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72화(7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2화
지은과 주혁의 말다툼을 바라보던 이그니스가 하품을 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그니스의 몸에서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샐러맨더들을 바라보다, 이그니스가 다른 몬스터들과 달리 검은 불꽃에 휩싸이지 않은 상태인 것을 확인한 주혁이 천천히 창을 내렸다.
[이제 좀 대화를 할 수 있겠군.]“지은 씨가…… 이그니스를 정화했다는 말이 무슨……?”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주혁은 심하게 당황한 상태였다.
보스 몬스터인 이그니스가 사람 앞에 앉아 하품을 하고 앉아 있는 상황이라니.
지금까지의 헌터 생활에 인지 부조화가 강하게 온 모양인지 고장 난 리액션을 하고 있는 주혁을 보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허어억!”
“저거! 머리 위에 정령왕이라고 되어 있는 거 맞아?”
“아니, 몬스터가 왜……?”
그리고 그런 주혁의 뒤를 이어 빠르게 달려온 길드원들도 이그니스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당황한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뭔가를 결심한 듯 지은이 말했다.
“저기,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으아아악! 이게 뭐야! 어?”
그와 동시에 기절했던 수영이 깨어나 눈앞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이그니스에게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겨누었다.
“붉은 표시가 없어?”
“다 설명할게요!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이그니스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이그니스와 멀찍이 거리를 유지한 길드원들이 지은의 외침에 얼어붙어 있던 것도 잠시.
이그니스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지은을 바라보던 길드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기 시작했다.
마치 첫 회의에서 식단표를 공개하기 전의 모습과도 같이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지은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펼쳐 이그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타락했던 불의 정령왕인 이그니스 님이에요.”
[지금은 타락에서 벗어났지.]“허어…….”
길드원들 모두 정령왕이 정화되었다는 시스템창을 확인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리고 정령왕의 정화와 함께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던전이 클리어되어 5층의 잠금 상태가 해제되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기 이그니스 님과, 제 정령인 까망이가 다 설명해 줄 거예요.”
“어떤 걸 설명해 준다는 거야, 지은아?”
지은의 말에 손을 번쩍 든 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사태가 지금 전혀 이해되지 않는 길드원들의 심정을 대변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라의 질문에, 고민을 거듭하던 까망이가 답했다.
<이 던전이 생겨난 이유.>
“…….”
<그리고 어쩌면 이 던전을 영원히 닫을, 하나의 가능성.>
“세상에…….”
<그 가능성을 내 각성자에게서 봤다. 그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려 한다.>
“영원히 던전을 닫을 가능성이라면, 어떤?”
“제가 불의 정령왕 님을 정화했어요.”
지은의 말에 길드원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 고요해진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지은이 말했다.
“궁금하신 점이 많으실 걸로 알아요. 저도 아직 제대로 무슨 일을 한 건지 제대로 납득이 안 되고 있고요.”
[그 부분에 있어선, 우리 정령들이 설명하겠다.]엄청난 주제를 꺼내 놓은 까망이와 이그니스를 바라보는 길드원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까망이가 범상치 않은 정령임은 지은의 스킬을 통해서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지금 까망이의 발언은 길드원들이 짐작한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던전 클리어 조건이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아닌 정화하는 거였다는 건가?”
정신을 차리고 주혁과 뭔가를 상의하던 성진의 물음에 지은이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지은의 눈길을 느낀 이그니스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가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
화르륵!
이그니스의 손에서 작게 피어오른 불꽃이 이내 커다란 불꽃이 되어 거세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길드원들이 움찔하는 것도 잠시, 이그니스가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얼마 만에 힘을 되찾았는지 모르겠군!]그런 이그니스에게 지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까망이가 못마땅하다는 말투로 일침을 날렸다.
<여기서 네 힘자랑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인간들이 혼란스러워하니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이나 하도록.>
이그니스와 눈을 맞춘 지은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까망이를 살짝 가리키고는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쳤다.
까망이에 대해선 말하지 말아 달라는 지은의 뜻을 알아챈 이그니스가 흐음, 소리를 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던전은 내가 봉인된 장소다. 던전을 닫으려면 영역의 보스 취급을 받는 나를 토벌하거나, 정화했어야 했지.]“그렇다면 1층과 4층에서 토벌되었던 대지의 정령, 빛의 정령은 정화되지 못한 겁니까?”
[그래. 타락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의지까지 타락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이렇게 정화가 가능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지.]“그럼 이미 토벌된 대지의 정령과 빛의 정령왕은 어떻게 된 겁니까?”
<새로운 정령왕이 탄생하기 전까지, 대지와 빛의 정령은 현신이 불가능해졌지.>
이그니스와 까망이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주혁이 모두가 궁금해했던 비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다면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이 토벌되고 발견된 비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건…….>
“대지의 정령, 빛의 정령, 불의 정령.”
<…….>
[흠.]덤덤히 이어지는 주혁의 말에 까망이와 이그니스가 귀를 기울였다.
“저희 인간들의 예상이 맞다면 [타락한] 정령왕의 존재가 셋은 더 있다고 생각됩니다.”
<맞다. 물, 바람, 어둠의 정령왕이 남았다.>
“저희 인간들은 그 정령들을 모두 토벌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수많은 가설들을 세워 왔습니다.”
<어떤 가정을 했지?>
“모든 정령들을 토벌하면, 던전의 문이 닫힌다.”
지금까지 나온 던전에 대한 수많은 가설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주혁의 대답을 들은 까망이와 이그니스가 동시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가설은…….>
[가장 피해야 할 방향이구나.]“그렇다면……?”
<내 결정이 너무나 늦어, 이미 대지의 정령왕과 빛의 정령왕이 너희 인간들의 손에 토벌이 되었다.>
푸욱 한숨을 내쉰 까망이가 이어서 내뱉은 말은 지금까지 던전을 토벌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길드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던전에 봉인된 정령왕과 그 정령들은, 이 인간계를 지탱하던 존재들이다.>
“그 말은…….”
<이미 대지와 빛을 잃었으니, 잃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던전은 유지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끝을 알 수 없는 던전에서 일어나는 균열을 막기 위해 한 층마다 던전의 계층 보스를 잡는 것도 모자라,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 왔던 헌터들이다.
던전의 영역이 절반 이상 확보되었음을 알리는 유일한 지표는 오직 해당 층의 시간이 흘러 낮과 밤이 생긴다는 점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던전에서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이 세계를 지탱하던 여섯 개의 기둥 중, 두 개의 기둥이 사라졌다는 뜻이지.>
“그렇다면, 나머지 네 개의 기둥. 그러니까 불의 정령왕을 포함한 다른 정령들까지 모두 토벌된다면…….”
[이 세계의 권한이 정령들에게서 신에게 넘어간다는 뜻이다.]“신이라니…….”
까망이와 이그니스의 말에 모두가 숨을 크게 삼켰다.
이 세계를 지탱해 왔다는 여섯 속성의 정령들의 존재도 믿기 힘든 소리였지만, 거기에 신이라 불리는 존재의 등장은 그만큼 한낱 인간이 지금 이 자리에서 곧바로 납득하기엔 벅찬 주제였다.
<신은 천계의 그 어떤 존재보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
<그리고 그만큼 가장 완벽하길 바라지. 그런 신이 유일하게 간섭하지 못하는 곳이 바로, 우리 정령들이 관리하는 이 세계다.>
“그렇다면 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신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권능인 ‘창조’의 권능을 정령과 인간들에게서 회수하는 것.>
신은 모든 것을 통치하나, 모든 것을 만들어 내진 못한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통제하는 것이 신의 고귀한 권능이자,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정령과 인간들의 권능을 누구보다 탐내 온 것이 바로 신이다.
만들어진 것만을 통제하고 유지하는 신이 아닌, 스스로 창조의 권능을 손에 쥐고 모든 것을 ‘재창조’하는 것이 신이 바라는 유일한 소망이자 욕심.
“창조의 권능…….”
[왜 너희 인간들이 ‘던전’이라 부르는 이 공간이 생겨났는지 짐작되지 않나?]“…….”
창조의 권능을 정령들로부터 빼앗기 위해선, 여섯 속성의 정령왕과 창조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태초의 정령이 모두 힘을 잃고 소멸되어야 했다.
그래서 신은 자신의 통제력을 발휘해, 이 세계를 지탱하던 여섯 정령들을 우선 던전에 봉인했다.
그렇게 이 세계를 지탱하던 정령들의 힘이 동시에 모두 봉인되어 버리자, 신은 하나의 가능성을 더 엿봤다.
[너희가 말하는 균열 던전이라는 아공간에서 파생되는 자신의 통제를 받는 존재들을 통해서, 우리를 봉인한 신이 원하는 것은…….]<이 세계의 재창조. 신의 언령을 빌어 표현하면 ‘정화 작업’이다.>
“설마…….”
강력한 신의 의지를 담은 ‘정화 작업’이 뜻하는 것이 바로 균열을 통한 이 세계의 멸망이라는 것을 직감한 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렇다면, 그 정화 작업을 막기 위해서 정령들이 만들어 낸 것이, 우리 각성자들입니까?”
<그렇다.>
[던전을 만들어 정령왕들을 강제로 봉인한 것이 신이라면, 우리 정령들은 신의 의지에 대항해 너희 각성자들을 ‘창조’해 냈다.]창조의 권능을 통해 만들어진 여섯 정령왕들에게 부여된 자유 의지는 정령왕들이 봉인되었음에도 발현되었다.
[우리의 의지는, 이 세계를 지금까지처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태초에 세계를 창조하고, 지탱해 온 건 정령들이지만, 이 세계의 주인은 너희 인간들이다. 너희도 창조의 권능을 이어받은 존재들이며, 그 권능을 발현해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살아왔다.>
정령들의 의지와 함께 발현된 창조의 권능은 이 세계를 정화하려는 신의 의지에 맞서 ‘각성’을 창조해 냈다.
창조된 각성 능력을 지금까지 유지해 오며 발전시킨 건 바로 수많은 헌터들과 각성자들이었다.
“지금까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그니스와 까망이의 말을 모두 들은 주혁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은 우리도 모른다.>
“……!”
지금까지의 장황한 설명과는 다르게 한 치의 고민 없이 딱 잘라 모른다고 확언하는 까망이의 말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우리의 존재는 그저 이 세계를 지탱하는 것일 뿐. 말하지 않았나?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너희 인간들이다.>
“아까는 분명 가능성을 봤다고…….”
<우리가 창조한 권능으로 너희 인간은 무수한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비록 내 결심이 너무나 늦어 이미 대지와 빛을 잃었지만, 너희 인간들이 흔히 ‘기적’이라 부르는 일이 일어났지.>
“…….”
그 말을 듣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던 주혁이 고개를 들어 지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은 씨가 이그니스 님을 정화한 일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