 있었다.
격한 감정을 표현하며 화를 내고 있는 이그니스의 머리를 조준한 수영이 스킬 [강화탄]을 사용했다.
[귀찮게 하지 말아라! 너희를 해칠 생각이 없다!]강화탄을 사용해 음속으로 날아가는 수영의 탄환을 가소롭다는 듯 불기둥을 일으켜 녹여 낸 이그니스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수영이 이어서 바로 쏜 것은 [결계 감옥]이었다.
결계가 탄환의 형태로 날아가 넓게 퍼지며 커다란 감옥의 형태로 변해 지정한 대상을 가두는 수영의 대인전 최고위 스킬.
‘교도관’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수영의 스킬답게 하나의 대상이든, 여러 개의 대상이든 가리지 않고 반드시 가두는 클래스 고유 스킬.
마치 쇠창살처럼 견고하게 짜인 탄환의 감옥이 조리대 쪽으로 다가가던 이그니스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그를 가두었다.
“어딜 가, 이 새끼야.”
고위 헌터인 수영조차 마주한 보스의 압박에 시스템창이 연신 경고를 띄우며 시끄럽게 울려 대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듯 지은의 기척은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래 시간을 끌면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수영이 조리대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 기절한 지은을 들쳐 메고 막 일어선 순간이었다.
[그 인간이로구나!]적어도 10분은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결계 감옥]이 산산조각 나며 터져 나가자 그 반동으로 수영의 마나가 훅 깎여 나갔다.
“이런 미친…….”
인상을 찌푸리는 수영의 뒤로, 검게 타오르는 불길이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