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4화(8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4화
환하게 빛나던 도시락 통의 빛이 점차 사라지는 것과 함께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
이태백과 이태서를 남편과 아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 한 명의 여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생각을 정리한 지은이 태서의 얼굴에 손을 천천히 가져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내고는 말했다.
“제가…….”
“…….”
“도와드릴게요.”
* * *
“늦은 시간에 죄송했습니다.”
국그릇에 담긴 블랙커피를 시원하게 들이켠 태서가 돌아가 보겠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지은도 그런 태서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정말 저희 길드랑 사이가 안 좋은가 봐요?”
길드 랭킹 1위를 쭉 유지 중인 대형 길드인 태백과, 100위권 내의 랭커 비율이 가장 많으면서 로컬 랭킹 1위인 주혁이 길드장으로 있는 청명의 사이는 정말 좋지 않아 보였다.
“뭐 꼭 사이가 안 좋다기보다는 그냥 라이벌 관계니까요.”
“함께 협동해서 던전을 공략하면 정말 좋을 텐데요.”
“협동이요? 하하하하!”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지은을 빤히 바라보던 태서가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배까지 부여잡고 웃고 있는 태서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흘겨보며 지은이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잖아요. 이제 새롭게 5층 던전을 개척해야 할 텐데, 두 길드가 협동을 해야 할 시기에 이렇게 반목하면 좋을 게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태백 길드와 청명 길드가 반목하는 사이는 아닙니다.”
“네?”
태서의 말에 지은은 무려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인 이태서의 직접적인 공문 요청에도 길드장까지 가지도 않고 복지관리부에서 반려를 해 버렸던 협조 공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렇게 딱! 반려 처리를 해 버리는데도요?”
“뒷장이 잘려 있네요. 거기에 제가 좀 말도 안 되는 요청을 적어 놓긴 했었거든요.”
“네?”
“지은 씨를 저희 태백 길드에 모셔 오고 싶어서 트레이드 제안을 했거든요.”
“트, 트레이드요?”
“토벌대 편성 권한과 길드 연합에서 청명 길드가 제안한 건은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있었고요. 향후 10년간 거물급 신인 각성자의 우선 영입권을 양도하려 했습니다.”
“세상에…….”
새로운 층이 열린 던전을 토벌하는 일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대균열을 막기 위해서, 매일같이 대형 길드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정부조차 토벌전에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성심성의껏 지원을 할 정도로 모든 국민들에게 토벌전만큼 중요한 대형 이슈는 없었다.
5층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 지금. 초대형 길드인 태백이 토벌대의 편성 권한과 함께 청명 길드의 행보를 지원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앞으로의 토벌로 인해 쏟아질 명예와 부를 청명 길드에 몰아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길드의 미래를 책임질 신인 각성자들의 우선 영입권을 청명 길드에 양도하겠다는 뜻은 사실상 길드 랭킹 1위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이야기일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거기에 지은 씨를 영입하는 비용으로 3천억 원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3천억 원이요?”
“3천억 원은 태백 길드가 청명 길드에 지불하는 바이 아웃 금액이고요. 지은 씨의 연봉은 지금 청명 길드에서 받고 계신 연봉의…….”
“저는 돈에 흔들리지…….”
“5배를 드리죠.”
“……않지만요!”
5배라니! 돈으로 나를 사려 하는 건가?
싶다가도 5배라는 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일 뻔했던 지은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문학적인 액수에 지은이 당황한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 한 손을 활짝 펴 보인 태서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우리 길드에 오실 생각 없어요?”
“그래도 전 청명 길드와 이미 계약을 했거든요. 아쉽지만 계약을 깰 순 없죠.”
“법적 소송도 불사할 각오는 되어 있는데요.”
“장난이에요. 비록 들어온 지는 한 달 조금 넘었지만, 전 지금 청명 길드가 엄청 좋아요.”
“아쉽네요.”
“흐음…… 이런 영입 제안이 왔다고 길드에 이야기해도 되나요?”
“윽.”
상대 길드의 간판 랭커들을 빼내기 위해 수많은 길드들이 물밑에서 열심히 로비를 하지만, 그 로비가 드러나게 되면 도의적인 질타를 피할 순 없었다.
거기에 로컬 랭킹 1위인 주혁의 귀에 청명 길드가 지금 그렇게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은을 직접 로비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태백 길드의 정문에 창을 들고 들이닥칠 주혁을 막으려면 못해도 길드의 랭커들이 빠짐없이 달라붙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건 봐주세요. 송주혁이랑 양성소 동기이긴 한데, 그놈 양성소 때 별명이 미친개였거든요.”
“미친개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물거든요. 그럼 저는 5년 뒤를 노려보도록 하죠.”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듯 신발을 고쳐 신은 태서가 ‘정말로 송주혁에게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신신당부하더니 정식으로 지원 요청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진 뒤. 혼자 남은 지은은 복잡한 심정을 가득 안은 채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도시락 통을 바라보다 말했다.
“설명해, 민까망.”
무려 창조의 기운이 담겨 있는 아이템에 까망이가 연관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지은에 의해 불려 나온 까망이가 이리저리 도시락 통 주변을 배회하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설명하라고 해 봤자, 저런 아이템을 만든 기억은 없다.>
“창조의 정령이 아니면 누가 창조의 기운을 아이템에 부여할 수 있는데?”
<…….>
던전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적의 도시락 통.
히든 클래스인 지은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클래스라고 짐작되는 이태백의 아내 장희원 여사가 사용한 아이템.
“중요한 건, 나는 이 사용 횟수를 충전할 수 없다는 거야.”
아이템 설명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는 남은 사용 횟수는 고작 1회였다.
클래스 한정 퀘스트의 대상이 이태백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거기에 이태백과 이태서에게 이런 엄청난 사연이 있을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창조의 정령은 나지만, 지금 그 권능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건 너다, 주인.>
“그건…….”
<주인의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나의 권능이 개입한 사건이 될 거고, 그건 주인의 성장도 마찬가지.>
“결국 전부 다 한정 퀘스트를 통해 성장하라는 창조의 권능이 짜 놓은 판이라는 거야?”
<주인의 성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낼지는 나도 모른다. 그건 주인이 직접 창조해야 할 새로운 영역이니까.>
이그니스를 무적 수건을 사용해 정화했듯이, 판을 깔아 준 것이 까망이의 권능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적용하여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는 것은 순수히 지은의 영역이란 말이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정령계를 새롭게 창조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
“맞아. 너, 정령계를 다시 복구하고 있다더니 어떻게 됐어?”
뿌듯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며 말하는 까망이를 지은이 번쩍 안아 들고 쓰다듬자, 까망이가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로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그니스가 힘을 보태 주고 있다. 조만간 상급 불의 정령도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야.>
“정말?”
<상급 정령이 태어나면 이제 이그니스가 누군가와 계약하는 일만 남았다.>
이그니스의 계약.
불의 정령왕인 이그니스가 누군가와 계약하게 된다면 던전 토벌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령왕이 계약해서 인간계에 현신하게 된다면 정령계의 복구 속도도 더욱 빨라질 거다.>
“그래?”
<우리 정령들은 인간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인간의 필요에 맞춰 진화한 것이 우리니까.>
필요에 맞춰 진화한 정령들의 힘.
그 힘이 다시 오롯이 인간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면 그에 맞춰 또 다른 방향으로 해당 속성의 정령들이 새롭게 태어난다.
끊임없이 인간에 의해 새롭게 피어나는 불처럼. 스스로 생각하나 무언가를 창조해 내진 못하는 정령들을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은 인간이었다.
<정령왕들과 계약하는 것은 인간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겠지.”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 친화력을 지닌 자는 많지만, 선과 악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자는 드물거든.>
“오, 그거 내 칭찬이야?”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정령왕들을 만든 대단한 창조의 정령과 계약한 게 바로 나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다고 해 주면 어디 덧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왜 요즘 냥을 안 붙이는 거야?”
지은의 기습 공격에 당황한 까망이가 펄쩍 뛰어올랐다. 이그니스에게 한번 지적을 당한 이후로 예전같이 귀여운 맛이 사라진 것 같았는데, 부쩍 당황한 표정을 짓는 까망이의 귀여운 모습을 오랜만에 본 지은의 입가가 씰룩대기 시작했다.
<흠흠…… 창조의 정령으로써의 위엄을…….>
“우리 사이에 위엄을 따져야 해?”
<그런 건 아니지만…….>
“역시 이래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본성이 나온다고 하더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그렇지?”
<난 원래 최상위 정령이었다!>
“아아, 섭섭해라.”
펄쩍 뛰며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정령인지 설명하기 시작한 까망이의 일장 연설을 흘려들은 지은이 고개를 대충 끄덕거리며 머그잔에 남은 커피를 홀짝이자 까망이가 정말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집중해라, 주인!>
* * *
“안녕하세요, 부장님!”
“아…… 안녕하세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부장님 소리를 들으며 출근한 지은이 복지관리부 직원들의 인사에 멋쩍게 대답하고는 부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던 주혁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주혁 씨?”
“혹시 다친 데는 없습니까?”
어제 전화로 충분히 설명을 했던 것 같은데. 이태서의 방문이 꺼림칙했는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지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주혁을 바라보던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태백 길드로 지은 씨를 영입하려고 했습니까?”
“아니요.”
“협박이나 위협을 당한 적도 없고요?”
“협박당한 적도, 위협당한 적도 없어요. 그냥 대화를 조금 한 게 다예요. 정말로요.”
“지은 씨는 지금 저희 길드에서 가장 중요한 ‘복지관리부’의 부장입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저희 길드에서 쭉 함께하고 싶은 유능한 인재고요.”
‘절대 태백 길드에 뺏길 순 없지…….’라고 중얼거리는 주혁에게 갓 타낸 커피를 건네며 지은이 말했다.
“태백 길드하고 사이가 정말 안 좋은가요?”
“꼭 그렇게 좋지 않은 건 아니고…….”
“이태서 헌터도 주혁 씨를 안 좋게 이야기하던데.”
“그놈이 제 흉을 봤습니까?”
“두 분이 양성소 동기라면서요? 별명이 무려…….”
“그만.”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문다고…….”
“갓 각성해서 철없고 혈기 왕성하던 시절의 이야기예요. 이태서가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다 하고 갔군요.”
“지금 받는 연봉의 5배를 줄 테니까 태백 길드로 오라는 소리도 했어요.”
태서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주혁의 신선한 반응을 보고 있으니 다른 반응도 궁금해진 지은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마자 주혁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했다.
“이태서…….”
“순간적으로 도장 찍을 뻔했는데.”
능청스레 덧붙인 지은의 말에 주혁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서먹한 길드입니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하니 길드원들의 퇴사나 이직률이 가장 높은 길드고요. 그에 비해 저희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회사는 구직 면접 시 가장 걸러 들어야 하는 멘트로 알고 있는데요?”
“지은 씨!”
“아하하! 장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