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3화(8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3화
자신을 이태서라 소개한 남자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 바로 지은의 앞까지 성큼 다가온 상태였다.
이태서가 성큼 다가온 것과 동시에, 지은의 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어디선가 나타나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예상은 했지만 개인 호위에, 심지어 랭커들이라…….”
“물러나세요, 이태서 헌터.”
토벌전 내내 지은을 호위했던 이상현 헌터와 김규진 헌터였다.
던전 안은 물론이고 던전 밖에서도 자신을 빈틈없이 호위하겠다는 계약 내용이 이렇게 성실하게 지켜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지은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였다.
“하여튼 청명,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꼭 이렇게 사이가 나쁜 티를 내요.”
“저희 길드와 척을 지려는 게 아니라면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이태서 헌터.”
“두 길드의 우호적인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언제부터 우리가 우호적이었다는 거야?”
“…….”
틀린 말이 전혀 아니었기에 이상현 헌터와 김규진 헌터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저지하려는 두 헌터를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던 태서가 말했다.
“둘이서 나를 막을 수 있다는 건가?”
“…….”
“적어도 한유라, 아니. 김성진 정도는 데려와야 해볼 만할 텐데.”
그렇게 말한 이태서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심지어 이태서의 뒤에 있는 두 명의 헌터 역시 태백 길드의 랭커들이 분명했다.
수적으로도 3:2인 불리한 조건까지.
던전 안이 아닌 만큼 능력을 모두 개방하진 않겠지만, 틀림없이 위협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우린…….”
“원하시는 게 이건가요?”
“지은아! 뒤로 물러서!”
무력 충돌로 누군가가 다쳐선 절대 안 됐다. 일반 헌터들도 아니고,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과 청명 길드 소속의 랭커들이 도심 속에서 싸움을 일으킨다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질 것이 분명했다.
험악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깨고 지은이 앞으로 나서며 꺼내 든 것은 선명한 반려 도장이 찍혀 있는 태백 길드의 공문이었다.
“이거 봐.”
“…….”
“내용 확인조차 안 하고 그저 태백 길드의 공문이라면 반려 처리해 버리니, 우리가 이렇게 찾아올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놀라게 하는 게 태백 길드의 일 처리 방식인가요?”
“뭐?”
당돌한 지은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이태서가 잠시 뒤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먼저 지레짐작한 건 너희잖아.”
“맞아요. 이 사람들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그게 무슨…….”
“공문을 보낸 지 한참이 됐는데 전혀 응답이 없길래 너무 답답해서 직접 왔을 뿐이야. 공문 내용은 확인했으면 알겠지?”
이태서 헌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돌아 문 앞에 서서 도어 룩을 손으로 가린 지은이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번호 누를 건데 고개 좀 돌려 주세요, 모두.”
“…….”
“시간이 몇 시인데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는…… 집에 잔이 몇 개더라?”
“지은아?”
“차는 뭐 좋아하세요. 커피? 녹차? 둥굴레차까진 있네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한 손으로는 악착같이 도어 룩을 가리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연 지은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추우니까 일단 다들 들어오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한 것도 잠시, ‘안 들어오면 문 닫아요!’라고 소리치는 지은의 목소리에 대치 상태이던 5명의 헌터들은 앞다퉈 집 안으로 들어서야 했다.
* * *
“이게 뭐야?”
거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5명의 헌터들 앞에 국그릇에 담긴 커피와 녹차가 놓여졌다.
“혼자 살다 보니 컵이 부족해서요.”
그렇게 말하는 지은 본인은 머그 컵을 들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컵에 타 온 커피를 홀짝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 이태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돌한 아가씨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걸로 아는데, 제가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닌데요.”
국그릇에 마치 사약처럼 담긴 블랙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신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 길드의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될 문제라서,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저도 청명 길드 사람인데요?”
“다른 사람들이라고 정정하지 뭐.”
그렇게 말한 이태서가 손을 들어 딱 소리 나게 튕기는 것과 동시에 지은의 머리 위에 새하얀 장막이 나타났다.
“둘이서만 이야기하자고. 오붓하게.”
공간 분리 마법이었다. 순식간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거실 안에 이태서와 지은만이 남았다.
“신기하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냥 집 밖으로 쫓아냈지 뭐.”
어깨를 으쓱해 보인 이태서가 손을 펼쳐 지은에게 내밀며 말했다.
“앉으시죠, 민지은 씨.”
주머니에 넣어 뒀던 공문을 태서의 손에 건네며 마주 앉은 지은이 말했다.
“제가 도와드려야 할 일이 뭔가요?”
“……국그릇에 커피를 마시니까 사약을 먹는 기분인데.”
곧바로 지은이 본론을 꺼낼 줄은 몰랐는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이태서가 후, 하고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
“우리 아버지 문제지.”
“아버지라면…….”
“우리 아버지를 좀 도와줘.”
“이태백 헌터님을 제가 무슨 수로요?”
“말하자면 길어.”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이태서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고는 중얼거렸다.
“가슴에 깊게 박힌 못을 뽑아야 해서.”
“…….”
“아버지도, 나도, 너무 힘들거든.”
“무슨 말이에요?”
“이걸 좀 봐줄래?”
이태서 헌터가 꺼내 든 영상구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이내 누군가가 베란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는 뒷모습이 나타났다.
뿌연 담배 연기가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있었다. 하염없이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망해 보였다.
“담배 좀 끊어요. 태린이도 이렇게 싫어하는데!”
“으! 아빠 담배 냄새나!”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자가 급하게 다 피우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끄고는 환하게 웃으며 뒤를 돌았다.
“미안해요, 내가…….”
환한 미소를 띤 얼굴이 텅 빈 거실을 확인하고는 이내 차갑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거실 안.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린 남자의 눈앞에 코를 막은 채 집게로 재떨이에 가득 담긴 담배꽁초를 집어 드는 여자가 다시 나타났다.
“폈으면 제때제때 버리라고 했죠? 몸에도 안 좋은 걸 왜 이렇게 피는지 몰라.”
“내가…… 내가 할게요. 미안해요, 여보.”
허망하게 비어 있던 남자의 눈이 반짝 생기를 되찾은 순간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자에게 다가가려던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또다시 사라져 가는 여자의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또다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아내의 모습에 남자의 손이 부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망하게 사라진 아내의 모습에 남자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현재 상태지.”
“세상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두 손에 묻은 채 괴로워하는 남자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영상구를 통해 흘러나왔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자리 잡고 있는 남자는 바로 이태백이었다.
“아버지는 1세대 랭커이자, 가장 위대한 마법사야.”
“…….”
“영상에 나온 사람은 내 어머니랑 여동생.”
“환영 마법인가요…….”
“그래, 20년 전 대균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여동생이지.”
“…….”
처절하게 울고 있는 남자는 랭킹 2위의 대마법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왜소해 보였다.
꺽꺽 끊어지는 울음소리가 마치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해서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막아야 했다.
“본가에 가면 저렇게 어머니와 동생의 환영과 대화하는 아버지가 계셔.”
“마법을 해제할 순 없나요? 저건 너무…….”
“가장 위대한 대마법사가 자신에게 직접 건 환영 마법이야. 게다가 집 전체에 마법이 걸려 있는 상태고.”
처절하게 울다가도 자신에게 뛰어오는 딸의 환영을 보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공간을 끌어안으려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태서가 손을 내저어 마법을 중단했다.
“5층 토벌에 실패한 이후, 아버지의 몸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졌어. 자신에게 직접 환영 마법을 걸으시곤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시지.”
“다른 사람이 환영 마법을 해제할 순 없는 건가요?”
아버지 다음가는 마법사인 나조차도, 아버지가 직접 건 마법을 해제할 순 없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어 보인 이태서가 이내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국가의 영웅이자, 헌터들이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가 저런 상태라는 것을 알리고 싶진 않았어. 그래도 내가 널 찾아온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야.”
인벤토리를 연 이태서가 꺼내 든 물건은 검은색 도시락 통이었다.
1층과 2층으로 구분된 손때가 묻은 오래된 도시락 통.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우리 어머니도 각성자셨어.”
“…….”
“이 도시락 통에 매일 직접 음식을 하시고 아버지에게 드렸다지. 놀랍게도 그 덕분에 아버지는 던전 안에서도 항상 따뜻한 음식을 드실 수 있었어.”
“그 말은 설마…….”
“그땐 몰랐지만, 우리 어머니도 아마 너와 비슷한 클래스의 각성자셨던 거 같아서. 한 번 봐줄래?”
쓸쓸한 표정으로 태서가 지은에게 도시락 통을 건넸다. 떨리는 손으로 도시락 통을 받아 든 지은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기다렸다는 듯 떠올랐다.
[창조의 기운이 담긴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 2단 도시락 통]– 지금은 완전히 기능을 잃은 도시락 통. 조금만 관리하면 사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전용 아이템입니다.
– 사용 횟수를 충전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 현재 상태 : 사용 가능 (1회)
흠칫 몸을 떠는 지은의 반응에 태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 아이템의 정보가 보여?”
“……네.”
“아…… 세상에.”
지은의 말에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태서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버지가 항상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전용 아이템이었다. 그 누구도 어머니의 유품인 도시락 통의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눈앞의 지은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는 사실에 감격한 태서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추억이 담긴 전용 아이템…….”
영상구 속 이태백의 모습과 주저앉은 이태서의 모습이 겹쳐 보여 지은은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대균열에 부모님을 잃은 처지였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나이였지만, 사진으로나마 부모님을 볼 때마다 항상 어딘가 모르게 가슴이 아파 오는데.
기억이 없는 자신과는 다르게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기억이 선명할 이태서는 물론이고, 이태백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을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랭킹 2위의 대현자 이태백?
그 뒤를 이을 랭킹 4위에 빛나는 3세대 대마법사 이태서?
그에 따라오는 수많은 명예와 부가 다 무슨 소용일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은 죄책감으로 변해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도시락 통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 창조의 기운이 담긴 아이템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 이태백과 이태서는 현재 던전 토벌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 당신의 능력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을 구해 주시길.
그 순간, 환한 빛이 점점 사그라들며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합니다. 제 남편을, 제 아들을 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