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70화(7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0화
“그래서 신은 왜 창조의 권능을 탐내는데요?”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권위에 반박하지 못할 완전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지.]신은 자신이 가장 높은 곳에서 만물을 관장했음에도, 가장 탐나는 창조의 권능이 자신보다도 먼저 탄생한 정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신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곳이 바로 정령들이 주관하는 인간계였다.
그래서 신은 창조의 권능을 어떤 방식으로든 빼앗으려 했다. 수없이 많은 세월 동안 정령이 인간들과 함께하며 무언가를 창조하고 이룩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신은 정령의 힘을 가진 인간들을 조종해 전쟁을 일으켜 인간이 서로를 속이고 죽이는 모습을 보여 주며 말했다.
‘정령들에게 준 자유를 회수해야 한다.’
‘인간은 교활하고 어리석은 존재다. 정령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의 세력을 부풀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인간들에게서 정령의 힘을 회수해 한낱 인간이 발휘하던 창조의 능력을 없애야만 한다. 그래야지 인간들이 정령과 신에게 경외심을 가질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은이 얼굴을 찌푸렸다.
“완전 사기꾼인데요?”
“사기꾼?”
“완전 세뇌를 시키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 세뇌에 당해서 정령왕 님들을 던전에 봉인하는 것을 묵인한 게 바로 민까망인가요?’라고 덧붙이며 지은이 까망이를 내려다보았다.
<신조차도 그런 음습한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세상에 믿을 사람, 아니, 신 없네요. 인간계에선 정령들이 신인 건가? 그럼 믿어도 될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 타락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이렇게 신에게 대항한 형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원래대로라면 붉게 타올라야 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이그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신의 형벌을 받고 타오르는 타락한 불꽃. 꺼지지 않는 검은 불길이 이그니스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까망아.”
<신의 형벌을 푸는 일은 나도 잘 모른다.>
“뭐?”
<정령왕이 둘이나 소멸된 이후, 창조의 힘은 이미 어느 정도 신에게 넘어간 상태다.>
“그게 왜 넘어가?”
<내가 만들어 낸 정령들이 신의 분노를 샀으니, 그 책임을 져야만 했다. 정령들이 모두 소멸되면 창조의 권능도 신에게 넘어가겠지.>
인간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던 신과, 정령왕 둘이 소멸된 후에야 인간을 믿겠다고 다짐하게 된 창조의 정령.
신과 창조의 정령이 정령왕의 정화를 두고 내기를 한 지금, 5층의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마저 소멸되면 남은 정령왕은 고작 셋이었다.
대지의 정령왕, 빛의 정령왕, 불의 정령왕, 물의 정령왕, 어둠의 정령왕, 바람의 정령왕.
불의 정령왕인 이그니스가 소멸되지 않아 아직 신보다는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는 까망이었지만, 이그니스까지 소멸된다면 정확히 절반의 권능이 신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그렇게 힘이 없다고 한 거였어?”
<말했지 않느냐. 네가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음에도 나오지 못했던 건 정령계에서 대지와 빛의 정령왕의 후계를 찾는 중이어서 그랬다.>
정령왕들과 상급 정령들이 타락했다는 오명을 썼음에도, 끝까지 신의 의도에 맞추지 않고 까망이가 소멸을 택한 이유. 그것은 인간과 교류할 자유를 빼앗기고, 신에게 권능이 종속될 바엔 차라리 소멸되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정령왕을 창조하려면, 남아 있는 정령왕들을 모두 정화해야 하는데…….>
“……정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다.>
신의 의지를 담은 형벌을 받고 있는 정령왕들을 정화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래서, 나한테 이런 능력을 준 이유는 뭔데?”
<내가 의지를 부여한 정령들 덕분에, 오직 인간만이 창조의 권능을 부여받은 존재가 되었다.>
“그 말은…… 인간들이 창조의 정령인 너도 모르는 정화 방법을 창조하기를 바라는 거야?”
<안타깝게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면 난 소멸되면 안 되겠군.]“당연하죠! 이그니스 님이 소멸되면 지금 망하는 거 아니에요?”
신의 의지에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은 이그니스와는 달리 의지를 잃은 상태였다.
그렇게 이미 두 속성의 정령왕이 소멸한 지금, 이그니스는 절대 소멸되어선 안 됐다.
“일단 어디 가서 숨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길드원들이 곧 올 텐데…….”
[나도 인간과 싸우고 싶지 않다.]이그니스의 말에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끼던 지은은 문득 시스템창이 열렬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맞다! 페널티!”
이그니스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페널티를 받고 있기에 막 포션을 먹었음에도 얼마 남지 않은 모래시계를 확인한 지은이 다급하게 인벤토리를 열었다.
기력 포션과 마나 포션 하나씩을 꺼내 든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화하자고 찾아와 놓고 다 깨부수고 온 이그니스 님 덕분에 벌써 세 번째 포션을 먹어야 하네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한 것 같으니 미안하다.]“하…….”
기력 포션과 마나 포션을 한 번에 마신 지은은 그 끔찍한 맛에 인벤토리에서 수통을 꺼내려다 문득 얼마 없는 아이템 중 하나인 무적 수건을 발견했다.
“설마?”
그리고 번뜩 떠오른 생각.
무적 수건을 인벤토리에서 꺼낸 지은이 아이템 설명을 천천히 읽어 보기 시작했다.
[유니크 아이템 : 때 묻지 않는 주방용 수건]– 해당 클래스에 맞는 튜토리얼을 완료한 보상입니다.
– 아무리 더러운 걸 닦아도 더러워지지 않는 수건! 빨거나 삶지 않아도 항상 깨끗함이 유지됩니다.
– 클래스 보정 효과 : 닦은 곳에 광이 난다!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 클래스 특수 효과 : ‘모든’ 더러운 부분을 처음 깨끗한 모습 그대로 되돌린다!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어……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더러운 부분을 처음 모습 그대로 되돌린다는 설명을 곰곰이 되짚던 지은이 이그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수건은 뭐지?]지은이 무적 수건과 이그니스를 번갈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타락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더러워졌다는 뜻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타락한’ 불의 정령왕과, 필드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
불은 원래 빨갛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무적 수건으로 불의 정령왕의 검게 타락한 부분도 닦아 낼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고결한 정령왕의 입장에선, 타락했다는 의미가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그럼 팔 한 번만 내밀어 보실래요? 팔 많이 뜨겁겠죠?”
[난 인간을 해치는 정령이 아니다. 문제없을 거다.]검은 불꽃으로 뒤덮여 있는 이그니스의 팔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결심한 듯 수건을 들어 이그니스의 팔을 박박 닦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냐! 날 왜 닦아!]“잠깐만 있어 봐요! 실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요!”
몇 번이고 확인했던 무적 수건의 클래스 특수 효과는 ‘모든’ 더러운 부분을 처음 깨끗한 모습 그대로 되돌린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건으로 이그니스의 몸을 박박 닦던 지은이 자신이 닦은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건을 치운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다른 부위와는 확연히 다른 새빨간 불꽃이 수건으로 닦아 낸 부분에서 미약하게나마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눈치챈 것은 이그니스뿐만이 아니라 까망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일…….>
“세상에. 이거…… 지금 닦아진 거죠?”
확연히 달라진 불꽃의 색.
검은 불꽃과 확연히 대비되는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에 이그니스와 까망이는 물론이고 수건으로 직접 이그니스의 몸을 닦은 지은조차 놀라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 저건……!”
그리고 불의 정령왕의 권능으로 작게 일렁이는 새빨간 불꽃에서 불의 하급 정령인 샐러맨더가 태어났다.
막 태어난 샐러맨더는 검은 불꽃에 휩싸인 타락한 하급 정령의 모습이 아닌 원래의 붉은 불꽃 덩어리가 되어 이그니스의 몸에서 퐁퐁 솟아나고 있었다.
[더 닦아 봐라, 인간! 어서!]이그니스의 다그침에 지은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그니스의 팔 전체를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기 시작했다. 수건에 힘을 줘서 이그니스의 팔을 닦아 낼 때마다 검은 불꽃이 점차 사라지고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창조의 권능…….>
계약을 통해 창조의 권능을 부여해 준 지은이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 기적을 만들어 낸 모습에 까망이가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왜 되는 거죠? 지금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힘이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인간, 좀 더 열심히 닦아 봐라!]“아니, 그럼 좀 앉아 봐요!”
타락한 하급 정령과 중급 정령이 소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막아 놨던 정령왕으로서의 권능이 지은이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닦아 낼 때마다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팔 하나를 다 닦아 내고 나니 본래의 모습인 붉은 불꽃이 한쪽 팔에 화르륵 타오르기 시작하는 모습을 감격한 얼굴로 바라보던 이그니스가 손을 들어 왕관을 벗어 지은에게 내밀며 말했다.
[왕관! 왕관부터 닦아 줄 수 있겠느냐? 상급 정령들도 돌아올지 모른다!]“후…… 하…… 잠시만요. 제가 힘이 오르긴 했는데 아직 6밖에 안 되거든요?”
기름때가 잔뜩 묻은 벽을 닦을 때만큼 힘을 가득 주고 닦아야 검은 불꽃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던 지은은 지금 온 힘을 다해서 이그니스를 수건으로 닦아 내느라 땀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애초에 불의 정령왕의 몸은 델 정도는 아니어도 가까이에만 있어도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애초에 화염 속성 필드인 이 던전은 마치 찜질방 내부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지은이 왕관을 모두 닦아 냈을 때에는 땀에 온몸이 흠뻑 젖어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진짜 안 닦이네!”
특히 왕관은 얼마나 심하게 오염되었는지, 한두 번 문지르는 것으로는 전혀 닦일 기미가 없어서 한참을 이를 악물고 닦아야 했다.
혹시 몰라 이그니스에게 수건을 주고 닦아 보라고 했지만, 지은은 자신의 클래스 전용 아이템인 무적 수건은 오직 자신이 사용했을 때에만 효과가 나타난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지은은 지금 번쩍거리는 왕관을 쓰고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이그니스의 등을 열심히 밀어 주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이그니스의 몸을 닦는 것을 반복했을까.
이그니스의 마지막 검은 부위를 모두 닦아 내는 데 성공한 지은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고개를 들 힘조차 모두 다 써 버린 지은의 머리 위에 경쾌한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졌다.
[5층 던전 :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의 보스 이그니스가 정화되었습니다!]“뭐어?”
깜짝 놀란 지은의 눈앞에 연달아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 타락했던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정화되었습니다!
–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정화됨에 따라 화염 계열 정령들이 모두 새롭게 태어납니다!
– 불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구역이 확장되었습니다!
– 5층 던전 토벌 완료! 잠금 상태이던 던전이 개방됩니다!
– 누구도 완료하지 못했던 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토벌대 전체에 막대한 보상이 내려집니다!
“아니 이게 무슨……!“
경악에 물든 지은의 귓가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 마라. 난 이제 타락에서 해방되었다.]시스템창에 나타난 ‘이그니스가 정화되었다’는 문장이 이그니스가 토벌당했다는 뜻으로 이해했던 지은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 검은 불꽃에 휩싸였을 때 보다 훨씬 커진 몸을 하고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있는 이그니스가 환한 미소를 띠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벌됐다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네 덕분에 이 던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나뿐만 아니라 내 권속들도 다 같이 해방되었다.]“그럼 이제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거예요?”
[나와 계약하는 인간이 나타난다면, 언제든 바깥세상에도 다시 내가 나올 수 있겠지.]“그거 정말 멋진 일이네요.”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도 이그니스의 웃는 모습을 보며 이그니스의 손을 두 손으로 마주 잡은 지은이 정말 잘되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그니스가 입을 열었다.
[창조의 정령이 선택한 아이야. 네가 이끌어 낸 새로운 창조의 영역이 우리를 구원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