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73화(7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3화
길드원들보다 먼저 대강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대로 된 자세한 사정을 들은 것은 지은도 지금이 처음이었다.
신에 의해 정령왕들이 봉인되었고, 까망이가 정령왕들을 창조한 태초의 정령이라는 사실 외에도 던전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것도 잠시. 주혁이 자신을 바라보며 한 말에 정신을 차린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가 정령왕 님을 정화했어요.”
“어떻게 정화를 하셨습니까?”
“……이 수건으로 정령왕 님을 박박 닦았어요.”
지은이 손에 들고 있던 무적 수건을 알아본 길드원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모든 찌든 때와 기름기를 말끔하게 닦아 주고도 더러워지지 않는 주방용 아이템인 줄만 알았던 수건으로 정령왕의 몸을 닦았다니.
그리고 그런 황당한 방법으로 타락했던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온전히 힘을 되찾고 정화되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탓에 길드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지은을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다.
“세상에…….”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이에요. 아이템 설명에 ‘모든 더러운 부분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라는 내용이 있어서 혹시 하고 닦아 봤는데 검은 불길이 지워졌어요.”
[맞다. 우리 같은 고결한 정령왕들에게 타락했다는 의미는 더렵혀졌다는 뜻과 마찬가지니까. 원래대로 돌아가니 힘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지.]“그럼 저희는 앞으로 세 속성의 정령왕들을 찾아야 하고, 지은 씨가 그 정령왕들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서 정화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다른 세 속성의 정령왕들도 이그니스 님처럼 인간에게 우호적입니까?”
[나는 불의 정령왕. 다른 속성의 정령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너희 인간들과 함께한 속성이 아니다.]“그게 무슨…….”
[나는 너희 인간들이 창조해내기 전까지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 다른 속성의 정령들의 힘을 빌려서만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었던 존재였지.]인간이 불을 피우는 법을 발견해 내기 전까진, 그저 하늘과 땅, 물과 같은 자연 현상을 통해서나 겨우 발현되는 속성이던 불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인간들의 손에서 마침내 피어나 함께 공존하기 시작한 존재였다.
길드원들을 바라보던 까망이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불의 속성은 어쩌면 지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유일한 속성이다. 그 존재를 발견한 건 너희 인간들이지.>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너희 인간들에게 항상 감사해했지. 비록 나의 힘이 너희 인간들에게 반드시 이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 또한 나를 이 세계에 존재하게 해 준 너희 인간들의 뜻이라 생각했다.]그런 만큼 이그니스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게 해 준 인간들에게 가장 맹목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 친화적인 정령이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렇다고 하지만, 다른 정령왕들은 태초부터 너희 인간들과 함께해 온 존재들이다. 그래서 너희에게 나처럼 맹목적으로 우호적일지, 아니면 타락에 잠식되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그렇다면, 다른 정령왕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까?”
[그 또한 모른다. 모든 정령왕들이 던전에 한 번에 봉인되었으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타락한 정령은 정령이 아니다. 그저 너희가 지칭하는 몬스터와 똑같은 존재들일 뿐.>
[그래, 지금 정화된 나는 너희에게 어떻게 보이지?]손을 들어 자신을 처음에 공격했던 수영을 정확히 가리킨 이그니스의 질문에 정령왕에게 직접 지목당한 수영이 당황한 것도 잠시, 곧바로 이그니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처음엔 모든 헌터들이 그렇듯, ‘적’으로 인지되는 붉은 표식이 떠올라 있었어요.”
[그러니 내가 너희를 해칠 의사가 없다고 해도 공격한 것이겠지. 그러면 지금은?]“지금은 아무런 표시도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지금 여기 있는 샐러맨더들도 마찬가지고요.”
이그니스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난 하급 정령 샐러맨더들이 모여 있는 인간들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 수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그니스가 말했다.
[난 이제 나의 권능을 되찾았으니, 언젠가 너희 인간들 중에 나와 계약할 그릇이 될 인간이 있다면 이 던전이 유지되는 한 계약을 할 수도 있겠지.]“불의 정령왕과 계약하는 정령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세상에…….”
지금까지의 정령사들 중, 지은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정령사도 중급 정령보다 높은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가 없었다. 그건 불의 정령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나는 정령계로 다시 돌아가 상급 정령들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내 아이들로 하여금 너희를 도울 수 있도록 이야기할 예정이다.]중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들 중에서도 랭커의 반열에 올라있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그런 와중에 상급 정령은 물론이고 만약 이그니스와 계약을 맺는 정령사가 나온다면 앞으로의 던전 토벌에 큰 전력이 추가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주혁의 말에 이그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들이 창조한 저희의 각성 능력에 신의 개입이 있을 수 있습니까?”
[신의 개입이라면?]“각성을 한 수많은 헌터들 중, 던전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선택한 헌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헌터들은 대부분 능력의 폭주를 일으키거나, 어느 날 갑자기 던전에 무모하게 뛰어들어 목숨을 잃습니다.”
던전 중독 현상, 혹은 능력 폭주로 불리는 문제.
헌터들은 물론이고, 정부에서까지 개입해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사려는 헌터들에게 발에 채워진 족쇄처럼 늘 따라다니는 문제.
[우리는 너희와 함께하기 위해 존재한다. 너희 인간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우리가 창조할 순 없다.]“……그 말은.”
[너의 말대로 신의 농간이거나. 아니면 타락한 다른 정령들이 개입한 거겠지.]이 세계를 재창조하기 위한 신의 정화 작업 중 하나인지, 아니면 타락한 정령왕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인지.
어찌 되었든 신의 의도에 꼼짝없이 묶인 채로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각성한 헌터들은 던전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운명을 짊어져야 한다는 소리였다.
[짧은 삶을 살아가는 너희들에겐 정말로 잔인한 일이구나…….]탄식과도 같은 이그니스의 말을 들으며 주혁을 비롯한 모든 길드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어야 했다.
그런 인간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이그니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말했다.
[그럼, 너희의 앞길에 우리의 가호가 함께하길 빌겠다.]그 말을 마친 이그니스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은에게 다가오더니 별안간 지은을 와락 끌어안았다.
“……?”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게 된 창조의 아이야. 부디 몸조심하거라.]“감사합니다, 이그니스 님. 꼭 계약하셔서 저희를 도와주세요.”
놀란 것도 잠시, 지은이 팔을 뻗어 이그니스를 마주 안자 인자하게 미소 지은 이그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 행운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마.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내 모든 걸 걸고 너희를 돕겠다고 약속하겠다.]* * *
<나도 너무 많은 것을 너희에게 짊어지게 했구나.>
이그니스가 정령계로 돌아가고 난 뒤.
이그니스가 서 있던 곳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까망이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 말을 들은 지은이 까망이를 품에 안아 들고 말했다.
“민까망, 정말 대단한 존재였네?”
<그래 봤자, 대지와 빛의 정령왕을 잃게 한 내 과오가 사라지진 않는다.>
“아니, 까망이 너는 딱 하나 빼곤 잘못 없어.”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말투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지은을 까망이가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하나가 뭐지?>
“네가 잘못한 건, 나한테 처음부터 미리 말을 해 주지 않았다는 거야.”
<…….>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방법을 찾았다면 좋았겠지만.”
<주인…… 미안하다.>
“또 막상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했으면 과연 그때의 내가 널 제대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웃어 보인 지은이 덧붙인 말에 까망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니까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해.”
<…….>
“넌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정령왕들과 함께 우리를 지켜 주려고 각성 능력을 창조한 정령이잖아.”
<그렇게 생각해 줄 수도 있구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내 말대로 우리 인간들에게 이런 각성 능력도 없었다면, 20년 전에 이미 큰일이 났을 거고.”
<……내가 너를 선택한 게, 정말 다행이구나.>
“네가 나를 선택했지만, 결국 네 선택을 받아들이고 이 생활을 이어 가기로 한 건 나야. 그러니까 까망이 너의 책임은 앞으로 나도 같이 질 거야.”
<…….>
“그러니까 이제는 부르면 재깍재깍 나오자, 솔직히 나 엄청 화났었거든? 그러니까 앞으론 화나게 하지 말자.”
화났다고 말하면서도 자신과 눈을 맞춰 오며 웃고 있는 지은을 가만히 바라보던 까망이가 이내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약속하겠다.>
“그런데 이제 고양이 말투는 안 써? 나름 매력 있었는데.”
<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쓰기엔 정령의 위신이 살지 않는다.>
“그럼 나랑만 있을 땐 쓸 거야?”
<뭐…… 주인이 원한다면?>
“그래야 우리 민까망답지!”
그동안 제약을 받기 때문에 숨겨 왔던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냈고, 그 탓에 현신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게 된 까망이가 ‘조금만 쉬고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자, 그제야 까망이에게서 시선을 돌린 지은이 자신을 열렬하게 바라보고 있는 길드원들의 눈빛에 흠칫 몸을 떨었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그럼! 엄청 많지!”
지은이 데리고 있는 까망이가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길드원들은 까망이가 사라지자마자 지은에게 열렬하게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수건으로 정령왕을 닦아 볼 생각을 한 거야!”
“아니, 그냥 좋은 수건이라고만 생각했지! 지은아 너 천재니?”
“아뇨…… 정말 충동적으로 생각해 낸 거예요!”
“지은이 너, 정말 의외의 구석에서 행동파인 경향이 있다니까!”
“그렇게 말렸는데도 저주 포션을 마셨을 때부터 알아봤어, 우린!”
“하하하…….”
“직접 트럭을 운전하겠다고 할 때도 얼마나 웃겼는데!”
“‘한번 들이받고 올게요!’라고 말했을 때 얼마나 진지했는지 알아?”
“그랬나요?”
“어휴,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무전을 받았을 때는 정말 놀랐다니까. 갑자기 보스 몬스터가 직접 움직여 너를 찾아갈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너 기절했었잖아! 괜찮아?”
어떻게들 참고 있었는지 지은이 미처 대답도 다 하기 전에 몰아치는 수많은 질문들. 다친 덴 없냐며 이제는 지은의 몸을 꼼꼼히 살펴보는 유라는 물론이고, 혹시 모르니 회복 마법을 걸어 주기 시작한 형준과 준형.
모든 길드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걱정과 잔소리를 반반 섞어서 내뱉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지은의 웃음을 시작으로 길드원들 전체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되었든 처음으로 5층을 토벌했고, 앞으로의 던전 공략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그리고 보스였던 이그니스가 정화되자 던전은 빠르게 정령들의 기운에 의해 제 모습을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보스가 토벌되었어도 던전에서 끊임없이 리젠되는 몬스터들로 가득했던 기존의 던전과는 다르게, 쩍쩍 갈라진 땅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에서 새로이 불의 정령들이 탄생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아, 그리고 헌터 마켓에 이상한 게 추가되었던데?”
그리고 누군가의 그 한마디에 지은은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다가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푸드 코너?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