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89화(9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89화
“이거 놓으세요! 이태서 헌터!”
너무나 갑작스러운 태서의 폭주에 놀란 지은이 힘을 주어 붙잡힌 손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지만, 상대는 랭킹 4위의 대마법사였다.
잔잔한 음악 소리가 흐르는 카페에서 이 정도로 큰 소란이 일어났는데, 카페 안을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과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고 있는 손님들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소용없어. 공간 분리 마법을 썼으니까.”
소란을 일으키려는 지은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지은이 꽉 잡힌 손을 빼내려 자리에서 일어나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은의 손을 더욱 강하게 옥죄어 오는 태서의 표정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마치 잡은 사냥감을 천천히 가지고 노는 듯한 그의 여유 만만한 태도에 지은은 지금 괜한 힘을 빼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죽은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저는 청명 길드원이에요. 지금 이태서 헌터를 만나러 온 것도 이미 길드에 소식이 다 들어갔을 거라고요.”
“그래서?”
“당신이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한들, 사람을 이렇게 위협하고도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흠…….”
“가뜩이나 길드 간에 사이도 좋지 않은데,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손을 놔요, 이태서 헌터.”
“비난받을 행동을 했는지 누가 눈치를 채지?”
“…….”
지은의 말에 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명백한 비웃음이 섞인 태서의 표정에 지은은 이를 악물고 태서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구해 달라는 건 다 거짓말이었나요?”
이태서 헌터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품었던 하나의 의심. 그리고 자신의 그 의심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왔던 자리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지은은 쭉 혼자였다. 인생에 있어 가장 처음 찾아온, 주어진 환경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맞는 사춘기를 기댈 곳 없이 혼자서 버텨 냈다.
외롭고 쓸쓸했던, 혼자뿐이었던 학창 시절. 그 긴 시간 동안 지은은 하나는 확실하게 얻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타인을 이용하려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명백한 ‘적의’였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지은의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했던 사람.
‘착각하지 마, 지은아.’
‘갑자기 무슨 말이야…….’
‘우연히 선생님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너, 1학년 때 자퇴하려 했다며?’
‘그걸 어떻게…….’
‘솔직히 우리 학교 수준이 너랑 맞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잘해 주니까 없는 살림에도 매일같이 먹을 거나 해다 바치고, 숙제도 해 주고. 없이 살아서 자존심도 없나 생각했는데.’
‘……’
‘덕분에 난 겉도는 애들도 잘 챙겨 주는 착한 학생이라는 평판도 얻었고, 네가 숙제도 해 주고, 수행 평가도 대신해 준 덕분에 내신 점수도 아주 좋아서 원하는 대학에 쉽게 갈 수 있었어.’
‘……이유리.’
‘다 네 덕이야.’
순간 좋지 않은 기억이 차갑게 변한 태서의 얼굴과 함께 스쳐 지나갔다.
애써 잊고 살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태서를 보니 지은은 참을 수 없는 화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빠른 시일 내에 정식으로 만남을 요청하겠다는 태서의 말을 무시하고 지은이 직접 태서를 만나기로 결정한 데에는 세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너무나 잘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설마.”
자신의 질문에 명백한 비웃음을 흘리던 태서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 것과 동시에, 강하게 억죄어 오던 손에 힘이 풀린 순간.
지은은 있는 힘을 다해 태서의 손을 뿌리치고는 말했다.
“이태서 헌터, 당신이 지금 짓고 있는 그 표정이.”
“…….”
“제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너무나 닮아서 처음부터 의심할 수 있었어요.”
“내가 아버지를 두고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티가 나기 마련이에요.”
“아니라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선 완벽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이 언제든 마음대로 해도 될 사람, 힘이 없어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앞에선 그 가면이 조금은 벗겨지기 마련이죠.”
“그만 말하는 게 좋을…….”
“당신이 이태백 헌터를 환각 마법에 가뒀나요?”
“닥쳐!”
“왜 그랬죠?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나요?”
“닥치라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한 표정으로 다 잡은 사냥감을 가지고 놀 듯 평온하던 태서의 얼굴이 지은이 말을 꺼낼 때마다 험악한 표정으로 변해 갔다. 더 이상 자극하는 것은 위험했지만, 지은은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의 관계를 확실히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태서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다. 자료를 찾아봐도 이전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던 이태서의 발언권이 헌터계에서 유례없이 높아진 것은 공교롭게도 이태백 헌터가 칩거한 이후였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유라와 성진을 데려와도 자신을 뜻대로 막을 순 없을 거라며 장담하던 사람. 강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조차 우스울 정도로 너무나 강한 사람이지만, 이태백이라는 넘을 수 없는 압도적인 벽에 가려진 존재.
마법적 재능은 아버지인 이태백 헌터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들으면서도 아버지가 건재한 이상, 아니 설령 아버지인 이태백 헌터가 헌터계를 은퇴한다고 해도 대현자 이태백 헌터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는 이태서의 평생을 따라 다닐 것이었다. 떼어 내고 싶어도 절대로 뗄 수 없는 가장 무거운 꼬리표.
이태백 헌터가 5층 토벌을 실패한 이후로 건강상의 문제로 칩거했다는 대외 발표 이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게 된 것이 바로 그동안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태서였다.
물론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지은이 태서를 의심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지은이 오늘 태서를 만나는 것을 결정한 두 번째 이유는 퀘스트 내용 때문이었다.
‘위험하지만 퀘스트의 내용이 말도 안 되니까!’
한정 퀘스트에 이어진 연계 퀘스트 발생.
그 퀘스트의 세부 항목에 지정된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
‘[연계 퀘스트 발생]
– 이태백과 이태서는 현재 던전 토벌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 당신의 능력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을 구해 주시길.’
처음 발생했던 한정 퀘스트는 분명 ‘이태백’ 헌터만을 지칭하고 있었는데, 태서가 자신을 찾아왔던 날에 발생했던 연계 퀘스트에는 지은이 구해 줘야 할 대상에 이태서 헌터가 추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시스템은 지은을 자주 뜻하지 않은 일에 빠트리기 일쑤였지만, 단 한 번도 지은을 위험에 빠트리려 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시스템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언제나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 냈다.
좋은 스킬을 기대했던 최초의 튜토리얼 뽑기 보상에서 얻은 무적 수건은 타락한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를 정화하는데 사용되었고, 갑작스레 사용 권한을 얻게 된 푸드 코너는 매일같이 판매할 음식을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숙련 레벨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은은 이 말도 안 되는 연계 퀘스트에 태서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오늘 태서를 상대로 모험을 해 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이 사실이 지금 지은이 태서를 자극하려는 두 번째 이유였다.
“이태서 헌터.”
“너!”
“당신, 그렇게 치졸한 사람이었나요?”
“그 입 닥치라고 했을 텐데!!”
콰앙!
강하게 테이블을 내리치며 태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정확히 책상이 반으로 쪼개져 의자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듯 쏟아 내는 태서의 모습에 지은은 담담한 말투로 준비했던 말을 천천히 끊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태서 헌터의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내고 싶었어요.”
“무슨 자신감으로 날 계속 도발하는지 모르겠는데, 분명히 말했어. 여긴 내 공간이야.”
“알아요.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당신이 저를 해치지 못할 거란 사실도 잘 알고요.”
지은의 말에 잔뜩 화를 내며 일어났던 태서가 정곡을 찔린 듯 몸을 움찔하고 굳혔다.
그와 동시에 지은은 찰나였지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태서를 자극하는 세 번째 이유.
‘눈 색깔이 분명 바뀌었어!’
처음 태서를 집에 들였을 때. 마법을 사용해 순식간에 다른 헌터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 뒤 단둘이 남았을 때도 지금과 같이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태서의 눈 색깔이 바뀌는 것을 확인했었다.
타락했던 이그니스와 다른 불의 정령들에게서 피어나던 검은 아지랑이. 일반적인 검은색이 아닌,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기분이 가라앉는 것만 같은 차원이 다른 검은색.
한국인의 특징인 검은 눈동자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확연히 다른 검은색으로 잠깐씩 눈 색깔이 바뀌는 이유가 뭘까.
“5층 시대의 주력이 될 3세대 헌터들 중 유일한 대마법사 칭호를 받고.”
“…….”
“태백 길드의 운영권을 사실상 이미 모두 승계한 사람.”
“너…….”
“그런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아버지를 죄책감의 구렁텅이에 빠트렸는지 대답해 줄 수 있나요?”
“아니야…… 나는!”
“이태백 헌터는 지금 당신이 건 환각 마법을 풀지 못하는 게 아니라, 풀 수 없는 거겠죠.”
“…….”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그렇게밖에 만날 수 없다는 걸 아니까요.”
태서의 마법은 ‘공간’을 다룬다. 자신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태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조종할 수 있을 터.
애초에 공간을 통제하는 태서의 마법이 시전된 곳은 이태백 헌터의 본가였다.
본가에 들어선 순간, 자신을 반기는 오래전 떠나보낸 아내와 어린 딸을 마주한 순간 이태백 헌터는 알았을 것이다.
“당신의 환각 마법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태백 헌터는 스스로 환각에 빠지는 것을 택한 거예요. 그러니 당신이 이제와서 마법을 해제하고 싶어도 이태백 헌터의 마력이 그것을 거부한 거겠죠. 제 말이 틀린가요?”
“……어이가 없군.”
“나름대로 이태백 헌터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 이태백 헌터의 능력이 뭔지 제대로 알아오고 생각한 결론이거든요.”
레벨과 등급이 가장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기점이 바로 이태백 헌터의 지도 아래 용병 생활을 했던 3개월이라 말했던 주혁과 성진, 유라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였다.
이태백 헌터의 개인 의뢰로 함께했던 그날 이후로도, 놀랍게도 주혁은 랭킹 1위에 도달하고 청명 길드를 세운 뒤 길드 연합을 발의해 낼 때까지 비공식적으로 이태백 헌터의 제자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부정할 생각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털어놓으세요.”
“…….”
“이태서 헌터. 당신, 나를 이용하려 찾아왔던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