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화(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화
“이게 무슨 소리지?”
<왜옹?>
갑자기 주변이 매우 소란스러워졌다.
거대 거미들이 돌아다니는 끔찍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저 먼 곳에서 무언가 번쩍번쩍 빛나며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쿠우우웅!
점차 가까워지는 소리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마른 침을 삼켰다.
폐점 시간이 17시인 탓에 지금 자신은 이곳에서 오도 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차하면 직접 운전을 하겠지만 아직 레벨이 너무 낮아 트럭 쌍라이트를 켜고도 한 치 앞밖에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거기다 지금 이곳은 던전 4층.
던전에 대해서, 헌터들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가지고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던전이 어디까지 개척되었는지는 모를 수가 없다.
불과 얼마 전에 5층 토벌에 실패하고 대규모 토벌대가 복귀했다는 뉴스를 봤었다.
그러니 그 바로 아래층인 4층이라면 지금까지 개척된 곳 중 가장 위험한 던전이란 뜻이었다.
무엇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데 안전 영역을 버릴 순 없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던 것도 잠시, 금세 주위가 또 조용해졌다.
몬스터들끼리 영역 싸움이라도 했던 것일까. 트럭 불빛이 뻗어 나가지 못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저벅, 저벅.
몬스터가 이동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바닥을 끌면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맞았다.
고요한 적막을 뚫고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꿀꺽.
점차 가까워지는 소리에 지은도, 까망이도 소리가 나는 곳에 시선을 집중한 채 숨도 쉬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이곳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트럭의 라이트와 조리대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는 곳에서 등장한 것은…… 사람이었다.
“사…… 사람?”
<놀랍다냥. 이런 곳에 사람이…… 그것도 혼자라냥?>
위험도가 가장 높은 4층 중심부에 사람이 나타났다.
그것도 혼자서.
믿기지가 않는 광경에 지은이 까망이에게 혹시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도 있냐고 묻던 와중이었다.
“……푸드 트럭?”
그리고 지은만큼이나 당황한 모양인지 붉은 선 안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딘 사람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가 맞는가?’ 하는 표정으로 지은을 쳐다보고 있었다.
등에 창을 메고 손에 커다란 검을 든 남자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지은을 바라보던 남자의 검에서 떨어진 끈적한 초록색 점액이 땅을 적셨다.
“소…… 손님이신가요?”
그리고 그런 남자를 흠칫하게 만든 건 난데없이 손님이냐고 물은 지은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지…… 지은이네 푸드 트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왜 의문형이냥?>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정신 오염은 당하지 않았는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 남자가 몬스터든 사람이든, 일단 폐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지은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방금 직접 만든 샌…… 샌드위치 사실래요?”
“…….”
자기가 영업해 놓고도 지금 상황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큰 푸드 트럭이, 던전 안에 있을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건 또 무슨 새로운 몬스터지?”
지금 자신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몬스터 취급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게다가 갑자기 왜 검을 두 손으로 잡는 걸까, 저 남자는?
“이…… 이봐요!”
“…….”
“지금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아니, 너무 황당해서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긴 하는데! 저 몬스터 아니고 사람이거든요!”
“허……?”
“그러니까 무섭게 검 고쳐 잡지 말아주실래요? 저 벨 거예요? 아니죠? 아니실 거라 믿어요! 저 진짜 사람이에요!”
지은의 외침에도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푸드 트럭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손에 든 검을 단단히 쥐어 잡은 채였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환상종 몬스터인가? 아리아드네의 천칭에 환상종 몬스터가 있었다니…….”
“아니, 이 손님이 보자 보자 하니까 초면에 말씀이 지나치시네! 지금 손에 검 들고 있으면 다예요? 몬스터 아니라니까요!”
“……진짜 사람인가?”
“쓰읍! 사람한테 속고만 살았나! 알겠으면 그 검 내려놔요. 무서우니까!”
한 손을 허리에 짚고 한 손으로는 삿대질을 하는 지은의 말에 남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순순히 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등에 메고 있는 창도!”
“…….”
“빨리!”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그런지 지은이 말하는 대로 고분고분 등에 멘 창을 내려놓은 남자가 양손을 앞에 내보이며 아무것도 없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정말로 푸드 트럭?”
“네, 지…… 은이네 푸드 트럭에 오신 걸 환영합니드…….”
막상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오자, 역사적인 가게의 첫 손님에게 친절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 이름을 말하려니 부끄러워진 지은이 말끝을 흐렸다.
‘이것도 시행착오구나. 다신 가게 이름을 말하지 않아야지.’
그렇게 지은이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동안, 조리대 앞으로 다가와 샌드위치가 진열된 모습을 확인하는 남자의 눈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이거.”
“네?”
“이거 모형이 아니라 진짜인가?”
“네, 제가 방금 전까지 만든 샌드위치예요. 한번 보실래요?”
지은이 진열대 쇼케이스 문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 포장된 샌드위치를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지은이 불쑥 내민 샌드위치를 엉겁결에 받아 든 남자가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뚜껑 포장을 벗겨내자 순식간에 향긋한 샌드위치 냄새가 주변에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냄새는…….”
던전 안에서 절대 맡을 수 없는 ‘음식’의 냄새를 확인한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도 모르게 샌드위치를 꺼내기 위해 다른 손을 들어 올리는 남자를 보며 지은도 급하게 손을 뻗었다.
턱.
홀린 듯 샌드위치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남자의 팔목을 지은이 잡아챘다.
몸을 진열대 바깥으로 쭉 빼서 손목을 잡아챈 탓에 얼굴이 꽤나 가까이 붙어 있는 상태라 고개를 들었던 남자는 상체를 뒤로 쭈욱 빼야 했다.
“계산은 선불이 원칙인데요!”
그런 남자와는 다르게 지은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은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던 남자가 이내 자신이 계산도 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먹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그래, 환상도 이 정도면 속아 줘야지. 얼맙니까?”
“칠천 원이요.”
“칠천 원?”
“너무 비싼가요? 그래도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고 다른 샌드위치보다 크기도 크고…… 어…… 맛도 있을 거예요!”
가격을 되묻는 남자의 말이 너무 비싸다는 항변으로 들렸는지 지은이 주저리주저리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샌드위치에 계란도 평균적으로 2개는 들어갔을 거라는 둥, 양상추와 토마토, 거기에 베이컨까지 최고급 신선함을 자랑하는 재료를 썼다는 둥 열변을 토하는 지은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저절로 배가 고파졌다.
던전 안에 들어와서 진짜 ‘음식’ 냄새를 맡아 본 적도 없을뿐더러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샌드위치는 자신의 눈에도 정말 맛있어 보였다.
지금 자신의 앞에서 샌드위치의 가격이 칠천 원이나 하는 것에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는 이 정체불명의 여자의 말대로라면, 이건 고작 칠천 원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다.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듯 것처럼 느껴지자 지은은 다급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제한 시간이 3일인 이 튜토리얼을 깨지 못하면 무슨 페널티를 받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바퀴가 가는 대로] 스킬이 이번처럼 이렇게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만 데려다 놓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님을 놓칠 순 없었다.
열 명에서 한 명이라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첫 손님은 절대 놓쳐선 안 됐다. 그래서 지은은 자신이 정해 놓은 원칙을 과감하게 이번만 깨기로 마음먹고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육천오백 원……?”
“…….”
“에이, 모르겠다. 첫 손님이니까 육천 원으로 해 줄게요! 저 오늘 처음으로 장사 시작했거든요?”
“…….”
“저, 사실 손님 10명한테 꼭 팔아야 돼서 그래요. 그냥 사주시면 안 될까요?”
“으음…….”
“아잇, 진짜! 육천 원! 더 이상은 안 돼요! 재료비도 안 남는단 말이에요!”
사기였다.
명백한 사기였지만.
스킬 [오늘의 추천 요리] 덕에 재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 기적의 자영업자였지만, 그래도 만든 수고비가 있는데 육천 원 이하로 내리는 것은 지은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00인분의 재료 준비를 했던 것만 생각하면 천 원 깎은 것도 너무 아쉬운데!’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천 원이나 내렸음에도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지은은 찌릿 흘겨보았다.
“육천 원, 알겠습니다. 하나 살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맛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래도 다행히 천 원이나 할인한 덕인지 남자에게서 샌드위치를 사겠다는 말이 나왔다. 언제 남자를 째려봤냐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인 지은이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는 이내 남자에게 손바닥을 건넸다.
“카드 결제도 환영입니다! 손님!”
“그런데 제가 지금 카드도, 현금도 없어서요.”
인벤토리에서 [에러 없는 카드 리더기(Lv.1)]를 꺼내려던 지은이 남자의 말에 멈칫했다.
아니, 지금 돈도 없으면서 그렇게 고민한 거야?
“대신 가격은 이걸로 지불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스멀스멀 다시 손을 뻗어 남자가 들고 있는 샌드위치를 어떻게든 다시 되찾아 오려던 지은이 남자가 들어 올린 커다란 돌멩이를 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돌이잖아요?”
은은하게 광택은 나고 있지만 지은이 보기엔 그냥 시커먼 돌멩이였다.
자기 주먹만 한 돌은 딱 보기에도 그냥 강가에 굴러다니는 매끌매끌한 돌멩이와 전혀 달라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남자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돌…… 돌이라…… 네, 돌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아…… 그래요. 어차피 재료도 많고, 여기서 처음 본 사람이고 오늘 제 가게의 첫 손님이니까 그냥 그 돌 받고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결국 남자가 건넨 돌을 놓쳐서 진열대 유리를 깨 먹지 않을까 싶어 두 손으로 받으려던 지은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돌이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 것에 놀랐다.
“와, 크기에 비해 되게 가볍네요! 이거 돌 아니구나?”
“음, 뭐…… 생각하기 나름이죠.”
“맛있게 드세요! 그래도 두 번은 안 돼요! 이번 한 번만 바꿔 드리는 거예요!”
지은의 쑥 나와 있던 몸이 다시 진열대 안쪽으로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얼굴이 웃겼는지 남자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샌드위치를 소중히 손에 든 남자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많이 파세요.”
“네, 다음에 또 뵌다면 그땐 제대로 계산해 주세요.”
“그러길 기대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뒤를 돌아 땅에 내려놓은 자신의 검과 창을 챙기고는 이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턱을 괴고 바라보던 지은이 쯧, 하고 혀를 짧게 찼다.
“첫 손님부터 물물 교환이라니…….”
[퀘스트 : 첫 영업 개시!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현재 진행도 : 10% (1명/10명)
그래도 다행히 공짜로 준 것이 아니라 가벼운 검은색 돌을 받은 덕일까. 손님 카운트가 1명 줄어들었다며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히 손님으로는 쳐주는구나.”
<왜옹. 지금 샌드위치 하나 주고 그 돌을 받은 거냐옹?>
“아, 그래도 첫 손님이라서 많이 서비스한 거지.”
<흐응…… 서비스는 그 손님이 거하게 한 거 같다옹.>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돌이 무슨 쓸모가 있다고?”
<왜옹. 고양이는 잘 모르겠다냥.>
“모르긴 왜 몰라! 내가 너무 착한 거라니까?”
<아니다, 주인 되게 나쁘다냥.>
“왜! 퀘스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넘긴 내가 너무 착한 거라니깐!”
<야옹~>
지은의 말을 못 들은 척 나른하게 기지개를 켠 까망이가 남자가 남긴 돌을 툭툭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