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0화(8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0화
“있잖아요.”
후식으로 내온 포도와 사과를 주혁이 열심히 먹는 동안 포크로 집어 든 사과 하나를 들어 올린 채 고민하고 있던 지은이 말을 꺼냈다.
지은이 말을 꺼낼 때까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과일을 먹으며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척하던 주혁이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고는 지은을 바라보았다.
주혁과 눈이 마주친 지은이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간 곳은 화이트 보드판 앞이었다.
그리다 만 것인지 커다란 원만 남아 있는 화이트보드 판에 보드 마커를 손에 든 지은이 거침없이 원 안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은 씨?”
커다란 원 안에 마치 구역을 나누는 듯 선을 막힘없이 그리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이내 지은이 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은의 손에 금세 수십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지는 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설마. 던전 지도…… 입니까?”
마지막 구역까지 빈틈없이 나눠진 원 위에 떨리는 손으로 [던전 4층]이라고 써 내려간 지은이 후, 하고 한숨을 내뱉고 주혁을 돌아보고는 말했다.
“이걸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이미 계층 보스몹을 쓰러트려 중심부까지 개척이 이루어졌지만, 정작 던전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어 막막했던 4층 던전의 지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미 개척된 구역이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주혁이 혼이 쏙 나간 채로 지은의 옆에 다가와 섰다.
개척된 영역은 파란색 보드 마커로 선을 이어서 표시해 놓고, 이내 개척되지 않은 던전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
지도 위에 던전 이름을 써 내려가는 소리만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 이미 외워둔 듯 어떤 것도 보지 않고 막힘없이 4층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지은의 눈이 사뭇 진지했다.
이내 마지막 던전까지 이름을 모두 적은 지은이 보드 마커를 내려놓고는 주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던전 4층의 지도예요.”
“지은 씨…… 이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주혁이 차마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벌리고는 손을 들어 지은이 그려 낸 지도 위에 떨리는 손을 가져다 댔다.
“각성한 이후로 매일같이 하루에 수십 번 넘게 던전에 들어갔어요.”
“…….”
“처음엔 그냥 던전 안에서 손님을 만나고, 음식을 팔아 보고 싶어서였는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으로 주혁을 만나 음식을 판매하고 난 뒤에도, 던전 안에선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던전 안에서 음식을 팔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길드에 들어오고 토벌전까지 겪고 나니 확신이 섰어요.”
“어떤 확신이 들었습니까?”
“제가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요. 지금 그린 이 지도처럼요.”
“…….”
“지도의 정확성은 보장할 수 있어요. 제 스킬 아시잖아요. 모두 제가 몇 번씩 들어갔다가 나온 던전들이에요.”
“정말 엄청나군요…….”
“1층이나 2층으로 데려다 달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던전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혼자서 하니까 전혀 들어주질 않던데.”
“…….”
“그렇게 4층뿐만 아니라 3층의 미개척 던전만 계속해서 들어가니까 지치더라고요.”
간절한 자신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3층과 4층의 미개척 던전으로 안내하던 스킬 때문에 좌절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여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들어갔던 던전만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새로운 층이 열렸어요. 그리고 그때 확신했거든요.”
“3층과 4층의 모든 던전을 다 돌았다는 확신인가요.”
“네, 바로 그거예요. 2층은 물론이고 5층까지 들어갔다 왔으니까요. 그런데 또 망설여지더라고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날, 처음으로 들어간 5층 던전,
그리고 이어진 2층 던전에서 손님을 한 명 받았기에, 그 손님이 너무나 기쁜 얼굴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봤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첫 손님이었던 주혁이 사실은 랭킹 1위의 랭커이자 청명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만 해도, 랭킹 1위에게 음식값을 사기 친 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다.
자신이 건네받았던 물건이 게이트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렇게 헌터들의 세계에 꼼짝없이 끌려가는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
“사실 저도 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어요.”
“지은 씨…….”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이 세계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어요. 무서웠거든요.”
지은의 대답에 주혁이 아, 하고 탄성을 터트렸다. 그런 주혁의 반응에 멋쩍게 웃음을 터트린 지은이 말을 이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생각대로 내가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안전할 수 있을까?”
“…….”
“길드도 마찬가지였어요. 솔직히 길드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저에게 강압적으로 뭔가를 요구하게 되면 저는 벗어날 방법이 없으니까요.”
“저는, 아니 저희는 지은 씨를 강제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자신의 말에 다급하게 소리치는 주혁에게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번 토벌전 기간 동안 그렇게 느꼈어요. 여기에선 나는 안전하겠구나.”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헌터들의 세계에, 던전에 발을 담글 용기가 났어요. 그리고 이게 제 결심이에요.”
* * *
[5층 던전의 시대 개막! 앞으로의 길드 연합의 행보는?] [“앞으로의 던전 개척은 길드 차원의 더욱 긴밀한 협조가 필요.”] [도망친 송주혁? 미심쩍은 그의 행보.] [태백 길드 ‘공식 석상에서 도망치듯 사라진 송주혁, 길드장답지 못한 행동’ 비판]“난리 났네.”
모든 신문사의 신문은 물론이고 인터넷 기사들까지 살펴보던 주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성진이 피식 웃었다.
“자랑이다.”
“그래도 덕분에 확실히 지은 씨의 신변을 캐려는 기사들은 쏙 들어갔지.”
주혁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지은의 푸드 트럭이 임팩트가 강하다고 한들, 던전 안에 들어올 수 없는 기자들의 관심은 5층 토벌에 더 많이 쏠려 있었다.
“다른 길드들이나 정부 쪽은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은데.”
“그 능구렁이 같은 놈들이 또 뭐래?”
문제는 일반인들이 아니라 다른 길드들이나 정부의 움직임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우려했던 문제인 5층의 존재를 알게 되어 균열 던전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가뜩이나 청명 길드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던 일반인들 사이에서 청명 길드의 입지는 더욱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 민심과 더불어 정부와 다른 길드들은 청명 길드의 인기와 힘이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지자 확실한 제제를 걸고 싶어 했다.
“다른 길드들이 이번 신입 길드원 모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어.”
“음…… 자기 길드 간판들을 지키려는 거지.”
높아진 길드의 인기에 다른 길드에 묶여 있던 랭커들도 반응했다.
각 길드별로 유명한 랭커들이 존재했는데, 그들은 이번 5층 토벌로 인해 높아진 청명 길드의 위세에 함께하고 싶어 했다.
공식적인 길드 랭킹 집계는 없었지만, 지금 청명 길드는 유일하게 태백 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몇 년 동안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길드였다.
태백 길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비교 대상이 없어졌을 만큼 커진 영향력 덕분에 다른 길드들의 간판 랭커들은 ‘뱀의 머리가 되느니, 용의 몸이 되겠다.’라고 청명 길드에 지금도 꾸준히 오퍼를 넣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자신들의 간판 랭커들을 뺏길 길드들이 아니었다.
주혁의 주도로 길드 연합이 탄생하기 전의 무법 시절을 거론하며 특정한 길드에 너무 많은 힘이 주어지면 안 된다며 할당제를 주장하고, 정부는 대형 길드들은 신입 헌터들을 육성하는 교육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한심한 놈들.”
이제는 정말 힘을 합쳐서 던전 토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런 와중에도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고 노력하는 다른 길드들의 행보에 질린 주혁이 차갑게 내뱉은 말에 성진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지은이는?”
“당분간 조금 생각할 게 있다고 쉰다고 했어.”
뜻하지 않게 지은의 집에 초대되어 밥을 먹고 왔던 기억을 떠올린 주혁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결심이라며 4층의 지도를 선보이던 지은은 공식적으로는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지만, 지금 던전 지도와 함께 각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필드 특성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지은의 이야기를 꺼내자 미소 짓는 주혁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던 성진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지은이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너 알고 있었지.”
“……뭐가?”
주혁이 지은을 4층에서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성진이 유일했다. 그와 별개로 지은의 능력에 대해서 모두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성진만큼 확신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지은이의 능력.”
“…….”
“던전에 랜덤하게 입장하는 그 능력에 층수 제한이 없는 거 맞지?”
성진의 말에 주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치라고는 없는 성진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지은의 능력을 토벌에 참여했던 길드원들 거의 대부분이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항상 신중하게 결정하던 놈이 미리 준비를 다 해 놨다고 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토벌전 일정을 발표할 리가 없거든.”
“…….”
“따로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에 지은이를 길드에 영입했고.”
그것 말고도 직접 주혁의 오더를 듣고 토벌전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던 재정 담당인 성진은 화염 내성 방어구의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입장했던 5층의 던전이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라는 것을 확인하자 더욱 자신의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뭐.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져 봤자 좋을 게 없으니 다들 말을 안 하는 것뿐이야.”
던전 안에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랜덤으로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층수 제한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틀림없이 지은에게 엄청난 관심이 쏟아질 것은 분명했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5층 토벌에 성공하자마자 수많은 견제가 쏟아지고 있는 길드의 현 상황을 보면 더욱더 지은의 능력을 숨겨야 했다.
“난 지은 씨를 이용할 생각 없어.”
주혁의 단호한 말에 성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누구는 이용할 생각이래? 지은이가 얼마나 착한데.”
그렇게 말하는 성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주혁이 멈칫했다.
“야, 너 왜 지은 씨를 편하게 불러?”
“뭐?”
“둘이 말을 놓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친하게 부르냐고.”
주혁이 태클을 건 부분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성진이 말했다.
“뭐라는 거야. 지은이보다 나이 어린 길드원이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편하게 부른다고?”
주혁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 성진이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주혁의 앞에 던지며 말했다.
“불쌍한 놈아, 이거나 확인해.”
“이건 뭔데? 아니, 그것보다 왜 말을 돌려?”
“토벌전에 참여했던 길드원들 다 지은이랑 말 놓기로 했는데 왜 시비야.”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