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6화(8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6화
“와, 사람들 진짜 많다…….”
꾸준히 이어진 토의 끝에 능력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이벤트로 하루를 정해 던전 안에서 깜짝 판매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지은의 제안이 실행되었다.
지은이 청명 길드 소속의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여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각성자라는 공식 발표가 이뤄진 날은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였다. 거기에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던전 안에서 자율 판매를 시작한다는 깜짝 발표 덕에 던전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해의 마지막 이벤트인 크리스마스에 헌터들이 커플이고, 솔로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더욱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던전으로 몰려든 탓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수많은 헌터들이 던전에 입장하며 파티 등록 절차를 밟고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를 생각해 낸 지은의 바람은 ‘사람이 가장 몰릴 1층 던전으로 가게 해 주세요.’였다.
원래대로라면 자율 판매 공지를 한 뒤 던전에 직접 들어가 입구에서 바로 영업을 개시할 생각이었지만, 이대로라면 꼬박 반나절은 지나야 던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지은은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영업 준비를 모두 마친 푸드 트럭. 오늘의 판매 메뉴는 맛있는 떡볶이와 바삭한 김말이튀김, 잘 삶은 순대, 그리고 따뜻한 국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꼬치 어묵이었다.
– [스킬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 발동됩니다.
– 시간을 설정해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을 정해 주세요.
– [개점 시간 및 폐점 시간]이 정해지면 [스킬 : 바퀴가 가는 대로(Lv.1)]가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3층과 4층으로 안내될 확률보다 2층이나 1층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놀랍게도 너무나 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던전 1층 : 시작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무려 1층. 거기에 1층의 입구인 ‘시작의 던전’에 환한 빛과 함께 푸드 트럭이 나타나자, 물밀 듯이 던전으로 들어오고 있던 헌터들이 눈을 크게 뜨고는 이내 큰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어? 푸드 트럭이다!”
“세상에, 진짜로 푸드 트럭이야!”
푸드 트럭이 등장한 것과 동시에 고소한 분식 냄새가 던전 안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1층 던전에, 그것도 ‘시작의 던전’에 입장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던 것도 잠시. 몬스터들을 거침없이 무시하고 푸드 트럭 앞으로 달려오기 시작한 헌터들을 보며 지은은 사색이 되어야 했다.
짧은 점심시간에 카페인 충전을 위해 카페로 몰려드는 직장인들처럼, 방학식을 마치고 학교를 뛰어나오는 초등학생들처럼 전력 질주해서 달려오던 손님들이 앞치마를 매고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는 남자 두 명을 확인하고는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송…… 송주혁?”
“김성진?”
토벌전 기간 동안 앞치마를 자주 입어 그럭저럭 어울리는 자신만의 핏을 찾은 주혁과 다르게, 온몸이 돌 같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성진이 입은 앞치마는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분명히 마트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앞치마를 사 왔는데도 앞치마를 묶은 끈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아직 영업 안 하는데.”
“줄을 서시죠.”
안전 영역을 나타내는 붉은 선에 걸쳐 서서 의자를 손에 가득 들고 험악하게 서 있는 성진과 주혁의 험악한 얼굴에 헌터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였다.
“손님한테 그게 무슨 태도예요!”
“아니…… 지은 씨, 그게 아니라요.”
“지은아, 아직 테이블도 다 못 폈는데…….”
“테이블이랑 의자는 주혁 씨가 펴고! 성진 오빠는 친. 절. 하. 게. 손님들한테 번호표 나눠 주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랬지…….”
“어서 오세요! 손님을 왕이라 생각하는 지은이네 푸드 트럭입니다! 조금만 있으면 갓 튀긴 특대 사이즈 김말이튀김이 완성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한 손으로는 바삭하게 튀겨진 김말이튀김을, 다른 손으로는 주혁에게 테이블을 놓을 자리를 가리키면서도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진에게 따라 웃으라며 빙긋 미소 지어 보이는 지은이었다.
지은의 반 협박에 마지못해 웃고 있지만, 차라리 무표정인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일그러진 성진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번호표만을 잽싸게 받아 가는 헌터들.
테이블과 의자 정리까지 순식간에 뛰어다니며 완료한 주혁이 그런 성진을 향해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여자 친구도 있는 놈이 무슨 크리스마스에 아르바이트를 해?”
“그러는 너는 길드장인데 괜찮고?”
“길드장이니까 당연히 이런 이벤트에는 직접 참석해서 길드 이미지 관리도 하는 거 아니겠어?”
“머리는 좋아서 핑계도 가지가지 나뭇가지구나.”
“……네가 왜 여자 친구랑 크리스마스이브에 싸웠는지 알겠다. 몇 년을 들어도 네 썰렁한 개그는 익숙해지지 않네.”
“첫 판매만 하고 갈 거야. 교대할 사람도 있고.”
“아니, 그러니까 교대할 사람이 필요가 없다니까 그러네?”
앞치마를 입고 테이블을 닦기 위해 손수건과 물뿌리개를 들고 삿대질을 하는 랭킹 1위.
그리고 그런 랭킹 1위가 귀찮다는 듯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번호표를 뽑아 주고 있는 랭킹 5위.
공식적인 그들의 위치는 청명 길드 길드장과 부길드장이었다.
주혁과 성진이 티격태격하면서도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사이, 튀김을 모두 건져 낸 지은이 손을 모으고 소리쳤다.
“1번 손님에서 10번 손님까지 쭉 들어오셔서 줄 서실 게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은의 영업 시작 알림에, 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성진의 앞에서도 번호표를 소중하게 들고 버티던 헌터들이 우르르 입장하기 시작했다.
“무슨 줄이 이렇게…… 어!”
“푸드 트럭이다!”
줄이 줄어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파티 등록을 하고 들어오기 시작한 헌터들이 더욱 몰려들자 지은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메뉴 조정이 필요하겠는데?’
크리스마스에 깜짝 발표를 하고 자율 판매를 계획한 것은 지은이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던 헌터들이 오붓하게 던전으로 향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애초 판매하려 했던 떡볶이는 이대로라면 30분도 되지 않아 매진될 것이 분명했다.
“종이컵에 담아서 판매하면 어때요?”
“종이컵이요?”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한 컵에 오백 원이나 천 원씩 팔던 그런 느낌으로요.”
“아! 그러면 되겠네요!”
“가격까지 천 원씩 받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알겠어요. 어휴, 진짜.”
지은이 주혁의 제안에 손뼉을 치고는 메뉴판을 급하게 내린 뒤 보드 마커를 들고 빠르게 판매 메뉴를 수정했다.
[지은이네 분식]– 떡볶이 1컵 (큰 컵) : 5천 원 (계란 추가 2,500원)
– 김말이튀김 1줄 : 3천 원
– 꼬치 어묵 3개 : 4천 원
– 순대 한 접시 : 5천 원
– 세트 메뉴 A (떡볶이 2컵+김말이튀김 2줄+순대 한 접시) : 15,000원
– 세트 메뉴 B (떡볶이 2컵+김말이튀김 2줄+순대 한 접시+꼬치 어묵 5개) : 20,000원
(오늘의 지은이네 분식 추천 메뉴!)
☆ 세트 메뉴 주문 시 떡볶이에 계란 추가 서비스 ☆
– 계산은 선불입니다!
헌터 마켓 포인트, 현금 모두 가능합니다!
“1번 손님, 뭐로 드릴까요?”
“음…… 떡볶이 2컵이랑, 자기 뭐 먹을래?”
“다 먹고 싶은데, 그냥 세트 메뉴 B로 시키자! 추천 메뉴래!”
“네! 맞아요. 계란도 서비스로 드린답니다!”
“그래요? 그러면 세트 메뉴 B로 주세요.”
“계산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역시!’
지은은 자신의 영업 전략이 먹혔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단품 판매보다는 무조건 세트 메뉴로 많이 팔아야 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지금같이 손님이 물밀 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선 세트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가격은 세트 메뉴가 더 저렴하긴 했지만, 푸드 트럭의 메뉴 특성상 무조건 많이 팔면 이득이 남게 되어 있었다.
떡볶이나, 어묵, 순대, 튀김같이 시간이 지나면 금방 맛이 없어지는 메뉴를 판매할 때는 더욱 빠르게! 많이! 파는 게 훨씬 유리했다. 단품 메뉴는 검은색으로 일부러 작게 글씨를 쓰고, 세트 메뉴는 파란색을 이용해 진하게 글씨를 쓴 이유였다.
‘거기에 단품으로 판매하게 되면 포장하기가 힘들어!’
세트 메뉴를 강조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개별 포장을 하면 일일이 모든 메뉴에 다른 그릇을 써야 했고, 그만큼 손이 많이 가게 되어 회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주문하신 세트 메뉴 B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와, 포장 용기가 되게 신기하다!”
“스티커도 너무 귀여워!”
그리고 이런 세트 메뉴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던 비장의 아이템은 바로 달라진 ‘포장 용기’였다.
숙련 레벨을 올리고, [노련미를 갖춘 사장님]으로 변하자 패시브 스킬이던 ‘오늘의 추천 요리’가 식재료‘만’ 제공하던 상태에서 강화된 덕분이었다.
스킬 : 오늘의 추천 요리(패시브)] – 특수 강화 1단계
– 스킬 설명 :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식재료가 제공됩니다.
– 최상의 재료로 최상의 손맛을 손님들에게 선물하세요.
– 패시브 스킬이 강화된 상태입니다.
– [맞춤 주문]이 가능해집니다!
– [맞춤 주문] : 사장님이 원하는 모양 그대로 포장 용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 제작된 포장 용기는 유료 결제가 필요합니다! ☆
[프리미엄 맞춤 주문] : 1달 – 300만 포인트– 정기 결제 시 50퍼센트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 새로운 서비스 개설 기념 첫 구매 혜택 진행 중! 첫 정기 결제 시 두 달 무료!
프리미엄 맞춤 주문 특별 혜택 하나!
자동 충전 서비스 : 포장 용기가 모자란다고 추가 주문하실 필요 없이 바로바로 꺼내 쓰세요!
프리미엄 맞춤 주문 특별 혜택 둘!
귀염뽀짝한 스티커! 손님들에게 귀여운 캐리커처 스티커가 자동으로 제공됩니다! 사장님이 붙이실 필요 없이 뚜껑을 덮으면 자동으로 귀엽고 깜찍한 스티커가 짠!
처음 변경된 패시브 스킬을 확인했을 때에는 무슨 패시브 스킬이 유료 결제를 요구하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기 결제 시에는 두 달이 무료고, 그 이후로는 한 달에 50만 포인트라 생각하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이즈라도, 어떤 형태의 음식이라도 담을 수 있도록 직접 그림을 그려서 그날 판매할 메뉴를 정하고 같이 내기만 하면, 기존의 신선한 식재료와 함께 자동으로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장 용기가 제공되는 것이니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었다.
몇 가지 메뉴든 한 번에 담을 수 있으면서 메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맞춤 주문] 포장 용기라니.
거기에 생각보다 귀엽고 깜찍한 동물 캐리커처가 그려진 스티커도 손님들에게 호평 일색이었다.
크리스마스라 손님들 중 커플들이 많은 덕인지 몰라도, 포장 용기에 붙은 귀여운 스티커를 보며 즐겁게 웃는 손님들을 보니 지은은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면서도 연신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크리스마스라는 장사 대목과 함께 시작의 던전이라는 기가 막힌 위치, 거기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푸드 트럭에 대한 호기심까지.
이 세 박자가 합쳐지자 그 많던 음식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낸 것을 확인한 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매일같이 이러면 지은 씨가 쓰러질 수도 있겠습니다.”
계산을 담당하기로 했던 주혁은 물론이고, 헌터 손님들을 통제하고 번호표를 나눠 주기로 했던 성진까지 결국 급하게 투입되어 계란을 까고, 어묵 국물을 붓고, 꼬치에 어묵을 꽂아야 할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저는 너무 좋았는데요?”
걱정하는 주혁과는 달리, 지은은 오늘 목표였던 ‘[프리미엄 맞춤 주문] 정기권 구매 금액 회수’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연신 싱글벙글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