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화(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화
치이익!
알맞게 달궈진 철판에 지은이 미리 펼쳐 놓은 베이컨 두 장을 올리자,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베이컨이 금세 노릇노릇 익어 가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 앞뒤로 잘 구워 낸 베이컨을 집게로 들어 도마 위에 올린 지은이 철판에 미리 볼에 풀어 놨던 계란을 넓게 뿌렸다.
식용유를 넉넉히 뿌린 철판 위에 풀어진 계란이 금세 모양을 갖추고 익어 가기 시작했다. 살살살 뒤집개를 이용해 계란말이 모양으로 접어 가면서 계란물을 계속 조금씩 부어서 추가해 준다.
반절 정도 말은 계란에 잘 구워진 베이컨이 올라갔다. 다시 계란을 겹겹이 말자 주위에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네모난 프라이팬이 아닌 넓은 철판이었어도 깔끔하게 말린 베이컨 계란말이가 금방 완성되었다.
“아직 더 남았어요!”
거기에 냉장고에서 꺼낸 즉석 밥을 물이 팔팔 끓는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계란을 담았던 볼을 말끔히 씻은 지은이 물기를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 내고 참기름을 두 바퀴 둘렀다.
참기름이 뿌려진 볼 위에 알맞게 데워진 즉석 밥 두 개를 주걱으로 한 톨 남김없이 부은 지은이 참기름과 밥을 섞기 시작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밥알에 스며들고 밥알에 찰기가 적당히 사라진 지금이 딱 적당했다.
채반에 얼음을 가득 담은 뒤, 볼 안에서 참기름과 알맞게 섞인 밥을 얼음 위에 올려두었다. 밥을 조금이나마 식혀 주기 위함이었다.
시간을 힐끗 확인한 지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 정도야 뭐, 아무것도 아니죠.”
한 번에 몇 개의 음식을 딱딱 준비하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혁이 감탄할 정도로 순식간에 음식들이 준비되어 갔다.
주걱을 내려놓고 칼을 집어 든 지은이 이내 도마 위에 올려 둔 베이컨 계란말이를 일정한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겉이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계란이 행여 부서질까 조심스러운 손짓이었다. 겉에는 힘을 주지 않고, 베이컨 두 줄이 들어 있는 중앙 부위에 칼날이 들어갔을 때 살짝 힘을 줘 깔끔하게 자르는 것이 포인트였다.
긴 계란말이를 예쁘게 자른 뒤엔 선반을 열어 돌김 한 장을 꺼냈다.
가스 불을 켜고 젓가락을 들어 김 한 장을 잡은 채 빠르게 그을리듯 구워준 지은이 알맞게 구운 김을 도마 위에 펼쳐 놓았다.
탁. 탁. 탁.
김을 반절로 접은 뒤 칼로 얇게 썰어 내는 지은의 손길이 매우 분주했다.
계란말이는 총 12개. 그에 맞게 김도 12줄을 맞춰서 얇게 썰어낸 뒤, 비닐장갑을 착용한 지은이 마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손을 하늘로 향하고는 식혀 둔 밥을 조물조물 말기 시작했다.
“계란 초밥입니까?”
“네,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죠!”
오늘의 메뉴가 하필 샌드위치여서 마음에 걸렸던 지은이었다.
그래도 한국인이라면 밥을 먹고 힘을 내야 할 텐데. 직접 씻은 쌀로 지은 게 아닌 즉석 밥이라 조금 아쉽지만 대기업의 맛으로도 이 던전 안에선 충분할 터였다.
잘 말아 쥔 밥 위에 잘라 놓은 계란이 지붕이 되어 올라간다. 거기에 얇게 썰어 둔 김까지 두 줄.
원래는 가운데에 한 줄만 싸는 게 계란 초밥의 정석이지만, 베이컨도 들어가고 고마운 마음에 계란말이도 크게 크게 했더니 앞뒤로 두 줄을 묶지 않으면 지탱이 안 될 크기가 되어 버렸다.
12개의 베이컨 계란 초밥이 금세 완성되었다.
깔끔하게 말린 계란이 탱글탱글하게 형태를 유지한 초밥은 한눈에도 매우 예뻐 보였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번갈아 가면서 계란물을 부어서 말았기에 층층이 색깔도 나누어져 있었다.
완성된 베이컨 계란 초밥을 긴 종이 포장지 위에 하나씩 차곡차곡 어슷하게 담아 놓으니 식당에서 파는 계란 초밥처럼 정갈해 보였다.
플라스틱 뚜껑을 닫고 접착 스티커를 붙여 포장을 완료한 지은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시간을 확인하더니 냄비에 물을 올렸다.
“지은 씨, 이걸로 충분합니다.”
“아뇨, 가장 중요한 게 빠졌어요.”
급하게 선반에서 꺼낸 것은 미소 된장 티백이었다. 제대로 된장을 풀어서 국을 해 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끓기 시작한 물에 채를 받치고 티백과 함께 다시마를 조금 잘라 진하게 넣은 지은이 냉장고를 벌컥 열었다.
“초밥에는 미소 된장국을 먹어야죠.”
“완벽합니다.”
지은의 단호한 태도에 주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랩에 감싼 대파를 물에 야무지게 씻고 대파 한 줌을 쫑쫑쫑 썬다. 거기에 다진 마늘 한 큰술과 찌개용 두부까지 한 모 썰어 낸 지은이 팔팔 끓어서 된장이 우러나오기 시작한 냄비 안에 도마 채로 재료를 와르르 쏟아 넣었다.
국간장을 두 스푼 넣은 지은이 마지막으로 팽이버섯을 꺼내 들었다. 뿌리 부분을 자른 팽이버섯을 잘게 쪼개 물로 헹군 뒤 팔팔 끓고 있는 미소 된장국에 투하했다.
“국물을 담을 게…….”
담을 게 뭐 있나 싶어 선반을 뒤적이던 지은이 원하는 것을 못 찾았는지 이내 흡! 소리를 내며 까치발을 들고 천장 벽면의 선반을 열었다.
“찾았다!”
장사할 때 커피를 타서 마실 생각으로 준비한 보온병이었다. 망설임 없이 보온병 뚜껑을 열어 내부를 물로 씻은 지은이 모락모락 김이 새어 나오는 된장국을 조심히 담았다.
순식간에 포슬포슬한 계란 초밥과 따끈한 미소 된장국까지 완성한 지은이 활짝 웃으며 포장 용기와 함께 보온병을 건네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죠?”
“요리하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요. 요리는 배운 겁니까?”
“배우기도 했고, 열심히 연습도 했죠.”
“감사히 먹겠습니다. 아, 그런데 보온병은 어떻게 하죠?”
“보온병은, 음…… 안 돌려주셔도 돼요. 나중에 혹시 만나면 돌려주셔도 좋고요.”
“꼭 다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 주혁에게 지은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각성자, 그것도 난데없는 히든 클래스인 푸트 트럭 사장님으로 각성하고 나서 용기 내 들어온 던전에서 이렇게 좋은 손님을 만나다니.
어쩌면 앞으로 장사가 대박 날 거라는 행운의 징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럼 전 이제 폐점 시간이 다 돼서요. 빨리 설거지 마무리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해야 해서 이만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네, 저도 슬슬 이동해야겠습니다.”
인벤토리에 바로바로 넣었던 샌드위치들과는 달리 비닐 봉투에 담아 준 계란 초밥과 보온병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 가 보겠다며 주혁이 인사를 건넸다. 그가 뒤를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지은이 조리대를 둘러보았다.
기름이 밴 철판과 썰다 만 파. 살짝 조각난 두부와 볼에 남아 있는 참기름 밴 밥알들. 게다가 계란 껍질과 팽이버섯 뿌리, 즉석 밥 용기까지.
“까망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거지가 뭔지 알아?”
음식을 만드는 공간엔 절대 들어와선 안 된다고 당부한 지은의 말을 착실히 수행해 방석에 누워 가끔씩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한숨 자고 있던 까망이가 지은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고는 말했다.
<왜옹? 거지는 다 불쌍하지 않냥.>
“그중에서도 제일 불쌍한 거지는 바로 설거지가 분명해.”
항상 요리를 하고 난 뒤 주방에는 수많은 설거지거리가 가득했다.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힘든 법이었다.
<그러니까 뭘 그렇게 많이 만들어서 돈도 안 받고 주는지, 서비스가 과하다냥.>
“서비스는 확실히 줘야지! 그래야 나중에 입소문 타고 손님들이 온단 말이야. 서비스도 영업 전략! 모르겠어?”
<난 그런 거 모른다냥…… 오랜만에 현신했더니 너무 졸리다옹.>
하품을 쩍 하는 까망이를 흘겨본 지은이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그릇을 쓱싹쓱싹 설거지하며 지은이 말했다.
“좀 자고 있어. 튜토리얼도 끝났고 나도 알아봐야 할 것들이 많은 거 같아서 오늘 영업은 끝낼 거야.”
<알겠다옹.>
정리를 마무리한 지은이 머릿속으로 아까 있었던 상황을 곰곰이 떠올렸다.
‘아까 주혁 씨가 분명히…….’
‘던전 안에서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어 본 게 처음이라.’
말 그대로 던전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어 본 게 처음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샌드위치의 맛보다는 샌드위치가 있다는 것 자체에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주혁이 처음 푸드 트럭을 발견하고 진열대에 놓인 샌드위치를 발견했을 때에도.
‘이거 환상이 아니라 진짜인가?’
총 10번을 마주치며 한 시간이나 함께 시간을 보내니, 그때 주혁이 지었던 표정은 그가 정말로 놀라워할 때 나왔다는 표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까망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큰 소리를 내며 냄비를 닦고 있음에도 눈을 감고 골골골 대며 자고 있으니 영 깨우기가 미안했기에 지은은 당장은 설거지에만 매진하기로 했다.
마침내 폐점 시간을 5분 남겨 두고 모든 식기들을 원위치로 돌려놓고 물기까지 수건으로 싸악 닦아 내고 그것도 모자라 주방 클리너를 뿌리며 청소까지 마무리한 지은이 팔을 쭉 위로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아으으으…… 찌뿌둥하다.”
<끝냈냐옹.>
“응! 이제 돌아가서는 운전해야 하니까 운전석으로 가자, 우리.”
까망이를 품에 안은 지은이 금세 검은색 털이 수북이 쌓인 방석을 조심스럽게 집어 트럭 밖으로 나갔다.
차 키를 눌러 지붕과 옆면이 완전히 닫히고 난 뒤에 트럭 밖으로 방석을 탈탈 털어 낸 지은이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털이 너무 많이 날리는 거 아니야?”
<현신한 첫날이라 그렇다옹.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빠지는 털이 없어질 거다냥.>
“털이 안 날려도 조리대엔 다가오면 안 돼.”
<그래도 너무 심심하다냥.>
“아까는 왜 말을 안 했어?”
<괜히 다른 각성자나 일반인 앞에서 말했다가, 말하는 고양이라고 시끄러워지면 편히 쉬지도 못 한다냥.>
지금은 작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까망이의 본질은 히든 정령.
각성자들 중에 히든 클래스가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말을 하는 고양이는 당연히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거기에 세상에 다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 혹시 손님 중에 까망이를 노리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지은은 운전석 문을 열고 발판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 앞에선 앞으로도 쭉 말 안 할 거야?”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도 될 문제다냥. 일단 주인의 튜토리얼이 끝났으니까 본격적으로 알아야 될 게 많다냥.>
“응?”
<혹시 공부는 잘했었냥?>
“윽…… 공부라니.”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단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대학 입시보다는 레시피 연구와 사업 구상에만 매진했기에 공부와 거리를 둔 지 꽤 됐었는데.
풀이 죽은 지은에게 방석에 옮겨 앉은 까망이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선언했다.
<일단 각성자들의 특징과 던전에 대해서 공부하는 게 먼저다옹.>
“하아…… 그래야겠지?”
지은의 한숨과 함께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폐점 시간이 되어 영업을 종료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내 은은한 빛이 운전석 내부에 맴돌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곳은 던전 밖이었다.
놀랍게도 푸드 트럭이 도착한 곳은 처음 있었던 장소인 한강 공원이 아니라 지은의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힘 좀 써 봤다옹.>
뿌듯한 얼굴을 하고 방석에 엎드려 있는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은 지은이 이내 까망이를 품에 안고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첫날 영업 끝! 집에서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