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1화(8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1화
“안녕하세요!”
“지은아!”
길드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아는 체를 하는 길드원들에게 방긋방긋 웃어 보이며 지은이 연신 고개를 꾸벅 숙였다. 토벌전 이후 출근하고 싶을 때 길드에 출근하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주혁의 배려 덕분에 지금 지은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물론 지은이 집에서 쉬기만 한 건 아니었다. 3층과 4층의 지도를 완성하고, 각 던전의 특징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파일들이 USB에 담겨 있었다.
지금껏 들어갔던 던전들의 특징을 꼼꼼하게 적어 둘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들어갔던 던전에서 손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님이 없으니 할 일이 없고, 까망이와 던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안전 영역 바깥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관찰하고 던전의 지형을 조금씩이나마 파악하고 적어 둔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던전 지도를 완성하고 난 다음 날, 유라의 전화를 받고 지은은 처음으로 약속을 잡고 놀이공원까지 다녀왔다.
성큼 겨울이 다가와 부쩍 추워진 날씨였지만, 처음으로 간 놀이공원은 정신을 쏙 빼놓고 놀 만큼 너무나 재밌었다.
유라뿐만이 아니라 부쩍 친해진 다른 길드원들과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집에 초대받아 배달 음식을 가득 시켜서 술도 마시는 등 지은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함께 노는 일이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었다.
커피를 사 오다가 지은을 발견하고 달려와 팔짱을 낀 나운이 지은의 볼을 주욱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쩐 일로 출근을 다 했어?”
“노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이제 일 좀 하려고요.”
“일? 누가 일을 시켜?”
비전투 계열인 지은이 길드에 출근해서 할 일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는 나운을 보며 지은이 푸스스 웃음을 지으며 USB를 꺼내 들고는 말했다.
“오늘 엄청난 발표가 있을 거라서요.”
청명 길드 길드장실.
당장 새해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연말이었다. 1월이 되자마자 공개적으로 열릴 신입 길드원 공채 면접 준비보다 던전에 있는 것이 속은 더 편하겠다며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있던 유라가 피곤하다는 듯 눈두덩이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무슨 할 말이 있길래 바쁜데 모이라는 거야?”
바쁘다는 유라의 말을 뒷받침하듯 수많은 면접 지원자들의 서류를 넘겨 보고 있던 성진이 안경을 치켜올렸다.
“일 좀 해라, 송주혁.”
“내가 놀고 있냐? 그리고 지금 일하러 모이라고 한 거…….”
길드 창설 멤버들의 신랄한 비판을 한 몸에 받게 된 주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짜증을 내려던 순간이었다.
“길드장님, 민지은 각성자와 임나운 헌터가 찾아오셨습니다.”
“어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격식 따위는 모두 벗어던지고 짜증을 내던 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유라는 물론이고 성진도 혀를 찼다.
왜 저 모습에서 어렸을 때 아이의 잘못을 호되게 꾸짖던 어머니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모습이 떠오르는 건지.
“안녕하세요!”
“나는 왜? 나도 찾은 거 맞아?”
길드장실 문이 활짝 열리며 환한 미소를 띤 채로 지은이 나운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로비에서 만난 뒤로 다짜고짜 꼭 할 말이 있다며 자신을 끌고 온 곳이 길드장실이라는 사실에 나운은 당황한 상태였다.
“어? 이게 다예요?”
“이새봄 헌터는 양성소 교관 지원, 최수영 헌터는 길드원 수련 지도, 이준형, 이형준 헌터는 마법사 학회 보고로 열외됐습니다.”
“아, 그렇구나. 나중에 제가 따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설명해 주겠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했던 것은 지은과 주혁뿐이었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지금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지은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지은에게 모여들었다.
“짜잔! 3층과 4층의 던전 지도를 완성했어요!”
“던전 지도라니!”
이미 자초지종을 알고 있는 주혁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엄청난 말이었다.
“3층과 4층의 던전 지도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은아?”
“말 그대로예요.”
지은에게 건네받은 USB를 노트북에 꽂고 빔을 연결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목요연하게 그려진 3층 던전의 지도가 길드장실 벽면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전 스킬을 사용해서 던전 안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어요.”
“그건…….”
“층수나 영역에 제한도 없어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다들 지은의 스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자랑스럽게 어깨를 쭉 펴고 말을 하는 지은에게 차마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런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지은이 말을 이었다.
“대신 스킬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지만요.”
“어떤 제약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종류의 스킬인지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어떤 제약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랬기에 다음에 이어진 지은의 말에 이번에는 주혁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자유롭게 던전을 오갈 수 있지만, 그건 제 레벨이 1이라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제 패시브 스킬 [바퀴가 가는 대로]는 자유롭게 던전 안을 오고갈 수 있는 스킬이에요. 대신 어떤 던전으로 들어갈지 지정할 순 없고요.”
“랜덤으로…… 던전의 층수를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미개척 영역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게 정말 가능하다니…….”
“그동안 개척된 던전에만 들어갈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그런 중요한 스킬에 대해서 숨기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럼 레벨이 올라가면 스킬이 변경된다는 말인가?”
“맞아요.”
“저주 포션을 먹은 게 그런 이유였어?”
성진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 포션까지 먹으며 레벨을 1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그제야 납득이 된 모양이었다.
“제가 레벨 업을 하게 되면 스킬이 바뀌거든요.”
“성장형 패시브 스킬이라는 말이군?”
“어떻게 바뀌는데?”
“레벨이 올라서 패시브 스킬이 [주인 마음대로]라는 스킬로 바뀌게 되면 던전 랜덤 진입이 불가능하게 돼요.”
“아…….”
“대신 기존에 들어갔던 던전이라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지만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던전을 돌고 레벨 업을 하고 싶었어요.”
“허…….”
“너는 알고 있었어?”
직접 지은에게 설명을 들으니 이번 5층 토벌을 자신 있게 주장한 주혁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이렇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는 지은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주혁을 포함한 모두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제가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젠 저도 레벨 업을 할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아서요.”
“5층도 열렸으니, 확실히 레벨을 올리는 게 앞으로 지은 씨에게 좋을 겁니다.”
“레벨이 1인 상태로는 페널티가 너무 강해서 버티기가 힘들더라고요.”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레벨을 올리면 5층 이상의 던전 정보를 탐색하는 건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
성진의 말대로였다. 이그니스를 정화하고 받은 두 개의 특별 보상 중 지금 당장 레벨이 오르지 않게 던전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치 저장 인벤토리]의 존재를 모르니 어쩌면 당연한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더 이상 레벨 업을 지체해선 안 돼. 던전 토벌은 우리의 몫이니까.”
성진의 말에 덧붙여 유라가 확실하게 지은의 레벨 업을 찬성하며 말했다. 레벨을 올리면 올릴수록 기본적인 스탯 향상은 물론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소리였다.
“일단 오늘부터 자율 판매를 다시 하려고 해요.”
“그렇다면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겠군요.”
“아뇨, 당분간은 저 혼자 진행해야 해요. 그동안 밀린 퀘스트를 쭉 할까 해서요.”
“퀘스트라면…… 클래스 전용 퀘스트입니까?”
“네, 맞아요. 솔로 퀘스트예요.”
쉽게 레벨을 올리려면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아 파티에 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치를 얻는 것보다 지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레벨까지 오르는 방법은 바로 클래스 전용 퀘스트를 깨는 일이었다.
“튜토리얼 이후로 퀘스트를 깨 본 적이 없어서요.”
“확실히 클래스 전용 퀘스트가 열려 있다면 무조건 클리어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희 같은 전투원들에게는 나오지 않는 퀘스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저도 비전투 클래스니까요.”
클래스 전용 퀘스트.
전용 퀘스트라는 이름답게 어떠한 클래스의 맞춤 퀘스트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연금술사들의 속성 분류가 있었다. 전투원이 아닌 비전투 계열의 연금술사나 대장장이, 목공, 예술 계열의 클래스에 발현되는 특수 퀘스트.
히든 클래스인 지은에게 튜토리얼 이후 퀘스트란에 처음으로 새롭게 생긴 퀘스트였다.
“전용 퀘스트가 있다면 무조건 엔딩을 봐야지.”
“해당 클래스에 무조건 도움이 될 테니까. 지은이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걸 잘 찾았네. 그런데 보통 클래스 전용 퀘스트는 협동 퀘스트가 대부분인데 솔로 퀘스트라니…….”
각자의 협회가 있는 다른 비전투 계열 클래스의 퀘스트 진행은 각 협회의 주관하에 협동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전투 계열 헌터들보다 그 수가 현저히 적으면서도 던전 공략의 기반이 되는 각종 아이템들을 만드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었다.
“퀘스트 무척 어려운 거 알지…….”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의 수는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장인이라고 불리는 각성자들이 현저하게 적은 이유.
높은 성취를 이룬 장인들은 하나같이 극악의 난도라고 불리는 전용 퀘스트를 통해 한 단계, 아니 그 이상의 높은 성취를 이뤄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각성자 등록이 되어 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 봐야죠!”
그렇게 말하며 지은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앞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가겠다는 다짐을 한 지금. 중요한 건 첫걸음을 떼는 일이었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아요.”
* * *
“이걸 공개하면 더더욱 혈안이 돼서 지은이를 노리겠는데.”
지은이 만들어 온 던전 지도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던 성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고작 3층까지, 그것도 개척된 장소까지만 밝혀진 던전의 내부.
3층부터도 얼마나 많은 던전이 존재할지조차 미지수였다.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캄캄한 던전 공략에 수많은 조명이 환하게 켜진 느낌이었다.
“이태백, 그 사람이 직접 움직일 거 같은데.”
성진의 말에 서류를 넘기던 주혁의 손길이 천천히 멈췄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보고 있는 서류들은 각 길드들의 요청서였다.
가장 맨 위에 있던 태백 길드의 공식 요청서. 그것도 길드장인 이태백이 직접 서명한 요청서였다. 더 이상 다른 길드들의 요청을 무시하고만은 있을 수 없었지만, 주혁은 이 모든 것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은 씨의 능력을 공유하고, 던전 공략에 필요하니 협조를 해 달라…….”
던전 공략을 항상 0순위로 두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다고 해도 비전투 계열 헌터를 던전 공략에 ‘강제’로 참석시켜야 한다고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비단 지은의 능력이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대부분의 랭커가 눈치챈 탓일 것이다.
“던전 지도는 일단 공개를…… 해야겠지.”
“뺏기지 않을 자신 있어?”
그렇게 물어 오는 성진과 눈을 마주친 주혁이 피식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