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8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8화(8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8화
<주인…….>
대균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들을 무표정으로 읽고 있는 지은의 손을 까망이가 꽈악 부여잡았다.
“사탄들을 지상에 풀어 놓은 ‘던전’은 넓게 벌렸던 입을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천천히 닫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하에서 마치 메뚜기 떼처럼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마치 몬스터들을 부화시킨 산란장처럼, 거대한 싱크홀은 수많은 몬스터들을 뱉어 내고는 천천히, 마치 뚜껑을 덮은 것처럼 메워졌다.
“그 어떤 최첨단 무기도, 군대도, 심지어 1세대 헌터들도 사탄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량의 학살극이 꼬박 일주일이 넘게 진행되었다.”
절망의 일주일 동안 던전 지구 일대의 대다수 시민들이 피난하지 못하고 대량의 몬스터 웨이브에 휘말려 죽었다.
군대의 화력은 몬스터들을 저지할 순 있었지만 격퇴하진 못했다. 가진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몬스터들의 영역이 되어 버린 던전 지구를 둘러싸고 가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
그 이후로 무려 3개월 동안 대균열을 막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대균열에 맞서 싸웠던 1세대 헌터들이 증언한 치열한 전투 기록들을 쭉 읽어 내려가던 지은이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수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대균열로 쏟아진 몬스터들을 모두 정리하고 굳게 닫힌 던전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고, 본격적인 던전 개척 시대가 시작되었다.”
균열이 발생했던 던전은 고작 1층.
1층의 계층 보스를 쓰러트렸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던전의 2층이 열렸을 때, 다시 사람들은 절망 속으로 빠졌다.
1층을 넘어 2층으로, 2층을 넘어 3층으로.
던전을 극복하지 못하면 균열이 생성된다는 것은 20년 동안 끊임없이 발생한 2차, 3차, 4차 균열 등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 모든 균열을 선두에서 막아 낸 것이 바로 이태백 헌터였다.
국가의 영웅.
모든 것을 내던진 채 앞만 보고 치열하게 싸워 왔던 영웅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늙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늙어 가는 몸과 함께 대현자라고 불리는 그의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하자 영웅은 좌절했다.
영웅이 좌절하게 된 이유는 애써 잊고 살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이태백 헌터를 조사하면서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
<걸리는 점?>
“이태서 헌터가 거짓말을 한 이유가 뭘까.”
<거짓말이라니. 너에게 아버지를 부탁한다고 했던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고?>
까망이의 말을 들은 지은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도시락 통과 함께 이태백 헌터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도와 달라고 눈물을 흘리던 이태서 헌터의 모습이 떠오르자, 지은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했어.”
<어떤 거짓말이길래?>
“이태백 헌터가 아내와 딸을 잃은 시기는 대균열 때가 아니야.”
<뭐?>
지은의 말에 까망이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대균열은 대비하지 못한 재난이었지만, 2차 균열부터는 헌터들이 모두 똘똘 뭉쳐 미리 대비한 덕에 갈수록 균열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랭킹 1위를 유지하던 대현자의 가족이 대균열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한 균열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지은도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어이없게도 가장 강한 헌터를 남편으로, 아버지로 두었지만, 아내와 딸이 죽은 이유는 균열로 인한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었다.
“이태백 헌터의 아내와 딸은 같은 헌터에게 죽었어. 완전히 몰아냈다고 생각했던 강경파 헌터들의 복수였다고 해.”
이태백 헌터가 2층 공략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을 때, 그에게 패배해 범죄자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던 강경파 헌터들이 집단으로 탈옥한 사건이 있었다.
탈옥한 이후에도 이태백 헌터에게 직접적으로 대항할 순 없었던 강경파 헌터들은 이태백 헌터를 흔들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던 이태백의 딸인 이태린을 납치하고, 그 과정에서 아내인 정해연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
그저 이태백의 딸을 납치해 사형을 비롯한 자신들의 죄를 사면하고 정식적으로 헌터 협회에 다시 명부를 올려 줄 것을 요구하려던 강경파들은 정해연을 죽이고 난 뒤 이태백에 대한 끔찍한 두려움에 이성을 잃고 날뛰게 되었다.
“어차피 이태백 헌터의 아내를 죽여 버렸으니, 딸이 남아 있다고 해도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딸까지 죽이고 자신들도 숨을 끊었으니.”
<인간들은 정말…… 변하질 않는구나.>
아내와 딸이 그렇게 죽었음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2층의 던전을 개척하고 돌아온 이태백의 앞에 남은 것은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아들과, 아내와 딸이 묻힌 차가운 묘비뿐이었다.
이태백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국가와 국민의 영웅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던전에만 뛰어들었다.
시간이 지나 2세대와 3세대 헌터들이 등장하고 힘을 키우기 시작하는 동안. 혼자 남은 1세대의 영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밀려나는 것이 당연했음에도 그는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언제나 토벌대의 선두에 서서 오직 던전 공략에만 몰두하는 길드장으로만 살아왔음에도 ‘나이 든 노친네의 쓸모는 3층까지였다.’라는 말까지 나돌게 되자, 영웅은 그제야 회의감에 빠져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영웅은 하나씩 깨달았을 것이다.
“애써 외면하고.”
[쓰러질 수 없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던,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애써 부정하던.”
[나 때문이 아니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 아니다!]수없이 되뇌며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고 놓고 온 것들을 떠올리기엔 이미 너무 많이 지나왔다는 것을 문득 깨달아 버린 노쇠한 영웅.
실패라곤 없었던 영웅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찾아왔을 지독한 감정.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지킬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
함께 싸웠던 또 다른 영웅들, 지키지 못하고 돌보지 못했던 사랑했던 사람들을 포함한 지독한 그리움이 찾아왔을 때, 영웅은 더 이상 영웅으로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영웅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되는.
“혼자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죄책감까지.”
그것이 이태백 헌터가 자신에게 환각 마법을 건 진정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태서 헌터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말이다.
‘미안해요, 내가…….’
‘내가…… 내가 할게요. 미안해요, 여보.’
이태서 헌터가 보여 줬던 영상 마법을 통해 이태서 헌터가 끊임없이 아내와 딸의 환영에게 중얼거리던 말은 미안하다는, 이제는 닿지 못할 사과였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런 이태백 헌터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하나 남은 아들이자 후계자인 이태서 헌터가 왜 대균열 때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정말로 이태백 헌터가 스스로 환각 마법을 걸었는지, 거짓말을 한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으니 일단 부딪혀 봐야겠지.”
* * *
태백 길드의 본관 앞 카페.
머그 컵 가득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카페모카를 한 모금 머금은 채 지은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먼저 연락할 줄은 몰랐는데.”
백금색 마력의 주인.
대현자를 잇는 백금의 대마법사라는 이명답게 백금색으로 빛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태서가 지은의 앞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우리 길드로 오고 싶은 마음이라도 생긴 거야?”
“그건 아니고요. 뭐로 드실래요?”
“나야 뭐 사 주시는 대로. 카페인은 가리지 않아서.”
“사 드린다는 말은 안 했어요. 그리고 주문은 셀프예요.”
태서의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진 손님들과 직원들은 랭킹 4위의 대마법사인 태서를 앞에 두고도 태연하게 커피를 홀짝이는 지은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그렇지, 주문은 셀프지.”
자신 몫의 커피를 주문하고 잽싸게 다시 돌아온 태서가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지은을 턱을 괴고 바라보기 시작하자,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둘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엿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태서가 손을 움직이자 투명한 막이 지은과 태서를 둘러싸고 나타났다. 공간 분리 마법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당신,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대균열 때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어머니랑 여동생.”
“아, 들켰네.”
턱을 괴고 지은을 바라보고 있던 태서가 그녀의 말에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흐음, 하고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사실인데 거짓말을 한 이유가 뭐예요?”
“그러게. 이유가 뭘까.”
지은의 추궁에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을 회피하기만 할 뿐, 자신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도통 털어놓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태서의 눈을 직시하며 지은이 말했다.
“무슨 의도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더 묻진 않을게요. 당신도 사실을 말하기엔 껄끄러운 비극이었을 테니까요.”
“이해심이 깊은 것 같아 마음에 드네. 고마워.”
고맙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어머니의 유품인 도시락 통을 건네며 지은이 정보를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자 눈물을 흘리던 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웃고 있지만 전혀 웃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눈.
마치 자신을 탐색하는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 태서의 모습에 순간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은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 태서의 앞에 내밀었다.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했죠.”
“그래, 맞아.”
“일단 지금까지 제가 알아낸 아이템 정보로만 따지면, 이태서씨 어머니의 능력은 제 능력과는 확연히 달라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머니의 유품인 도시락 통을 찬찬히 쓸어내리는 태서의 눈길에는 방금과 같은 차가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손을 들어 도시락 통을 쓰다듬는 태서의 행동은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았다.
“이건 나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야. 딱 하나 남은 어머니의 능력이니까.”
“어머니의 능력이 뭐였는데요?”
“…….”
“그걸 알려 주셔야 제가 이태백 헌터님을 도와 드릴 방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나도 잘은 모르지만.”
눈을 마주치고 있지 않았지만, 지은은 태서의 눈빛이 자신을 꿰뚫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참을 무언가 생각만 할 뿐, 말을 이어 가지 않던 태서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아이템 정보를 봤다며.”
“네.”
“무슨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어?”
“……네?”
태서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금까지는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만 들었지만, 지금 태서가 내뿜고 있는 것은 확실히 지은을 위협하기 위한 기운이었다.
“흡…….”
“난 아버지보다 마력은 조금 약해도, 마력을 느끼는데 특화되어 있어.”
“이태서 씨…… 기운을 조금…….”
“모든 마력을 느끼고 다룰 수 있는데, 어머니의 유품인 이 도시락 통에서 느껴지는 마력만큼은 도저히 알 수가 없더라고.”
그렇게 말한 태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이 내뿜는 마력에 괴로워하는 지은의 손을 빠르게 낚아채고는 자신에게 확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런데, 너한테도 느껴져,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계속해서.”
“그게 무슨…….”
“내 어머니의 마력과 같은 종류의…… 냄새가.”
꽉 잡아챈 지은의 손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대고는 깊게 숨을 들이쉰 태서가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태서 씨!”
“너무나 진해서 내가, 미쳐 버릴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