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7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78화(7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8화
“나온다!”
던전의 문이 열리고, 환한 빛과 함께 청명 길드의 토벌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 세례에 익숙한 길드원들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은은 처음 토벌대가 들어가기 전보다 몇 배는 많은 기자들과 몰려든 환영 인파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히익…….”
긴장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몰려든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연신 터져 나오는 기자들의 카메라셔터 세례에 저절로 주눅이 든 지은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5층 던전의 입구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한 말씀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랭커가중계입니다! 앞으로의 토벌 진행에 대해서 생각해 두신 점 있으십니까!”
“이번 토벌대에 화제의 푸드 트럭이 함께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던전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게 특수한 능력을 가진 각성자 때문인가요!”
쏟아지는 질문에 지은이 덜덜 떨리는 입을 열려던 찰나, 그런 지은의 앞에 주혁과 길드원들이 나서 기자들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가렸다.
“지은 씨, 어떻게 할래요?”
“네?”
“저희는 잠깐이라도 기자 회견을 해야겠지만, 지은 씨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도망치자고요, 정말?”
“뭐…… 비슷하죠.”
공식적인 토벌대의 명단은 50명.
지은은 정확히 말하자면 정식 토벌대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덕분에 기자들이 더 몰려든 경향도 있었다.
토벌대가 푸드 트럭과 함께 다니며 음식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는 사실은 던전 안에서 많은 헌터들이 이미 목격하고 진술한 내용들이었다.
길드장인 주혁은 물론이고, 대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길드장인 성진은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헌터 게시판을 열고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헌터 관련 기사들은 헌터 커뮤니티인 헌터 게시판에서 나오기에 예상 질문을 빠르게 파악하던 성진이 주혁과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과 눈빛을 교환한 주혁이 다시 지은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제가 이래 보여도 길드장이긴 하지만.”
“…….”
“성실한 길드장은 아니라서요.”
“자랑이다.”
그렇게 말하는 주혁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갈 거면 빨리 가라며 유라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지은 씨, 폐쇄 공포증은 없으시죠?”
“네? 그게 무슨…….?”
주혁에게 성진이 건네는 익숙한 가방을 확인한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크기를 조절하고, 내부의 공간을 무한히 늘릴 수 있는 아공간 배낭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저게 던전 안도 아니고 갑자기 왜 여기서 나와?
“안타깝게도, 던전 밖에서 마법이나 과도한 능력을 사용하는 건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가 되어 있어서요.”
“설…… 설마? 에이, 아니죠?”
성진과 유라의 신호에 빈틈없이 빽빽하게 지은과 주혁을 둘러싸고 가리기 시작하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지은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배낭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낭에 또 들어가라고요 지금? 여기에서?”
“제가 달리기가 조금 빠릅니다.”
“…….”
“점프력도 좀 좋고요. 제가 마음먹고 달리면 쫓아올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던전 안에서는 답답할까 봐 얼굴을 빼놓고 있었지만, 이제는 배낭 안에 거의 물건처럼 들어가야 할 운명에 처하자,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지은이 뒷걸음질 쳤다.
그런 지은에게 배낭을 활짝 펼쳐 보인 주혁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너무한데요!”
도망치자고 했던 게 이런 의미인지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지은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는 열렬한 환호성과 기자들의 목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주혁이 배낭을 메고 모습을 드러내자, 몰려든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던전 입구에 마련된 공식 기자 회견장으로 이동하던 주혁이 별안간 방향을 틀어 달려 나가는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그대로 주변 건물을 박차고 올라가 단숨에 옥상으로 올라가자 더욱 크게 환호성을 터트렸다.
5층 던전을 토벌하고 로컬 랭킹 1위인 주혁이 하나의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기자들이 미처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그대로 등을 돌린 주혁은 맞은편 건물로 뛰어가더니 이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공식 기자 회견장 길드장석에 성진이 무표정으로 앉는 모습을 확인한 기자들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왜 김성진이 길드장석에…….”
“설마…….”
“도망친 건가?”
설마 랭킹 1위이자 길드장인 주혁이 이 화제의 자리에서 도망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기자들이 애써 주혁이 사라진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는 것을 바라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다른 팀장들이 자리에 앉자 성진이 입을 열었다.
“기자 회견 진행하시죠. 청명 길드 임시 길드장을 맡게 된 김성진입니다.”
* * *
던전 지구에 몰려든 수많은 환영 인파들과 기자들에게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벗어난 주혁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배낭을 열었다.
“푸하!”
“하하!”
닫혀 있던 지퍼가 열리자마자 지은이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그 모습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주혁이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보며 지은이 손을 들어 주혁의 등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아프다며 너스레를 떠는 주혁의 얼굴을 흘겨보며 지은이 배낭 안에서 빠져나오고는 말했다.
“진짜 제가 무슨 짐덩이도 아니고…….”
자신 있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던 주혁을 믿는 게 아니었다. 길드원들 모두가 자신 모르게 약속이라도 한 듯 배낭 안에 지은을 다시 집어넣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길드원들이 온몸으로 가린 사이에 배낭 안에 자신이 들어갔다는 걸 눈치챈 기자들은 없을 게 분명했다.
능글맞게도 미소를 짓고 있는 주혁을 바라보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당장 눈앞에 가득했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벗어나니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돌아가실 거예요?”
“음……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 거 그냥 이대로 쭉 직무 유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먼저 도망치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자신의 말대로 정말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주혁의 얼굴을 보며 지은이 황당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처음 봤을 때부터 랭킹 1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태도를 쭉 보여 주고 있었다.
“저도 길드장을 맡으려고 맡은 게 아니라서요. 그것보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지은 씨?”
그동안 딱히 정해진 식사 시간이 있지 않았던 지은은 이번 토벌전 내내 매 끼니 제대로 챙겨 먹은 덕분에 배꼽시계가 다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고 주혁으로부터 배고프지 않냐는 말을 듣자마자 기가 막히게도 배가 고파 오기 시작했다.
“음…….”
배가 고픈 건 고픈 거고, 지은은 지금 열렬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던전 안에서 호텔이나 다름없는 아공간 텐트에서 잠을 자긴 했지만, 그래도 그 어느 좋은 침대보다 자기 방의 침대가 가장 편안한 법이었다.
배가 고픈 듯 배를 쓰다듬고 있는 주혁을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배도 고프고, 집에도 가고 싶은 지은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주혁 씨만 괜찮으면.”
“네?”
“저희 집으로 가는 건 어때요?”
“네에?”
집에도 가고 싶고, 배도 고팠기에 집에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고 마침 주혁도 배고프다고 먼저 말을 꺼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다.
자신이 쌩하니 가 버리면 혼자 남겨질 주혁이었다. 부담스러운 기자 회견장에서 도망치다시피 자신을 빼내 줬기도 했다. 더군다나 토벌전 내내 지은을 배려해 준 주혁이었기에, 거기까지 생각하니 지은은 푸드 트럭에서보다 훨씬 더 잘 차린 밥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드릴 것도 있고요.”
식사를 하자는 말은 쏙 빼놓고 대뜸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지은의 말에 주혁은 순간 멈칫했다.
“집에 남은 게 뭐가 있더라…….”
“…….”
“지하철을 타기에는 다 주혁 씨를 알아봐서 힘들 거 같은데, 택시라도 타고 갈까요?”
그런 주혁의 상태를 모른 채 정말로 집에 초대할 생각인지 집에 갈 방법을 고민하던 지은이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복귀 기념으로 제가 맛있게 밥해 드릴게요. 어때요?”
“저는…… 좋습니다.”
좋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주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런 주혁의 표정을 확인한 지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바쁘시면 굳이 안 오셔도…….”
“아뇨, 저 한가합니다.”
다급하게 자신의 말을 끊는 주혁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이내 자신을 보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주혁을 지나쳐 앞장서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요. 저 완전 배고프거든요.”
골목의 끝에 나오는 도로에 마침 정차하고 있는 택시를 손을 들어 잡으러 뛰어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주혁이 후, 하고 심호흡을 크게 내뱉고는 잡념을 털어 내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송주혁.’
다짜고짜 집에 초대라니. 토벌전 내내 붙어 다녀서 그런지 순간 심히 당황할 뻔했지만, 이내 유라도 스스럼없이 성진과 자신을 불러 함께 놀았던 것을 떠올린 주혁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택시를 잡은 지은이 주혁을 돌아보며 해맑게 말했다.
“뭐해요? 빨리 와요!”
“아, 네! 갑니다!”
* * *
택시를 타고 오는 내내 주혁을 알아본 택시 기사의 수다에 어울린 건 지은뿐이었다. 간간히 맞장구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지은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주혁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리는 안 돼 있는데, 일단 들어오세요.”
“아, 네.”
주혁의 상태와 마찬가지로 지은은 지금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집에 뭘 해 먹을 재료가 있었나?’
토벌전으로 인해서 한 달, 최대 50일을 비울 집에 식재료를 사 놨을 리가 없었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내내 생각했지만, 고작해야 김치냉장고 안에 있는 김치와 쌀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실낱같은 기대를 담아 냉장고를 열은 지은은 텅텅 비어 있는 내부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은이 한숨을 쉬는 소리에 놀란 주혁이 조심스럽게 물어 오자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생각이 짧았어요.”
“네?”
뭐가 생각이 짧았다는 걸까. 자신을 집에 초대한 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냉장고 문을 잡고 서 있는 지은의 뒷모습을 주혁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집에 초대해 놓고 이런 상태라니, 너무 성급했네요.”
“그게 무슨…… 아.”
지은의 말에 대답을 하려던 주혁이 반사적으로 말을 삼켰다.
토벌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지만 둘은 어디까지나 길드장과 길드원 사이. 아무리 유라가 자신을 편하게 대한다 한들, 아무 생각 없이 길드장이 집까지 따라 온 것을 지은이 뒤늦게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었다.
주혁이 입을 가린 채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나가야 할까.’
그런 주혁의 마음도 모른 채 지은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배는 고프고, 혼자라면 뭐라도 간단하게 시켜 먹었겠지만, 지금은 자신이 주혁을 초대까지 한 상황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건 너무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네요.”
“네?”
“장 보러 가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