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2화(8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2화
“환영합니다, 부장님!”
지은은 길드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에게 모셔져 도착한 사무실 앞에 떡하니 놓인 부서명을 확인하고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복지관리부]복지관리부라는 명패가 놓여 있는 넓은 사무실에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모두 일어나 지은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을 부장님이라고 부르는 직원들의 말에 깜짝 놀란 지은은 얼떨결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여기는 민지은 부장님의 개인 업무실입니다.”
“개인 업무실이요? 아니, 잠시만요. 그것보다 제가 부장이라뇨?”
“네, 길드장님 특별 지시입니다. 그동안 당연히 있었어야 할 부서인데 이번 기회에 만드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요.”
“세상에…….”
졸지에 길드의 모든 복지를 담당하는 복지관리부의 부장이 되어 버린 지은을 향해 연신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지은이 얼떨떨한 모습으로 부장실의 문을 열었다.
넓은 개인 사무실. 그중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책꽂이에는 수많은 요리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와…….”
[푸드 트럭에서 승부하기 좋은 음식들] [혼자서도 100인분을 할 수 있다!]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 책꽂이 앞으로 다가간 지은이 손을 뻗어 집어 든 책들의 제목을 확인하고는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는 자신 있었고, 실제로 반응도 매우 좋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토벌전은 지은에게도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수십 명분의 식사를 매일 준비하는 건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이긴 했지.’
“안녕하세요, 부장님!”
수많은 요리책들 중 [푸드 트럭 사장님에서 프랜차이즈 CEO가 되기까지]라는 제목의 책을 골라 들던 지은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복지관리부 유현석 차장입니다.”
“차, 차장님이라뇨.”
“앞으로 복지관리부의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민지은 부장님의 개인 스케줄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 스케줄이요?”
갑작스럽게 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것도 놀라운데, 개인 스케줄까지 관리를 한다니.
이 뜬금없는 인사 명령에 당황한 지은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유현석 차장의 손에 가득 들려 있는 수많은 서류 뭉치를 확인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서류인가요?”
“일주일 동안 부장님이 공가 중이셔서 밀려 있던 결재 서류들이죠.”
쿵!
테이블에 두꺼운 서류 뭉치들을 내려놓자 울리는 커다란 소리.
마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지은은 유현석 차장의 정중한 손길에 이끌려 들고 있던 책을 덮은 채 푹신한 소파에 앉아야 했다.
“저는 이런 건…….”
서류를 확인해 보라며 웃어 보이는 유현석 차장의 말에 떨리는 손으로 맨 앞장의 서류를 집어 들어 확인한 지은의 눈이 번쩍! 하고 크게 떠졌다.
“이게 정말인가요!”
“길드를 통해 정식 절차를 밟아 공문으로 요청해 온 내용들입니다.”
“이분이 정말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요?”
학교 앞 푸드 트럭으로 시작해 불과 10년 만에 ‘꼬꼬마 김밥’으로 대표되는 분식 프랜차이즈와 ‘경일반점’으로 대표되는 중식 프랜차이즈를 일으킨 사업가.
거기에 현재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치킨 브랜드인 ‘BOC 치킨’과 ‘아삭 토스트’의 대표.
놀란 얼굴로 손에 든 책의 표지를 확인한 지은의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푸드 트럭 사장님에서 프랜차이즈 CEO가 되기까지]– 저자 : 박경일
“박경일 씨가 저를요?!”
“박경일 씨뿐만이 아니고요.”
그런 지은의 반응에 환하게 웃어 보인 유현석 차장이 높은 서류 뭉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 보자. 중식 대가 유현복 셰프님에…….”
“유현복 셰프님!”
“왓더 헬 키친 하든 램지도 있네요.”
“세상에…….”
공식적으로 지은의 정체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토벌대를 지켜봤던 수많은 헌터들과 자율 판매에서 직접 음식을 구매했던 헌터들의 증언으로 지은의 존재는 청명 길드가 이뤄 낸 5층 토벌 시대의 개막만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최고의 이슈 중 하나였다.
제대로 된 ‘식’상식이 전무한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소환하고, 요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각성자가 청명 길드 소속인 것이 기정사실화된 지금. 청명 길드가 안전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은 지은의 얼굴을 공식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인터뷰까지 따내기 위해 각종 방송사들이 혈안이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청명 길드에 섭외 요청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게 그럼 정말로…….”
“전부 민지은 부장님을 섭외하려는 공식 요청서죠.”
유현석 차장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나씩 검토해 주시면 됩니다. 물론 전부 거절하셔도 되고요. 길드장님께서 민지은 부장님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라고 하셨거든요.”
“그럼 제가 해야 할 다른 일은요?”
“없습니다.”
“네?”
“복지관리부의 주된 업무는 길드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건의 사항을 수렴하여 반영하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민지은 부장님의 원활한 활동을 서포트하는 것입니다.”
“제 활동을요?”
“네, 민지은 부장님은 길드의 명실상부한 임원이거든요. 현시점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고, 길드에 끼치는 영향력도 가장 크신 분입니다.”
“…….”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각성자이십니다. 그런 분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현석 차장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토벌전 이후 잠잠하던 시스템창이 갑자기 지은의 눈앞에 떠올랐다.
[클래스 한정 퀘스트 도착 알림!]– 퀘스트 : 성장하라!
“성장하라?”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 NO]
“무조건 수락해야지!”
토벌전 이후 지금까지 확인한 던전의 지도를 완성하고 다짐한 레벨 업.
지은의 성장 의지가 마침내 클래스 한정 퀘스트를 통해 발현된 것이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각성자의 현재 레벨과 상태를 분석합니다.
– 분석 완료.
[각성자 : 민지은 (Lv.1 : 85퍼센트)]– 저주 포션으로 경험치 획득이 제한된 상태입니다.
(해제까지 4시간 36분 남음)
……
– 히든 클래스 : 푸드 트럭 사장님!
– 클래스 숙련도 Lv.2 (90퍼센트) :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사장님.
– 푸드 트럭 운영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입니다.
– 아르바이트생을 2명까지 고용할 수 있습니다.
– 단기간에 수많은 업적을 달성한 상태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게 측정되어 있습니다.
– 현재 각성자의 상태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퀘스트를 산출 중입니다…….
퀘스트를 산출 중이라는 알림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수많은 알림이 일제히 멈췄다. 튜토리얼 이후 처음으로 시작하는 퀘스트였다.
‘제발 쉬우면서도, 보상은 대박인 퀘스트가 나와라!’
클래스 전용 퀘스트. 다른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은 이 퀘스트를 통해 ‘장인’으로 가는 길에 영감을 얻거나, 특별한 능력을 발현한다.
일반적인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의 전용 퀘스트와는 다른 ‘한정’ 퀘스트.
히든 클래스인 지은의 퀘스트는 지금까지 등장한 적이 없는 단 하나의 퀘스트였다.
그래서 다른 각성자들의 퀘스트를 확인해 봐도 그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어서 막막했던 터였다.
그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이 꼭 어렵고 험난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묵묵부답인 시스템창을 바라보던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 한정 퀘스트 산출 완료!
[퀘스트 : 따뜻한 식탁]“…….”
– ‘맛’으로 인정받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중요합니다.
– 누군가에겐 평범한 요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특별한 감동을, 추억을 선물하는 요리가 되듯이, 진정한 장인이라면 요리 하나하나에 추억과 감동을 선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 ‘□□□’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물하세요.
– 대상의 감동 지수에 따라 퀘스트 보상이 달라집니다.
– 대상 산출 중…….
쉽고 편하게 가고 싶은 속마음을 그대로 전달한 탓일까. 한정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지은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이게 뭐야!”
내용만 보면 특별한 퀘스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퀘스트의 완료 조건이 너무나 애매모호했다.
대상에게 감동을 선물하라는 막연한 완료 조건. 그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특별한’ 감동을 선물하느냐에 따라 퀘스트의 보상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대상으로 선정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지은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한정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대상이 된 사람의 이름은 너무나 익숙했다.
1세대 헌터이자, 현 대한민국 랭킹 2위이며 ‘태백 길드’의 수장인 국가의 영웅.
– 각성자 ‘이태백’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물하세요.
“말도 안 돼…….”
1차 5층 토벌전을 직접 지휘했던 이태백은 토벌전의 실패 이후 칩거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토벌전 이후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물급 인사의 등장에 깜짝 놀란 지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 테이블에 무릎을 찧어야 했다.
“아얏!”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찌르르한 고통과 함께 산처럼 쌓여 있던 서류 뭉치가 이내 와르르 쏟아지며 테이블 위에 흩뿌려졌다.
“아…….”
손을 쓸 새도 없이 와르르 무너진 서류의 산. 우습게도 맨 아래에 놓인 서류를 제외하고 방에 어지럽게 흩뿌려진 종이들을 정리하러 몸을 굽히던 지은이 서류 한 장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건?”
지은이 들어 올린 서류는 태백 길드의 공식 협조 공문이었다.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이태백을 대신해 태백 길드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부길드장이자 이태백의 장남. 이태서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공문이었다.
비록 검토 단계에서 ‘반려’라고 선명하게 찍혀 있긴 했지만, 원래대로라면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을 서류라는 것을 눈치챈 지은이 서류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을 때였다.
“지은 씨, 저녁 식사 같이하실래요?”
* * *
출근한 김에 밖에서 식사라도 하는 게 어떠냐며 찾아온 주혁과 유라의 도움으로 지은은 서류들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방송 출연이나 여러 유명 셰프들의 초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초저녁에 시작했던 식사 자리가 길어진 탓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지은은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으…… 춥다.”
택시에서 내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한숨이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것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며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완연한 겨울.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강추위였다. 더욱 빠르게 움직여 문 앞에 도착한 지은이 도어 록을 해제하려던 순간이었다.
“민지은 씨 되십니까?”
“아아악! 깜짝이야!”
아무도 없었던 어둠 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그림자 세 개.
순식간에 사람의 형태를 갖춘 그림자에 센서 등이 환하게 켜졌다.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은의 앞에 성큼 나선 남자가 쓰고 있던 모자를 천천히 벗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 이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