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7화(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7화
기가 차다는 듯 지은이 까망이를 흘겨보았다. 첫 손님부터 돈 대신 이상한 돌이나 받았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그래도 손님으로 쳐줘서 다행이다, 그치?”
<9명 남았다냥.>
완전히 허탕 칠 줄 알았던 던전 4층 중심부에서 손님이라니, 어쩌면 운이 좋은 건지도 몰랐다.
이제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폐점 시간이 되면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테니 다시 던전에 들어올 땐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길 빌던 지은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다시 보였다.
방금 어둠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남자였다.
“……샌드위치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네, 문제가 좀 있네요.”
손에는 그새 다 먹었는지 비어 버린 포장 용기를 든 채로 어느새 조리대 앞까지 훅 다가온 남자가 샌드위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빙긋 웃었다.
“너무 맛있어서 문제군요. 던전 안에서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은 게 처음이라…….”
“네……?”
빈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사먹었던 그 어떤 샌드위치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 빵빵했던 샌드위치는 알맞게 구워진 베이컨과 탱글탱글한 계란, 그리고 거기에 아삭아삭한 양상추와 토마토가 곁들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맛있어서 문제라는 자신의 말에 첫 손님부터 클레임이 걸린 줄 알고 긴장하고 있던 지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보며 남자가 진열대에 놓인 샌드위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9개…….’
“맛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환하게 웃음 짓는 지은을 보며 남자가 말했다.
“하나 더 구매하러 왔는데 가능할까요?”
진열대에 남은 9개의 샌드위치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남자가 말했다.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가 맛있다는 말에 활짝 미소를 짓고 있던 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변했다.
“손님, 돈 없으시다고 했잖아요?”
“돈은 없어도 다른 건 많은데. 물물 교환하죠.”
“하아…… 물물 교환이요?”
“네, 아까 전에 분명 손님 10명에게 판매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거래를 하려고 왔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열 명의 손님이 필요한 퀘스트인 것 같은데, 그 손님 10명분,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이미 카운트된 손님인 남자의 말에, 지은이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도 퀘스트 내용을 알아챈 걸 보니 눈치는 빠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지은에게 남자가 내건 제안.
“남은 9명의 손님 몫, 제가 해 드릴게요.”
“네?”
“하루에 같은 사람이 10번을 와도 다 손님인 거잖아요. 어차피 매출을 올려 주는 건 똑같으니까.”
“아!”
“제가 지금 이걸 하나 더 사가면, 전 두 번째로 온 손님이 되는 거죠. 아닌가요?”
진열대에 있는 샌드위치를 가리키며 하는 확신에 찬 말에 지은이 급하게 퀘스트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신규 퀘스트 : 손님 10명에게 음식 판매하기]– 현재 진행도 : 10% (1명/10명)
다시 한번 확인한 퀘스트 내용은 손님 10명에게 음식을 판매하라는 것뿐이었다.
각각 다른 손님 10명에게 판매하라는 말이 없으니, 재방문한 손님이 다시 카운트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 말이 맞죠?”
“네…… 아마 그럴 거 같아요.”
지은의 대답에 그거 보라며 환하게 웃은 남자가 이내 손을 뻗어 진열대에 남은 첫 번째 샌드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래하죠. 이 넓은 던전에서 사람을 만난 것도 엄청 행운인데.”
“으으으음…….”
지은의 미심쩍은 표정에도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부터 9번 왔다 갔다 하겠습니다. 이 가게의 문은 아마 저기 바닥에 보이는 저 붉은 선 같은데.”
“선이요?”
뜬금없이 이번에는 붉은 선을 가리키며 가게 문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저건 그냥 안전 영역 표시예요.”
“그래도 한번 시험해 보죠. 제가 지금 이걸 드릴 테니 일단 샌드위치 하나 더 팔아 주실래요?”
남자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금화였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것처럼 색이 살짝 바래 있었지만 빛을 받으니 반짝반짝하는 것이 진짜 같았다.
“그거…… 진짜 금이에요?”
“네, 아마 맞을 겁니다.”
“금이랑 샌드위치 하나랑 바꾸자고요? 왜요?”
“전 지금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상태고, 제가 가진 건 이런 것들밖에 없어요.”
“…….”
세상에 이런 금수저가 있다니.
얼떨떨한 지은을 향해, 남자가 미소 지으며 금화를 내밀었다.
“그러니 이 금화 1개당 저 샌드위치 1개로 아홉 번 거래하는 건 어때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장사였다.
저 남자가 손에 쥔 금화가 정말로 금이 맞다면, 재료비도 들지 않은 샌드위치 하나를 팔고 금화 하나를 받는 것이니까.
‘지금 금 시세가 어떻게 되더라……?’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지은이 진열대 쇼케이스를 열어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남자에게 건넸다.
“네! 그럼 거래할게요.”
샌드위치를 건네주고 금화 한 개를 받자마자 남자와 지은의 예상대로 퀘스트 내용이 갱신되었다는 알림이 울려 퍼졌다.
[퀘스트 진행도 : 20% (2명/10명)]“진짜네…… 진행도가 올랐어요!”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남자의 손에서 들린 샌드위치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아무래도 바로 인벤토리에 넣은 듯했다.
샌드위치도 아이템의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소지품으로 쳐주는 것 같았다. 인벤토리에 있는 한 상할 걱정은 없으니 다행이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하나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리고 지은은 앞에 있는 이 첫 번째, 두 번째 손님 역을 해준 남자에게 지금 막 생겨난 의문점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지금 바로 또 판매를 하면 새로운 손님일지, 아니면 같은 손님의 추가 주문일지 궁금해서요.”
“아, 확실히 실험해 볼 만하군요.”
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방금 전과 똑같은 금화를 꺼낸 남자가 망설임 없이 금화를 지은에게 건넸다.
이번에도 똑같이 금화를 받고 샌드위치를 건넸지만, 바로 반응하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시스템창은 묵묵부답이었다.
“되나요?”
“아니요, 진행률이 오르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같은 손님의 추가 주문으로 여겨지는 거 같아요.”
금화를 다시 남자에게 돌려주고 자연스럽게 다시 샌드위치를 받은 지은이, 아까 전 남자가 말한 안전 영역을 표시해 주는 붉은 선을 바라보았다.
“한 번 나갔다가 와 주실래요?”
“저 붉은 선 밖으로 말이죠?”
“네, 손님 말대로 저게 진짜 가게 ‘문’이 맞나 싶어서요.”
실험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저 안전 영역을 표시한다고 생각했던 저 붉은 선이 가게의 ‘문’ 역할을 하는 것이 맞았다.
[퀘스트 진행도 : 30% (3명/10명)]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남자에게 샌드위치를 건네고 금화를 받으니 착실하게 진행률이 올랐다는 알림이 울렸다.
저 붉은 선을 기준으로 안쪽이 내부라는 소리였다.
또 매장 내부에 들어왔던 손님은 첫 번째 구매 이후 문 역할을 하는 붉은 선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는 이상 ‘추가 주문’으로 여겨지는지 새로운 손님으로 카운트되지는 않았다.
뜻하지 않게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 기분이 매우 좋아진 지은이 활짝 웃었다.
벌써 붉은 선 밖으로 왔다 갔다 한지 9번째.
마지막 거래를 하기 위해서 다시 진열대 앞에 선 남자가 그런 지은을 보며 웃어 보였다.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시네요.”
“네,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어요.”
“이걸로 퀘스트도 완료되었고요.”
진열대에 남아 있는 마지막 10번째 샌드위치를 건네고 금화를 받자 진행률이 100%가 되며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신규 퀘스트 : ‘손님 10명에게 음식 판매하기’가 완료되었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클래스 : 푸드 트럭 사장님(히든)으로 완벽히 전직했습니다.
– 전직 완료! 헌터 마켓 사용 권한이 생겼습니다.
– 전직 완료! 헌터 마켓 경매장 이용 권한이 생겼습니다.
이제 자유롭게 헌터 마켓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경매장을 이용해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 스킬 포인트(100p)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아이템 뽑기권(일반 1회)’를 획득했습니다.
– 튜토리얼 퀘스트 클리어 시간에 비례해 좋은 보상을 받을 확률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스킬/아이템 뽑기권’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 ‘스킬/아이템 뽑기권(유니크 1회)’를 획득했습니다!
튜토리얼이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주르륵 펼쳐지는 양피지의 내용을 보며 지은은 자신이 진짜로 완전한 각성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퀘스트 완료 축하드립니다.”
“아!”
튜토리얼을 깨는데 일등 공신이 되어 준 남자를 바라보던 지은이 이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저도 감사합니다. 4층 중심부까지 들어오긴 했는데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이제 적어도 10끼분은 더 생겼으니까요.”
“던전에 더 머무를 생각이세요?”
“네, 이제 식량이 생겼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10번째로 구매한 샌드위치를 흔들며 씩 웃는 남자를 바라보던 지은이 잠깐의 고민을 마치고는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그럼 제 퀘스트를 끝내는 것도 도와주셨고, 덕분에 몰랐던 판매 규칙도 알았으니까, 제가 서비스 좀 해 드려도 될까요?”
“서비스요?”
“제가 만들어 놓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샌드위치가 아무리 맛있어도 열 끼나 같은 걸 먹으면 질리잖아요.”
“음…… 질릴 거 같진 않은데요.”
“제가 다른 음식 몇 개 금방 해 드릴게요!”
지금 인벤토리에 있는 재료는 베이컨과 계란, 그리고 토마토와 양상추, 빵이 전부였지만, 다른 음식을 하기 충분한 재료들이었다.
“사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제가 많이 하진 못하고, 대신 빠르게 해 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폐점 시간까지 앞으로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17시 30분까지는 영업하는 걸로 시간을 정했을 텐데. 지금 지은은 폐점 시간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너무 고마운 첫 번째 손님이다. 던전의 4층에서 이렇게 손님을 받은 것도 행운인데, 귀찮았을 텐데 여러 실험에 기꺼이 응해 주고 튜토리얼을 완료하게 해 준 친절한 손님이었다.
문득 지은은 이 남자를 다시 던전 안에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사실상 하루에 10번이나 온 첫 손님이자, 단골손님인데.
“이름이 뭐예요?”
분주하게 인벤토리에서 계란과 베이컨을 꺼내는 일련의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이름을 물어보는 지은의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 말씀이신가요?”
“네, 너무 고마워서요. 꼭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또 오시면 이름 불러 드릴게요.”
이름 부르는 건 완전 찐 단골로 인정한다는 거 아시죠? 활짝 미소 짓는 지은을 바라보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큽…… 푸하하.”
“왜 웃어요? 이제 그쪽은 오픈 첫날에 열 번이나 방문한 단골손님인데?”
“단골손님 좋네요. 송주혁입니다.”
“민지은이에요.”
“역시…… 그래서 지은이네 푸드 트럭이었군요.”
주혁의 말에 막 철판에 기름을 두르던 지은이 휘청거렸다. 아무래도 진짜로 가게 이름을 말하는 건 다신 하지 말아야 할 듯싶었다.
남에게 ‘지은이네 푸드 트럭’이라고 불리는 것은 꽤 부끄러운 일이었다.
“놀리지 말아요. 베이컨 계란말이 좋아하세요?”
“좋아합니다.”
“토마토 스튜는요?”
“좋아합니다.”
“안 좋아하는 게 뭐예요?”
“없습니다. 사실 먹을 수 있으면 다 좋아합니다.”
“뭐예요, 그게.”
분주하게 손을 놀리던 지은이 주혁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지은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에, 미소 지은 주혁이 곧 그녀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새카만 던전에서 유일하게 은은히 빛나는 푸드 트럭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