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5화(8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5화
새침하게 이야기하는 지은의 말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던 주혁은 지은이 쉴 새 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휑하니 태백 길드로 가겠다고 이야기를 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앞으로 지은의 대우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주혁이 가져온 서류를 지은의 앞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식사 때도 말씀드렸지만, 지은 씨가 청명 길드 소속임을 확실하게 공표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편이 좋겠죠.”
“헌터 게시판은 난리가 났으니까요.”
지금 가장 화제인 것은 역시 5층 던전 개방이었지만, 그것은 일반인들을 포함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토벌전에 참가할 수 있는 최상층 헌터들이 아닌 수많은 일반 헌터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바로 지은의 푸드 트럭이었다.
던전 안에서 배고픔에 시달리는 헌터들에게 내려진 한 줄기 빛.
거기에 직접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구매해 먹어 본 일부 헌터들에게 지은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던전 탐색이 주가 아닌, 지은의 푸드 트럭을 찾아다니는 일명 ‘식도락 파티’도 매일같이 모집되고 있었다.
1층 던전 갈대숲~땅끝 마을 던전까지 푸드 트럭 탐색하실 딜, 탱, 힐러분 모십니다.]
– 3박 4일 일정이고요. 자유 사냥 가능합니다. 목표는 푸드 트럭에서 밥 사 먹기입니다.
[2층 던전~3층 던전 한 달 노숙 팀 구합니다]– 레벨 업도 할 겸 던전 안에서 텐트 치고 노숙하실 분 구합니다. 현재 모집된 파티는 다섯이고요. 10파티 모집 완료되면 출발합니다. 파티마다 힐러들도 계십니다.
[레이싱 선수 모집합니다.]– 연금술 공방 [던전에서 택시를 타는 날까지]에서 새로 개발한 오프로드 전용 연금술 오토바이 테스터 구합니다. 푸드 트럭 만나면 같이 레이싱 제안도 할 예정입니다.
헌터 게시판의 수많은 게시글 곳곳에서 푸드 트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었다.
특히 체력적으로 헌터들에게 한참 못 미치는 힐러들과, 헌터들의 도움을 통해서만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연금술사들과 기술자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포션과 엘릭서를 개발한 힐러 연합과 연금술사들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바로 ‘맛있는 포션’이었다.
성능은 확실하지만 마시고 나면 오히려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 포션들이, 혹시나 지은의 특수한 능력을 통해 맛있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월드 스타급 인기네요.”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길드 내 새롭게 생긴 지은의 별명은 월드 스타였다. 90년대 아이돌들처럼 신비주의로 무장한 채,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푸드 코너에 음식을 꼬박꼬박 등록해 그 궁금증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떡밥은 계속해서 던져 주는 게 월드 스타급 팬 조련법 아닌가요?”
“푸드 코너는 그냥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해서 그런 거예요. 음식 연습도 해야 했고요.”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 귀신같이 전화해서 ‘돈을 더 뜯어내!’라고 이야기하는 유라와 나운 덕분에 쏠쏠하게 헌터 마켓 포인트를 쓸어 담고 있는 것도 한몫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푸드 코너에 올린 음식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스킬 숙련 레벨이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숙련 레벨이 3이 되었거든요.”
던전 지도를 작성하느라 하루에 한 번만 판매를 했을 때에는 숙련 레벨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는데, 하루 정해진 세 번을 모두 판매한 지 3일이 지나자 숙련 레벨 상승에 부스터 표시가 생기더니 그 이후로 경험치가 쭉쭉 오르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그 덕분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사장님’에서 ‘노련미를 갖춘 사장님’으로 클래스 상세 설명이 바뀌었다.
[노련미를 갖춘 사장님]– 오프라인 판매보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비대면 수칙을 잘 적용한 장사의 프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 한 번 대박 나기 시작한 온라인 판매 특징상 입소문을 타고 더욱 시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별스타그램이나 얼굴책에 홍보를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벅차 죽겠는데 숙련 레벨이 3이 되자 이젠 장사를 위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 시스템 덕분에 어이가 없긴 했지만, 아무튼 숙련 레벨이 오르니 레벨 차이가 나는 던전에서 받는 페널티가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 스탯들도 함께 상승했다.
이제 대형 웍 정도는 거뜬하게 한 손으로 들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힘과 민첩, 지능, 행운, 정신력, 총 다섯 가지였던 스탯이 세부적으로 나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각성자 : 민지은 (Lv.1)] [기본 스탯]– 기력 : 100 마나 : 80
– 힘 : 20 지능 : 30 민첩 : 30 행운 : 10 정신력 : 25
– 종합 힘 : 20
– 근력 : 16
– 지구력 (NEW!) : 1단계
(10퍼센트의 추가 기력이 생성됩니다. 추가 기력은 상세 정보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 종합 지능 : 30
– 기억 능력 : 20
– 초장기 기억 능력 (NEW!) : 1단계
(사물이나 지식을 기억하는 주기가 매우 길어집니다.)
– 문제 해결력 (NEW!) : 1단계
(특정한 상황에서 결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종합 민첩 : 30
– 순발력 (NEW!) : 1단계
(축하드립니다. 이제 주방에서 요리 도구를 떨어트릴 위험이 줄어들었습니다!)
– 멀티 플레이 : 20
– 종합 정신력 : 25
– 현혹 저항 : 15
– 정신계 공격 저항 : 20
– 근성 (NEW!) : 1단계
(당신이 선택한 길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세분화된 스탯에 NEW! 표시와 함께 새로운 스탯들이 생성되었다는 알림을 확인했을 땐 매우 기뻤지만, 다른 스탯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단 하나의 기본 스탯이 있었다.
– 행운 : 10
그건 바로 갓 각성했을 때는 무려 수치가 0이었던 행운 스탯이었다.
숙련 레벨이 2로 오르면서 10이라는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여 준 행운 스탯은, 숙련 레벨이 올랐음에도 다른 스탯들이 세부 스탯으로 나뉘는 와중에도 굳건하게 제 모습을 유지했다.
거기에 스탯의 변화도 없으니, 지은은 이제 오기가 생길 지경이었다. 차곡차곡 통장에 모아 둔 돈을 모두 올인하더라도 아이템을 통해 행운 스탯을 올리고 싶어질 정도로 얄밉기까지 했다. 물론 행운 스탯이 붙어 있는 아이템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지만.
“온라인 판매도 좋지만…….”
“온라인 판매요?”
“아, 말이 잘못 나왔어요, 시스템이 그렇게 세뇌 교육을 해서…… 푸드 코너를 통해서 숙련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제 슬슬 자율 판매를 하고 싶어요.”
집에만 있으려니 몸이 쑤시긴 했다. 토벌전 이후에 푸드 트럭에서 직접 음식을 만든 적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는 게 더욱 보람찬 법이었다.
“그럼 일단 지은 씨의 기본 정보만 공개하겠습니다.”
“좋아요.”
“지은 씨는 헌터가 아닌 비전투 계열 각성자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법의 보호를 받을 겁니다.”
“법보다 가까운 이 배지가 있잖아요.”
청명 길드 소속임을 확연하게 보여 주는 길드 배지가 지은의 셔츠 카라에 마치 군인들의 계급장처럼 선명하게 빛났다.
“그럼 며칠 정도는 제가 아르바이트생이 되겠습니다.”
“네? 주혁 씨가 왜요?”
“청명 길드에서 지은 씨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서요. 그래야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는 놈들이 없어지겠죠.”
주혁은 정말로 지은을 위해서 꺼낸 제안이었지만, 연말 국정 감사로도 모자라 연말 정산 및 신년회 준비, 거기에 신입 길드원 공개 선발 등의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지금 길드는 엄청나게 바쁜 상태였다.
당장 신설 부서인 복지관리부만 하더라도 새해부터 새롭게 적용할 길드 복지 내규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쏟아지는 복지 관련 건의 사항 때문에 부장실 밖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총괄해 가장 바빠야 할 주혁은 지금 지은의 앞에서 한가하게 핸드폰으로 헌터 게시판을 검색하며 푸드 트럭 반응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지은 씨! 이거 보세요. 이미 수많은 파티들이 던전 안에서 노숙을…….”
“하아…… 주혁 씨.”
“네?”
“가서 일 좀 하세요.”
“저도 일 열심히 합니다! 잠시 쉬러 나온 거예요! 저 어제도 길드에서 잤는…….”
일하기 싫어 최대한 소파에서 뭉그적대며 대화를 질질 이어 나가던 주혁은 결국 지은의 손에 부장실 밖으로 끌려 나가고 말았다. 변명처럼 억울하다며 소리치던 주혁의 목소리는 부장실의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뚝 하고 끊겼다.
“방음이 아주 좋네…….”
유리를 통해 고개를 축 떨구고 힘없이 걸어가는 주혁을 바라보며 지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주혁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나타나 지은의 집무실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던 까망이가 그런 지은을 보며 말했다.
<클래스 한정 퀘스트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어차피 혼자서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잖아. 그 어떤 클래스 퀘스트에서도 남의 도움을 받아서 성공했다는 팁은 보지 못했는걸.”
지은의 클래스 한정 퀘스트의 주제는 ‘성장하라!’였다.
어떤 걸 위해서 성장하라는 것인지는 몰라도, 퀘스트는 지은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요구하는 듯했다.
“이태백 헌터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튜토리얼 퀘스트와 다르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퀘스트.
그 어떤 세부 진행 방식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따뜻한 식탁]이라는 세부 퀘스트는 성공 여부를 정확한 지표로 나타낼 수조차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인벤토리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 아쉽다는 듯 바라보던 지은이 중얼거렸다.
“내가 사용 횟수를 충전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분명히 이 도시락 통을 통해서 이태백 헌터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사용 횟수가 고작 1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로컬 랭킹 2위이자, 가장 오랜 시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영웅이 자신이 만들어 낸 환각 속에 빠져 있는 모습은 다시 떠올려도 가슴이 아팠다.
“환각 속에서조차 행복해지지 못하는 걸…….”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만을 선물할 목적으로 걸었던 환각 마법에서조차 대현자는 무서운 통찰력으로 그 공간이 자신이 빚어낸 환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행복이라는 것을 본인이 이미 알고 있기에 환각을 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행복해하기도, 괴로워하기도 하는 것이리라.
“균열은 다신 일어나선 안 돼.”
5층의 시대가 열린 대한민국만큼이나 다른 나라들도 뒤늦은 균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금. 1층의 균열로도 그런 끔찍한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5층에서는 얼마나 더 큰 균열이 일어날지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년 전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진 랭커들의 실력은 물론이고, 국가 단위로 철저하게 조기 교육되어 모두가 알고 있는 긴급 재난 시 행동 요령, 각 구별로 존재하는 대피소 등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균열 대비가 되어 있는 대한민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없을 순 없을 터였다.
앞으로도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는 매우 중요했다. 행여 피할 수 없는 균열이 다시 일어나는 날에 가장 일선에서 싸워 줄 영웅들이었으니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은에게는 ‘성장하라!’라는 한정 퀘스트를 떠나, 반드시 이번 퀘스트를 성공해야만 하는 목적이 생겼다.
“퀘스트에만 집중할 수도 없고.”
달력에 표시된 빨간 동그라미 표시를 바라보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한 날에 공식 발표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하더니, 어느새 성큼 다가온 공식 발표 날짜는 바로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