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0화(9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0화
세 번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지은은 태서를 이리저리 흔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시스템에 명시된 대로 이태백 헌터는 물론이고 지금 눈앞의 이태서 역시 자신이 반드시 구해 내야 할 사람이었다.
“당신이 이태백 헌터에게 건 마법은 너무나 잔인해요.”
“…….”
“아버지잖아요.”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버지인 이태백 헌터의 유일한 약점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여동생 이라는 걸 당신이 모를 리 없을 테고요. 당신은 정말…….”
지은은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것으로 뒷말은 생략했지만,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하고 있는 태서에겐 제대로 전달된 듯했다.
연신 자신이 그러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태서가 이내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이태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쳐야 했다.
“네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해!”
너무나 똑같았다.
그것 말고는 다르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태서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가 일렁이듯 피어오르다 이내 검은 불꽃이 되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타락의 불꽃!”
태서의 눈을 확인했을 때, 짐작은 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온 지금 지은은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타락의 대상이 던전 안에 봉인된 정령들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 충격적인 사실에 지은이 휘청이는 순간,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태서가 지은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태서의 거센 힘에 밀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지은이 바닥에 넘어졌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 지은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야 했다.
강하게 머리를 부딪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쓰러진 지은의 몸 위로 올라탄 태서가 이번엔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넘어지면서 뒤통수에 전해진 강한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목이 졸리자 지은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점차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으읍…….”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 가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눈을 뜨고 바라본 태서의 표정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표정이었다.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던 방금과는 완전히 사람이 바뀐 듯한 태서의 얼굴이 점차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낄 때였다.
“거기까지입니다.”
목을 조르던 태서의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꽉 막혀 있던 숨이 탁 트였다. 부족하던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오자 지은은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기침을 연신 내뱉었다.
“크흡!”
한참을 괴롭게 바닥을 구르고서야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는 것을 느낀 지은이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들어온 광경은 완전히 제압되어 무릎이 꿇린 채 묶여 있는 이태서와 그런 이태서의 어깨를 손으로 누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민지은 씨 되시죠?”
“네? 그런데 지금 이게…… 쿨럭!”
“말씀하기 힘드실 텐데 물 좀 드시죠.”
방금까지 목이 졸려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던 지은의 목소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공기를 들이마신 탓에 기침이 끊임없이 나와 목에서 비릿한 피 맛이 맴돌고 있었기에, 지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건넨 물을 황급히 받아 마셔야 했다.
물을 마시고 나서야 호흡이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제대로 지은의 머리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좀 괜찮아 보이는군요.”
“당신은 누구죠?”
제정신이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마법사인 태서의 공간 마법 안에 들어와 완벽히 제압까지 한 남자.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 써 봐도, 지금 눈앞의 남자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이 정도의 실력자가 랭커가 아닐 리 없다. 물론 저마다의 상성이 있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간 마법을 다루는 태서를 저렇게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헌터가 과연 누가 있을까. 거기에 남자가 입고 있는 옷 또한 평범한 인간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작은 움직임에도 사라락 스치듯 흔들리는 검은 도포 자락.
허리춤에는 기다란 검을 차고, 상투를 튼 머리에 씌워진 갓까지.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높으신 분들의 호위 무사와 같은 완벽한 한복 차림새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당신, 인간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제 소개가 좀 늦었군요.”
도포에 주머니가 달려 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지은은 그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명함 지갑이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남자가 건넨 명함을 확인하고는 두 번 놀라야 했다.
“중립위원회?”
“높으신 분들이 만든 통제 기관입니다. 통제 기관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회사나 다름없죠.”
“높으신 분들이 만든 통제 기관…….”
의미를 알 수 없는 설명에 지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제 기관의 이름이 중립위원회라니. 정말 이건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었다.
“저희는 중립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는 우주적 통제 기관입니다.”
“……네.”
“그, 왜 삼권 분립이라고 들어 보지 않으셨나요?”
국가의 권력을 입법과 사법, 행정의 삼권으로 분리하여 서로 견제하게 해 권력의 남용을 막는 사전적 의미의 삼권 분립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3개로 권한이 나뉘어야 할 높으신 분들이 과연 누구를 말하는 걸까.
그런 지은의 의문에 대답하듯 남자가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주 만물을 관장하는 ‘신’과 인간계를 관장하는 ‘정령’들의 균형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중립위원회입니다.”
“중립위원회…….”
“중립위원회라는 표현이 쉽게 와닿지 않으신다면 이건 어떨까요.”
떨떠름한 지은의 반응에 남자가 지은의 앞에 쪼그려 앉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구에 던전과 각성자들이 생기고 난 뒤 인간들은 저희를 이렇게 부르더군요.”
“…….”
“시스템.”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에 지은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크게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했다.
자신을 시스템이라 소개한 남자가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큭큭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처음 봅니까? 자주 본 사이인데, 우리.”
그 말대로 자주 보긴 한 사이였다.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푸드 코너를 관리하는 능력이 생겼을 때에도, 그리고 가장 최근 한정 퀘스트와 연계 퀘스트를 받았을 때에도 분명히 시스템창이 요란하게 울리긴 했지만.
“시스템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는…….”
“아, 지금은 특수한 경우라서요. 급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어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왔습니다. 방금 죽을 뻔했잖아요, 민지은 씨?”
“중립을 지켜야 할 시스템이 개입해서 저를 살렸다는 말씀인 건가요?”
지은의 말에 시스템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은 씨를 살리는 게 중립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으니까.”
“그게 무슨…….”
“인간계는 지금 신과 정령의 싸움터나 마찬가지거든요.”
시스템의 말대로였다. 이그니스를 정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 정령들과 인간들의 창조의 권능을 원하는 신은 정령들을 모두 없애고, 창조의 권능을 빼앗아 인간계를 재창조하고 싶어 했다.
“창조의 권능을 두고, 신과 정령이 싸우는 이곳 인간계에서 당신은 창조의 정령이 선택한 유일한 계약자야. 신이 어떤 행동을 하든 관망하던 창조의 정령이 직접 개입해 계약자로 삼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그건…….”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손을 들어 지은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 쪽으로 과하게 기울어져 있던 저울을 바로잡을 유일한 존재가 당신이란 뜻이야.”
“……그래서 절 도와주신건가요?”
“당신이 죽으면 다시 내가 바빠질 수밖에 없어.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해.”
바쁜 건 아주 질색이거든. 라고 덧붙인 시스템이 지은에게 찡긋 윙크를 보냈다.
처음에는 자신을 시스템이라 자칭하는 저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말투나 행동을 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 말은 당신이 이미 한 번 개입을 했다는 소리군요.”
“그렇지, 창조의 정령이 직접 부탁했거든. 밸런스가 아예 맞지 않는 싸움이어서 그저 살짝 도움을 주려 했는데 너무 깊게 들어와 버렸어, 나도.”
“도움이라면 어떤 도움을 말하는 건가요?”
“창조의 권능을 통해 너희 인간들과 정령들이 만들어 낸 권능의 관리를 내가 떠맡게 됐잖아!”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정도로 해 주지 않으면 도저히 이곳 인간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너희 인간들은 잘도 이상한 권능들을 척척 창조해 내더라고.”
“모든 각성자들의 권능을 관리하는 게 바로 당신이었군요.”
“그래, 극한 직업이야. 물론 권능을 창조하기만 하고, 그 권능을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해 줘야 신이 만들어 낸 던전과 너희가 한번 싸워 볼 만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시스템의 말대로라면 신이 만든 던전과 몬스터에게 대항할 권능을 생각하여 창조한 건 정령과 인간의 의지였지만, 그들이 창조한 권능을 강화해 몬스터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된 것에는 모두 시스템의 보정이 개입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내가 다 해 줄 순 없지. 난 어디까지나 중립을 유지해야 하니까. 그게 바로 너희가 헌터라 부르는 존재들 간에 레벨과 등급이 존재하는 이유야. 이제 질문은 끝!”
딱히 지은이 질문을 했던 적은 없지만, 시스템은 질문 끝이라고 말을 해 놓고도 자신을 힐끔힐끔 곁눈질로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조금 더 물어봐 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제야 지은은 평상시 시스템의 장황한 설명과 장난스러운 말투 등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구나!’
“더 이상 설명해 주는 건 규칙 위반이긴 한데, 이미 규칙 위반을 한 김에 조금 더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
“인간계에 이렇게 나온 건 너무나 오랜만이라 조금 더 있다가 가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힌트를 주는데 더 안 물어볼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은을 힐긋거리던 시스템은 지은이 도통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 의자에 털썩 앉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안 물어보는 거야!”
“제가 그쪽한테 별로 좋은 감정이 있지는 않아서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지금 이 남자한테 너를 구해 주기까지 했는데!”
완전히 넋이 나가 버린 듯 눈을 뜨고는 있지만 초점이 사라져 있는 태서의 모습이 그제야 다시 지은의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강제로 의식을 날려 버리기라도 한 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 그대로 도통 움직이지 않는 태서의 모습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태서 헌터, 어딘가 잘못된 건 아니죠?”
“너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잘못되면 뭐가 어때서?”
“마음에 걸려서요.”
“대책 없이 자애로운 인간이네.”
“그쪽이 대책 없이 떠넘긴 퀘스트엔 이태백 헌터도, 이태서 헌터도 구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놔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그건 우리끼리의 대화를 마무리하면 내가 알아서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시스템으로부터 이태서 헌터의 안전에 대해 확답을 받아 낸 지은이 그제야 시스템과 마주 앉고는 말했다.
“그래서, 변명거리가 뭔가요?”
“원래 나는 절대 신과 정령들의 싸움에 절대 개입하지 않아. 어찌 되었든 중립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니까. 그런데…… 말하기 전에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뭔데요?”
지은의 대답에 연신 지은의 자리에 놓인 커피 잔을 힐긋거리던 시스템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뻗어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그거 한 번 마셔 봐도 돼?”