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7화(8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7화
“이렇게 맛집인데, 사장님이 앓아누워서 가게 문을 못 열게 되면 손님들도 서운할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조금 힘들긴 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케이스니까요.”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요?”
처음 개점 시간으로 설정했던 두 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더욱 몰려들었던 탓에, 같은 자리에서 꼬박 6시간을 쉴 새 없이 영업을 해야 했다.
종합 스탯과 세부 스탯 슬롯 덕분에 체력이 많이 올랐다곤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드는 주문이 슬슬 버거워지던 찰나. 그런 지은을 계속 주시하며 연신 기회를 보던 주혁이 네 번째 떡볶이가 모두 판매되자 앞장서서 손님들을 돌려보낸 덕분에 간신히 영업이 마무리되었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손님들을 정중하게 되돌려 보내고, 입간판에 ‘영업 종료’를 큼지막하게 써서 안전 영역 선에 세워 놓고 나서야 편하게 의자에 앉은 지은이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으!”
찌뿌둥하던 몸이 펴지는 것과 함께 저절로 죽겠다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 지은을 바라보며 주혁과 성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배 안 고파요, 지은 씨?”
“아! 맞다. 식사들 하셔야죠! 제가 따로 두 분 몫은 남겨 놨거든요.”
“언제 또 그런 기특한 행동을 했어?”
“제가 가져올게요!”
정신없이 영업을 하다 보니 식사 시간을 따로 챙길 겨를도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판매 제안을 했음에도 전혀 망설임 없이 도와주겠다고 나선 주혁과 성진의 시간을 뺏은 것 같아 미안했던 지은이 두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둔 음식을 가지고 와 테이블 위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국물에 담긴 탱글탱글한 꼬치 어묵. 보기만 해도 쫀득쫀득한 찰기가 느껴지는 찹쌀 순대와 담백한 간으로 구성된 순대가 가득 담긴 접시.
거기에 한 번 더 깨끗한 기름에 튀겨 낸 오동통한 두께의 김말이튀김과 함께 보기만 해도 매콤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은 새빨간 떡볶이, 그 국물을 잔뜩 뒤집어쓴 매끈한 삶은 계란까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분식집 정식이네요.”
“그렇죠?”
기다란 이쑤시개로 매콤달콤한 떡과 어묵을 콕 집어 한입에 넣은 성진이 우물대며 말했다.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좋네, 얘랑 나랑 유라랑 자주 먹었거든.”
“유라 언니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유라는 바빠. 당장 내일부터가 서류 면접 시작이라.”
“아, 그랬죠.”
좀처럼 쓰지 않는 안경까지 쓰고 작년보다 몇 배는 많아진 신입 길드원 지원 서류에 파묻힌 채 ‘나도 지은이랑 데이트하고 싶다아! 내가 1호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라며 투정하던 유라를 떠올린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류 면접 및 1차 면접 담당인 유라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길드의 창설 멤버이자, 간판 랭커인 유라는 특히 무도 계열 헌터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랭커였다. 거기에 지금 청명 길드가 가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딜러와 힐러였다.
길드의 대표 딜러인 주혁과 유라가 모집 광고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지원율이 하늘을 뚫고 있는 중이였기에, 유라는 오늘도 개인 집무실에서 잠을 잘 준비를 마치고 출근했다고 했다.
“성진이는 이제 약속이 있으니, 저랑 같이 유라한테 가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족발 보쌈 세트를 사 들고 가면 좋아할 겁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조금 더 먹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은 씨는 입이 짧아서 걱정입니다.”
“맨날 새 모이만큼만 먹으니 키가 클 리가 있나.”
“이미 성장은 진작에 다 멈춰서 그거랑은 관계없거든요?”
“그니까 어렸을 때부터 많이 먹고, 매일 운동을 했어야지.”
“키는 유전이 90퍼센트거든요?”
* * *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 시작의 던전에서 선물로 받은 지은이네 분식 세트 인증.JPG]└ 진짜 이렇게 커플이었던 게 후회된 적이 없다. 동해 바다로 여행 괜히 갔다.
└ 이 새끼 이거 은근슬쩍 기만질이네?
└ 나 빼고 다른 헌터들은 레벨 업 안 하고 연애만 하고 다녔냐? 무슨 헌터 커플이 이렇게 많아?
└ 동지여……
└ 그래서 님 레벨이랑 헌터 등급이?
└ 39 C등급이다 왜.
└ 난 커플인데 40 C+등급이거든. 내가 이겼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 너 어디 사냐?
정체를 꽁꽁 감추고 있던 지은이 짠 하고 등장한 크리스마스 이벤트 덕분에 헌터 게시판은 며칠 내내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미디어에 직접적으로 얼굴을 노출하진 않았지만,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푸드 트럭과 함께 지은의 실물을 직접 확인했기에 그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었다.
[사장님이 진짜 친절하던데] [거기에 음식도 진짜 맛있었음.]지은의 친절함에 반했다는 헌터들의 반응이 반, 음식 솜씨에 반했다는 반응이 반이었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아서 지은을 못 본 헌터들을 놀리고 다니는 댓글들도 심심찮게 보일 정도로, 지은은 헌터 게시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로 우뚝 서 있었다.
“이러다 사람들이 던전 밖에서도 알아보는 거 아니야?”
그리고 누가 자기 칭찬을 하면 아닌 척하더라도 꼭 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라고,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만 바라보게 된 지은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요리를 좋아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지은은 매일매일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정신 차려라, 주인.>
들어 나올 때마다 지은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해 주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된 까망이가 ‘내 요리가 그렇게 맛있대!’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지은의 배 위에 발라당 드러눕고는 말했다.
<한정 퀘스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냥?>
“어! 다시 고양이가 됐네, 우리 까망이가.”
<몇 번을 불러도 대답도 안 하니까 그렇지 않느냐! 가장 중요한 한정 퀘스트는 뒷전이고 매일 핸드폰만 그렇게…….>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지은의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고로롱 소리를 내던 까망이가 짐짓 화난 목소리로 지은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이거 봐봐.”
<네 칭찬 글이라면 이미 나도 수없이 많이 봤다!>
“오…… 언제 찾아봤어? 아무튼 지금 이거 좀 봐봐.”
장난기라곤 금세 사라진 진지한 목소리에 또 자신을 칭찬하는 글을 보여 주는 줄 알고 고개를 돌렸던 까망이가 지은이 내민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대균열에 대해선 왜 찾아보고 있는 거냐?>
얼마나 검색을 했는지 헌터 게시판의 모든 대균열에 대한 글들이 [이미 읽은 게시글입니다.]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까망이의 물음에 지은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의 가장 끔찍한 기억일 테니까.”
<…….>
“해결 방법을 찾으려면, 원인부터 내가 제대로 알아야겠다 싶어서 대균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찾아본 거야.”
<표정이 너무 안 좋다, 주인.>
대균열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잊고 살려 노력했던 지은이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매년 돌아오는 기일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방문했던 납골당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기일을 피해서 찾아가곤 했다.
그만큼 대균열은 부모님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은이라 할지라도, 기억하기 싫은 날이었다.
던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대균열이 발생하기 1년 전이었다. 서울 강남 일대에 발생했던 직경 100M 크기의 싱크홀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지하 500M까지 내려갔을 때, 거대한 문을 발견한 것이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대 악마들이 봉인된 거대한 문처럼 굳게 닫혀 있던 던전의 문.
그 당시 조사팀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잠시 바라보던 지은이 다시 게시글을 읽었다.
“던전의 발견과 함께 이계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불을 다스리고, 바람을 일으키며, 인간의 힘이 아니라 여겨지는 다양한 권능을 지닌 ‘헌터’들이 탄생한 것이었다.”
굳게 닫혀 있던 지하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은 바로 그런 헌터들이 탄생한 순간과 동시였다.
불길한 검은 연기와 함께 지상으로 도저히 이 세상의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을 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것은 헌터들뿐이었다. 지상에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을 정리한 1세대 헌터들은 막대한 재화와, 권능의 상승을 맛보고는 던전으로 앞다퉈 들어가기 시작했다.”
달콤한 먹이를 제공하듯, 몬스터들을 지상에 풀어 놓아 인간들이 헌터의 자질을 깨달은 뒤 던전 안으로 스스로 들어올 수 있게끔 던전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다.
그것이 지옥의 입구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수많은 헌터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한번 성공을 맛보고 살아서 나온 헌터들은 그 힘과 재화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던전 일대에 수많은 헌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몰려드니 자연스럽게 던전 주변으로 거대한 상권이 들어서고, ‘던전 지구’가 형성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힘에 도취된 1세대 헌터들과 그런 헌터들을 동경하며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던전 지구로 몰려들었다.
통제되지 않는 1세대 헌터들과 정부, 민간단체, 일반 민간인들이 던전을 둘러싸고 서로의 이익만을 주장하며 반목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민간인들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지니게 된 헌터들을 강력하게 통제하길 원했고, 법으로 그들을 찍어 누르려 했다.
그런 정부와 민간인들에게 반감을 품은 1세대 헌터들 중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 기관에 테러를 일삼고, 범죄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강경파 헌터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헌터와 민간인이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를 고수하며 서로의 권리와 이익만을 주장하는 동안,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경계하고, 민간인들을 보호하자며 강경파 헌터들과 맞서는 온건파 헌터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균열의 첫 징조는 ‘던전’이라 불리는 지옥의 입구가 생성된 지 딱 1년 만인 1월 24일.”
20년 전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치던 1월 24일.
던전 지구 일대에 생성된 넓은 싱크홀.
순식간에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로 지상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갔던 믿을 수 없는 재난이 시작된 날.
“‘던전 지구’에 직경 1km 넓이의 거대한 싱크홀 발생.”
발생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간 대형 재난에 정부는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수많은 의료진과 군인, 경찰, 소방관으로 이루어진 재난 대응팀들을 파견하고,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임시로 대피소를 설치해 생존자와 실종자 수색을 협조할 것을 헌터들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정부와 국민들의 호소에 급진 개혁을 요구하던 강경파 헌터들이 목소리를 잃고, 온건파 1세대 헌터들이 순식간에 힘을 키웠다.
“이때 온건파 헌터들과 중립을 표방하던 헌터들을 모두 모아 강경파 헌터들의 대표들을 진압한 것이 바로 온건파 헌터의 대표 이태백이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압도적인 대마법사의 마법 앞에 헌터들은 표면적으로나마 온건파의 대표인 이태백의 아래에 뭉칠 수 있었고, 초유의 국가 재난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형 싱크홀이 생성된 지 일주일이 지난 1월의 마지막 날인 1월 31일 아침.
“지옥에서 사탄들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