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69화(7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69화
스킬이 의지와 관계없이 찢겨 나간 충격으로 결국 기절한 지은의 상태를 확인한 수영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했던 고유 스킬까지 무력화 된 상황에서 지은을 등에 업은 수영이 정령왕의 타오르는 눈을 바라보며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무전으로 비상 상황임을 알렸으니, 지금쯤 토벌대가 전속력으로 이곳으로 향하고 있을 것은 분명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오직 수영이 지은을 지키면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젠장…….”
자신의 영역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던 기존의 보스 몬스터와는 다르게 온전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불의 정령왕의 존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 잡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이그니스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수영이 총에 마나를 모으던 순간이었다.
<멈춰라.>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이그니스가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들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의 정령이여,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하늘에 유유히 떠 있는 작은 검은 고양이.
까망이의 등장에 이그니스가 정신을 돌린 사이, 지은을 업고 있던 수영이 빠르게 이그니스와 거리를 벌렸다.
“보스 몬스터 등장. 신속한 증원 바람.”
“……상황은?”
“매우 좋지 않음.”
“신속하게 이동 중. 조금만 버텨 주길 바람.”
지지직거리는 잡음 없이 무전기를 타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생각보다 멀리 본대가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까망이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자, 이그니스는 자신들은 새카맣게 잊은 듯 오롯이 하늘에 떠 있는 까망이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자리를 벗어나려던 수영은 순간 자신의 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게…… 무슨…….’
<잠시 눈 감고 있어라.>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겨 오는 눈꺼풀을 힘겹게 뜨려 노력하던 수영의 눈에 까망이의 모습이 담겼다.
<주인을 지켜 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이어진 까망이의 말을 채 듣지 못한 수영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지은과 수영이 모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모습에는 관심 없다는 듯 이그니스가 공중에 떠있는 까망이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며 말했다.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의 목을 쳐 낸 기분이 어떠신가? ‘창조’의 정령이여.]<그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을 뿐이야.>
[소멸된 그들도! 나도! 타락하길 원했다고 생각하는가! 너처럼 신에게 창조의 권능을 넘겨주고 소멸을 바라던 존재가!]<난 너희에게 인간을 경계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어지는 빈정거림에도 까망이가 차분히 대꾸하자, 이그니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헛소리! 넌 우리를 창조해 놓고 단 한 번도 우리의 바람을 들어준 적이 없다!]<구속처럼 여겨지던 업보를 풀고 너희가 자유를 찾길 바랐다.>
[자유? 우리가 정말로 원했던 자유에 대해서 그대가 이해한 적이 있었나?]<…….>
[대단하신 ‘창조’의 정령이여, 말해 보아라. 우리가 정말로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걸음을 멈추라는 까망이의 언령을 깨부수며 이그니스가 까망이의 앞에 온전히 서고는 말했다.
[인간과 함께하길 바라던 우리에게 자유롭게 생각할 의지를 줘 놓고, 이곳에 우리를 가둔 건 그대와 뜻을 함께하신 ‘신’께서 그대에게 허가를 구하신 일이 아닌가?]<난 지금껏 신의 뜻을 거스른 적 없지만, 이 선택만큼은 처음부터 반대했었다.>
[창조의 권능을 가진 태초의 정령께서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을 정도로 마음이 급한 모양이로군.]이그니스가 팔짱을 낀 채 까망이를 노려보았다. 시선에서 진득한 원망이 가득 묻어 있었다.
<너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느냐. 그 균형이 깨지면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명 알고 있을 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은의 앞을 막아선 까망이를 보며 이그니스가 가소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인간을 믿지 말라고 했던 존재와 함께하면서 결국 궁지에 몰려 인간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이…….]<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
[모순적이구나, 창조의 정령이여.]이그니스의 말을 자르며 두 번째로 언령을 사용해 쓰러진 지은의 곁에 내려앉은 까망이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설득하기 위해 왔다.>
[설득?]<불의 정령인 너까지 소멸된다면, 그건 정말로 위험하니까.>
까망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런 까망이를 잠시 바라보던 이그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은 너 스스로의 의지인가, 아니면 너를 탐내는 ‘신’의 의지인가?]<…….>
[대답해라, 창조의 정령이여. 그대를 탐내는 신이 틀렸고,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너도 느꼈던 것이 아닌가?]<인간은 교활하고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존재들한테 너희에게 준 권능을 오롯이 맡기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는 신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헛소리다. 인간이 어떻게 우리와 함께 살아왔는지는 신보다 먼저 봐 왔던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그래, 신의 거짓말에 내가 속았다.>
[하하! 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까망이의 대답에 이그니스가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영겁의 세월동안 단 한번도 신의 뜻에 반대한 적이 없던 창조의 정령인 까망이는 분명 돌려서 말하고 있지만, 자신과 함께해 왔던 존재가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게 무슨 대화지?’
그리고 까망이가 등장해 모든 페널티를 막아 준 덕분에 정신을 진작 차렸던 지은은, 까망이가 무려 정령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의지를 부여한 태초의 정령이자, 창조의 정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신이 우리를 가둔 이 감옥에, 권능이 소멸되는 것을 각오하고 너는 인간을 통해서 어떤 것을 창조해 내려 하는가?]<인간과 정령이 올바른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은 틀렸다. 나도 인간을 믿어 보려 한다.>
[…….]<그러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으려, 오랜 세월 동안 내 권능만을 탐내는 신과 내 존재를 걸고 내기를 했지.>
[태초의 정령이자, 창조의 정령인 그대의 존재가 소멸될 수도 있는 위험을 걸고서 말인가?]계속 기절한 채 대화를 듣고 있던 지은이 벌떡 일어나 소리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뭣!>
지은이 자신들의 대화를 들었을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까망이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지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린 지은의 얼굴을 보며 까망이가 놀라 눈을 크게 뜬 순간이었다.
“야, 민까망.”
<뭐…… 뭔 까망?>
“내 이름이 민지은이고, 넌 나랑 종신 계약한 정령이니까 내 성을 쓰는 게 어때서? 민까망 너, 무슨 잘못했어.”
<…….>
“이봐요, 검은 불의 정령왕 님? 일단 저 죽이지 말아 주실래요?”
[어? 아, 알았다.]지은의 패기에 머리를 긁적인 이그니스가 자기 좀 도와 달라는 까망이의 눈빛을 모른 척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꼼짝없이 붙잡힌 까망이를 향해 지은이 물었다.
“야, 민까망. 너 똑바로 대답해. 네 존재의 소멸을 걸고 신과 내기를 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듣자듣자 하니까 그 내기를 하면서 선택한 게 나라는 거 같은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네 맘대로 날 선택해 놓고 소멸되니 마니 하고 있어?”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거냐!>
“이제 끝에 냥냥 소리 안 붙이네? 민까망, 네가 아까부터 무게 잡고 저기 검은 불의 정령왕님과 하는 말 다 들었어.”
[검은 불의 정령왕……?]“딱 봐도 정령왕님들은 인간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는데, 민까망 너의 능력을 탐내는 신께서는 그게 마음에 안 드셨다, 이게 맞아?”
<쉽게 말하면 그렇다…….>
고개를 푹 숙인 까망이를 붙잡은 지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숨을 크게 들이켠 지은이 잠깐 마음을 진정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던전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게, 신이 정령왕들을 죽이고 인간들과 정령들을 분리하기 위해 던전을 만들었다는 뜻이야? 그러면 너의 권능이 신에게 넘어가서 그래?”
<…….>
“틀려? 그리고 민까망, 너는 더이상 정령왕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거잖아. 네가 정령을 만들었다며! 네가 의지를 줬다며!”
<……그렇다. 내가 만든 내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소멸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너랑 같이 있는 신이 뭐 인간을 믿지 말라고 했어? 민까망 너, 태초의 정령이라며! 정령들을 창조한 창조의 정령이라며! 완전 센 거 아니야?”
[인간, 진정해라.]보다 못한 불의 정령왕이 말려 보려 했지만, 지은이 마침 잘됐다는 듯 쏘아붙였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내가 민까망 얘를 얼마나 불렀는지 알아요? 불러도 대답 한 번 없다가 갑자기 사람 기절시켜 놓고 나타나서 하는 말이 이런 엄청난 내용인데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네?”
[…….]“아니, 그리고 해칠 생각 없다면서 그렇게 힘을 써서 들어오는 게 어디 있어요? 그쪽이 툭 치면 기절할 사람 생각은 안 해요? 좀 평화적인 방법으로 찾아오던가! 들어 보니까 애초에 민까망 찾아온 거 같은데!”
까망이를 번쩍 들고 자신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이는 지은의 기세에 이그니스가 몸을 움찔했다.
분명히 이그니스는 수영이 먼저 공격을 했음에도 자신들을 해칠 생각이 없다고 말을 했었다. 하지만 씩씩대는 지은의 눈치를 살핀 이그니스는 잠자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저기 수영 언니 다쳤기만 해 봐요, 진짜!”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상태인 수영을 낑낑대며 의자에 옮기던 지은이 버럭 소리를 쳤다.
까망이가 자신의 소멸을 걸고 신과 내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이성을 놓아 버린 탓인지 이그니스에게 삿대질을 하며 바락바락 대드는 지은의 모습은 잘못한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 같았다.
그렇게 이그니스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공중에서 짤짤짤 까망이를 흔들던 지은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답해.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야.”
<…….>
“네가 날 아직 완전히 믿고 있지 않다는 건 알아. 네 태도에서부터 다 보이는데 그걸 내가 왜 모르겠어.”
이런 중요한 내용을 숨기고 단 한 번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둘째치고서라도, 까망이는 그동안 자신을 한 번도 진심으로 대해 준 적이 없었다.
그건 길드에 들어온 지은이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에 더욱 확신했던 점이었다.
“나 되게 서운하다, 까망아.”
<……주인.>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계약을 한 것도 억울한데, 종신 계약까지 한 정령이 나를 전혀 믿지 않고 간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내가 뭐 국이야? 간보게?”
<난 인간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신의 말이 맞는지, 정령들의 말이 맞는지 아직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 넌 날 왜 선택했는데?”
<신이 만든 이 감옥에 내가 새롭게 창조한 것이 바로 너의 능력이다. 그 어떤 기본적인 행복도 느끼지 못할 이 공간에서 인간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다가 널 만났지.>
“날?”
<넌 기본적으로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었어. 수많은 사람을 봐 왔지만, 너처럼 처음부터 불행했고, 거기에 더 불행해졌음에도 다른 방식으로 한 번도 제대로 맛보지 못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
까망이를 짤짤짤 흔들던 지은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까망이가 입술을 꽉 깨문 지은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흐릿해진 지은의 눈가를 보며 까망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스스로가 불행한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며 행복을 찾는 인간은 내가 본 인간 중 네가 유일했다.>
“너…….”
<스스로에게는 베풀지 못하고, 그 방법도 모르면서.>
말이 없어진 지은의 볼을 까망이가 앞발을 들어 올려 감싸 쥐고는 말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믿어 봐도 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
“야…….”
<내 잘못된 선택으로 나도 지금 많이 불행한 상태라, 그래서 너에게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너를 보며 나도 다시 행복해지고 싶었다. 사실 정령들이 전부 내게서 등을 돌렸을 때, 창조의 권능을 신에게 넘기고 나도 소멸할지 고민했었으니까.>
땅을 비옥하게 하고, 빛을 통해 세상을 밝힌다.
불을 통해 많은 것을 일구어 낸 인간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른 것들을 창조하는 것.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며 하나에 국한되었던 자신들의 영역이 다른 영역으로 넓혀져 새롭게 창조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정령들이 추구하는 자유였고, 행복이었다.
<신이 가지지 못한 단 하나의 권능. 그게 내가 가진 창조의 권능이고. 신이 만들었음에도 신이 가지지 못한 그 권능을 가진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이 창조해 낸 세상 속에서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원했던 자유이자,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